'1조 기부왕' 이종환 회장, 장남과 경영권 갈등전범주,안병준 입력 2021. 07. 19. 17:39 수정 2021. 07. 19. 20:30 댓글 8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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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갈등 휘말린 삼영화학
이종환 삼영화학 명예회장
"現경영진 무능과 허구 심각
신기술 개발 실패까지 숨겨
정도경영 안하면 소송할것"
장남 이석준 대표측 반박
"李회장, 삼영重 경영권위해
삼영화학 음해·모함하는것
신기술 개발 아무 문제없다"
'대한민국 1호' 화학기업인 삼영화학에서 부자간 경영 분쟁이 불거졌다. 창업자인 이종환 명예회장(99)과 장남인 이석준 대표(69) 간 갈등이 '정면 대결'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 명예회장은 1조원 넘는 기부로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만든 인물이다. 아들 이 대표는 삼영화학 지분 21.4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16일 매일경제와 만난 이 명예회장은 이 대표를 향해 "정도(正道) 경영을 하지 않으면 부자간 소송이나 경영권 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날렸다. 그는 "이 대표가 비현실적인 경영 목표에 집착하고 신기술 개발 실패를 숨기면서 시장을 호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창업주로서 정도경영으로 이끌어온 회사가 망가지는 것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본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달 안에 민형사 소제기는 물론 기관투자자와 손잡고 전문경영인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게 이 명예회장 측 입장이다.
반면 삼영화학은 이 같은 이 명예회장 측의 터무니없는 공세가 삼영중공업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며 단호히 법적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삼영화학 관계자는 "오는 23일 계열사인 삼영중공업 주주총회가 있는데 여기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 명예회장 측이 허위·음해 정보를 살포하고 있다"면서 "초고령의 명예회장을 이용해 일부 재단 관계자들이 도를 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맞섰다.
플랜트 제작 및 선박용 엔진부품을 제조하는 삼영중공업은 삼영화학이 37.5%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이 대표가 36.25%로 2대주주이다. 이 명예회장과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각각 22.5%, 3.7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삼영중공업을 제외한 다른 회사 지분은 모두 처분한 상태로, 아직 삼영중공업을 직간접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부자간에 극적인 합의가 없을 경우, 양측은 삼영중공업에서 표 대결을 벌이고 이후 경영권 분쟁의 불길이 모회사인 삼영화학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명예회장은 매일경제와 만나 삼영화학 현 경영진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삼영화학이 전기차용 초박막 필름 개발에 실패하고 친환경 포장용 랩에 대한 정부 지원 사업에서 탈락하면서 신뢰성 위기에 내몰렸다"며 "현 경영진이 주도한 두 가지 신규 사업이 큰 관심을 받았지만 추진 방법의 허구성과 개발 능력 부실, 자금력 부족 등으로 사실상 실패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59년 합성수지인 CPP 필름을 생산하며 국내 1호 석유화학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삼영화학은 현재 전기·수소차에 들어가는 2.3μ(미크론) 초박막 커패시터 필름을 정부 지원과제로 인정받아 개발 중이다. 삼영화학을 비롯한 글로벌 화학 업체들은 현재 3μ급 필름을 생산할 수 있지만, 2.3μ 필름은 일본 도레이가 독점 양산 중이다.
이 명예회장 측은 2.3μ급 필름 개발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음에도 경영진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영화학 관계자는 "전기차용 초박막 커패시터 필름의 경우 A업체와 관련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 명예회장은 본인 재산의 97%를 기부해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서도 자녀의 개입을 완전 배제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최근 '유언자 본인의 직계 비속(卑屬)은 재단의 임직원으로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유훈을 작성해 공증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