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충전 화재 0건"… 15년 개발한 전기차 배터리 안전 핵심기술 'BMS' 공개
현대차·기아
류정 기자
입력 2024.08.2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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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탑재된 아이오닉5 이미지. E-GMP 기반의 모든 전기차에는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최신 BMS 기술이 적용된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기아는 안전성·주행거리·충전 시간 등 전기차의 기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5년 개발한 BMS로 배터리 안전 잡는다
현대차·기아가 15년 이상 자체 개발로 고도화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하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이 대표적이다. BMS는 배터리를 관리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현대차·기아 BMS에는 ‘정밀 배터리 시스템 모니터링’ 기능이 있다. 배터리의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탐지하는 동시에 위험도를 판정, 차량 안전 제어를 수행하고 필요시 고객에게 통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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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의 '두뇌' 역할을 하는 BMS를 반도체로 표현한 이미지. /현대차그룹 제공
배터리 화재는 셀 자체의 불량 또는 충격에 의한 셀 단락에 의해 발생한다. 현대차·기아 BMS는 주행·충전 중 배터리 셀의 이상 징후를 상시 진단할 뿐 아니라, 시동이 꺼진 주차 상태에서도 정기적으로 깨어나 주기적으로 정밀 모니터링한다. 모니터링 대상은 △전압 편차 △절연 저항 △전류 및 전압 변화 △온도 △과전압 및 저전압 등이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차량엔 잠재적인 불량까지 검출할 수 있는 △순간 단락 △미세 단락을 감지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현대차·기아는 이 기술이 배터리 화재 사전 감지에 큰 효과가 있다고 보고, 이미 판매된 전기차에도 연말까지 업데이트 적용할 계획이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BMS는 즉시 원격 지원 센터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심각한 문제로 판단될 경우 즉시 관계 기관에 자동 통보되는 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재까지 현대차·기아 전기차 가운데 과충전에 의한 화재는 한 건도 없었다. 다양한 과충전 방지 기술을 중복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BMS와 충전 제어기가 최적의 충전 전류를 제어해 배터리의 충전량 범위 내에서 충전될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충전 상태가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것을 BMS가 감지한 경우 즉시 충전 종료를 명령한다. 만에 하나 차량 제어기와 배터리 제어기가 모두 고장난 상황에서는 물리적인 안전 회로가 작동해 전류 통로인 스위치를 강제로 차단한다.
배터리 용량의 안전 마진도 여유 있게 확보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배터리사의 제조 단계부터 최대 충전 가능 용량보다 적게 충전되도록 설계된다. 또 자동차 제조사가 추가로 일부 사용 가능 용량을 마진으로 남겨둔다. 여기에 BMS가 가장 적은 용량이 남은 셀을 기준으로 전체 충전 가능 용량을 재산정하는 ‘리밸런싱’도 수행한다.
◇배터리 최적 성능 유지하는 열관리 시스템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섭씨 25~35도 정도에서 최적의 성능을 낸다. 이 온도에서 충전 속도가 가장 빠르고, 주행 가능 거리도 길어진다. 이 때문에 배터리의 적정 온도 수준을 유지하는 열관리 기술이 중요하다. 현대차·기아는 겨울철 배터리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배터리 히터 시스템을 적용 중이다. 히터가 냉각수를 가열해 배터리의 온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현대차·기아는 특히 열효율이 높은 히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영하 30도의 혹한에서도 충전이 가능한 기술도 갖추고 있다.
‘배터리 컨디셔닝 모드’도 겨울철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유지시키는 현대차그룹의 대표 기술이다. 내비게이션에서 급속 충전소를 경유지·목적지로 설정하면, 주행 중 미리 배터리 온도를 제어해 최적의 충전 속도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히트펌프’를 통해 에너지 효율도 높이고 있다. 전기차 전장 부품이 발산하는 열을 회수해 실내 난방에 사용하는 장치다. 2014년 기아 쏘울에 처음 적용된 1세대 히트펌프는 현재 3세대로 진화해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 전기차에 적용되고 있다. 초급속 충전 과정에서 배터리가 뜨거워지는 현상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적용 중이며, 이를 지속 개선할 방법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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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 개관식에서 정의선(왼쪽에서 다섯째) 현대차그룹 회장, 유홍림(왼쪽에서 여섯째) 서울대 총장 등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 연구 센터 운영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월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현대차그룹·서울대학교 배터리 공동 연구 센터’ 개관식을 가졌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배터리 초격차 기술을 연구·개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센터는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리고 충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등을 연구한다. △리튬메탈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BMS △배터리 공정 기술 등 네 분과를 중심으로 공동 연구 과제를 총 22개 수행한다. 서울대·카이스트·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한양대·성균관대·충남대 총 21명의 교수와 석박사급 우수 인재가 참여한다. 현대차·기아 연구소에 적용된 최첨단 장비와 동등한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연구 성과가 신속하게 제품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2030년까지 3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 연구원들도 파견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기아 전기차에는 그동안 자사가 축적한 연구·개발 기술이 총망라돼 있다”며 “앞으로도 더 나은 기술 개발과 배터리 우수 인재 육성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 초일류 배터리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