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력·통신·금융 등 국가 기간망 안전은 안보 문제다
조선일보
입력 2022.10.18
PC용 카카오톡의 오류 안내문. 2022.10.15/뉴스1</figcaption>
대한민국의 일상을 멈춰 세운 ‘카카오 먹통’ 사태는 특정 기업의 플랫폼 독점과 그에 기반한 초연결 사회의 위험을 백일하에 드러냈다. 4700만명이 이용하는 메신저망은 물론 그와 연결된 결제, 송금, 모빌리티, 포털 서비스가 올 스톱됐기 때문이다. 디지털화에 따른 초연결은 ‘초먹통’의 위험을 더 키운다. 카카오 먹통은 일상의 불편 수준이지만, 전력망·통신망·금융망·행정망·송유관 등 국가 기간망의 마비는 국가 안보에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상시 노출돼있어 위험성을 더하고 있다.
초연결 사회의 리스크는 세계 각지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 사이버 해킹 집단이 미국 동부의 송유관 회사를 공격해 석유 공급망을 마비시켰다. 미 정부가 유조차를 총동원해 석유를 실어 날라야 했고, 결국 송유관 회사가 범죄 집단에 거액의 뒷돈을 지급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2015년 우크라이나에선 해커들이 발전소 중앙 시스템을 마비시켜 전국 규모 정전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13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로 은행 5곳의 금융 전산망이 다운됐다. 그 이듬해엔 카드사의 메인 서버가 털려 수백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고 후 정부는 북한의 EMP(전자기 펄스) 공격에도 데이터 보호가 가능한 지하 벙커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비용 분담을 두고 금융사 사이 이견이 계속되다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매사 이런 식이니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사고 규모는 더 커진다. 카카오 먹통은 2018년 통신망 마비를 촉발한 KT 지하 통신구 사건의 원인이었던 백업 시스템의 부실을 또다시 드러낸 것이다. 카카오는 2012년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4시간 동안 서비스가 중단된 전력이 있는데 10년이 지나 계열사 128개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는데도 똑같은 문제를 반복했다. 카카오는 올 들어서도 QR 체크인 오류(2월), 카카오톡 선물하기 접속 오류(7월), 메시지 전송 장애(10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음에도 안이하게 대응해 오다 결국 초대형 사고를 자초했다. 다른 국가 기간망 분야에서도 이런 오류와 위험이 누적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데이터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방송 통신 재난 관리 대상에 카카오,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국가 행정망·전력망·통신망·금융망·송유관 등 국가 기간망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와 기업들은 경각심을 갖고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도록, 사고 가능성을 수시 점검하고 실전과 같은 훈련을 통해 신속한 복구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