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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3 03:30
셰익스피어 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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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장면. /쇼노트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에 빠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실제 이야기다? 199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총 7개 부문을 휩쓸었던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연극으로 제작돼 오는 26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됩니다.
셰익스피어와 크리스토퍼 말로 등 희곡 작가들이 대거 활약했던 '연극의 시대'가 스크린을 벗어나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는 셈이죠. 2014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 연극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 연극 '광부 화가들' 등으로 유명한 작가 리 홀(Lee Hall)이 각색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았어요.
셰익스피어의 애틋한 사랑
극의 배경은 1593년 영국 런던입니다. 촉망받는 신인 작가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에델, 해적의 딸'이라는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고 있었죠. 공연 제작에 앞서 오디션이 열렸는데, 셰익스피어는 토머스 켄트라는 이름의 눈에 띄는 남자 배우를 만나게 됩니다. 사실 켄트의 정체는 부잣집 딸 비올라였어요.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여성이 무대에 오를 수 없었거든요. 비올라는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보고 대사를 외울 만큼 연극을 사랑하는 여성이었고, 결국 남자로 분장해서 오디션에 참가하는 위험을 감수한 거죠.
비올라의 열정과 미모에 반한 셰익스피어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비올라는 귀족 에섹스와 정략결혼을 하고 머나먼 미국 땅 버지니아로 떠나게 돼 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앞둔 셰익스피어와 비올라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실존 인물들, 실제 장소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셰익스피어가 활약하던 엘리자베스 시대의 실재 인물이 등장합니다. 배경을 이해하고 보면 훨씬 재미있어요.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16세기 영국은 대변혁의 시기였죠. 음악과 춤, 시와 연극을 사랑하던 여왕의 비호 아래 문화 예술은 꽃을 피웠습니다. 비범한 꿈을 품은 젊은이들은 런던으로 몰려들었고, 셰익스피어 역시 고향을 떠나 런던에 도착해 대문호(大文豪)의 길을 걸었죠.
극의 배경인 '로즈 극장'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으로 공연됐던 장소예요. 지금으로 치면 공연 프로듀서였던 필립 헨슬로는 1587년 로즈 극장의 문을 열었죠. 당시 다른 극장 구조와는 다르게 무대의 2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었는데, 로미오가 줄리엣의 발코니를 넘나들며 사랑을 속삭이는 데는 이만한 극장이 없었답니다.
셰익스피어의 친구이자 당시 유명 극작가였던 크리스토퍼 말로가 셰익스피어와 비올라의 사랑을 연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상상을 더한 장면도 흥미로워요. 당시 말로의 인기는 대단해서 로즈 극장의 개관 기념작으로 무대에 오른 말로의 '탬버레인'을 보기 위해 그야말로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고 해요.
말로는 영국에서 '르네상스 연극'을 확립한 중요한 인물로 손꼽히는데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르네상스 연극은 중세 종교극의 형태를 벗어나 지금처럼 희·비극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연극을 말하죠. 이 시기 연극은 독자적인 장르로 발전했고, 점차 근대적 인간상을 담아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1593년, 런던의 동부에 있는 한 여관에서 결투가 일어나면서, 말로는 오른쪽 눈을 검(劍)으로 관통당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해요. 많은 음모론이 떠돌았지만 죽음의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죠. 이렇게 천재 작가 말로는 29살의 젊은 나이에 죽고, 셰익스피어는 인생의 훌륭한 경쟁자를 잃고 맙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들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38편의 희곡 외에도 154편의 소네트를 남겼는데요. 소네트는 14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를 의미해요. 1609년에 출간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모음집은 사랑·아름다움·죽음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깊은 사색이 담겨 있죠.
"그대를 여름날에 비교할까요? 그대는 더 사랑스럽고 따스합니다." 비올라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쓰인 이 구절은 '셰익스피어 소네트 18번'의 첫 문장으로도 유명해요. 셰익스피어 소네트가 등장하는 또 한 편의 공연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사후 벌어진 위작 논란 사건을 창작 뮤지컬로 만든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5월 28일까지)입니다.
이 뮤지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나고 180년 뒤인 1796년 런던,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와 그의 아버지 윌리엄 사무엘 아일랜드 부자는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 '보르티게른'을 발견했다며 무대에 올리죠. 하지만 셰익스피어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낮은 공연은 하루 만에 막을 내리게 됩니다. 결국 아들 윌리엄은 '보르티게른' 희곡이 위조된 것임을 고백합니다.
아들 윌리엄은 극 중 셰익스피어 소네트 130번을 읊습니다. "나는 붉고도 흰 장미는 본 적 있지만, 그녀의 뺨에서 그런 장미를 본 적은 없습니다." 연인의 외모를 한껏 깎아내리는 의문의 내용이지요. 물론 이 소네트는 마지막 행에 이르러 반전을 드러냅니다. "나는 맹세코, 나의 사랑이 더욱 진귀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짓된 비유로 그녀를 포장하는 것보다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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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장면.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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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의 초상(왼쪽)과 크리스토퍼 말로의 초상(오른쪽).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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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9년 출간된 셰익스피어 소네트 시집 표지.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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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의 한 장면. /컴퍼니일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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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 기획·구성=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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