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개항하는 새만금신항·124주년 군산항… 전북의 글로벌 거점 항만으로 육성
새만금신항
국내 최초 인공섬식 항만
2040년까지 5만t급 정박 가능
군산항
중국·동북아시아 관문
국제복합운송 거점으로 거듭나
김정엽 기자
입력 2023.03.29. 03:00
전북 군산시에 있는 새만금 동서 2축 도로 교량 밑으로 어선이 지나가고 있다. 새만금 신항만과 연결된 이 도로는 총연장 16.5㎞로 새만금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전북도 제공
올해 개항 124주년을 맞은 전북 군산항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다. 일본은 자국에서 쌀 수요가 늘어나자 호남평야에서 생산되는 쌀을 실어 내기 위해 개항을 요구했다. 대한제국 정부는 1899년 5월 군산항을 외국에 개방했다.
개방 이후 군산항은 순식간에 상전벽해의 땅이 됐다. 도심엔 신식 건물이 들어서고 쌀을 군산으로 운반하기 위해 전주~군산 도로와 익산~군산 철도가 생겼다. 당시의 화려했던 모습은 군산 내항 곳곳에 남아있다. 간조와 만조의 수위 변화와 무관하게 대형 선박을 접안시키기 위해 조성한 시설인 ‘뜬다리 부두(부잔교)’가 대표적이다. 뜬다리 부두는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719-1호로 지정됐다.
당시 항구 주변 건물들도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근대 이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옛 군산 세관은 대표 관광지로 변했다. 1922년 신축한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근대건축관’으로, 일제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은 ‘근대미술관’으로 운영 중이다.
광복 이후 군산항은 무역항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다 산업화 시대를 맞아 활기를 되찾았다. 군산 외항이 1979년에 완공됐고, 1990년대부터 군산·장항국가산업단지 지원과 중부권 화물운송의 거점 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한 군장신항만 개발계획이 수립됐다.
이 계획에 따라 1995년 2만t급 3선석 규모의 제3부두와 1997년 2만t급 1선석 규모의 제4부두(자동차전용부두)가 준공됐다. 2004년에는 5만t급 2선석, 2000TEU급 2선석 규모의 컨테이너·양곡 전용부두인 제6부두가 건립됐다. 현재는 5만t급 2척 등 36척의 대형 선박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부두시설이 확보되어 있어 상시 접안이 가능하다. 창고 23동(13만8000㎡)과 대규모 야적장(138만7000㎡)까지 갖췄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28일 “군산항은 중국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관문이라는 지리적 여건을 활용해 국제복합운송 거점항구로 거듭났다”며 “군산·장항국가공업단지, 군산국가공업단지로 들어가는 호남 지방의 관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군산항은 오랜 시간 전북 경제를 이끌어 왔던 곳”이라며 “2026년 새만금 신항만까지 개항하면 전북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물류 거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로 향하는 새만금신항
새만금 신항만은 새만금 산업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화물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건립된다. 새만금 방조제 전면 해상에 계획된 국내 최초 인공섬식 항만이다. 새만금 신항만 사업에는 예산 3조2476억원이 투입된다. 2040년까지 5만t급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부두를 만들 예정이다. 총 9개 선석이 들어선다. 먼저 2026년 연간 176만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2개 선석과 배후 물류 부지 13만6000㎡가 만들어진다. 새만금 신항만은 1단계로 2030년까지 부두 6선석, 2040년까지 3선석을 갖추게 된다.
전북도 관계자는 “새만금 신항에서 중국 청도항까지 거리는 580㎞에 불과해 중국 수출 기지와 동북아 물류 중심항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심도 14m 이상으로 깊어 대형 선박이 자유롭게 입출항할 수 있기 때문에 서해안 항구 중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새만금 신항만이 첫 삽을 뜨기까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새만금 신항만은 군산항 앞바다에 토사가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대형 선박의 입출항이 원활하지 않아 수십 년 전부터 그 필요성이 대두했다. 당시 해운항만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2년 고군산지역 신항만 입지조사를 시작했다. 1996년 기본계획용역을 거쳐 1999년 신항만 건설 및 예정지역을 심의·의결했다.
하지만 ‘새만금 내부개발계획 수립 때까지 유보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2001년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사업이 다시 추진됐지만, 한 차례 더 중단되기도 했다. 전북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전북도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에게 새만금 신항만의 조기 개발을 건의했다. 전북도의 끈질긴 설득 끝에 이명박 정부는 새만금 신항만을 정부의 ‘광역경제권 30대 프로젝트’에 선정했다. 이후 새만금 신항만 건설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됐고, 2011년 첫 삽을 떴다. 입지 조사에서 착공까지 30년이 걸렸다.
군산항 자동차 전용부두. /전북도 제공
1921년 군산항 전경. /전북도 제공
◇전북의 쌍두마차 새만금신항·군산항, 글로벌 거점 항만으로 육성
전북도는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을 글로벌 물류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두 항만을 주축으로 전북 지역 항만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만금 내부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올해 항만 관련 사업예산은 전년도 1680억원보다 652억원(38.8%) 증가한 2332억원이다. 역대 최고액을 확보하면서 전북도의 구상이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전북도는 군산항 활성화를 위해 컨테이너 등 화물유치 인센티브 지원을 늘린다.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국발 전자상거래 화물 유치를 위해 특송화물 통관장이 올해 하반기 개장할 계획이다. 통관 대기 시간이 절약되고 물류비가 절감돼 군산항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산항 최대 현안이었던 제2준설토 투기장 사업이 확정돼 올해 기본조사 용역이 시작된다. 앞으로 6년 동안 총 4915억원을 투입해 215만㎡의 투기장을 건설한다. 전북도 관계자는 “향후 30년간 안정적인 준설 기반을 확보해 군산항 경쟁력 강화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새만금신항은 환황해권 거점 항만으로 육성한다. 새만금 내부 개발에 따른 배후 산업을 지원하고 대중국 교역 활성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새만금신항 사업은 오는 2040년까지 총 3조 2476억원을 투입해 부두 9개 선석, 부지 451만㎡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1682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접안시설(부두 2선석), 진입도로 개설, 준설 및 매립 공사 등을 추진 중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분단으로 육로가 막혀 있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해상물류 국가다”며 “실제로 국제 물류의 99%가 해상으로 운송되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신항만은 새만금의 성공을 좌우할 주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배후부지 등 국가재정 사업으로 전환해야”
새만금 신항만 운영의 필수시설인 배후부지 개발은 민간자본 투자로 진행된다. 전북도는 이를 국가재정 투자로 전환해야 새만금신항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만금신항 사업엔 모두 3조 2476억원이 투입된다. 기반시설과 1단계로 구축하는 부두 2선석엔 국비가 투입된다. 하지만 나머지 7선석과 배후부지는 민간자본 투자로 건설된다.
현재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부두 2선석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정상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민간자본 투자로 계획된 신항만 배후부지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민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라 배후부지 개발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인근의 배후 산업과 기존 항만이 활성화 된 평택항, 목포신항 등의 배후부지는 국비로 계획돼 있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북의 새만금신항 배후부지만 민자로 계획돼 있다. 지역 간 형평성과 정부 정책 신뢰도 확보를 위해서라도 국가재정 투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북도의 주장이다.
김관영 도지사는 “새만금신항은 핵심 지원시설로 배후부지가 개발되지 않으면 2026년 개항하는 2선석 부두도 무용지물이다”며 “2026년 차질 없는 새만금신항 개장과 배후부지 국가재정사업 전환을 위해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