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11 하동호 - 삼화실
▣ 일시: 2024.9.14. (토)
▣ 하동호∼평촌마을∼화월마을∼관점마을∼상존티마을회관∼존티재∼삼화실
▣ 도상거리: 10.15km 정도 (하동호에서 삼화실까지)
▣ 소요 시간: 3시간 51분
11코스는 약 10km로 조금은 아쉽고, 12코스까지는 26km로 너무 부담스럽다. 그래서 서당마을에서 마치기로 했으나 날씨가 너무 무더워 결국 삼화실에서 마쳤다.
하동호-삼화실 구간은 징검다리로 시냇물을 건너보기도 하고 역사적인 인물과 익살스러운 장승도 만났다. 삼화실 안내소에서는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히고, 땀에 젖은 몸을 깨끗이 씻을 수 있었다.
산중호수 하동호를 뒤로하고 하동호로 인해 실개천이 된 황천강을 징검징검 건너니 평촌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신라의 마지막 군주 경순왕의 어진을 모신 경천묘가 있다. 신라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후회와 자책감, 백성들의 고통을 떠올리며 큰 슬픔을 느끼고 찬란했던 역사를 가진 왕조의 몰락과 자신의 운명에 대한 체념, 어려운 상황에서 리더가 당면한 고독과 고뇌가 느껴지는 초상화가 있다는데 촬영 금지다. 그래서 어진은 인터넷을 뒤져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매우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는 경순왕의 어진을 바라본다. 얼굴에는 무거운 책임감과 고뇌가 담겨 있고, 눈빛에는 슬픔과 체념이 엿보인다. 신라의 마지막 왕으로서 왕국을 고려에 넘겨줘야 했던 그의 심정이 이 어진에 오롯이 담겨 있다. 한 나라의 왕이면서도 왕국의 몰락을 지켜봐야 하는 무력함과 비통함이 그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의 굳게 다문 입술과 얼굴에 드러난 엄숙함은 그가 직면한 고통스러운 선택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신하의 예를 갖추어 홀을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은 고려 태조 왕건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나라를 포기해야 했던 순간의 비참함과 함께, 자기 백성을 위한 최선을 선택했다는 절박한 심정을 나타내는 것 같아 숙연해진다.
아, 신라의 하늘이여!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천년의 역사를 내 손으로 무너뜨렸구나!
견훤의 칼날 앞에서 떨고, 왕건의 손아귀에 기대다니!
나는 신라의 왕이었던가, 그저 운명의 노리개였던가?
나는 왕이었으나, 동시에 배신자였도다.
백성들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고, 신라를 멸망으로 이끌었도다.
백성들의 원망이 내 귓전을 때리는구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릴 수만 있다면,
차라리 백성들과 함께 싸우다 죽었어야 마땅했도다.
하늘나라에서 열성조 뵐 면목이 없도다.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받아 마땅하도다.
찬 바람만이 나의 쓸쓸함을 더 하고,
밤하늘의 별들도 신라를 비추지 않는구나!
아, 신라여! 나의 왕국이여!!
아, 암흑이여! 나를 거두어다오.
경순왕이 이러한 회한의 독백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며, 경천묘를 세우고 경순왕의 영정을 모셨던 이색, 권근, 김충한을 모신 금남사 앞에서 짤 한 장 남기고 평촌을 빠져나온다.
뒷산이 반달 모양인 화월마을을 지나고 관점말까지 지나 이름 없는 고개를 넘어 명사마을에 들어서니 돌배나무 가로수가 이색적이다.
배꽃, 복숭아꽃, 자두꽃으로 이름을 삼은 삼화실을 지나 약 3km 더 걸어 서당마을에서 일정을 매조지려 했으나 한여름 무더위를 능가하는 더위로 인해 여기서 일정을 접는다.
하동호 ▲ 묵계천을 가로막아 건설된 하동댐과 함께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청암계곡에 산중호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청암호라고도 한다. 호수 아래로는 횡천강이 흐른다. 주변에 삼신봉 청학동 삼성궁 등의 관광지가 있다. 하동댐 아래에는 하천을 정리하면서 생긴 부지에는 축구장, 풋살경기장, 테니스장, 라이트 시설까지 갖춘 각종 체육시설이 있다.
황천강 징검다리 ▲ 하동댐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인 횡천강 (또는 청암천)은 지리산 삼신봉에서 발원해 남동쪽으로 흐르다가 하동호에서 ‘중이천’을 보탠 물길이다. 명색이 강인데도 하동호로 인해 실개천으로 변했다.
경천묘(경남 문화재자료 제133호) ▲ 신라 마지막 비운의 군주 경순왕의 초상화를 모신 곳이다. 후백제의 견훤이 경주를 공격 경애왕을 죽이고 새로 왕으로 앉힌 인물이 경순왕이다. 왕건이 견훤과의 마지막 싸움에서 이기자 나라를 고려에 넘겨준 뒤, 용화산 학수사로 가서 여생을 마쳤다. 그의 사후 학수사에 사당을 세웠으나, 후세 사람들이 중이리(청암면) 검남산 밑으로 이전했다가 1988년 하동댐이 건설되면서 이곳으로 옮겼다.
경순왕의 어진 (경남 유형문화제 제474호) ▲ 경순왕은 고려의 왕건에게 스스로 투항을 선택해야 했던 비운의 인물이다.
경순왕의 어진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과 역사적 맥락은 매우 깊고 복잡하다. 경순왕이 나라를 고려에 넘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단순히 패배의 선택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생존을 위한 전략적 결단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금남사 ▲ 경천묘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금남사가 이웃해 있다. 고려말 경천묘를 세우고 경순왕의 영정을 모셨던 이색, 권근, 김충한 등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명사 마을 ▲ 도로변 똘배나무 가로수가 이색적인 명사마을이다 .
존티재 대나무 숲 ▲ 하동을 지나는 길에는 대나무 숲을 자주 만난다. 9, 10코스 그리고 버디재를 넘어갈 때도 어김없이 대나무 숲을 만난다.
삼화실 ▲ 삼화실은 세 개의 마을(이정, 상서, 중서)을 합쳐 삼화실이라고 하는데, 삼화는 이정마을의 배꽃, 도장골(상서마을)의 복숭아꽃, 오얏등(중서마을)의 자두꽃을 의미한다.
첫댓글 노익장 ㅡ 이 말은 공곡에겐 필요없는 말이군요. 허리 아픈 것도 참으며 코스별로 완주하다니 의지가 대단하오. 박수를 보냅니다.
☆황천강 징금다리는 징검다리로 알고 있는데.
고마버요. 막걸리 한 잔 올리리다.
ㅡ 박종웅
이고문님 역사문화체험 후기 잘보았어요,
몸은 좀 어떠하십니까?
수술하셔서 몸을 빨리 회복하셔야죠,
앞으로 계속 저희와 쭈~욱 함께 동행하시길 기원합니다.
ㅡ 권수문
오랜만에
역사공부
잘
했습니다
폭염속에
불편하신
몸으로
끝까지 함께 해주신
왕초형님께
마음속 깊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온 가족이 함께 추석명절 잘
보내시고
12구간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ㅡ 최천기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산행기는 늘 많은 지식을 쌓게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안전 산행되시길 기원드립니다.
ㅡ 송준각
이제 쫌 산행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선배님 덕분에 멋진 풍광과 역사적인 장소까지 잘 보았습니다(굿)
ㅡ 박낙원
"대리만족"
친구 글 오면 천천히 읽어요. 문장 구성과 표현이 풍부하고 재미가 있내요. 시니어 기자 직업을 해보시게 ^_^ .
집 부근 문수산 산행을 9월달 계획했으나 못 가고 새달을 맞았네요. 지금 경비근무 중 이네.(9월3일부터 10월말까지) 지금은 신장, 오른쪽 눈이 시력이 안 좋아요.
크게 걱정 마시게. 생활에는 불편하지 않도록 건강을 체크하고 체중 증가 하지 않도록 싸움 질하고 있어요.
공곡 가는 길 순탄하게 뜻을 이루도록 빌께요.
ㅡ Life & Study
고구려 보장왕
백제 의자왕
신라 경순왕
고려 공민왕
조선 순종
망하는 나라의 종말은 그야먈로 처참하기 그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