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리산둘레길 12구간, 비치재넘는길
◉ 2026.8.8., 맑음
◉ 화산1리-화산리 반송-비치재-내서리 광정 복수초마을
▲ 통계표와 주변 등산로 보기
▲ 주변 지형과 고도표
이번 구간은 천왕봉에서 문장대까지 속리산 전체를 바라보며 대구 앞산 높이의 비치재를 넘어가는 비록 짧은 구간이었지만, 날씨가 워낙 더워 엄청 힘든 구간이었다.
동티, 우리 선조의 지혜
이원근(수필가)
화산리 계곡으로 들어서는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발길을 멈추게 하는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처음에는 그저 오래된 나무인 줄 알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범상치 않은 기품이 느껴졌다. 땅 가까이에서부터 굵은 가지를 내어 사방으로 넓게 펼친 반송 특유의 우산 같은 자태는 마치 세월을 품은 노인이 두 팔을 벌려 길손을 맞이하는 모습 같았다.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하늘을 떠받치는 듯한 그 모습은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낸 존재만이 지닐 수 있는 위엄이었다. 천연기념물 제292호 화산리 반송이다.
거친 나무껍질에는 세월이 켜켜이 새겨져 있었고, 그 위를 덮은 푸른 이끼와 싱그러운 솔잎은 여전히 왕성한 생명력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늙음과 젊음이 한 몸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했다. 한참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 나무는 수백 년 동안 이토록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 생각은 오래전 경주에서 근무하던 시절, 기억 하나를 불러냈다.
당시 경주 서악동에서 자란 친구와 함께 무열왕릉비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친구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비석은 없어지고 거북 받침돌과 머릿돌만 산비탈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도 아이들은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어른들이 "거기 가면 귀신이 잡아간다."라며 단단히 겁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결국 무열왕릉비의 거북 받침돌을 지킨 건 그 귀신이었지."
웃으며 들은 이야기였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실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믿음 덕분에 아무도 함부로 손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선조들은 참 지혜로운 사람들이었다. 법도 부족하고 관리의 눈길도 미치지 못하던 시절, 자연과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세워 두었다. 함부로 나무를 베면 동티가 난다. 하고, 신성한 바위를 옮기면 천벌을 받는다고 일러 주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말을 쉽게 거스를 수 없었고, 그렇게 거목과 숲, 오래된 유적은 사람들의 두려움과 공경 속에서 세월을 견뎌 왔다.
마을 어귀의 당산나무도 그러했다. 정월대보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를 올리고 한 해의 안녕을 빌었다. 신이 깃든 나무가 된 순간, 그 나무는 더 이상 땔감도 아니고 건축 자재도 아니었다. 마을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삶의 일부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었다. 선조들은 거목이 바람을 막고, 숲이 물을 품으며,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중심이 된다는 사실을 삶 속에서 터득하고 있었다. 경험으로 얻은 지혜에 신앙이라는 옷을 입혀 후손들에게 전했던 게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과 법률, 제도로 자연을 보호하려 한다. 그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법보다 사람의 마음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선조들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화산리 반송 앞에 서서 수백 년의 바람을 견디며 묵묵히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니, 그 나무를 지켜 준 것은 굵은 줄기나 깊은 뿌리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두려워하고 공경했던 사람들의 마음,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스스로 절제할 줄 알았던 공동체의 양심이 함께 그 나무를 지켜 온 것은 아닐까.
어쩌면 선조들이 후손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거목 그 자체가 아니라, 거목을 거목으로 남게 했던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 후 기
박종웅
이번 구간은 연일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날씨에다 여름 휴가철과 겹쳐 처음부터 불참자 속출로 진행의 어려움을 겪게까지 했지만 다행히도 순조롭게 산행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백두산 천지 여행으로 권 회장님이 불참하고, 반야월 주력 멤버 두 분의 불참으로 자칫 맥 빠진 산행이 될뻔했으나, 새 멤버 안 선생님의 동참으로 무더위의 무력시위를 당당히 이겨내고 속둘12구간을 무사히 완주하였답니다.
산행 시작부터 연신 흐르는 땀으로 힘겨운 일정을 예고하고 있었지만, 화산리 반송부터 비치재까지 오르는 경사 구간은 땀범벅으로 인해 속도감은 점점 떨어지고 힘겨운 일정이었지만 비치재에 도착해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보니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마저 들더군요.
이내 자릴 잡고 민생고를 해결하며 충분히 땀을 식히고 광정마을로 내려서려는데 좁은 외길에 내려가는 하산길도 급경사에 미끄럽기까지 하여 또다시 흘러넘치는 땀으로 막바지도 힘겨운 산행을 경험하게 되었지요.
이번 12구간은 7km 내외의 짧은 거리였지만 짧은 구간만큼이나 너덜 길과 힘겨운 중상급 이상의 난이도를 보이는 일직선의 오름길이 3분의 1이나 되는, 더군다나 요즘 같은 폭염 날씨에는 대단히 힘든 산행이라 여겨지더군요.
그래도 힘든 만큼 그 보람도 더 크다고 생각되며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속리산둘레길에 더 큰 탄력을 받아서 남은 상주 구간은 훨씬 더 수월한 진행이 되리라 희망해 봅니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동참해 주신 9명의 산너머회원님들께 거듭 감사드리며, 찬조금을 희사해 주신 석헌님과 산행 후 정자에서 시원한 맥주와 음료수를 챙겨주신 도 사장님과 아이스크림을 찬조해 주신 천 고문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산너머회원님들 모두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
문경 화산리 반송 1 ▲ 문경시 농암면 화산리에 있는 반송이다. 천연기념물 제292호다.
반송은 소나무의 한 품종으로 밑동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져서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없고 전체적으로 우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수령 약 400살 정도로 추정. 나무의 줄기가 여섯 갈래로 갈라져서 육송이라 부르기도 하며, 나무를 베면 천벌을 받아 죽는다는 믿음이 전해진다.
화산리 반송 2 ▲ 뿌리 부근에 바짝 붙어 아래에서 위로 파노라마 앵글을 맞추어 보았다. 깊게 갈라진 수피는 마치 세월이 새겨진 용의 비늘처럼 굴곡지고 거친 질감이다. 줄기 하부와 갈라진 틈새마다 선명하고 진한 이끼가 비단처럼 두껍게 덮여 있고 초록 이끼와 검붉고 거친 나무껍질의 대비가 살아있는 고목의 생명력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첫댓글 폭염과 한판 겨루기에서 당당히 이겨내신 불굴의 의지에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이고문님과 함께하는 산행길은 문화탐방과 길잡이가 어우러져 늘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래서인지 다음구간이 더더욱 기다려집니다.
이고문님,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따뜻한 말씀에 감사.
기획해 주시고 함께 걸어주시는 덕분에 우리 모두 늘 즐겁고 행복합니다.
폭염도 함께 이겨낸 만큼 다음 구간도 건강하고 즐겁게 걸어 보자구요.
ㅡ 우성태
폭염 앞에는 장사가 없더이다.
역시 잘 댕기시는 선배회원님들 따라 오르막 치고 올라가면서 느낀게 아~~
이카다가 골로 가는가 싶데요~
고생들 마니 하셨습니다.
나날이 건행하시기를~~~^^
ㅡ 천인교
함께 해서 즐거운 산행 이었습니다.
다음 달에도 계속 같이 함께 합시다.
그리고 이고문님 매번 너무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ㅡ 권수문
연일 기록적인 폭염에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소인은 참가하지는 못 했지만 산행기를
읽어보니 당시의 악전고투가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저가 참가했다면
만에 하나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소나무를 중요시하며
다른 수종은 모두 잡목이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그것은 소나무가 그만큼 우리 민족의 정신을
잘 표현하면서, 또한 기품있고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함께 해 주신 모든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9월에 다시만날 것을
기약하겠습니다.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ㅡ 안덕용
형님! 오늘 고마웠습니다.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ㅡ 서중권
대단한 친구
등산 마니아 중 마니아
덥다 건강 잘 챙기시고
안전 조심 하시구.
ㅡ 여인태
어르신분들 더위에 조심하세요.
응원합니다 .
ㅡ 최천기
화산리 반송 모습이 오랜 세월의 풍파를 감내한듯 합니다,
아직 늦더위 기세가 대단합니다,
ㅡ 이승재
선생님 !
오늘은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날씨가 많이 누구러 졌네요.
그동안
폭염과 무더위에
고생 많으셨고
언제나
건강관리에 유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 건강하세요 "
건강조심하시며 종주하십시요.
ㅡ 김종배
이선생님
조금 더위가 누그러졌다캐도 아직 덥습니다.
속리산 둘레길 12구간 비치재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완전 없어 지진 않았겠죠?
팔순을 넘어서 대단하십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무더위와 가파른 비치재를 이겨내신 아홉 분 모두 정말 대단하시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공곡님
좋은 길과 좋은 글 오래오래 이어주시고
남은 속리산둘레길도 모두 건강하게 완주하시길 응원합니다.
응원의 말씀 고마버요.
"정상에 오르는 것도 실력이지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게 진짜 산행이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ㅎㅎ
@이원근 👍 👍 👍 👍 👍
ㅡ 정문희
올해 같은 더위는 정말 견디기 힘드는데ᆢ
속리산 산행 주관하시고
리드로서 봉사까지~^
의지력이 대단하십니다.
살아생전에 산을 좋아했었던 옆지기 얼굴이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ㅡㅡ아픈 추억이 있으시군요.
언제나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더위 속에서도 산을 오르다 보니 저 역시 옛 추억과 그리운 얼굴들이 많이 떠오르네요.
옆지기님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 오래 간직하시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ㅡㅡㅡ공곡님의 진심이 전율되어 제 맘 억수로
편안합니다
한번뿐인 인생^^
우리
아껴 가면서 살아 가야겠지요?
조심 또 조심하시면서
멋진 산행 연속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