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 저녁프로인 휴먼 행복드라마 “김탁구”가 안방을 강타, 시청률 40%를 돌파하였다고 한다. “진짜 빵쟁이” 김탁구와 함께 극중 주인공들은 김탁구의 첫사랑 신우경, 탁구의 라이벌 구마준, 탁구, 미준과 삼각관계에 있는 양미순이다.
많은 시청자들은 TV 스크린에 오직 “제빵왕 김탁구”로만 쓰여져 있기 때문에 “탁구”라는 음에 그 어떤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필자만이 아니었나 보다. 김탁구로 분한 “쉬운” 남자가 아닌 베풀 시(施), 믿을 윤(允)의 뜻을 가진 미남 탤런트 윤시윤(尹施允)이 연예프로에 출연하여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였던 “탁구”라는 이름에 대한 의문을 높을 卓(탁) 구할 求(구)라고 풀이하여 주었다고 한다.
극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그 이름 석자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한 인간의 역전, 성공스토리가 담겨져 있는 드라마구나 하는 것을 “이름 석자”로 간파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한글을 폄하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한글만으로는 한국인의 정서, 사상, 그리고 한국의 역사, 학문, 전통종교, 그리고 가문의 족보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영역을 표현, 전달, 전수시킬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공사 관련기사에서 “보”라는 단어가 지상에 자주 등장한다. 한글로 “보”라고 써 놓으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논에 물을 대려고 둑을 쌓고, 흘러가는 냇물을 막아 두는 곳을 洑(보)라고 한다. 한상렬이란 작자의 무단방북으로 “련방통추”하는 단체가 신문에 자주 오르내린다. 마치 외계의 단어 같아 보인다. 聯邦統推의 약자였던 것이다.
지난 주 모 언론매체에서 소위 SKY 대학을 포함하여 7~8개 대학 졸업반 재학 중인 40~50명의 학생들, 그것도 한자 2급 이상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들에게 大韓民國을 쓰라했더니, 완성시킨 학생은 극소수였으며, 대부분 國자, 특히 韓자를 제대로 쓴 학생이 없었다고 했다. 월드컵 응원 깃발에 “大~한민국”이라고 썼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언어는 두 가지로 구성된다. 말과 글이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의 글이 “한글과 한자”일진데 젊은 세대들의 한자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 누가 부인하랴?
한글은 음만 전달하는 수단이다. 뜻)이 담겨져 있는 글이 아니다. 영어로 Korean Language School은 “한국어”학교이지 “한글”학교가 아니다. 미주를 포함한 해외에 엄청난 수의 한글학교가 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라면 “한글학교”라는 간판부터 내려야 한다. 한글은 한국어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가르치는 교사들부터 생각과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많은 교사들에게 한자가 우리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까지 그런 생각이 전염되어 가는 것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형용사, 부사, 의문사, 감탄사, 전치사, 토씨 등을 제외하면 명사의 90%는 표의문자인 한자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글지상주의라는 미혹에 빠지고, 미망에 사로 잡혀 반문맹이 되어 버렸다. 이것은 자주도 주체도 아니다. 자신을 알려거든 역사를 알아야 한다. 조상들이 쓰던 문자를 모르고 어찌 자주와 주체를 말할 수 있겠는가? 세종로에 건립하여 놓은 세종대왕 석상에는 世宗大王이라는 한자도 병기하였어야 했다.
한자는 표의문자로 사고케 하는 문자다. 사고하게 하는 문자이기 때문에 언어 교육을 통하여 인본 인성교육이 저절로 되어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언어 면에서 한민족은 축복받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를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두 나라를 제외한 그 어느 민족도 두 가지 문자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생각은 행동을 바꿀 수 있다. 행복하고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교육도 훈련도 흔쾌히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른들이 다음 세대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여 주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한태격 / 뉴욕 평통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