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는 한때 귀한 음식이었다. 한달에 한번 있는 외식 때나 먹을 수 있는 중국집으로 치면 탕수육과 동급 정도인 음식이었다. 지금은 흔하다 못해 분식점에서 조차 잘 시켜먹지 않는 저렴한 느낌이 나는 음식인데 그땐 돈까스를 먹는 날만 기다렸다.
돈까스 뿐만 아니라 처음에 나오는 스프가 어찌나 맛있던지 핥핥 핥아 먹다시피 했었다.
요즘엔 그런 옛날 돈까스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부산 남포동엔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이승학 돈까스인데 여긴 본점인데 서면 등에 체인이 몇몇 있다고 들었다.
일본식 돈까스와 비슷한 가격이다. 가장 기본인 돈까스는 4,500원이고 돈까스 정식은 두배인 8,000원 인데 정식은 돈까스, 생선까스, 왕새우까스, 함박스테이크가 골고루 나온다. 평소 같으면 돈까스를 주문했을 텐데 요즘엔 항상 배가 고파서 돈까스 정식을 주문했다.
자리에 앉으면 옛날에 돈까스를 먹던 것처럼 스프를 내어 준다. 하지만 내가 옛날에 즐겨 갔었던 양분식집에서 먹어봤던 그런 맛은 아니라 아쉽다. 그곳의 스프는 뭐랄까? 훨씬 담백하고 고소하고 느끼한 맛이었다. 어릴적이라 미화해 기억하는 것 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맛은 슈퍼에 파는 싸구려 분말 스프가 아니라 루를 만들어서 정성껏 끓인 수제 스프 같았는데 그 스프를 제공하던 곳은 없어진지 오래다.
돈까스는 커다란 돈까스 한장, 정식은 새우, 생선, 돈까스, 비후까스가 나온다. 튀김 상태는 덜 하지도 더 하지도 않은 적절한 상태로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상태라 만족스럽다. 다만 돈까스의 두께가 조금 더 두꺼웠으면 하는 바람은 있는데 일본식 돈까스에 비해 다소 얇다는 느낌이 든다.
전체적인 맛은 옛날 조르고 졸라서 외식하러 갔던 그런 양분식집의 돈까스 맛이다. 정겹고 추억이 깃들어 있는 맛이라 아주 맛있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꽤 괜찮은 편이다.
어릴적으로 돌아 간 것처럼 꺄르르~ 웃으며 칼질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후식이 제공되지 않는게 아쉽지만 가끔씩 와서 옛날에 먹던 돈까스를 추억하기 좋은 곳이다.
돈까스를 먹고 날이 추워 한 까페에 들어갔는데 각설탕의 포장이 옛날에 보던 그런 포장이었다. 그래서 학을 접어 놓았더니 꼭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새색시, 새신랑 학 같이 보인다. 결혼하니 좋니?
위치: 부산 남포동 자갈치역 피프광장 근처 상호: 이승학 돈까스 전문점 메뉴: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비후까스, 생선까스 가격: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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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맛있는 남자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미상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