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부터 '2017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7일(금) 독일과의 첫 경기에서 3대1로 승리한 우리 대한민국 대표팀.
저는 승리 소식을 먼저 접한 다음, 토요일에 재방송으로 접했는데요. 많은 보도에 나온 대로, 역시 김미연 선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IBK의 레프트, '똥머리장인' 김미연 선수는 박정아 선수를 대신해 경기 중반 투입되면서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원래부터
서브에는 강점이 있었고, 여기에 리시브까지 잘 버텨주면서 역할을 잘해줬습니다.
또 한 명 눈에 띈 선수는 현대건설의 리베로 김연견 선수(사진). 이번 대회 명단에도 리베로(Li)로 적혀있긴 한데
이번 경기에서는 원포인트로 교체돼 서브를 넣고, 동시에 후방 보강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짧았다 길었다 서브도 잘 들어갔고, 김해란 선수와 함께 몇 차례 인상적인 수비도 있었습니다. 홍성진 감독의 아이디어인가요? 여튼 결과는 좋았습니다.
반면 오늘 이른 새벽에 있었던 불가리아와의 경기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저는 경기 결과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고, 아침 일찍 재방송으로 경기를 봤는데요. 몇 가지 그냥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보겠습니다.
일단, 지난 2013-14 시즌 흥국생명에서 뛰었던 엘리사 바실레바(사진) 선수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나름 V-리그를 씹어먹었던 선수인데, 여전히 불가리아 대표로 건강하게 활약하고 있었네요.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오늘 경기는, 독일과의 첫 세트에 비하면 우리 선수들 몸놀림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였지만
그래도 별반 우리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던, 답답한 경기였습니다.
범실이 많았던 불가리아와의 승부를 치고 나가야할 때 그러지 못했고, 불안한 리시브 속에 시원한 공격 몇 번 없었습니다.
박정아 선수는 큰일이네요. 표정도 어둡고 자신감도 많이 없어 보이고... 올시즌 도로공사로의 이적에서 공격력은 확실히 업그레이드 시켜주겠지만, 도공에서는 누가 수비를 할 지. 새로 뽑은 외국인 선수도 수비까지 되는 올라운드형이 아니고, 다른 국내 레프트 자원도 다 고만고만하고... 아예 공격력으로 밀어부치던지, 아니면 의외로 힘든 시즌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염혜선 세터에 대해서는 소속팀 현대건설에서 '그래도 꽤 국내 선수들과의 호흡은 잘 맞는 세터다'라는 생각은 갖고 있었는데, 역시 다른 국내 팬들의 걱정보다는 무난한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세터답지 않게 리시브와 디그도 몇 차례 멋진 장면을 보여주었고,
창의적이고 번뜩이는 토스는 없었지만 그래도 무난하고 견고한 토스워크를 선보였습니다. 서브도 괜찮았고요.
김해란 리베로의 수비에 앞서 언급했던 김연견 선수도 힘을 잘 보태줬고요. 역시 결과가 좋지 못했다 보니까 크게 할 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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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그랑프리 대회를 보면서, 저 나름대로 저만의 여자국가대표팀을 한 번 구상해봤습니다.
일단 윙스파이커로 에이스 김연경 선수와 이재영 선수! 세계 최고 수준의 김연경 선수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재영 선수도 나이에 비해 공격과 수비 모두 노련하고 센스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대회에는 부상으로 불참했습니다.
아포짓스파이커로는 IBK의 김희진 선수. 솔직히 몸이 좀 불었을 때에는 아쉬움이 참 많은 경기력인데, 그래도 요즘에는 몸 관리가 잘 되고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이만한 아포짓스파이커를 찾아볼 수 없네요.
센터로는 김수지 선수와 양효진. 김수지 선수도 빠른 발의 이동공격에 센스가 돋보이고, 항상 꾸준하게 제 몫을 다해줍니다. 190cm 신장의 양효진 선수도 빼놓으면 키가 아깝죠. 큰 키를 바탕으로 한 블로킹에 서브에서도 강점이 있습니다.
김사니 선수의 은퇴와 이효희 선수의 노쇠화로 큰 공백이 생긴 세터 자리는 가장 큰 고민을 주었습니다.
6개 각 팀의 모든 세터를 다 둘러보면서 결론은 '일단 염혜선'이었습니다. GS나 도공, 또는 인삼이나 흥국에 비해 현대건설 경기는
상대적으로 덜 보게되지만, 그래도 현재 국내 세터들 중에는 가장 안전하고 무난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리베로는 역시 김해란. 나이 걱정은 접어두고, 역시 갑(甲)입니다.
백업으로는, 우선 GS칼텍스에서 3명, 이소영, 강소휘, 나현정(사진 왼쪽에서부터 1~3번째) 선수를 뽑았습니다.
이소영-강소휘 두 선수는 이번 대회 국가대표로도 선발되었으나 부상으로 아쉽게 낙마했죠. 특히 강소휘 선수는 담대한 심성에 시원시원한 공격력으로 최근에도 꽤 괜찮은 국가대표 경기를 선보였었죠. 소속팀에서나 국대에서 모두 키웠으면 하는 자원입니다.
김해란 선수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리베로는 나현정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GS의 두 시즌 경기를 모두 봤을 때, 기본적인 리시브에 미친 디그까지 실력이 상당합니다. 개인적으론 김해란-나현정-김연견 이 순서대로 계보가 이어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네이버 프로필에서 통일적으로 사진을 가져왔는데, 너무 옛날사진 아닌가요, 현정씨?)
센터 백업으로는 역시, 이번 국대팀에서 부상으로 중도하차한 배유나(도로공사, 네번째)에 한수지 선수를 뽑았습니다.
두 선수 모두 기본적으로 배구센스를 충분히 갖추고 있고, 소속팀에서는 멀티 플레이어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죠.
마지막으로 또 한 명의 세터는 흥국의 주전세터 조송화 선수(다섯번째)를 선택했습니다. 국내에서의 인기나 인지도상으로는 현대건설의 이다영선수도 있지만, 건강하기만 하다면 기본적인 세터로서의 자질은 조송화 선수가 더 인상적입니다.
이소라 선수는 진짜 아닙니다. 서브에 확실히 강점이 있기는 하지만, 서브하는 걸로 세터를 뽑으면 안되잖아요? 소속팀 도공에서도 아직 기복이 많고 투박한 플레이로, 많이 부족합니다. 이번에도 차라리 이다영이나 더 젊은 선수를 데려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네요.
다 뽑아놓고 보니 현재의 국가대표팀 모습(구성)과 거의 비슷하네요. 부상으로 아쉽게 중도 탈락한 선수들을 빼면...
여튼 우리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이렇게 뜨거운 여름에 얼굴들을 보니까 배구팬으로서 반갑고 좋습니다. 오늘 밤에도 카자흐스탄과의 경기(22시30분)가 있는데, 부디 멋진 경기를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세계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동경 올림픽일진데 김연경 하나로는 집중 불로킹으로 힘을 쓸 수 없고
쌍포를 장착해야 하는데 세계 무대에서는 장신 앞에 이재영은 위협이 될 수 없고
기대주로는 고 1인 정호영이 무럭무럭 자라주어야 할 듯 하고
세터는 염혜선으로는 안되고 불로킹 높이가 더 나은 조송화나 이다영이 기량이 더 성장을 해주어야 할 듯 합니다.
저번 올림픽 때 일본 국가대표 세터가 길게 밀어주는 볼 배분 등 속공 플레이에 능하고 잘 하긴 하더군요.
안 그래도 요즘 보도를 보면, 김연경 선수를 대체할 자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상당히 많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공감합니다. 당장 국제대회에서 이기고 우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연경 선수 은퇴하면 어떻게 될 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재영 선수는 그래도 담대하고, 공격력에 있어서 나이에 비해 노련하고 센스도 있어보여서 좋게 보고요.
이다영 세터도 올 프로시즌이 정말 중요한 전환점이 되겠습니다. 한 팀의 주전 세터로 자리 잡느냐, 실력에 비해 외모로 관심만 받는 그저 그런 '선수'가 될 것이냐... 개인적으로도 이다영 선수의 성장을 기대합니다. 김사니 선수도 없고 이효희 선수도 은퇴가 가까워졌고... 세터가 없어요. 세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