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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례를 서다.
백명조
친구의 부탁을 받았다.
딸 결혼식 때 주례를 맡아 달라는 것이다. 꿈에도 생각 해 본적이 없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친구는 남편과 딸, 그리고 사위 될 사람에게 오래전부터 생각해 둔 친구에게 주례를 부탁할 것이라고 양보를 받아 놓았다는 것이다. 꼭 응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신신 당부를 한 일방적인 통보다. 주례?, 글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혼인하는 당사자의 은사도 아니고 사회의 저명인사도 아니며 더군다나 여자인 나를 주례를 서 달라는 친구의 부탁이 당혹스럽다.
내 친구는 중학교동창이며 결혼해서는 부산에 살면서 자주 만나는 사이다. 상냥하고 인정이 많으며 지혜롭게 남편 보필도 잘 하고 시부모 양친을 구십 중반까지 잘 모셔 동래구에서 효부 상을 받은 친구다. 남편은 모 회사에 상무이사직으로 퇴임을 한 분이며 큰 딸은 모 대학에 전임강사다. 결혼할 작은 딸은 중국유학을 다녀와 중국어 통역관으로 일하며 사위 될 사람은 서울에 있는 명문대 출신이다. 이런 집 혼사에 감히 나 더러 주례를 맡아 달라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친구는 자기 부탁을 들어 줄 것으로 믿겠다고 하여 실랑이가 오고가기를 여러 번 이였다.
중간 중간연락이 왔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열심히 거절을 했다.
결혼식 보름을 앞든 어느 날이다. “친구야 무례한 부탁이지만 능히 너는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네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네 생활 지침서 중 한 마디만이라도 우리 딸에게 들려주면 고맙겠다.” 고 했다. 애들 혼사가 있을 때 꼭 주례를 부탁 할 거라고 오래 전부터 염두에 둔 일이란다. 나는 그만큼 못한다고 했으면 친구가 내 뜻을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이러다간 낭패 날 일이 생길 판이다.
거절을 거듭 하다가 이제는 날짜가 코앞이다. 하는 수없이 주례준비에 마음이 바빠졌다.
급하게 예쁜 한복도 한 벌 맞추고 주례사 원고도 작성했다. 그렇게 못한다 해놓고는 막상 주례사를 써보니 할 말이 참 많았다. 하나 주례사가 길지 않게 7분 이내 분량으로 수정을 거듭하고 거울 앞에서 연습도 했다.
예식은 서울에 있는 000예식장이다. 전통도 있고 규모가 큰 예식장 이었다.
하객들은 준비된 버스로 뒤에 올라오고 나는 혼주와 함께 열차편으로 일찍 식장에 도착하여 사회자와도 대면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예식이 시작 되자 여자 주례자를 보고 하객들이 놀라는 분위기다. 이 식장에서도 여자 주례는 처음이란다. 주례사를 할 때는 식장 안이 너무 조용하여 놀랄 정도였다.
모든 분들이 진심으로 경청 해 주는 분위기였다.
주례사는 내가 전하고 싶은 내용이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했다. 하지만 진행 순서에 실수라도 할까봐 신경이 쓰였는지 식이 끝날 무렵에는 입안이 말랐다. 평소에도 대범한 면이 조금 있긴 하지만 담담하게 무사히 예식을 잘 마치고 큰 박수를 받았다.
혼주로 부터도 몇 번이고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역시 내 믿음대로 아주 잘 해냈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친구야” 다정다감한 내 친구 혼주가 건네는 인사다.
부산에서 올라온 하객들 중에는 아는 분들이 많았다. 다들 깜짝 놀란다.
전문적으로 주례를 서느냐고 묻기도 했다. 잘 모르는 분들도 주례선생님 너무 잘 했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하객으로 온 동기생 친구도 잘 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듣기 좋아라고 하는 소리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스타가 된 기분이다.
받은 사례금은 신혼여행 잡비에 보태 쓰라고 신부 손에 쥐어주었다. 먼 길까지 와서 축복해 준 것만도 너무 감사한데 사례금까지 잡비로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많이도 고마워하는 인사말을 들었다.
내 생애 처음 주례를 맡아 새 출발 하는 이 부부에게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혹여 살아가면서 어떠한 시련과 난간에 부닥쳐도 잘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주십사고 부모 같은 심정으로 진심어린 기도를 늘 할 것이며 계속 지켜 볼 것이다.
주례를 하지 않겠다고 친구와 실랑이를 많이도 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뭔지 모르게 뿌듯하고 가슴 설레기도 했다. 다들 나 보고 대단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제안을 해온 내 친구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고집 센 친구 덕분에 꿈에도 생각 못한 색다른 경험도 해 보았다.
동기생 모임에서도 입소문이 다 났다. 다들 혼사가 거의 끝났지만 몇몇 친구들은 자기들 혼사 때도 주례를 부탁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 속내는 앞으로 누구에게서 부탁을 받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절대로 주례는 서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왜냐하면 만일 내가 주례사를 해 주었던 부부가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어려움이 생기면 나 자신의 덕이 모자라서 일어난 일같이 여겨질 것만 같은 책임감 때문이다.
수시로 친구로부터 딸의 근황을 듣고 있다. 지금은 애기엄마가 된 신부와 통화도 했다.
좀 늦게 결혼을 했어도 첫아들도 낳고 알콩달콩 보람되고 재미있게 잘 살아 가고 있다고 하니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딸이 아들을 출산 한 것도 “친구야 네 기를 받아 걱정 없이 아들도 낳고 야무지게 잘 살고 있어. 다 친구 네 덕이야. 내 보배 같은 친구야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하지!” 하고 안부를 물어 오는 친구가 있어 행복한 날도 있다.
백명조
오래전부터 수국을 보려면 태종대에 있는 ‘태종사’ 수국 꽃을 구경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나 저제나 몇 해들 벼르다 올해 처음으로 태종대에 있는 “태종사 수국축제”(2016년 제11회)에 가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대중교통편을 이용해 갔는데 영도 초입부터 교통정체가 너무 심해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안타까웠다.
태종사에 들어서니 자그마한 사찰경내와 주변에는 온통 수국 꽃 천지였고 아름다운 꽃들이 각양각색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정말 장관이었다. 이렇게 많은 수국 꽃을 처음 보았다. 축제면적 규모에 비해 꽃도 많았지만 대단히 많은 사람이 모여 들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기대 이상으로 가슴 벅찼다.
태종사 경내는 10여종, 약 3,000그루의 수국꽃나무가 군락을 지어 개화기인 6월부터 7월까지 만개 하여 숲속의 나비와 구름이 되어 꽃 향연을 베풀게 되는 것 같았다.
꽃 가꾸기를 좋아하는 ‘도성큰스님‘께서 40여 년 동안 국내의 명승지 등 산사에서 수집하여 조금씩 심기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 제일의 수국 꽃 군락지로 만들었고 2006년부터 매년 7월초 ’수국꽃축제‘를 연다고 한다. 축제에는 언제나 구경꾼들이 많아 시끌벅적 해야 맛이 나는 법 화목한가족, 사랑스런 연인들, 다정스런 친구들 와작지껄 축제분위기 속에 다들 꽃만큼이나 행복해 보였다. 사람구경 꽃구경에다 아름다운 모습들을 사진에 담다보니 꽃의 모양과 색깔들이 참 많이도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수국꽃나무는 세계 각국에 널리 분포하는데 자생하는 수종으로 우리나라는 대엽종은 남부지방 평지에, 소엽 종은 산간 지역에 자생하며 안개 낀 지역 습지를 좋아한다.
수국은 반 음지 식물로 토양이 비옥하면서도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하루에도 2~3번은 물을 주어야 한다니 이렇게 탐스런 꽃을 피우기까지 온 정성을 쏟아 가꾸신 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아마 이런 수국의 생태로 보아서는 해무가 자주 끼는 이곳이 수국이 잘 자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수국은 토양에 따라 꽃 색깔이 다르다. 토양이 중성일 때는 하얀 색을, 산성일 때는 청색계열, 알칼리성일 때는 붉은색을 피우는데 하얀색 수국위에 백반을 얻고 물을 주면 파란색으로 변하고, 석고 가루를 묻힌 후 물을 주면 붉은 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또한 한 나무에서도 여러 가지 색깔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래서 수국을 살아 있는 ‘리트머스’시험지라고도 하고 칠면조처럼 색이 변한다고 해서 ‘칠면화’(七面花)라 불리기도 한다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다양한 꽃의 색깔들이 하나같이 다 아름답고 예쁘다. 화이트, 그린, 핑크, 레드, 라벤더, 블루, 빈타지한 컬러부터 청순한 컬러까지 너무나 아름다운 색깔들을 다 표현 할 수없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참 드려다 보고 있노라니 아무생각 없이 내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특히 산 수국에는, 가짜 꽃잎에 암술이 있는 탐나 수국과 가짜 꽃잎에 톱니가 있는 꽃산수국이 있다. 일반수국은 꽃은 피어도 결실을 맺지 않는다. 하지만 산수국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니 신기하다. 수국에 얽힌 슬픈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옛날에 아름다운 처녀가 아주 멋진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 멋진 남자가 하얀 수국꽃다발을 선물하였는데 하얀 수국을 선물 받은 처녀는 무척 실망을 했었다. 왜냐면 하얀 수국의 꽃말이 변심이라는 것을 이 아가씨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그렇게 멋져 보이던 그 남자를 멀리하게 되었고 결국은 헤어지게 되었는데 꽃말 때문에 슬픈 사랑으로 끝이 났다. 아마도 그 남자는 꽃말까지 신경 쓰지 않았나 보다.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핸드폰과 쎌카봉으로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예쁜 꽃무리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터라 사진 찍는 시간이 꽤 많이 걸리었다. 아름다운 꽃구경을 하는 것도 좋지만 예쁜 꽃을 사진에 담아와 인터넷에도 올리고 친구들에게도 보내는 것이 내 취미다. 사람들을 피해 열심히 꽃을 찍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꽃구경하고 태종대를 한번 둘러 볼 계획을 하고 갔었는데 꽃구경으로도 시간이 모자랐다. 못내 아쉬움만 남겨두고 서둘러 와도 집에 도착하니 저녁밥이 늦었다. 아름다운 꽃송이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남편의 눈치도 등 뒤로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식사 준비를 했다.
이번 ‘수국축제’ 덕분에 나름대로 수국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노력도 했었고 애쓴 덕분에 수국에 대해서 모르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되었다.
(2016.9.5.)
백명조
친구의 부탁을 받았다.
딸 결혼식 때 주례를 맡아 달라는 것이다. 꿈에도 생각 해 본적이 없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친구는 남편과 딸, 그리고 사위 될 사람에게 오래전부터 생각해 둔 친구에게 주례를 부탁할 것이라고 양보를 받아 놓았다는 것이다. 꼭 응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신신 당부를 한 일방적인 통보다. 주례?, 글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혼인하는 당사자의 은사도 아니고 사회의 저명인사도 아니며 더군다나 여자인 나를 주례를 서 달라는 친구의 부탁이 당혹스럽다.
내 친구는 중학교동창이며 결혼해서는 부산에 살면서 자주 만나는 사이다. 상냥하고 인정이 많으며 지혜롭게 남편 보필도 잘 하고 시부모 양친을 구십 중반까지 잘 모셔 동래구에서 효부 상을 받은 친구다. 남편은 모 회사에 상무이사직으로 퇴임을 한 분이며 큰 딸은 모 대학에 전임강사다. 결혼할 작은 딸은 중국유학을 다녀와 중국어 통역관으로 일하며 사위 될 사람은 서울에 있는 명문대 출신이다. 이런 집 혼사에 감히 나 더러 주례를 맡아 달라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친구는 자기 부탁을 들어 줄 것으로 믿겠다고 하여 실랑이가 오고가기를 여러 번 이였다.
중간 중간연락이 왔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열심히 거절을 했다.
결혼식 보름을 앞든 어느 날이다. “친구야 무례한 부탁이지만 능히 너는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네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네 생활 지침서 중 한 마디만이라도 우리 딸에게 들려주면 고맙겠다.” 고 했다. 애들 혼사가 있을 때 꼭 주례를 부탁 할 거라고 오래 전부터 염두에 둔 일이란다. 나는 그만큼 못한다고 했으면 친구가 내 뜻을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이러다간 낭패 날 일이 생길 판이다.
거절을 거듭 하다가 이제는 날짜가 코앞이다. 하는 수없이 주례준비에 마음이 바빠졌다.
급하게 예쁜 한복도 한 벌 맞추고 주례사 원고도 작성했다. 그렇게 못한다 해놓고는 막상 주례사를 써보니 할 말이 참 많았다. 하나 주례사가 길지 않게 7분 이내 분량으로 수정을 거듭하고 거울 앞에서 연습도 했다.
예식은 서울에 있는 000예식장이다. 전통도 있고 규모가 큰 예식장 이었다.
하객들은 준비된 버스로 뒤에 올라오고 나는 혼주와 함께 열차편으로 일찍 식장에 도착하여 사회자와도 대면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예식이 시작 되자 여자 주례자를 보고 하객들이 놀라는 분위기다. 이 식장에서도 여자 주례는 처음이란다. 주례사를 할 때는 식장 안이 너무 조용하여 놀랄 정도였다.
모든 분들이 진심으로 경청 해 주는 분위기였다.
주례사는 내가 전하고 싶은 내용이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했다. 하지만 진행 순서에 실수라도 할까봐 신경이 쓰였는지 식이 끝날 무렵에는 입안이 말랐다. 평소에도 대범한 면이 조금 있긴 하지만 담담하게 무사히 예식을 잘 마치고 큰 박수를 받았다.
혼주로 부터도 몇 번이고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역시 내 믿음대로 아주 잘 해냈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친구야” 다정다감한 내 친구 혼주가 건네는 인사다.
부산에서 올라온 하객들 중에는 아는 분들이 많았다. 다들 깜짝 놀란다.
전문적으로 주례를 서느냐고 묻기도 했다. 잘 모르는 분들도 주례선생님 너무 잘 했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하객으로 온 동기생 친구도 잘 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듣기 좋아라고 하는 소리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스타가 된 기분이다.
받은 사례금은 신혼여행 잡비에 보태 쓰라고 신부 손에 쥐어주었다. 먼 길까지 와서 축복해 준 것만도 너무 감사한데 사례금까지 잡비로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많이도 고마워하는 인사말을 들었다.
내 생애 처음 주례를 맡아 새 출발 하는 이 부부에게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혹여 살아가면서 어떠한 시련과 난간에 부닥쳐도 잘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주십사고 부모 같은 심정으로 진심어린 기도를 늘 할 것이며 계속 지켜 볼 것이다.
주례를 하지 않겠다고 친구와 실랑이를 많이도 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뭔지 모르게 뿌듯하고 가슴 설레기도 했다. 다들 나 보고 대단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제안을 해온 내 친구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고집 센 친구 덕분에 꿈에도 생각 못한 색다른 경험도 해 보았다.
동기생 모임에서도 입소문이 다 났다. 다들 혼사가 거의 끝났지만 몇몇 친구들은 자기들 혼사 때도 주례를 부탁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 속내는 앞으로 누구에게서 부탁을 받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절대로 주례는 서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왜냐하면 만일 내가 주례사를 해 주었던 부부가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어려움이 생기면 나 자신의 덕이 모자라서 일어난 일같이 여겨질 것만 같은 책임감 때문이다.
수시로 친구로부터 딸의 근황을 듣고 있다. 지금은 애기엄마가 된 신부와 통화도 했다.
좀 늦게 결혼을 했어도 첫아들도 낳고 알콩달콩 보람되고 재미있게 잘 살아 가고 있다고 하니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딸이 아들을 출산 한 것도 “친구야 네 기를 받아 걱정 없이 아들도 낳고 야무지게 잘 살고 있어. 다 친구 네 덕이야. 내 보배 같은 친구야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하지!” 하고 안부를 물어 오는 친구가 있어 행복한 날도 있다.
백명조
오래전부터 수국을 보려면 태종대에 있는 ‘태종사’ 수국 꽃을 구경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나 저제나 몇 해들 벼르다 올해 처음으로 태종대에 있는 “태종사 수국축제”(2016년 제11회)에 가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대중교통편을 이용해 갔는데 영도 초입부터 교통정체가 너무 심해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안타까웠다.
태종사에 들어서니 자그마한 사찰경내와 주변에는 온통 수국 꽃 천지였고 아름다운 꽃들이 각양각색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정말 장관이었다. 이렇게 많은 수국 꽃을 처음 보았다. 축제면적 규모에 비해 꽃도 많았지만 대단히 많은 사람이 모여 들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기대 이상으로 가슴 벅찼다.
태종사 경내는 10여종, 약 3,000그루의 수국꽃나무가 군락을 지어 개화기인 6월부터 7월까지 만개 하여 숲속의 나비와 구름이 되어 꽃 향연을 베풀게 되는 것 같았다.
꽃 가꾸기를 좋아하는 ‘도성큰스님‘께서 40여 년 동안 국내의 명승지 등 산사에서 수집하여 조금씩 심기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 제일의 수국 꽃 군락지로 만들었고 2006년부터 매년 7월초 ’수국꽃축제‘를 연다고 한다. 축제에는 언제나 구경꾼들이 많아 시끌벅적 해야 맛이 나는 법 화목한가족, 사랑스런 연인들, 다정스런 친구들 와작지껄 축제분위기 속에 다들 꽃만큼이나 행복해 보였다. 사람구경 꽃구경에다 아름다운 모습들을 사진에 담다보니 꽃의 모양과 색깔들이 참 많이도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수국꽃나무는 세계 각국에 널리 분포하는데 자생하는 수종으로 우리나라는 대엽종은 남부지방 평지에, 소엽 종은 산간 지역에 자생하며 안개 낀 지역 습지를 좋아한다.
수국은 반 음지 식물로 토양이 비옥하면서도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하루에도 2~3번은 물을 주어야 한다니 이렇게 탐스런 꽃을 피우기까지 온 정성을 쏟아 가꾸신 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아마 이런 수국의 생태로 보아서는 해무가 자주 끼는 이곳이 수국이 잘 자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수국은 토양에 따라 꽃 색깔이 다르다. 토양이 중성일 때는 하얀 색을, 산성일 때는 청색계열, 알칼리성일 때는 붉은색을 피우는데 하얀색 수국위에 백반을 얻고 물을 주면 파란색으로 변하고, 석고 가루를 묻힌 후 물을 주면 붉은 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또한 한 나무에서도 여러 가지 색깔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래서 수국을 살아 있는 ‘리트머스’시험지라고도 하고 칠면조처럼 색이 변한다고 해서 ‘칠면화’(七面花)라 불리기도 한다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다양한 꽃의 색깔들이 하나같이 다 아름답고 예쁘다. 화이트, 그린, 핑크, 레드, 라벤더, 블루, 빈타지한 컬러부터 청순한 컬러까지 너무나 아름다운 색깔들을 다 표현 할 수없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참 드려다 보고 있노라니 아무생각 없이 내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특히 산 수국에는, 가짜 꽃잎에 암술이 있는 탐나 수국과 가짜 꽃잎에 톱니가 있는 꽃산수국이 있다. 일반수국은 꽃은 피어도 결실을 맺지 않는다. 하지만 산수국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니 신기하다. 수국에 얽힌 슬픈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옛날에 아름다운 처녀가 아주 멋진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 멋진 남자가 하얀 수국꽃다발을 선물하였는데 하얀 수국을 선물 받은 처녀는 무척 실망을 했었다. 왜냐면 하얀 수국의 꽃말이 변심이라는 것을 이 아가씨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그렇게 멋져 보이던 그 남자를 멀리하게 되었고 결국은 헤어지게 되었는데 꽃말 때문에 슬픈 사랑으로 끝이 났다. 아마도 그 남자는 꽃말까지 신경 쓰지 않았나 보다.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핸드폰과 쎌카봉으로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예쁜 꽃무리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터라 사진 찍는 시간이 꽤 많이 걸리었다. 아름다운 꽃구경을 하는 것도 좋지만 예쁜 꽃을 사진에 담아와 인터넷에도 올리고 친구들에게도 보내는 것이 내 취미다. 사람들을 피해 열심히 꽃을 찍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꽃구경하고 태종대를 한번 둘러 볼 계획을 하고 갔었는데 꽃구경으로도 시간이 모자랐다. 못내 아쉬움만 남겨두고 서둘러 와도 집에 도착하니 저녁밥이 늦었다. 아름다운 꽃송이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남편의 눈치도 등 뒤로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식사 준비를 했다.
이번 ‘수국축제’ 덕분에 나름대로 수국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노력도 했었고 애쓴 덕분에 수국에 대해서 모르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되었다.
(201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