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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하드로 공항 경유, 마드리드행 환승
히드로에 내려 잠시쉬었다가 다시 마드리드 비행기을 탄다. 수속이 참 복잡하다. 테러를 당해서 그런지 검색이 장난이 아니다. 액체류는 거의 실물반응검사까지 진행한 후 안전한 경우만 통과시킨다.
비행기가 소형에다 기내 서비스도 거의 없다.물한잔도 사먹어야 할판. 승무원이 판매원이다.
2시간반을 비행하여 마드리드 공항 도착.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행기에서 내려 버스로 숙소 이동 20분만에 마드리드 돔 호텔에 숙박.
방에 들어서니 피곤이 엄습한다. 간단히 씻고 잠에 떨어진다. 아내는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딸가닥 소리를 계속낸다. 가방정리 이런저런 소품 정리 등.
★2일차 여정 : 마드리드-부르고스-빌바오
6시 기상 7시 조식 08:20 버스 탑승. 여행 첫날부터 일정이 빡빡하다. 마음을 다잡는다.
버스가 크고 넓직하다. 60명이 탈 수 있는 리무진 버스. 운전기사 알바로의 인상이 참 좋다.
첫 관람지, 스페인 3대 성당의 하나인 부르고스 대성당으로 이동한다. 2시간 30분거리. 고속도로 양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구릉지대의 들판들. 누우런 밀밭과 푸른 감자밭이 끝이없다. 목장의 초지 위에서는 소들이 한가히 풀을 뜯고.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는 공장같은 산업시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11시경 부르고스 대성당에 도착하니 하늘에 닿을 듯이 솟은 첨탑을 중심으로 13~15C 고딕건축양식과 성당의 규모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성모마리아를 모신 내부의 화려함은 로마대성당에 비해 덜하지만 여러 벽화와 조각에서 느껴지는 정교함과 우아함은 손색없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금방이라도 앞으로 쏟아져 내릴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성당 건물의 신묘한 느낌도 또다른 독특한 건축미를 더해주고 있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의 이름에 걸맞은 건축임을 새삼 더 크게 각인할 밖에. 내부와 외부를 모두 다 감상하는데 1시간 반의 시간이 흐르고 밖으로 나오니 현지 주민들의 축제가 펼쳐진다
부르고스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바스에 올라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빌바오로 향한다
빌바오가 가까워 오자 도심풍경은 아연 활기를 띤다. 철광석이나 캐서 생계를 유지하던 이곳이 어떻게 스페인의 숨은 보석이 되고 한해 백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았을 때 절로 깨달아졌다. 미술관의 외적 형상과 모습 그 자체가 예술이다. 아, 어찌 저런 미술관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유일무이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디자인한 프랭크 게리의 뛰어난 건축가적 역량 앞에서 절로 나오는 탄성! 파리의 루브르미술관도 훌륭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또다른 예술적 조형미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내부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별도로 미술관 자체의 예술적 디자인의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한다.
우리나라도 저런 미술관 하나 가질 수 있으면 얼마나좋을까. 공장 하나 더 짓고 회사 하나 더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예술적 창조에 토대한 문화의 힘에서 산출되는 천문학적 경제력은 가히 계산불가다. 예술의 힘 문화의 힘이 한나라의 사회적 자산이 되고 국가성장의 핵심역량이 되는 시대가 지금 아닌가.
천안문 자금성도, 나이아가라도, 그랜드캐년도 없는 우리나라! 무얼 가지고 세계인들을 불러들일 것인가. 히말라야 산맥을 만들어 세울 수도 없고 나이야가라 폭포를 옮겨놓을 수도 없고. 그들이 스스로 찾아 와서 보고 탄성을 지르며 돈을 펑펑 쓰고 갈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 문화를 창조해 낼 수밖에. 한국인 가운데 뛰어난 예술가가 없으면 세계적 예술가를 모셔다가라도 기념비적 건축물을 세우고 그것을 세계에 홍보한다면 그게 바로 우리의 힘이 될 것 아닌가
저녁식사는 제법 고급스럽다. 식탁에 와인이 한병씩 제공되고 스페인 특유의 향과 맛을 살린 수우프와 빵, 고기를 삶아 다진 소스가 제법 먹을만 하다.
한테이블에 함께 앉은 여행 동료와 간단한 자기소개를 주고 받으며 담소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후딱 가버린다.
★3일차 여정 : 빌바오-팜플로나-우에스카
-팜플로나 성당 및 소몰이 축제현장. 그리고 헤밍웨이 찻집 등
9시에 버스에 올라 빌바오를 빠져나가며 도심 주변의 풍광을 바라보니 강을 중심으로 한 각종 주거시설과 건물들이 참 조화롭게 보여 살기좋은 도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11시 30분경 팜플로나에 도착하여 시청사와 주변 거리를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하였다. 식당에서 좌석을 20명이함께 먹는 통합석에 앉아 먹으려니, 한팀을 이루어 여행하지만 서로가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이고 서로에 대한 사사로운 개입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기소개도 없이 벌써 3일째. 서로 마주보고 앉아 먹으려니 조금은 서먹거린다. 음식맛은 좋은 편. 빵 하나가 먼저 나오더니 이어 수우프가 나오고 마지막엔 통오리구이 다리 두개씩이 나오는데, 기름기 전혀 없는 고소한 풍미가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점심을 먹고나와 싸움소들이 투우경기장으로 향하는 일명 소몰이거리를 들러보았다.전통적으로 7월에 소몰이 축제가 이곳에서 벌어지는데, 축제 개막 일주일 전이라 직접 축제를 볼 수는 없었으나, 한창 준비에 바쁜 모습들이 길거리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어 들른 곳은 16세기에 세운 고딕양식의 팜플로나 성당. 규모나 아름다움에서 부르고스 성당에 견줄 수는 없으나 내부에 들어갔더니 중세 성당 특유의 벽화와 미사 제단들, 카톨릭 수난과 박해 당시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헤밍웨이가 오랫동안 머물려 글을 쓴 곳으로유명한 이곳은 당시 헤밍웨이가 자주 들른 카페가 지금까지도 운영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내부에 들어가 그의 동상 옆 의자에 앉아 기념포즈를 취하면서, 노인과 바다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통해 치열하게 살다간 그의 작가정신을 떠올려보았다.
팜플로나에서 우에스카로 이동
피레네 산맥으로 근접해가는 길이어서 그런지 차창밖으로 보이는 산세는 점점 더 거칠어지고 여기저기 피어있는 이름모를 노란 꽃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피곤하다보니 졸릴 만도 하지만, 이국의 멋진 풍경이 오는 잠을 금새 깨워버린다.
이윽고 도착한 우에스카! 작은 도시가 참 깨끗하고 차분하다. 바쁠 것 없는 이곳 사람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아바호텔에 여장을 풀고 시내구경에 나선다
여행 코스에는 없는 곳이지만, 기왕 들은 김에 그 지역의 유명 장소를 찾아보고자 길을 나서 골목길을 조금 걸어가니900년 역사를 지닌 베드로성당이 나온다. 처음에는 길을 몰라 물었더니 지나가던 주민이 가던 길을 돌려 친절히 현장까지 안내해 준다. 우리나라도 이런 친절함이 있으면 외국 관광객들에게 얼마나 좋을지 생각이 든다.
3시간 남짓을 버스로 달려 안도라 도착. 바로 식당으로 향하여 점심을 먹는다.
점심후 밖으로 나와 잠시 자유시간을 가졌다. 12일여의 일정 가운데서 가장 여유롭다할까. 같이 온 팀원들 대부분, 물만난 고기처럼 쇼핑 기회가 주어진 것을 좋아한다. 나도 특별히 사야할 물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경삼아 나선다. 그곳의 젊은 처녀들의 밝은 표정과 미소도 보기 좋다.
도시 전체가 면세점이라해서 한껏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막상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살펴보니 국내가격보다 다 비싼 게 많고 품질도 낫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기저기 몇 군데를 더 살펴보지만 상황은 마찬가지. 결국 쇼핑을 그만두고 나와 아내는 풍광 좋은 몇군데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일정을 보내기로 하였다. 흐려진 날씨, 비가 간헐적으로 내렸다 개기를 반복한다.
시내 자유관광 후 호텔에서의 저녁식사는 식당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맛있는 음식맛이 잘 어울러져 좋았다.
★5일차 여정 : 안도라-프랑스 남부(까르손.아를.액상프로방스)
안도라를 벗어나 프랑스 국경으로 들어선다. 나라의 경계가 달라져서 그러는지 바라다 보이는 바깥풍경도 조금은 색달라보인다.
고도 1000미터가 넘는 산비탈을 구불구불 힘겹게 오르다 고개를 넘어서 내리막길로 들어서자 일순 나타나는 구름바다! 운해의 장관이 펼쳐진다. 여행팀원들 모두가 일서서서 사진을 찍으며 일제히 탄성을 지른다.
맑게 씻은 듯한 연초록 산빛만 바라보아도 좋은데, 수줍은 소녀의 부끄러운 속살을 가려주려는 양, 산허리를 감싸고 흐르는 우윳빛 구름비단이 물결치는 광경이란! 꿈인듯 잠시 속계를 벗어난 느낌이다.
까르카손으로 가까워지자, 도로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들판. 누우런 밀밭과 푸른 채소밭의 조화가 또다른 그림으로 다가선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대부분 대규모 영농을 하는 부자들이고 자연재해를 입으면 국가에서 보상을 해준다고 한다
까르까손의 콩탈성 성채에 올라 성안을 둘러보고나서 점심을 먹는다. 유럽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성채의 규모라더니, 직접 보니 절로 탄성이 나온다. 중세의 동화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다시 두 시간의 버스를 타고 우리는 아를로 이동한다. 고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예술의 고장이다. 자신의 미술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과의 불화 속에서 가슴에 용솟음치는 원시적 생명력을 강렬한 원색의 터치로 화폭에 담았던 고흐. 그의 생은 늘 고독과 불안,격정과 광기로 끓어넘치지 않았던가. 친구 고갱과의 불화로 귀를 자르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끝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고흐. 그가 자주 들른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노라니 파란만장 그 자체인 그의 인생. 시대를 앞서 사는 삶,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예술가의 고독한 투혼이 가슴으로 느낀다
아를시 외곽을 걸으며 시내 중심을 흐르는 론강을 바라보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본다. 그리고 다시 엑상프로방스로 이동하여 맛있는 저녁식사 후 버디호텔에 여장을 푼다
★6일차 여정 : 엑상프로방스-깐느-생폴드방스-니스
화가 세잔의 고향. 프로방스의 옛수도인 엑상프로방스로 향한다
세잔은 피카소의 스승으로 불리워졌으며
당대 화가들의 아버지로 추앙받은 인물이다
폴 세잔느의 아틀리에를 방문하고 내부 전시물을 감상하면서 그의 작품세계를 가늠해 본다. 세잔이 죽기 마지막 4년여를 이 도시에 머물며 그림에 몰두했다고 하며 10여점의 회화가 남아있어 그의 생동하는 화풍을 가늠케 한다.
맑은 하늘과 풍부한 햇빛. 붉은 황토의 도시. 작고 매력적인 골목길 따라 20세기 위대한 화가 세잔의 족적을 따라가 보는 것도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
그가 머무르며 그림을 그렸던 아트리에와, 자주 오르던 언덕에 올라 액상프로방스의 전체 조망을 내려다 보았다
다시 발길을 돌려 샤갈의 고향인 생폴드방스를 찾아 떠난다.
산꼭대기 높은 곳에 조성된 샤갈의 화실에 세계적인 화가들이 찾아들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현대미술의 산실로 자리잡았다는 곳. 생폴드방스는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높이에 위치한 요새도시인데, 직접 산정에 올라 내려다보니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의 하나라 이를만 하다.
골목길을 걸으며 길 양쪽에 늘어선 작가들의 화실들과 기념품가게를 둘러보는 재미도 톡톡한데, 아내는 직접 작품을 구경하며 설명을 들어야 한다며 몇 군데 화실에 들렀는데 하나같이 살아있도 독톡한 작품들을 직접 화폭에 그리고 있거나 현대적인 화풍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특히 아주 잘생긴 화가(이름을 미처 물어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를 만나 설명을 듣고 사진을 함께 찍는 기쁨까지 누렸다.
그의 무덤을 찾아 오르는데 골목양편에 즐비하게 자리잡은 화가들의 아트리에와 전시된 작품들이 하나같이 대단해 보인다.
* 7일차 여정 : 니스-모나코-친퀘테레-몬테카티니 테르메
모나코는 독도 11배의 크기이며 지금도 모나코국왕이 거주하는 대공궁이다. 바다에는 호화요트가 즐비하다. 세계에 돈많고 잘난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 삶의 호사를 누릴만한 곳이라는 느낌이 압도한다.
지중해 북쪽,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한 기후를 자랑하는 이곳에서 할리우드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사랑이 싹클만도 하겠다.
세계적 휴양도시 답게 각국의 천차만별의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라스페치아역으로 이동(3시간)하여 열차를 탑승하고 친퀘테레를 찾아간다.
이탈리아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다섯개의 땅마을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두 개의 마을을 찾았다.
급경사의 절벽위에 집은 아찔한 느낌을 주지만, 막상 꼭대기에 올라 바다를 굽어보니 이런 아름다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산정상까지 올라 지중해 굽어보며 아래를 조망하는 맛이 일망무제로 펼쳐저 시원하다.
친퀘테레의 절경까지 둘러보고 버스에 오르니, 며칠 간 느낀 여행의 감흥이 와인처럼 농익어 내 마음 속에서 절로 시상이 솟아난다. 서툴지만 시 한 수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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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조심
가방조심
유럽 관광지에 소매치기 많다는
여행 가이드의 당부가 신경쓰여
틈 날때마다 만지작거린 가방 속
여권 카메라 지갑은 그대로인데
어쩔끄나
어쩔끄나
미치고 환장하게
이글거리는 저놈의 태양
죽음을 유혹하는 에머랄드빛 바다
심장 벌떡거리게 하는 바람까지
버스에 빨리 오르라는
재촉 뒤로한 채
넋을 놓고 바라보다
송두리채 빼앗겨버린 내 마음
마드리드와 빌바오를 거쳐
안도라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따라
니스 모나코 친퀜테레 이를 즈음
나는 그만 백기白旗를 들고 만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귀국해서 보험처리라도 하련만
마음을 빼앗기면 어찌해야 하나
짝사랑 님을 향한
마음의 병 달게 앓으며
영원한 노스텔지어 손수건 걸어놓고
사모의 창가를 서성일 밖에
졸시 [지중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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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은 시간에 몬테카티니 테르메에 도착하여 호텔에 투숙하고 지친 여정의 몸을 부린다.
★8일차 여정 : 라벤나-산마리노
2시긴을 달려 몬테카티니에서 라벤나로 이동한다. 이곳은 환상적인 모자이크 도시로 유명하다.
산 비탈레성당 관람은 모자이크 도시의 아름다움을 깊게 각인시킨다.
성당 내의 모자이크 벽화 속에서 6세기 동로마제국의 종교 예술 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비잔틴 제국의 역사적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대리석 모자이크 천정과 벽면은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이 단연 압권이다.
단테의 무덤
산마리노
버스로 한시간을 이동하여, 세계에서 가장오래된 공화국 산마리노를 찾는다.
아드리아해가 내려다보이는 티타노 산 정상에 자리한 이 공화국은 산 정상의 요새 아래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우리 일행은 3개의 성채 중, 제 2의 성채 체스타에서 절경 감상하기로 한다. 성채의 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니,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기가 막히다. 사진을 찍느라 정신들이 없지만, 아름다움 앞에서 흠뻑 취하는 기분을 뭐라 설명할 수 없다.
내려오다 들른 한 카페에서, 여행동지인 서명숙선생과 시원한 맥주한잔을 니누는 맛이란!
이 아름다운 곳에서 어찌 시심이 끓어오르지 않겠는가. 영감으로 스치는 시상을 메모한 후 잠자리에 들기전에 혼자서 숙소에서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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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녀와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던가
세상 멋대가리 없는 남편임에도
나를 모델삼아
아내는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고
이탈리아 티타노 산 꼭대기 올라
산 마리노 성벽에 기대어 섰나니
영화배우 조인성처럼
다리 한쪽 들고 개폼 잡아가며
어디 나도 한번 웃어볼까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돌아보면
엄마 앞에서 짝짝궁하던 때 말고
내 평생에 언제 한번
'나'답게 웃어 보았을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 사람 미쳤나 하고 쳐다 보지만
참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웃음의 꽃가루 누가 막으랴
내 마음 속
저 깊은 어둠 한켠
죄수처럼 웅크려 잠들어 있던
참 '나'가 드디어 깨어나서 웃는다
거짓의 옷 치렁치렁 걸쳐 입고
남의 눈 의식하던 '나' 아닌 나여!
저 검푸른 아드리아해로 가서
죽음의 바다에 몸을 던져라
나, 이제 오래고 익숙한
가식假飾의 그대와 기꺼이 이별하고
바람의 길을 따라
희랍인 조르바처럼 살아가리니
졸시 [조르바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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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물 무렵 호반의 도시 꼬모를 찾았다.
이탈리아에서 세번째로 큰 호수라고 하는데,
알프스산맥에 둘러쌓여 있고 유럽호수들 가운데 수심이 가장 깊은 호수라고 한다.
호수를 찾을 때까지는 기대가 컸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호숫물이 지저분하고 주변이 번잡스러워 호수다움의 차분함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유람선을 타고 호수 주변을 1시간 넘게 둘러보는 가운데, 불어오는 바람과 해지는 저물녘의 애잔한 호수 풍경은 왠지 모를 서정과 슬픔의 정조까지 느끼게하는 힘이 있다.
★10일차 여정 벨린쪼나-파두츠-취리히
여행이 어느 새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 하룻밤만 더 묵으면 인천행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아쉽기도 하고, 하루 남은 시간을 최대한 많이 보고 느껴야 겠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리히텐슈타인으로 가기 전에 중간에 들른, 중세시대의 고성인 그란데 성이 참 아름답다. 이곳은 스위스의 작은 이탈리아로 불리는 지역인데, 도시 중심에 우뚝 솟아있는 3개의 성은 벨린쪼나를 대표하는 역사적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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