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우암산 아이들"이 2004년 4월 20일 도리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지은이는 필명을 한말글이름인 "이얄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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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에]
때때로 이 나라 여기저기서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사람을 납치하여 몹쓸 짓을 하거나 목숨까지 빼앗는 극악한 범죄가 발생한다. 참으로 무섭고도 슬픈 일이다. 아득히 먼 옛날 공룡도 몰려와 살았을 만큼 아름다운 이 강산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어린이 실종 사건…, 그 많은 사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며 상징적인 것은 개구리소년들의 실종 사건일 것이다.
2002년 9월 26일 저녁, 텔레비전은 매우 충격적인 뉴스를 온 나라에 전했다. 그것은 12년 전 개구리를 잡으러 산으로 올라간 뒤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는 대구 성서초등학교 어린이 다섯 명의 시신으로 보이는 작은 유골들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보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날 오전 11시 30분께 대구시 달서구에 있는 와룡산의 세방골에서 11년 전 실종된 우철원(당시 13살) 군 등 개구리소년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들이 도토리를 줍던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서 온전한 상태의 두개골 3구와 여러 조각으로 흩어진 두개골 2구 등 5명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외에, 어린이용 신발 5켤레와 운동복 등 옷가지 5점도 함께 발견했다.’
마을 뒷산에서 초등학교 어린이 다섯 명이 한꺼번에 감쪽같이 사라졌고, 그 날부터 이 날까지, 꼭 11년하고도 반 년 동안, 전국 경찰은 물론 온 국민이 나서서 이 아이들을 찾았음에도 어떠한 흔적 하나 발견하지 못한 채 이 날에 이르른, 매우 괴이한 개구리소년들 실종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사건의 종말이 너무나 어이없게 그리고 느닷없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현장에 도착한 현지 경찰은 아이들이 사고로 죽었거나 아니면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런 생각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국민들도 새로운 의문에 쌓였다. 아이들이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사고를 당했을 것이란 가정은 현지의 여건이나 당시의 기후로 봐서 이해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뒤 그 곳에 오랫동안 암매장돼 있었다는 가정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왜냐 하면 이미 경찰은 처음 한 해 동안 매번 백 수십 명의 경찰 인력을 동원해 와룡산 일대를 무려 5백 번이 넘게 수색했고, 뒤늦게 유골이 발견된 장소는 많은 등산객이 노상 스쳐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경찰이 수사한 것으로 보아, 발견된 유골이 12년 전에 사라진 아이들의 것으로 믿어지기는 하지만, 어떻게 해서 그 아이들이 그 곳에 유골로 묻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인지, 하는 것들이 새로운 수수께끼로 등장했다.
(2002년 11월 12일 경북대학교 법의학교실은, 개구리소년들의 유해 5구 가운데 3구 이상의 두개골에서 사망 당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인위적인 손상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것은 소년들이 타살됐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쨌거나 11년 6개월 동안 온 국민의 애를 태웠고, 실종 과정 자체가 의문투성이었던 개구리소년들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주검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아이들 가족이 겪는 슬픔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어딘가에 살아 있겠지 하는 기대를 함께 하고 있던 국민들 또한 크게 실망스러웠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의 진상이 아직 온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개구리소년들의 죽음을 짐짓 부정하고, 반드시 살아서 가족과 친구들 곁으로 돌아오기를 진정 바라는 마음에서, 소설을 쓰기로 작정했다.
소설 속에서 아이들의 이름과 나이, 가족 관계, 실종 장소 등은 실제와 다르게 바꿨지만, 실종 당시의 상황만큼은 거의 그대로 옮겼다. 그리고 맑은 동심을 가졌던 개구리소년들은 성장해서도 훌륭한 일을 함께 하는 진한 우정을 가졌으리라고 여겨 봤다.
(작품의 소재는 ‘실종 사건’이지만, 주제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동심’과 ‘우정’이다.)
이 작은 내 노고가 개구리소년들의 부모는 물론 아이들의 안위를 함께 걱정했던 수많은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싶다. 또한 같은 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모든 분께도 마찬가지다.
진실로 나는 아직도 희망한다. 그리고 믿고 싶다. 어서 그들이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기를…! 이 소설에서처럼 꼭 살아서 돌아오기를…!
(2003년 3월, 지은이)
차례=
1. 사라진 나비소녀
2. 돌아온 개구리소년
3. 기억이 없어요
4. 심마니의 망태기
5. 차표 두 장
6. 제 잘못이에요
7. 그 때 어떤 일이 있었나
8. 돌아오지 않는 아이
9. 연예인 실종 사건
10. 나이를 먹지 않는 동굴
11. 빼앗긴 동심
12. 시험이 없는 나라
13. 겨울잠
14. 우정을 영원히
15. 장하늘 은행나무 공원
[부록] 독서/논술 마당
* 파일 첨부-
우암산아이들_얄라성.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