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 제11구간(추풍령-금산-사기점고개-작점고개-용문산-국수봉-큰재)
2001년 5월26일 날씨 흐림 도상거리 약18.5km.
벌써 김천행 기차를 탄 지가 오늘로서 세 번째가 된다.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까 매번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아마 다음 코스도 김천을 거쳐야 할 것 같다.
김천 도착 3시8분.
각기 우동 한 그릇을 먹고 우두령에서 신세를 진 택시기사를 호출하니
마침 비번이 아니어서 5분을 기다리니 택시가 도착했다.
그래도 생면부지의 땅에서 안면 있는 사람을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텁텁한 멋이 있는 사람이다.
다음 구간을 할 때에도 콜 하기로 약속을 하고 추풍령 표지석 앞에서 내렸다.
요금은 만오천원.
도착시간 오전4시.
포도밭 사이 길을 잡아 올라갈 때, 헤드랜턴에 반사된 두 개의 파란 안광이 눈에 들어온다.
밤 고양이 눈이다.
자식이 겁도 없이 나를 응시하고 있다.
금산을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파른 길이다.
4시14분 정상 도착.
멀리 추풍령 휴게소의 불빛과 경부고속도로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차분하게 비추고 있다.
금산은 사전 지식 없이 그냥 야간 산행을 했다가는 금산 뒤쪽으로 야간 비행을 할 수도 있다.
정상에서부터 반쪽이 잘려 나갔다.
절벽 높이는 족히200m는 되지 않을까?
아무런 위험 표지판도 없고 완전 무방비다.
특히 장마철에는 무너질 위험이 굉장히 많은 곳이다.
교묘하게 경부고속도로 상 하행선 에서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철도용 자갈로 사용하기 위해 뒤쪽만 파먹었기 때문에.
지금 서 있는 여기도 밑은 휑하니 비어있는 것 같이 어지럼증이 인다.
금산에서 502봉까지는 가끔 길이 뚜렷하지 않은 구간이 나오는데
꼭 밀림에 들어온 것처럼 컴컴하니 답답하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구간이다.
502봉 도착 5시.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인지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사기점고개 위 봉우리 도착 5시41분.
간간이 고개가 보이면서 급경사 내리막이다.
사기점고개 도착 6시9분.
오른쪽에 목장이 보인다.
계속 전진하면 묘함산 중계소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만난다.
6시47분 도착.
사실 사기점고개에서 중계소로 올라가는 도로와 만나는 지점까지는 10여분 정도면 닿는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대간 줄기가 무지무지 헷갈린다.
묘함산도 대간에서 벗어나 있고,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왼쪽 아랫길로 표지기가 달려있는데,
마치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대간이 디긋자로 꺾여 나간다.
요약하면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왼쪽으로 20여분 내려오다 보면
시멘트 포장도로와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거의 만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접어드는 능선 쪽에 표지기가 많이 붙어있다.
작점고개(해발 340m)도착 7시48분.
왼쪽은 영동군이고 오른쪽은 김천시 어모면이다.
추풍령까지 5.5km.
차로 오면 십 여 분이면 오는 거리를 거의 4시간 동안 산 속에서 헤맸다.
이런 것이 여행의 본질이고 산행의 묘미 아닌가?
작점고개에서 오른쪽으로 20m 오르면 건너편에 대간이 이어진다
삼각점 있는 정상 도착 8시22분.
여기서 좀더 가면 소로가 나오는데 옛날 서낭당 턴지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소로 도착 8시40분.
헬기장이 있는 용문산 도착 9시54분. 높이는 710m다.
뒤쪽으로 잘려나간 금산의 모습이 흉물스럽게 벗겨져 있고,
아까 헤맸던 묘함산 쪽 대간 능선이 여기서 보니 완연하게 디긋자 모양으로 꺾여서 서쪽으로 돌아 나오며 용문산을 기점으로 방향을 북쪽으로 튼다.
아스라이 먼 뒤 북쪽으로는 황악산 줄기와
궤방령 잘루목과 가성산 그리고 장군봉(둥글넓적하게 생겼음), 눌의산의 파노라마가 선명하다.
줄 곳 조망을 주지 않더니 참았던 봇물이 터지듯이
지난 구간의 능선과 오늘 밟은 능선들을 고스라니 보여준다.
사실 능선을 탈 때나 계곡을 탈 때나 조망이 없으면 산행의 의미가 하나도 없다.
재미는 더더욱 없을 것이고.
언제나처럼 정상은 또 다른 내리막을 준비하고 있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잘루목에 도착한다.
도착시간 10시31분.
여기서부터는 내쳐 올라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숨을 돌렸다.
다시 급경사 오르막길이다.
용문산 맞은 편 산 도착 11시12분.
돌로 누군가가 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옆에 입 간판이 서 있고
'신발을 벗고 올라 서세요' 라고 씌어 있다.
올라서나 그냥 보나 보이는 것은 전혀 차이가 없는데
이 심심 산골에서 그것도 풀기 어려운 등산화를 풀고 맨발로 누가 올라 서겠는가?
내게는 무리한 요구다.
심신도 피곤한데.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국수봉에 도착했다.
도착시간 11시20분. 높이는 763m고 비석에는 백두대간이라고 씌어있다.
상주의 너른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큰재로 넘어오는 도로가 숨바꼭질하 듯 숨었다가 나타난다.
큰재까지는 급경사 내리막이다.
내리막길에 475m 봉우리 근처에서 산딸기 밭을 만났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송이가 방울 토마토만 했다.
털썩 주질러 앉아 완전히 익은 것만 골라 먹는데도 다 먹질 못했다.
다음 구간도 기대를 하면서 큰재 도착 12시40분.
큰재는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 된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교통이 불편하다.
길을 따라 터덜터덜 걷는데 1톤 트럭이 오기에 손을 흔드니 차가 선다.
차를 얻어 타고 10분만에 공성면 옥산리 도착
오후 1시20분.
아마 걸었으면 몇 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다.
김천행 버스 비 1,400원.
김천 역 도착 오후2시. 기차표를 2시40분 무궁화로 교체.
점심은 비빔국수.
언제나처럼 몸단장은 김천 역 화장실이다.
앞으로 한번은 더 이용해야 할 것 같다.
영등포 도착 5시52분. 귀가 오후 7시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