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내연산 내연골 탐방기
(경북 포항시)
내연산 협곡은 하늘이 붓질한 천진(天眞)의 화폭(畵幅)이다.
1983년 10월 1일 자연공원 가운데 최하위인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내연산은 산악인들에게는 국립공원 급 대우를 받는다. 지금은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이고 보경사 시립공원으로 변경됐다. 또한 산림청 선정 전국 100대 명산에 지정됐고 네티즌이 즐겨 찾은 산 23위에 매겨질 정도로 경관을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내연산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산세의 웅장함과 경북 8경의 하나인 내연골 협곡의 수려한 풍광 때문이다. 보경사를 기점으로 무려 24km에 이르는 산줄기는 문수봉(628m)을 시작으로 삼지봉(정상 710m), 진수봉, 동관봉, 향로봉(930m), 매봉(833m), 삿갓봉(716m), 우척봉(천령상으로 불림 775m)을 거쳐 다시 보경사 앞으로 고개를 떨어뜨리는 고구마 형태의 산줄기를 이루면서 부드럽고 넉넉한 육산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산줄기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은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한 폭 그림 같은 골짜기를 이룬다. 내연골 협곡은 물이 맑아 청하골 계곡, 폭포 12개가 이어져 12폭포 골 계곡 등으로 불리고 있다. 1폭 상생폭포, 2폭 보현 폭포, 3폭 삼보 폭포, 4폭 잠룡 폭포, 5폭 무풍폭포, 6폭 관음폭포, 7폭 연산폭포, 8폭, 은 폭포, 9폭 복호 1 폭포, 10폭 복호 2 폭포, 11폭 실폭포, 12폭 시명 폭포로 이루어진 내연골 협곡은 한마디로 기암절벽과 소(沼)와 담(潭)이 보석처럼 빛나는 골짜기라고 말할 수 있다.
내연산의 산줄기는 백두대간의 산 매봉산 천의봉(1130m)부터 시작된다. 백두대간을 이탈하여 남쪽으로 뻗어 나간 산줄기는 낙동강 동쪽에 있어 낙동정맥(교과서엔 태백산맥)이라 불린다. 낙동정맥 산줄기가 오로지 하나뿐인 능선 길로 동해안을 따라 약 205km를 뻗어 무명봉을 빚어놓는다.
무명봉서 낙동정맥을 이탈하여 동쪽으로 곁가지를 친 내연지맥 산줄기는 매봉과 향로봉을 거쳐 약 20km를 달려 나가 내연산을 솟구친다. 내연산을 일으킨 산줄기는 북쪽 동대산(791m)과 동쪽 천마산(171m)으로 뻗어 나가고 그 여맥을 동해에 가라앉힌다. 정상(고스락)의 봉우리는 동대산과 천마산으로 산줄기를 내어줘 산줄기가 세 갈래로 갈린다고 해서 삼지봉이라 부르는데 향로봉보다 220m나 낮은데도 불구하고 내연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어 고스락이 되었다.
효산한국요산회(회장 원성연)의 내연산 탐방
바라보는 산을 오르는 산으로 바꾼 선각자이시며 우리나라 최초 안내 산행 단체 한국 요산회를 1970년 11월 16일에 창시하신 故 안경호 선생님은 불세출의 워킹등산 대가이시다.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안경호 선생님은 고려대 재학 중인 1955년 4월에 생물학과 야외실습 때 경기도 양평 용문산(1,157m)을 찾아간 것이 등산을 시작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 요산회의 맥을 잇는 효산한국요산회 회원들이 내연골 탐방에 나선다.
내연골 계곡 오른쪽에 있는 중산리 주차장서 산행이 시작된다(11:38). 차도를 따라 나아가 보경사 일주문에 이르자 매표소가 나온다. 곧이어 수령이 오래된 거대한 소나무들이 즐비한 천년고찰 보경사가 반긴다. 연산폭포 2.7km, 상생폭포 1.9km, 향로봉 7.9km라는 이정표 푯말이 서 있다(11:49).
내연산 계곡 풍광
보경사를 뒤로하고 내연골 계곡과 벗 삼아 완만한 계곡 길로 나아간다. 계곡의 수량은 미미하고 산길은 촉촉이 젖어 있다. 조금 후 숲이 울창하고 웅장한 골짜기가 펼쳐진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골짜기 곳곳에 널려있고 이제야 넉넉한 맑은 물이 암반을 따라 흘러내린다. 아주 맑은 물이 마음에 찌든 때를 깨끗이 씻겨주는 것 같다. 완만한 산길은 계속된다. 하지만 부드러운 흙길이 아닌 거친 돌길이다. 조금 후 나무 계단 길이 나오면서 산길은 조금 가팔라진다(12:02).
나무 계단을 타고 오르자, 전망이 트이면서 수려한 풍광을 나타내는 내연골 계곡이 잘 내려다보인다. 곧이어 4분쯤 더 올라서자, 산길이 두 갈래로 나누인다. 직진하는 길은 내연골 계곡 길이고 오른쪽 길은 문수암을 거쳐 문수봉을 오르는 2km의 급경사 산길이다. 직진하여 약간의 내리막이 돼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제1폭포인 상생폭포에 이른다(12:08). 두 물길이 양옆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단아하기 그지없다. 폭포 위의 암벽은 기화대 이고 폭포 아래 수심이 깊어 보이는 소는 기화담이라 불린다.
상생폭포를 뒤로하고 조금 경사 급한 나무 계단을 타고 올라선 다음 완만한 길로 나아가니 제2폭포인 보현 폭포가 반긴다(12:14). 이어서 조금 가파른 나무 계단 길로 올라가 물길이 세 갈래인 제3폭포인 삼보 폭포에 닿는다.
삼보 폭포는 등산로에서 잘 보이지 않아 계곡 바닥으로 내려가서 보아야 한다. 곧이어 시명리 4.7km란 푯말이 나타나며 산길은 완만해지고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12:18).
잠룡폭포
계속하여 기분 좋은 계곡 길로 진행하여 거대한 바위 봉우리인 선일대를 낀 협곡 위에 자리 잡은 제4 폭포 잠룡 폭포에 닿는다(12:25). 선일대는 신선이 학을 타고 비하대로 내려온 뒤 이곳에 올라 선경에 취해 내려오지 않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 절벽마다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듯 자라고 있는 소나무는 신비감을 더해준다. 잠룡 폭포 주변의 골짜기는 영화 남부군의 한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 골짜기에 모인 남부군 대원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발가벗고 목욕하는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바로 바람을 맞지 않는다는 제5폭포인 무풍폭포가 나타나고 폭포 미의 절정을 보여주는 제6 폭포인 관음폭포가 반긴다. 병풍처럼 우뚝 솟은 비하대 아래 형성된 관음폭포 주변의 경치가 너무도 빼어나다. 특히 바위에 큰 굴이 나란히 뚫려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내연골 풍광은 점입가경이 된다. 관음폭포 위 연산 구름다리를 건너자, 제7 폭포인 연산폭포가 나타난다(12:30).
30m 높이로 세찬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는 연산폭포는 웅장한 계곡미를 뽐내며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12폭포 중 가장 규모가 큰 연산폭포 옆 학소대는 바위가 사면으로 깎여 있어 절묘하기만 하다. 연산폭포와 주변 풍광을 충분히 감상하며 아름다움에 푹 빠져본다. 연산폭포 위 돌탑이 서 있는 산길에서 선두로 올라온 다섯 대원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휴식한다.
관음폭포로 되 내려선 다음(13:05) 산악회 일정 때문에 제8 폭포인 은폭으로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올라온 코스를 역으로 진행하며 내연골 계곡의 아름다운 풍광을 다시 한번 감상하며 보경사로 돌아온다(13:50). 보배로운 거울을 뜻하는 보경사는 신라의 스님 지명 법사가 중국 진나라서 불법을 공부할 때 어느 도인에게서 8면 경을 얻어 왔는데 602년(신라 진평왕 25년) 영일 지방에서 오색구름이 덮여 있는 산을 발견하고 산 아래의 연못에 거울을 묻고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경내에는 대웅전, 대적광전, 영산전, 팔상전 등이 있고 중요 문화재로는 보물 252호인 원진국사비, 보물 430호인 원진국사 사리탑을 비롯하여 보물 4점과 유형문화재 등이 있다. 보경사 구경을 한 다음 행복했던 내연골 탐방이 마감됐다(14:20).
내연산은 옛 선인들이 즐겨 찾은 풍류의 명소였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산하를 직접 답사하고 화폭에 담은 우리나라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 선생은 1734년 가을 내연산을 탐방하고 무풍폭포, 관음폭포, 연산폭포를 나타내는 ‘내연산 삼용추’를 그렸다. 그리고 연산폭포 바위에 갑인추정선(甲寅秋鄭敾)이라는 글을 새겨 놓았다.
내연산을 탐방하면 행복한 산행의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기묘한 형상의 폭포와 소의 옥빛 명경지수는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시간이다. 장중하게 늘어선 바위 절벽과 맑은 물이 조화를 이루는 내연골 협곡의 아름다운 풍경은 힘과 감동을 얻고 나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간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