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을담은 연주와 불구자의 정신적 건강성
- 이 글은 10년전 행복한 가정이 있던 시절의 글입니다. 앞으로 나 자신도 보다 열심히 살아보자는 후회의 마음으로 다시금 읽어 봅니다.(당시 동양기전에 재직중이였음)
96년 10월 31일! 이용이 노래로 부르던 시월의 마지막 밤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마침 당일은 수요일로 가정의 날이였다.
요음 직장에서는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하여 오후 5시경이면 업무를 마치는 기업이 많이 늘고 있다. 이날도 가정의 날이여서 업무를 일찍 마무리 할수 있었고, 음악회는 저녁 7시부터 시작이기에 가능했다. 티켓은 환경연합에 가입하여 직장에서 티켓이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아내도 학교를 마치고 약속시간에 도착하였고, 처재와 동서도 함께 참석하였다. 음악에는 문외한인 나에게는 정말로 고마운 감동의 자리가 되었다.
문화생활이 이처럼 중요한 마음의 청량제라는 것을 깨달은 자리였다.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때는 아마 조금지나면 집사람 몰래 꾸벅꾸벅 졸고있을거야 하면서 연주는 시작되었다.
이름으로만 들어오고, TV에서 광고로만 보아 온 금난새 지휘자의 조그만 지휘봉에 모든 연주자들이 통일된 하나의 조화를 만들어 냈다. 조화가 무르익으면 무르익어 갈수록 지휘자는 신이나 서로가 시너지효과처럼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혼을 불어 넣은 연주자와 지휘자의 음악세계에는 나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꼈다. 연주회가 끝나자 정말로 잘왔구나 하는 마음과, 왜 이렇게 일찍 끝나지하는 아쉬움으로 가득찻다. 아마도 금난새지휘자의 혼을 담은 지휘모습은 나의 머리속에서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정말로 얼마나 혼을 담고서 일을 하고 있을까. 학생들은 얼마나 혼신의 힘을 기울여 공부를 하고, 공장의 근로자는 얼마나 혼을 불어넣은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기업가는 얼마나 자기의 회사를 사랑으로 감싸않고 있고, 정치가는 사심을 버리고 나라를 위한 정열을 불태우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다소 실망이 앞서는 것은 나만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저녁 늦은 시간에 종로삼가에서 지하철을 탔다. 늦은 시간인데도 피로를 느낄수가 없었다. 머리가 점차 개여가고 깨끗한 물로 씻겨 내리는 것만 같았다. 상쾌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11월 3일 일요일! 저녁에 우연히 MBC방송의 『일요일 일요일밤에』을 보게 되었다. 민용태교수와 개그맨 이경규가 사회를 보는『이경규가 간다』의 코너에서 새벽 교통신호를 지키는 사람에게 대형 냉장고를 상품으로 내걸고 시민정신을 찾고 있었다.
저녁을 지나 시간은 새벽녘으로 향했고, 경품에는 대형냉장고외에 금1냥이 추가되었다. 심야횡단보도의 녹색신호를 지키는 차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몰래 카메라로 잠복촬영을 하여 찍은 것이였다. 어느 누구 한사람 지키는이가 없었다. 4시간여의 잠복촬영 끝에 멈춰선 소형승용차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뇌성마비 장애자 이종익씨와 김유화씨 부부였다. 취재진의 질문에 힘겹게 말을 해야만 하는 장애자였지만 정신만큼은 일반의 보통사람보다도 건강한 사람이였다. 육체가 건강한 우리내들은 다시 생각해 보면 정신적인 장애자일지도 모른다. 몸만 정상일뿐 서로 시기하고, 서로 질투하면서 내손의 작은 양심을 팔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추후에 알게 되었지만 그 촬영지점이 여의도 아파트 단지내였다는 사실에 아쉬움은 더했다.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손가락안에 드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였을 것이다.
이 코너가 방송된후 하루평균 백여통의 전화와 PC통신을 통해 「감동 그자체였다」「백편의 드라마가 소용없다」「그들이 정상인이고 우리가 장애인이다」「재방송해달라」는 시청자의 찬사가 쏟아졌다. 재방송을 결정한 김영희 PD는 `『감동이 크다는 것이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작은 양심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현장들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두 번째로 준비중이던 초등학교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차량진입금지표시를 지킨 차량은 7시간의 취재를 무색하게라도 하는 듯 한 대도 없었다고 한다.
며칠사이로 스쳐지나간 감동은 년말의 따스한 온정을 느끼게 하면서 육체적으로 건강한 우리내를 탓해본다. 육체가 건강할 뿐 만 아니라 정신도 건강해보자고 다짐도 해본다. 금난새씨처럼 일에 미쳐서 살아보고, 장애자 이종익씨처럼 깨끗한 학의 마음처럼도 살아보자고……
첫댓글 아~ 참 많은 것을 느끼셨군요~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이는 맘에 안식을 평안을 얻는 것을 보면 각기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나 받아들이는 맘이 다~다르구나를 느끼면서도 그래도 한가지는 같구나 싶습니다. ~ 저도 그 일요일밤에를 봤거든요? 참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었는데....그것도 그렇고 전화하면서 감사합니다~또는 지하철역에서 기차역에서 수고하세요~라는 말 듣기도 힘들고 길을 물으면서도 감사합니다~라는 말 하기도 듣기도 힘들고~ 당연한 것인데 그 당연한 것이 더 당연하게 느껴지니~ㅋ~그래요 우린 어쩜 장애인보다 더 장애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그들은 어떤 장애가 있는지 알고 있지만 우린 모르지요~
년말로 가는 이시점 좋은글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타인에게는 소흘하기만 한 현대판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그런 글 이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