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대생활 할 때는 70년대 초반이다. 정확히 73년 10월3일 원주 38사단 신병교육대에 입교를 했다. 그 때는 사병 근무년한이 33개월 조금 넘었다. 그 전은 보통 34개월이라 했는데 대학서 교련과목을 이수하면 1~2개월 단축되었다. 그렇지만 그시절 대학 재학중이거나 졸업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38사단은 일명 똥팔사단으로 통했고 논산훈련소 보다 훈련이 더 세다고 알려졌는데, 논산훈련소를 안가본 사람들은 물론 더 센지 알수없고 논산 출신들은 자기네 나름 대로 더 세다고 했다. 군대말로 자기네가 더 좆뺑이 쳤다고들 하였다.
신병교육대 6개월 시절은 군대갔다온 남자들은 평생 기억을 간직할것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때 부여받아 3년간 복창을 한 군번은 다른것은 다 잊어도 만취 상태서도 줄줄 입에서 나올 정도로 못잊는다.
군대갔다온 남자들이 특히 훈련소 시절을 못잊는것은 따뜻한 엄마 품에서 집 떠나 객지 생활...그것도 자유와 인권이 푸른 제복에 담보된 일생의 전무후무한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한 순간 강제로 수용된 철조망안에서 정신적 육체적 가혹행위를 당하는 감수성이 예민한 이십대 초 젊은이로서 쉽게 적응한다는 것은 누구나 어려운 일이다.
훈련소 에피소드는 참으로 많다. 아무리 먹어도 배고파서 빵 몰래 감추었다 변소(화장실)에서 누구에게 들킬까 허겁지겁 먹던일,
제식훈련, 각개전투, 피알아이 교육시 틀리면 빠따 (몽둥이로 엉덩이 얻어맞는것)는 물론 단체기합 받던 일, 일과후 내무반 생활에서 벌어지는 일 등 다 열거 하지 못하리라...그 때는 쥐잡기 운동이 있어 할당이 내려오면 무꼬랑지를 잘라 연탄흙에 비벼대 쥐꼬리 인양 속여 검사를 모면하던일 등 등...
한 소대에 한두명 정도 고문관이라 불리는 부적응자가 있었다. 고문관이란 호칭은 미군고문관에서 유래 했다는 정도로 알고 있는데, 육이오 때 미군 고문관들이 얼띤 사람이었는지 보직이 한량하다보니 열외로 취급 받아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그런 "고문관"이라 불리면서 훈련진도를 못 딸아오는 훈련병은 일사분란한 군대조직에서 낙오돼 조교 교관들의 타켓이되어 기합이나 몽둥이 세례를 받기 일쑤였다.
어떤 때는 그 친구(고문관) 땜에 단체기합을 받으니 원망도 미움도 했으나 금세 동작이 바뀌지 않기에 측은한 마음도 들곤 했다.
한 예로 행군 할 대 보통(대부분)은 앞으로 내딛는 발(다리)와 상체 팔 동작은 엇나가게 동작하면서 가는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그 친구는 한쪽 팔과 다리가 같이 움직이는 것으로, 옆에서 보면 우스운 동작이 된다. 연병장에서 따로 동작교정을 받아도 고쳐지질 않았다. 또 고교때 교련수업이라도 받고 온 훈련병들은 제식훈련은 기본적으로 금방 익히지만 그렇지 못해 혼자 다른 방향으로 나가 조교들 한테 기합을 받기도 하였다.
고된 교육일과를 끝내고 내무반 생활 할 때, 휴일이나 방과후 침상 관물대 앞에서 쉬거나 청소를 하기도하고 개인 소지품 장비를 손질한다거나 국군의 이념, 근무수칙 또는 직속상관 성명등을 외우기도 하고 그걸 점호시간에 검열받기도 한다.
그럴땐 좀 자유로운 분위기서 생활 또는 아홉시 일석점호 대비 준비를 하곤 하는데 순시를 도는 교관 조교들 방문 인식을 위해 문앞에 당번(취침때는 교대로 불침번을 세움)을 두고 누가 오면 "동작 그만, 차렷!"하고 외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침상에 정렬을 하곤 한다. 그런데 고문관 하나가 그걸 까먹었다.(꼭 문제 고문관 아니라도 순간 당황해서...) 그가 순간 당황해서 더듬으며 외친 말이,
"꼬 꼬 꼼 짝 마라!!!" 였다. 조교한테 "뭐 임마 꼼짝마라?!...이 고문관~~~" 하면서 귀뻥새를 한데 얻어맞았음은 물론이다.
아홉시 저녘 점호는 군기를 잡느라고 세게하기 마련이다. "일석점호 시작!!!" 하고 중대본부 부터 복명이 떨어지면 각 소대, 분대별로 "일석점호 시작!!" 크게 복창을 하며 일순간 정적속에 긴장감이 흐른다. 내무반장들의 분주한 워커발 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내무반 문이 활짝 열어 젖히면, " 몇 소대 일석점호 준비 끝!!!"하고 외친다. ( 소대장이 할 때는 내무반장이, 내무반장이 할때는 소대 향도가 함) 소대원(내무반원)들은 이미 침상 삼열에 양쪽 으로 도열해 부동자세로 서있다.
그러면 소대장(또는 내무반장, 소대장은 보통 소위, 내무반장은 하사나 고참 병장이었음)이 지휘봉하나 들고서 양쪽 침상 사이 가운데 복도를 왔다갔다하며 관물대 정돈상태 청결, 보수 상태를 둘러본다. 그러다 정돈이 잘 안됐거나 성에 안차면 지적을하고 기합을 주곤한다. 훈련병시절 초기에 주로 국군의 이념, 사명 이런 구호 몇줄을 외우게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몇몇을 찍어 외운것을 복창시키는데 지나가다 어느 훈련병 앞에서서 뾰족한 지휘봉을 배에 꾹 찌르면, 먼저 "예, 훈병 ㅇㅇㅇ 점호준비 끝"이라고 자기 이름을대야 하고, '국군의 이념이 뭐야?!" 하면 크게 외워야 맞지를 않는다. 그러니 잘못외우거나 긴장해서 잊고 더듬으면 지휘봉으로 머리를 맞거나 기합을 받는다. 다들 긴장하고 벌벌 떨수밖에 없다.
그 때 운나쁘게 고문관 하나 앞에선 소대장이, "너!"하고 지휘봉으로 꾸욱 찔렀다. 긴장한 고문관이 "네, 훈병 ㅇㅇㅇ"하고 외우면 되는데, 초 긴장 상태에서 얼굴이 시뻘게 지더니 "네,으음 저, 국군의 이 이념..."하고 더듬었다. 그러자 임마 우선 관등성명부터 대야지!!!하며 또 지휘봉을 한차례 찔렀다. 그러자 고문관 하는 말이 "네 훈병,..."하며 이름을 안대자..바로 큰소리로 "임마! 훈병 누구!!!"하자 고문관 입에서 나오는 말이, "내가!!!~~~" 였다. 옆에서있는 우리는 웃음이 나오는걸 억지로 참고 있었고, 퍽 하면서 얻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 오래된 얘기로 지금은 군대도 모든면에서 많이 개선되었다고 알고 있음
첫댓글 누구나 한 번쯤은 군대가서 고문관이 됐던 가 봐요. 군대라는 환경과 언제 맞을 지 모르는 위압감 속에서는 다 그런가 봐요. 선생님 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