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 고양이가 되어버린 사람들>
글쓴이: 이진형 출 처: 2011년 과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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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고등어 같은 1월의 밤이었다. 달이 한 쪽 눈알처럼 덩그러니 박혀있고, 창문에서 새어나오던 흰 속살의 빛은 사람들이 먹었는지 사라졌다. 어두운 골목은 식사를 마친 식탁처럼 어렴풋이 생선냄새를 담고 있었다. 드나들 때마다 삐걱거리는 대문소리에 슬레이트 지붕이 흔들리던 집, 그곳에 살던 사람은 그날 조용히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아침이 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다 먹고 버린 생선가시처럼 볼품없는 집 앞에서, 얼마씩 받지 못한 돈에 대하여 화가 난 얼굴들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집을 헤집어 놓았다. 부엌에서 검은 봉투를 발견하였다. 기대감에 열어본 봉투에는 어젯밤 먹은 듯한 생선의 가시가 있었고, 그는 대문 앞에 봉투를 집어던지며 돌아갔다. 다른 사람들도 뒤따라갔다.
날이 어두워지자, 골목으로 숨어들었던 사람은 고양이가 되어 생선가시를 먹으러 왔다. 동네 주민이 몰래 쓰레기를 버리려다 고양이의 눈과 마주치고는 놀라서 돌아갔다. 고양이 역시 두세 번 놀라서 달아났지만, 네 번째부턴 멀리 달아나지 않았다. 주민들이 차츰 고양이를 신경 쓰지 않게 되면서, 집 앞은 서서히 쓰레기로 쌓여갔다.
다른 고양이들이 좋은 곳이라는 소문을 들었는지 모여들었다. 덩치가 커진 고양이는 낮에도 돌아다녔다. 몇몇 주민은 집값이 떨어진다며 쫓아내려 했으나, 고양이는 그 집에 새끼까지 낳으며 자리를 잡았다. 밤마다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지붕을 흔들었다. 주민들은 고양이들의 집이라 부르며, 쓰레기와 고양이뿐인 음산한 골목을 피해 다녔다.
겨울의 마지막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사건은 일어났다. 추위를 이기려 소주 한 병을 마신 노숙자가 고양이들의 집 앞에서 쓰레기와 함께 아침을 맞았다. 첫날은 아무도 노숙자를 신경 쓰지 않았다. 고양이들만이 근처에서 배회하였다. 둘째 날 저녁이 돼서야, 고양이들은 움직이지 않는 노숙자의 시체를 맛보기 시작했다. 유난히 바람이 매섭던 날이었다.
며칠 후, 출근하던 아가씨가 집 앞에서 손가락 하나를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옆집의 아저씨가 나와 보고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산더미같이 쌓인 쓰레기를 안고 있던 노숙자는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고양이들의 집은 뉴스에도 보도가 되었다. 쓰레기를 버렸던 사람들의 양심에 대하여, 노숙자가 죽었는지 관심도 없던 인심에 대하여 집중보도를 했다. 손가락을 발견했던 아가씨는 “이런 데서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하고 인터뷰를 했지만, 사실 쓰레기더미에는 그녀의 것도 있었다.
주민들은 모두 고양이가 벌인 끔찍한 사건이라 여겼다.
“그러게 왜 집 없는 사람이 술은 그렇게 마셨대.”
“죽은 건 안타깝지만, 고양이들이 사라졌잖아.”
“맞아, 쓰레기도 쓰레기였지만 고양이가 없어지니까 밤이 조용해서 좋아. 울음소리부터 좀 무서웠다고.”
방송이 나간 후 구청에서는 고양이들의 집에 쌓인 쓰레기를 모조리 치웠다. 주민들은 그저 잘 된 일이라 했다. 몇 번의 쓰레기가 다시 쌓이기도 했지만, 고양이들이 다시 모이려 할 때면 구청의 트럭이 한 번씩 쓰레기를 가지고 갔다. 그럴 때면 고양이 시체가 한두 구씩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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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해 겨울, 쓰레기가 쌓이는 골칫덩이 집을 중심으로 재개발 지역이 선정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 걱정 없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자신들을 쓰레기처럼 내다버린다며 항의도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구청의 트럭이라도 지나갈 때면 자신들도 치워버릴까 싶어서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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