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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18일, 월요일, Mastuj, Foreign Tourist Paradise
(오늘의 경비 US $12: 숙박료 200, 버스 120, 300, 점심 100, 환율 US $1 = 60 rupee)
아침 9시 반에 호텔 매니저가 Mastuj로 가는 차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약 100m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이지만 고맙다. 10시경 차가 떠났는데 정작 Chitral을 벗어난 것은 11시 반경이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이곳저곳으로 다니면서 손님과 짐을 싣는다. 이 나라 버스는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일단 떠났다하면 미친 듯이 달린다. 오후 3시 반경에 Mastuj에 도착하였으니 약 4시간 걸린 셈이다. 이 차에도 Peshawar에서 타고 왔던 미니버스와 마찬가지로 정원보다 네 사람을 더 태웠는데 Peshawar에서 타고 온 차만큼은 비좁지는 않았다. 운전기사 바로 뒷좌석에는 여자 네 명이 탔는데 모두 얼굴을 가리고 앉아있었는데 너무나 조용해서 그림자 같기도 하고 유령 같기도 했다. Mastuj 가는 길은 Chitral 강을 따라서 올라갔는데 처음 두 시간은 포장 도로였으나 나머지 두 시간은 비포장 도로여서 차가 몹시 흔들렸다. 강을 따라서 이따금 나오는 계곡에는 조그만 마을이 보인다. 중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길을 걸어가는데 여학생들 대부분이 얼굴을 내놓았는데 가끔 얼굴을 가린 학생이 보인다. 얼굴을 가린 여학생들은 나이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궁금하다.
Chitral-Mastuj 지역은 정말 오지다. 이곳에 오려면 Gilgit 쪽에서는 Shandur Pass 고개를 넘어야하고 Peshawar 쪽에서는 Lowari Pass 고개를 넘어야하는데 두 곳 다 겨울에는 눈으로 막힌단다. 겨울에는 Peshawar에서 비행기로 오는 길밖에 없다. 내가 이틀 묵었던 Kalash Valley는 이곳에서도 오지라니 나는 오지 중에 오지를 다녀온 셈이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2002년과 2003년 2년 동안에 이곳을 다녀간 외국인 수는 불과 천여 명 정도란다.
Mastuj에서 100km 정도 북쪽에 Broghil Pass가 있다. Broghil Pass를 넘으면 아프가니스탄의 Wakhan Valley이고 그 너머는 타지키스탄의 Pamir 고원이다. Broghil Pass는 당나라 때 고구려 출신의 고선지 장군의 전승지이다. 고선지 장군은 당나라 장군으로 서역을 평정한 큰 공을 세운 전설적인 인물이다. 언젠가 이곳에 다시 와서 고선지 장군의 전쟁터를 둘러보고 Wakhan Valley와 아프가니스탄의 Badahkshan 지역을 구경하고 싶다. 옛날 고선지 장군의 전승지는 "Chinese Bridge"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남아있다.
오늘은 조그만 타고 온 차안에서 재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차안에 앉아서 차가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서 똥 냄새가 고약하게 난다. 차가 정차해 있는 주위가 너무 지저분해서 그런 줄로 생각했는데 차가 떠난 후에도 계속 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신발에 똥이 묻어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차가 정차해 있던 곳 어디에서 똥을 밟고는 모르고 차에 탄 것이다. 차를 냇가가 세우고 나는 냇물에 신발을 닦고 운전사는 내가 앉아있던 곳의 바닥을 물로 닦고 다시 떠났다.
Mastuj 가는 길은 매우 험한 길이다
계곡마다 마을이 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수로가 거미줄처럼 산을 누빈다
마을은 요새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제법 넓게 자리를 잡은 마을도 나온다
점심을 먹은 음식점 앞에 내가 타고 온 토요다 Land Cruiser가 보인다, 10인 승인데 14명을 태웠다
Mastuj가 가까워지면서 계곡이 넓어진다
앞으로 보이는 계곡 100km 지점에 있는 Broghil Pass는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 장군 고선지 장군의 전승지이다
Mastuj에서 다음 날 아침 6시에 Gilgit으로 떠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묵었던 아담한 숙소
2006년 9월 19일, 화요일, Gilgit, Madina Guest House
(오늘의 경비 US $11: 숙소 290, 아침 20, 점심 150, 식료품 170, 환율 US $1 = 60 rupee)
아침 5시에 MP3 플레이어 음악 알람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웬만한 알람시계로는 깨어지지가 않아서 소리가 큰 알람시계를 사려고 했었는데 가벼운 것을 찾지 못해서 못 샀다. 이제는 MP3 플레이어 알람이 너무나 잘 되어서 살 필요가 없다. 알람 시간을 마쳐놓고 귀에다 끼어놓고 자면 시간이 되면 음악이 나와서 깨진다. 다른 여행객들과 한 방에서 잘 경우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필요도 없으니 안성 마침이다. 귀에 끼고 자는 것이 좀 불편하지만 견딜 만 하다.
혹시나 MP3 알람이 안 될까 해서 숙소 주인에게 5시 반에 깨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하더니 5시 반이 지나도 안 나타난다. 잘못 알아들었을까, 아니면 귀찮아서 안 일어났을까? 5시 40분에 침대 위에 숙박료를 놓고 숙소를 나왔다. 호텔 앞 길목에서 Gilgit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5시 45분쯤에 오기로 한 버스가 6시가 지나도 안 나타난다.
아침 6시쯤 차림새가 괴상한 일본 젊은이 두 명이 나타난다. 나처럼 어제 Chitral에서 이곳에 왔는데 오늘 Gilgit으로 간단다. 처음에는 둘 다 여자인줄 알았는데 한 사람은 남자다. 남자는 키가 150cm 밖에 안 되는 단신인데 머리 모양을 이상하게 하고 있어서 여자로 보았다. 일본 사람들은 이렇게 티를 내고 다니는 여행자들이 많다. 이상한 옷차림을 하던지 수염 등 이상한 몸차림을 한다. 한마디로 히피 같은 차림이다. 특히 남자가 많은데 일본 남자들은 열등감 같은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구미 배낭여행자들은 안 그러는데 유독 일본 여행자들이 그런다. 두 사람 다 파키스탄 사람들이 입는 옷을 사서 입고 있었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두 사람도 나만큼이나 긴 여행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인천공항으로 날라 와서 페리선을 타고 중국 천진에 내려서 Sichuan 성 Chengdu에서 비행기로 티베트의 Lhasa에 도착하여 육로로 네팔로 들어가서 인도를 거쳐서 파키스탄에 왔단다. 앞으로 나처럼 Karakoram Highway를 북상해서 Xinjiang 성 Kashgar에 가서 좀 쉰 다음에 키르기스스탄으로 들어가서 중앙아시아 나라들을 여행하고 Caspian Sea를 건너서 Caucasus 세 나라를 거쳐서 Istanbul에 도착하여 여정을 마감한다 한다. 나처럼 구석구석 다니지는 않지만 멋있는 코스이다. 이들 얘기가 며칠 전에 혼자 여행하는 한국 여자를 만났는데 파키스탄 여행을 마치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인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서 못 가고 대신 이란으로 갔단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은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는데 대단한 여자다.
6시 20분에야 버스가 나타났는데 오랜만에 보는 대형 버스다. 먼지가 자욱하고 창문은 반이나 없는 고물 버스다. 차에 오르니 제일 뒷자리에 있는 좌석 넷 외에는 만원이다. 어제 버스표를 샀을 때 좌석 번호가 6번이었는데 지정좌석은 말뿐이다. 할 수 없이 제일 뒷좌석에 일본 젊은이들과 함께 앉았다. 고물 버스라도 좌석은 널찍해서 콩나물시루처럼 사람을 태우는 지프차나 미니버스보다는 편하다. 나중에 길가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탈 때 내가 앉았던 좌석에 누가 벌써 앉아있다. 내 좌석이라고 했더니 버스표를 보여주면서 자기 좌석이라고 한다. 할 말이 없다. 나도 6번 내 좌석에 가서 앉았더니 나중에 한 친구가 버스에 올라오더니 자기 자리라고 한다. 나도 버스표를 보여주면서 내 자리라고 했더니 아무 말 못하고 뒤로 가버린다. 그렇게 해서 내 자리를 찾아서 Gilgit까지 갔다. 어제 버스표를 살 때 아침 몇 시에 나와야 하느냐고 매표원에게 물었더니 버스 정류장까지 오지 말고 5시 45분쯤 호텔 앞길에 나와서 기다리면 버스가 지나갈 것이라고 해서 그 말을 따랐는데 좀 걸어도 (약 5분 거리) 버스 정류장에 가서 내 자리를 차지했어야 했다.
Gilgit 가는 길은 Shandur Pass 고개까지 4시간 정도 올라가고 Shandur Pass에서부터 Gilgit까지는 8시간 정도 내려가는데 내려갈 때는 계속 Gilgit River를 따라갔다. Gilgit River는 Shandur Pass 부근에서 시작해서 Gilgit 근처에서 Indus River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Shadur Pass 고개에 있는 움막 같은 음식점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Shandur Pass 고개는 호수까지 있고 아주 널찍한 벌판 같았다. 매년 7월초에 이곳에서 Gilgit과 Chitral 두 도시 간의 Shandur Cup 폴로 경기가 열린다는데 경기장이 어디 있나하고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1892년에 Chitral에 반란이 일어나서 그곳에 진주하고 있던 400여명의 영국군 수비대가 반란군에게 Chitral Fort 안에 포위되자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Gilgit에서 수천 명의 영국군이 Shandur Pass 고개를 넘어서 46일 만에 Chitral에 도착해서 그들을 구조했다. Gilgit에서 온 구조대와 동시에 Peshawar로부터도 더 큰 규모의 구조대가 Lowari Pass를 넘어서 왔는데 두 영국군 부대 사이에 일종의 경주가 되어서 영국에서는 큰 뉴스 거리였는데 소규모인 Gilgit 부대가 이겼다.
Shandur Pass 고개를 넘어서는 근처에서 시작한 Gilgit River와 어우러진 산 경치가 참 아름다웠다. 강물 색깔이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 한 하늘색이었는데 왜 그럴까 궁금하다. 물속에 산에서 내려온 무슨 광물 가루가 섞인 모양이다. 강은 주로 폭이 좁은 급류였는데 가끔 폭이 넓은 조용한 강으로 변했고 두어 군데에서는 제법 큰 호수로 변하기도 했다. Phander라는 조그만 마을 근처에서는 특히 경치가 좋았다. Phander에는 여행객들이 많이 오는 듯 제법 큰 호텔도 보였다. Phander는 하루나 이틀 묵어가도 좋을만한 곳이다.
Shadur Pass 고개를 넘어서 두 번 검문소를 지나고 외국인은 호텔에 체크인 하듯이 장부에다 여권 내용을 적고 갔는데 경찰은 여권을 보기는커녕 내가 적은 내용을 체크도 하지 않았다. 상부에서 하라고 하니 건성으로 하는 것이다. 버스 차장이 내리라고 해서 내렸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냥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아침 5시 45분에 버스를 기다릴 때는 별로 춥지 않았는데 버스에 타고나서 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추워서 혼났다. 아침 식사를 한 거의 10시까지 추웠다. 해가 뜨면 괜찮겠는데 깊은 계곡이라 해가 제법 높게 뜰 때까지 햇빛이 미치질 않는다. 다음에는 고지대에서 새벽에 여행을 하면 꼭 다운재킷을 작은 가방에 넣고 가야겠다. 추위가 가시니 다음에는 길에서 먼지가 어찌나 많이 나서 버스로 들어오는지 고생을 많이 했다. 얼굴에 마스크를 하고 색안경을 쓰고 바람막이 재킷으로 머리를 뒤집어 섰는데도 먼지가 입안으로 들어올 정도로 먼지가 많이 났다.
버스가 너무나 천천히 갔다. Peshawar와 Chitral에서 탄 미니버스와 지프차는 좌석이 불편하고 떠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일단 떠나면 거의 서지 않고 종점까지 갔다. 승객 대부분이 종점까지 가고 출발지에서 만원이 되어서 떠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버스는 소위 완행버스다. 사람이 타고 내리기를 몇 분 만에 한번 씩 하면서 간다. 하도 사람이 자주 타고 내리니 설 때는 완전히 서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이 뛰면서 타고 내린다. 그래도 노인이나 여자가 내리고 탈 때는 완전히 선다.
아침 6시에 Mastuj를 떠나서 Gilgit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반이었다. 거의 12시간이 걸린 셈이다. Gilgit에 내리니 비가 조금씩 내린다. 젖을 정도는 아닌데 숙소를 찾느라고 Lonely Planet 지도를 보는데 빗물이 책에 떨어진다. 다음부터는 접는 우산을 배낭에 넣지 말고 쉽게 꺼낼 수 있는 작은 가방에 넣고 다녀야겠다. 버스 정거장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내가 찾던 첫 번 숙소에 도착했다. 조금 더 가서 두어 군데 더 보고 싶은 숙소가 있었지만 비 때문에 첫 번 숙소에 그냥 들었다. 숙소에 들어서니 배낭 여행객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일본 여행객들이 많다. 조금 더 가면 일본 여자가 경영한다는 숙소가 있는데 그곳에는 일본 여행객들이 더 많을까? 그곳에서는 일본 음식을 한다고 해서 가볼까 했는데 비 때문에 포기했다.
방 값이 조금 비싸긴 해도 아주 마음에 든다. 정원 구석에 있는 방을 주는데 프라이버시가 그만이다. 창문 앞에는 아름다운 장미꽃 정원이 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내 개인 정원 같다. 정원 너머로는 높은 산과 푸른 하늘이 보인다. 방은 작지만 밝고 침구가 깨끗하고 뜨거운 물 샤워가 있는 욕실이 딸려있다. 컴퓨터를 하려고 하는데 전기가 세 번이나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번복한다. 하루 밤에 세 번이나 정전이 되다니.
점점 여행에 지쳐진다. 빨리 귀국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만 난다. 그래서 Baltistan 가는 계획을 수정했다. Lonely Planet과 Foot Print 여행 안내서에 있는 Baltistan 편을 다시 읽어보니 Lonely Planet에는 없는데 Foot Print에는 K2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트레킹 코스가 간단이 나마 소개가 되어 있었다. 왕복 약 15일 코스인데 혼자는 못 가고 그룹에 끼거나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해서 가야한다. 내가 Baltistan을 가려는 이유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인 K2 산을 볼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어서였는데 K2 베이스캠프에 가는 것은 너무 힘들고 K2가 조금 보이는 곳이 있는데 그곳도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이번에 K2를 보는 것은 포기했다. 언젠가 다시 와서 정식으로 K2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하고 싶다. 그래서 Baltistan은 아주 포기할까 하다가 Skardu 까지만 갔다 오기로 했다. Little Tibet이라 해서 흥미가 있었는데 인도의 Ladakh와는 달리 이곳 주민들은 벌써 수백 년 전에 이슬람교로 개종해서 아직도 불교 지역인 Ladakh만은 못할 것이다. 그래도 Skardu까지 가는 길은 Indus River 강을 따라가기 때문에 경치가 매우 좋단다. Skardu까지 차로 약 6시간 거리니 Skardu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Gilgit으로 돌아올 생각이다. 어쩌면 돌아오는 날 Gilgit에서 쉬지 않고 Hunza까지 계속 갈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하면 서울 돌아가는 날짜를 약 일주일 당겨서 Kashgar에서 항공편으로 서울까지 갈 수 있으면 10월 9일이나 10일에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
Mastuj에서 Gilgit까지 타고 간 Natco 버스, 오랜만에 큰 버스를 타는데 미니버스나 지프보다 편하다
Shandur Pass 올라가는 길, Chitral에 고립된 400명 영국군을 구하기 위해서 구원대가 이 고개를 넘어서 갔다
Shandur Pass에는 매년 7월 Gilgit과 Chitral 두 도시 대항의 Shandur Cup Polo 경기가 열린다
Shandur Pass에는 제법 큰 호수도 있다
길가 텐트 음식점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했다, 밀크 차 두 잔과 빵 한 조각이다
여자와 애들은 남자들로부터 격리된 자리에 앉아서 간다
Shandur Pass의 산 경치는 Pamir 고원 못지않다
돌산의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다
당장 산사태가 날 듯 한 검은 흙산
밀 수확이 한창인데 땅은 척박해 보이고 수확은 초라해 보인다
돌이 많은 벌판에 여자가 소 세 마리를 몰고 가고 있다
돌과 흙으로 조그만 성처럼 지은 농가, 평평한 지붕은 마당으로 쓴다
성난 듯이 힘차게 내려가는 강물
때로는 조용하게 흘러 내려가기도 한다
제법 큰 호수를 이룬다
지류가 Gilgit River로 내려온다
어디에서 내려오고 왜 물 색깔이 파란지 모르겠다
Shandur Pass에서 Gilgit까지 내내 이 강을 따라서 갔다
제법 넓은 벌판도 나온다
협소해 지는 계곡
2006년 9월 20일, 수요일, Gilgit, Madina Guest House
(오늘의 경비 US $11: 숙소 290, 점심 200, 인터넷 75, 25, 타월 60, 식품 25, 환율 US $1 = 60 rupee)
오늘은 한가하게 보낸 날이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커피를 끓여 마시면서 어제 여행일지를 썼다. 구름이 많은 시원한 날씨다. 이곳은 고도가 약 1,500m이라 그렇게 높지 않은 곳이다.
아침에 숙소 안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을 했다. 이곳은 한국 여행객이 제법 많이 오는 곳인지 컴퓨터에 한글을 쓸 수도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무척 느리다. 파키스탄 사진을 보낼까 하다가 너무나 느려서 그만 두었다. 인터넷을 끝내고 역시 숙소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시켜 먹었다.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 나도 집에서 스파게티를 많이 만들어 봤지만 20분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데 거의 한 시간이 다 되어서야 나온다. 기다리면서 벽에 쓰인 것을 보니까 이곳 음식은 항상 "fresh"하게 만들어서 해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달라고 있다. 그러나 음식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 같다. 어디에선가 음식이 늦게 나오는 이유는 "fresh"도 아니고 조리사가 느려서도 아니고 음식을 만드는 화덕이 적어서 그렇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곳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숙소주인이 칠판에 장문에 글을 써 놓은 것이 보여서 읽어보니 불평을 많이 하는 손님이 많다는 주인의 불평이었다. 손님들이 정확히 무슨 불평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아마 가격에 관한 불평이 있었던 모양이다. 칠판에 쓴 내용 중에 주인 측은 벌써 몇 년째 손해를 보고 영업을 하고 있다고 썼다. 시중 물가는 오르는데 자기네 가격은 안 올렸기 때문이라는데 좀 믿기 힘든 얘기다. 스파게티를 160 rupee 받는데 밖에 음식점에서 파는 양고기 카레 (mouton curry) 같은 것은 60 rupee이다. 스파게티라고 양고기 카레보다 더 비싸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 CD 한 장 굽는데 200 rupee인데 무료로 CD를 구어 주는 인터넷 카페가 많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200 rupee이면 파키스탄의 큰 도시에서는 인터넷을 10시간이나 할 수 있는 돈이다. 이 집 가격이 싼 것은 하나도 없는데 손해를 보고 영업을 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는 얘기다. 도대체 손해를 보면서 몇 년씩 장사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리고 그러한 내용을 손님들이 보도록 칠판에 써 놓다니 이곳 주인은 얼굴도 두껍고 아주 "sneaky"한 친구인 모양이다.
파키스탄에서는 아직 기념 마그넷을 못 샀다. 다른 나라에서는 다 샀는데 이란과 이곳에서만 못 샀다. Hunza에서 마지막 기회인데 거의 희망이 없다.
오늘 내가 그 동안 애용하던 아랍 수건이 없어졌다. 머리에 쓰는 수건인데 이란에서 샀다. 어디서 잃어버렸을까하고 생각해보니 그제 Mastuj에서 자기 전에 빨아서 밖에 의자에 널어놓고 어제 아침에 나올 때 잊어버리고 그냥 나온 것이다. 아주 요긴하게 잘 사용했었는데 아쉽기 짝이 없다. 중동에 갈 때 꼭 필요한 것인데 다시 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목욕을 하고 사용할 수건이 없다. 수건을 하나 사려고 다녀보니 대형이나 소형밖에는 없다. 할 수 없이 천을 파는 가게에 가서 면으로 된 천을 조금 사서 옷 수선하는 곳에 찾아가서 실이 풀리지 않도록 특수 재봉틀로 박으니 아주 훌륭한 수건이 되었다. 재봉틀 박는 돈을 안 받으려는 것을 10 rupee를 주었다. 서울 가서 더 좋은 천을 찾아서 다시 만들어야겠다.
숙소 바로 옆에 있는 K-2 Travel Services 여행사 사무실에 가서 내일 Skardu 가는 버스표를 미리 사놓았다. 내일 아침 7시 반에 떠나는 버스다. Lonely Planet에 오른쪽 창가에 앉아가야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다고 있어서 오른쪽 창가 자리를 얻었다.
Gilgit 시내 풍경
이곳 사람들은 화려한 색깔의 천을 좋아한다
내가 묵었던 Madina Guest House, 아주 편리한 위치에 있다
아름다운 정원이 있고 여행사, 캠핑 도구 대여 점, 인터넷 카페, 음식점 등 없는 것이 없다
한적한 정원 한 구석에 내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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