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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3일 월요일, 과테말라 행 비행기
3년 전 2000년 봄에 중미 여행을 했는데 오늘 다시 중미 여행을 떠난다.
이번 중미 여행은 두 가지 목적이 있는데, 첫째는 올 가을에 남미 13개국 여행을 떠날 계획인데 (약 1년 간) 그 전에 남미 대부분의 나라의 언어인 스페인어를 배워두기 위한 것이다. San Jose에 살면서 community college에서 스페인어를 배워보려 했으나 별 성과가 나지 않았다. 현지에 가서 배우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결론이 나서 어디가 좋을까하고 수소문을 한 결과 과테말라의 Antigua와 Xela, 아르헨티나의 Buenos Aires, 페루의 Cusco, 칠레의 Santiago 등에 스페인어 학원들이 유명한데 그중에 Xela가 제일 적당한 것 같아서 Xela로 정했다. Xela는 (다른 이름은 Quetzaltenango)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 경비가 제일 적게 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별로 오는 곳이 아니라 공부에 몰두하는데 제일 좋은 곳 같았다.
둘째 목적은 스페인어 공부를 끝낸 다음에 그 동안 배운 스페인어를 연습하는 겸해서 중미 지역에서 아직 못 간 두 나라 벨리즈와 멕시코를 여행하고 육로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중미 여행은 2월 3일에 시작해서 5월 18일에 끝냈으니 4개월 반의 여행이었다. 나 혼자 한 여행이었는데 대략 과테말라를 2개월, 벨리즈를 2주일, 멕시코를 2개월 여행했다. 과테말라 Xela에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거의 두 달간 머물었는데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하는 여행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었다.
2003년 2월 4일 화요일, Xela, Casa Argentina
(환율 US $1 = 8 quetzal)
Guatemala City 버스 터미널에서 생긴 일
아침 5시 반경에 Guatemala City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별로 어렵지 않게 90일 비자를 받고 통관수속을 마쳤다. 공항을 나와서 택시를 타고 한 20분 걸리는 버스 터미널로 갔다. Xela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택시 요금으로 60 quetzal을 (약 $8) 냈는데 버스를 타면 싸게 갈 수 있지만 (4 quetzal) 너무 이른 시간이고 Lonely Planet에 버스 터미널 주변이 홍등가라고 나와 있어서 좀 위험할 것 같아서 택시를 탔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터미널 안에는 승객 대여섯 명이 기다리고 있고 매표소는 아직 안 열었다. Xela 버스 출발시간이 아침 8시 반이니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구내식당이 열어서 커피를 한잔 사서 (4 quetzal) 마셨다. 커피를 다 마시고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과정에서 작은 배낭을 도난당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내가 앉은 곳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 쓰레기통이 있어서 걸어가서 종이컵을 버리고 막 돌아서려는데 한 남자가 내 바로 앞에 나타나서 바닥에서 지폐 한 장을 줍더니 내가 떨어트린 것이라면서 나에게 주었다. 나중에 보니 내 주의를 끌기 위한 수작이었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내 돈인가?" 생각하며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돈을 받고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갔는데 작은 가방이 안 보였다. 도난당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는데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누가 내 작은 배낭을 들고 금방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고 제스처로 나에게 알려준다. 그때서야 도난당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 밖으로 뛰어나가 봤으나 아무도 안 보였다.
정말 황당했다. 도망가는 사람도 못 봤고 나에게 돈을 건넨 친구도 그동안에 사라져버렸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꿈을 꾸듯이 날치기를 당한 것이다. 2인조 날치기 패는 내가 택시에서 내려서 버스 터미널에 들어설 때부터 내 주위에서 나를 노리고 있다가 내가 커피를 다 마시고 종이컵을 버리러 일어나는 순간에 작업을 시작해서 아마 10초 안에 끝낸 것이다. 내가 앉은 곳에서 불과 5m 떨어진 곳에 총을 든 경비원이 있어서 제스처로 어떻게 된 것이냐고 항의 조로 물어보았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무장 경비원 바로 앞에서 내 가방을 집어간 날치기꾼이나 눈앞에서 도난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제지도 안한 무장 경비원이나 도깨비 같은 사람들이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처음 하는 배낭여행도 아니고 배낭여행 중에 일어나는 도난의 위험에 관해서도 알만큼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렇게 쉽게 당하다니. 그것도 여행 첫날에 일어나다니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우선 흥분된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서 자리에 앉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담? 이러는 내 모양을 지켜보고 있던 몇 명 승객들은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얘기를 하는데 내 얘기를 하는 것이 틀림없다. 동정을 하는 건지 비웃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잃어버린 물건 리스트를 만들어보니 손실이 제법 크다. 카메라, 망원경, 단파 라디오, 전자계산기, 알람시계, 헤드램프, 밴다나, 눈가리개, 가족사진 앨범, 중앙아메리카 Lonely Planet 여행 안내서를 포함한 책 4권, 비상금으로 넣어두었던 현금 $100이다. 우선 걱정이 되는 것이 Lonely Planet이 없어졌으니 Xela에 도착해서 숙소 Casa Argentina에 찾아가는 것부터 문제다. 갑자기 공항으로 되돌아가서 미국으로 돌아가 버리고 싶은 생각이 났다. 돌아가서 좀 쉬었다가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방 Xela의 숙소 이름은 알고 있으니 Xela에 도착해서 어떻게 찾아갈 수는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되돌아갔다. 혹시 도둑들이 돈과 물건만 빼가고 책과 배낭은 터미널 근처 어디에다 버리지 않았을까 하고 버스 터미널을 둘러보았으나 없었다. 배낭도 탐이 날 텐데 돌려줄 리가 없고 책도 헌 책방에 팔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여행객 몇 명이 터미널로 들어온다. 얘기를 걸어보니 멕시코에 사는 교민들인데 과테말라에 사는 친구를 방문하고 멕시코로 돌아가는 중이란다. 배낭을 잃어버린 얘기를 했더니 자기네도 과테말라에 도착하던 날 이 버스 터미널에서 가방을 하나 잃어 버렸단다. 버스 터미널에 외국여행객들만 노리는 전문 날치기 패들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당한 것이다. 집사람과 같이 여행할 때는 한 사람이 자기를 뜰 때 다른 사람이 짐을 볼 수 있었는데 나 혼자 다니니 그게 안 되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매도 일찍 맞는 것이 낫다고 어쩌면 이런 일이 일찍 생긴 것이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큰 배낭과 허리에 찬 전대, 여권, 그리고 은행카드는 말짱하니 다행이다. 잃어버린 물건은 이곳에서 다시 사거나 집에 연락해서 받으면 된다. Xela 한곳에서 한 동안 있을 것이니 그렇게 할 시간도 충분히 있다.
멕시코로 가는 한국인들이 먼저 떠나고 나도 한 시간 정도 더 기다려서 아침 8시 반에 떠나는 Xela 행 버스에 올랐다. 큰 배낭은 짐칸에 넣고 맨몸만 오르니 허전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했다.
버스 안에서
울적한 마음으로 Xela 행 버스에 올라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내 옆자리에 외국여행객 한 사람이 앉는다. 캐나다 Ottawa에서 온 50대 남자인데 Nortel이라는 통신장비 회사에서 일을 한단다. 2개월 예정으로 과테말라와 온두라스를 여행하는데 우선 한 달은 Xela에 가서 스페인어 공부를 할 예정이란다. 같은 버스에 탄 캐나다인 부부와 동행이란다. Xela에 숙소를 정했느냐고 물으니 Casa Argentina에 예약을 했단다. 내가 묵으려고 하는 곳이다. 어쩌면 나와 계획이 그렇게 같은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Xela에 도착해서 Casa Argentina를 찾아가는 것은 이 친구와 동행하면 된다. 이 친구 이름은 David, 동행하는 부부는 Jack과 Ellen 이다. 모두 50대로 보이는데 Jack과 Ellen은 Toronto에 사는데 David는 Ellen의 형부란다. (Jack과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다. 내가 Toronto 마라톤 대회에 나가게 되면 자기 집에 묵고 자기는 물수건을 들고 내 마라톤 뒷바라지를 하겠다는 우스갯소리 같으나 진짜 약속이 되어있다.)
Xela까지는 버스로 약 4시간 걸리는 산길인데 (Guatemala City는 고도가 약 1,500m이고 Xela는 2,333m) 가는 길가로 보이는 마을들은 옛날 강원도의 화전민 마을 같았다. 집들은 모두 흙벽돌 벽에 양철 지붕이다. 아직 전기가 안 들어오는지 마을엔 전봇대가 하나도 안 보인다. 마을 주위 경사가 급한 산 중턱은 온통 옥수수 밭이다. 완전히 옥수수 밭으로 덮인 산도 보인다. 쌀이 우리의 주식이듯이 옥수수는 과테말라 Maya 사람들의 주식이다. 네 시간 달리는 동안 멀리 Antigua 근처에 있는 활화산 Volcan Pacaya와 그 근처로 Lago Atitlan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세 개의 휴화산이 계속 보인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경치다. 이번에 Antigua는 몰라도 Lago Atitlan은 다시 가 볼 생각이다.
스페인어 학원 등록
Xela에 도착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스페인어 학원에 등록하는 것이다. 원래 계획은 Lonely Planet에 나와 있는 학원 리스트 중에서 세 군데를 골라서 모두 방문해 본 다음에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을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Lonely Planet이 없어 졌으니 학원 리스트도 없고 찾아가는데 필요한 시내 지도도 없다. 같은 버스에 탔던 캐나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David는 벌써 학원을 정했으나 Jack과 Ellen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동행하기를 청했더니 대환영이었다.
숙소 Casa Argentina에 짐을 내려놓고 Jack과 Ellen과 함께 학원을 찾아 나섰다. 인구 10만의 이 도시에 (과테말라의 두 번째로 큰 도시다) 학원이 밀집해 있는 지역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조그만 지역이다. 처음 찾아간 곳은 Celas Maya란 학원이었다. 우리를 맞은 직원은 이곳에서 1년 반 동안 일하고 있다는 20대 말의 미국 여자였다. 언어가 통하니 시원스럽게 알고 싶은 것을 다 물어보았다. 일주일 수업료가 $125인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5시간 수업을 학원 교재로 학생과 선생이 1대1로 하는데 매일 인터넷 1시간과 오후 오락 프로그램과 주말여행이 포함된단다. 그뿐 아니라 놀랍게도 수업료에 학원 근처에 있는 민박집에서 독방과 하루 세끼의 일주일 숙식이 포함된단다. $500에 한 달 먹고 자고 공부하고 주말 관광까지 무료로 할 수 있다니 세계 어디 가도 이렇게 싼 가격은 없을 것이다. 과테말라의 스페인어 학원은 전 세계에 알려져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학생들이 몰려온단다. 하나 둘씩도 오고 30여 명씩 단체로도 온단다. 과테말라에는 관광 못지않은 좋은 외화 수입원이다. 학원이 Xela에 50여 곳, Antigua에 30여 곳, Panajachel에 20여 곳이 있고 다른 소도시에도 있단다. 이 학원은 널찍하고 아름다운 정원이 있고 인터넷 룸에는 10여대의 컴퓨터가 있다.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오후 5시까지 결정을 하겠다고 하고 나와서 두 번째로 찾아간 학원은 David가 정했다는 곳인데 건물 내부가 실내는 어두컴컴하고 정원이 거의 없어서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오후라 학생은 없었고 원장 같은 여자가 우리를 맞아서 학원 소개를 하는데 우리가 스페인어를 못 한다고 해도 계속 스페인어로 설명을 해나간다. 잠깐 나타난 한 학생이 통역을 해주고 갔는데 원장 태도가 마음에 안 들고 인터넷 시설도 없고 건물도 마음에 안 들었다. 학원 비용과 프로그램은 첫 번에 간 Celas Maya와 별 차이가 없었다.
Xela의 학원들은 일주일 단위로 등록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만 하고 떠날 수도 있고 일주일 해보고 마음에 안 들면 학원을 바꿀 수도 있고 한 학원 안에서 선생을 바꿀 수도 있다. 민박집도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다. 융통성이 그만이다. 이곳에도 오후 5시까지 결정하겠다고 하고 나왔다.
세 번째 학원 방문을 하기 전에 Jack, Ellen과 함께 점심을 했다. 한 음식점에 들어가서 치킨 샌드위치를 들었다 (8 quetzal). 세 번째 학원도 스페인어로만 설명을 하며 간간 영어를 섞어서 잘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이곳 역시 비용과 프로그램이 다른 곳과 비슷하고 학원 분위기는 역시 첫 번에 간 Celas Maya만 못했다.
결국 Celas Maya로 결정을 보고 돌아가서 등록을 마쳤다. 학원을 나오다 David를 만났는데 마음이 변했다며 자기도 Celas Maya에 등록을 하겠단다. 이렇게 해서 Celas Maya 학원에는 학생 4명이 새로 생겼다.
Casa Argentina 숙소로 돌아와서 방을 정하고 (하루 밤에 25 quetzal) 짐을 풀고 나니 작은 배낭을 도난당해서 울적했던 마음이 많이 풀려졌다. 물건과 현금 손해액을 대강 계산해보니 $700 정도 된다. 큰 곤란을 당할 것은 없고 잃어버린 물건은 모두 다시 보충할 수 있는 것들이고 또 보충할 시간도 충분히 있다. 적선을 한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기로 했다.
숙소 Casa Argentina는 개인 가옥 두 채를 터서 만든 곳인데 방은 30개 정도고 손님은 모두 외국 여행객이다. 숙박료는 하루 밤에 20 내지 40 quetzal인데 ($2.50-$5) 욕실은 공동으로 쓴다. 손님은 주로 젊은 배낭 여행객들인데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은 나와 캐나다 3인방 외에 두어 명 더 보였다. 종업원들은 영어를 못해도 항상 미소를 띠며 친절하게 대해준다. 말 한 마디를 해도 두 세 번씩 반복해준다. 이곳에 온 외국 여행객들은 모두 스페인어를 배우러 온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단어 하나라도 가르치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기특한 일이다.
Casa Argentina는 Xela에서 외국 여행객들에게 제일 인기가 있는 곳이고 (가장 싸서) 내가 묵은 날도 손님이 30-50여명은 되는 것 같았다. 여행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주방도 있어서 바로 옆에 있는 시장에 가서 식료품을 사다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하루 40 quetzal 정도면 ($5) 살 수 있으니 배낭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이다. 나는 그들보다는 여유가 있지만 가능한 한 이런 곳에 묵는다. 필요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른 배낭 여행객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고 함께 관광을 다니며 비용을 절약하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근처에 있는 제과점에 가서 빵을 사서 커피를 만들어서 저녁으로 때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닭이 우는 소리에 잠이 깨어서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다. 귀마개를 하고 다시 자다가 깨어보니 아침 6시 반이다.
이렇게 해서 시작은 좀 삐꺽했지만 나의 과테말라 여행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당분간은 여행이라기보다 스페인어 공부를 하면서 Maya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심도 있게 관찰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여행인지도 모른다.
나와 버스에서 만난 캐나다 3인방이 등록한 Celas Maya 스페인어 학원
시원한 정원에서 선생과 학생이 1대1로 공부를 한다, 인터넷 시설도 있다
2003년 2월 5일 수요일, Xela, Familia Siliezar Gonzales 민박집
아침을 남은 빵과 커피로 마치고 아침 9시경에 Casa Argentina 체크아웃을 하고 어제 등록한 Celas Maya 학원으로 가니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에게 배당 된 호스트 가족을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 룸에 들어가서 인터넷을 하다가 호스트 가족 여주인이 나타나서 따라나섰다.
민박집 여주인은 50대로 보이는데 이름은 Cleo다. 학원에서 7분 정도 거리에 있는 민박집에 당도하니 Daisy란 강아지가 반갑게 맞는다. 학생이 두 명 더 있다는데 학교에 가고 없었다. 집은 절간 같이 조용했는데 언덕에 위치해서 전망이 좋았다. 산과 냇물이 보이고 멀리 Volcan Santa Maria 화산이 (3,772m) 보인다. Cleo는 내가 경치를 감상하는 것을 보고 "Buena Vista"라고 한다. "좋은 경치"란 뜻인데 한 마디 배운 셈이다. 외국어는 이렇게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 소개를 한다. 침대와 책상과 의자가 있는 단출한 내 침실,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 샤워실, 빨래터를 보여주고 식당에 가서는 내가 매일 앉아서 식사를 할 자리를 지정해주었다. 꼭 그 자리에만 앉아야 하는 모양이다. 식사 시간은 아침 7시 15분, 오후 1시 15분, 그리고 저녁 7시 15분이란다. Cleo는 아주 깐깐한 여자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제 먹고 자고 공부하고 구경 다니는 것까지 모두 해결되었으니 마음이 편안해 진다. 도난당한 물건들은 이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사고 나머지는 집에 연락해서 우편으로 받으면 되니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다. 이곳에서 최소 4주, 최대 8주 동안 공부를 하다가 스페인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면 이곳을 떠나서 벨리즈와 멕시코를 여행하러 떠나면 되는 것이다.
민박 여주인 Cleo와 금방 나와 친해진 개 Daisy
중류 생활을 하는 민박집은 아담하고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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