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창원축구센터에서 6일 간의 ‘2016 대한축구협회 선수출신 3급 심판 특별 자격증 코스’가 열렸다. 늘 익숙하게 해오던 축구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처음으로 심판으로서 경기장을 누빈 선수들은 그 신선함과 어려움에 혀를 내둘렀다. 5일부터 10일까지 창원축구센터에서 ‘2016 대한축구협회 선수출신 3급 심판 특별 자격증 코스’가 진행됐다. 선수출신 또는 현역선수를 위한 은퇴 후 진로 제시와 심판 유망주 육성을 위한 특별 코스다. 코스 합격자에게는 3급 심판 자격이 부여된다. 특히 여자 선수들만을 모아 코스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희영, 장정희 등 실업팀에서 뛰다 은퇴한 선수들부터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현역선수로 뛰고 있는 선수들까지 총 25명의 지원자가 이번 특별 코스를 함께했다. 현역선수들이 포함된 코스인 만큼 강의와 테스트가 타이트가 진행됐다. 이론 교육을 시작한 5일부터 매일 오전, 오후 수업과 저녁 식사 후의 야간 수업까지 이뤄졌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책상 앞에 앉아 강의를 듣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강치돈 대한축구협회 심판 전임강사를 비롯한 강사진의 열정적인 강의에 힘입어 최선을 다해 심판으로서의 지식과 자질을 습득해 나갔다. 특별 코스이지만 평가는 냉정했다. 7일 필기시험에는 전원이 통과했지만, 8일 체력테스트에서 3명이 탈락해 짐을 쌌다. 지원자들은 마지막 실전 테스트를 앞두고 한껏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9일 열린 첫 실전테스트 현장을 찾았다. 4인 1조로 주심과 1부심, 2부심, 대기심 역할을 10분씩 돌아가면서 수행해야 했다. 11대11 경기에는 마산중앙중학교 축구부가 협조했다.  처음으로 실전 경기운영에 임한 선수들은 심판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첫 조로 테스트에 나선 지원자들의 앳된 얼굴이 눈에 띄었다. 대구동부고 여자축구부 선수들이었다. 이번 코스에는 12명의 대구동부고 선수들이 지원했는데, 선수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진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범세원 감독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주심 역할을 맡아 킥오프 시그널을 해야 하는 고서현은 “떨려. 너무 떨려”를 연발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강치돈 강사가 괜찮다며 “배운 대로 마음껏 해보라”고 격려했다. 곧 고서현의 킥오프 시그널이 울렸고, 네 명의 심판 도전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첫 실제 경기 운영에 임했다. 선수보다 심판이 주인공이 되는 흔치 않은 경기였다. 누구에게나 첫 도전은 어색한 법. 어설픈 휘슬 소리와 잔 실수, 당황한 표정, 어리바리한 모습들이 연출되자 같은 지원자들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평가에 임하던 이만우 강사, 김장권 강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곧 안정을 찾은 심판 도전자들이 날카롭고 정확한 판정을 내릴 때에는 박수와 격려가 쏟아졌다. 정신없이 전반전을 마쳤을 1조의 김나연, 고서현, 김수지, 김윤서를 만났다. 처음으로 실전에서 심판을 해본 느낌이 어떤가 하는 질문에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어려워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고서현은 “선수로 경기하는 거랑 심판으로 하는 거랑 정말 달라요”라고 말했다. 김나연은 “이론 공부 한 것들을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특별 코스에서의 심판 도전은 이들이 앞으로 계속 선수 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선수로서도 경기 규칙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경기에 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김수지는 수줍게 “그동안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가진 적도 많았는데 이제는 심판을 좀 더 이해하게 될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이들이 일찌감치 심판 자격증에 도전함으로써 선수 은퇴 이후의 삶을 대비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이번 특별 코스가 가진 의미다. 김윤서는 “선수로서의 미래가 확정적인 것이 아니잖아요. 심판으로서의 자격증과 경험을 쌓아 가면 나중에 선수 생활을 접게 되더라도 심판의 길을 갈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진로 고민이 한창일 이 나이대의 선수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경험이다.  실전테스트 1조로 나선 대구동부고 김나연(왼쪽부터), 고서현, 김수지, 김윤서. 2조까지의 실전 테스트가 끝난 뒤에는 저녁 식사 후 야간 수업이 이어졌다. 실전에 임한 지원자들이 앞으로 나와 직접 잘된 점과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지원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각각의 판정 상황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나눴다. 애매하거나 의아한 부분에 대해서는 강사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강치돈 강사는 첫 실전 경험 후 다소 주눅 든 지원자들을 격려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처음은 누구나 어색해요. 여러분들도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는 패스 하나도 잘 못하지 않았어요? 경험 많은 국제 심판들도 실수를 해요. 여러분은 이제 시작이에요. 여기서 분명히 올림픽도 나가고, 월드컵도 나가고 하는 훌륭한 국제 심판이 나올 거예요.” 이번 특별 코스 합격자들은 ‘여자 선수출신 3급 심판 특별 자격증 코스 1기’로 기억될 것이다. 강치돈 강사가 이번 지원자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기 합격자들이 좋은 심판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 앞으로 2기, 3기 코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여자 심판 저변 확대가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이천대교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김희영은 “이전까지 없었던 선수들을 위한 새로운 혜택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 기뻐요. 은퇴 이후에 앞으로의 직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좋은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한 마음이에요. 다른 은퇴자들이나 현역선수들도 이런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창원=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강치돈 대한축구협회 심판 전임강사가 열정적으로 지원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진지한 모습으로 이론 수업에 참여 중인 지원자들. 첨부파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