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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 고.
임 찾아 가~는 길에
내 집 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 양
나가 물어~볼까나.” ----- 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의 ‘봄 처녀’
희뿌연 미세먼지
연일 기승을 부렸다.
기해년 봄
한반도 전체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강호의 현자들은 말한다.
하나, 골당제패공를 익히면 능히 지역의 패자가 될 것이요.
둘, 멘탈파괴공을 익히면 일국의 제왕이,
셋, 미세먼지공을 다 익히면 천하를 쥐리라.
하나 아직 촌남무림에서 위 무공을 하나라도 연성한 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
자수성가형.
소년가장 출신으로 고흥산.
부모를 일찍 여의고 전라 광주로 상경하여 초근목피하며 고교를 졸업
돈이 없어 고등 무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함.
서울로 상경하여
아현동 독서실에서 총무로 주경야독하며 대학 무술을 익힘.
가난과 싸우며 비정 강호의 쓴맛을 알았다고 함.
소년가장 시절 팔을 다쳐 군역 면제.
거제 외딴 섬에서 홀로 익힌 무공이 편협하며 거칠고 실험적임.
좌도 방문 소리를 들었으나, 실전엔 강함.
나이 마흔 중반에 거제 무림의 패자가 된 후 패하지 않음.
그의 무공을 추종하는 자가 많아지면서, 좌파 신무공의 창시자로 불림.
.
그의 독문절학인 통풍공은 무림 사상 완성한 자가 없다는 전설의 사공임.
술과 독극물을 무리하게 주입해 익히다 주화입마를 입어 온몸이 비틀어져야만 완성할 수 있는 무공임.
………………………….
삼월 말.
운악산 자락에 위치한 썬힐 골프클럽
초봄치곤 아직은 쌀쌀했다.
예의 검은색 피풍의를 걸친 현재 촌남골프지존 야무검이 검은색 벤츠 마차를 몰고 클럽에 들어섰다.
습관적인 엷은 미소.
그는 무심한 듯, 무표정했다.
대결은 묘시였지만 그는 일각(一刻) 전에 도착했다.
문득 떠오른 단상 하나.
한가닥 담배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조식은 일곱 걸음 만에 시 한 수를 지었다지?
“본래 같은 뿌리에서 났거늘, 서로 들들 볶기가 어찌 이리 급할까(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본래 동향의 같은 고교를 졸업했는데 서로를 들들 볶기가 왜이리 심하지?
내 비록 골프는 평정했지만 당구공은 왜 이리 후달리지 ?
필선검과 대순검과의 지난
달 사투를 떠올리며 서서히 비무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늘도 한 수 지도하는 마음으로 대국에 임해야지…”
“골프는 상대가 없으니 재미 없고, 당구가 진정한 승부지…”흐흐흐흑
……………………………
통풍거사,
그는 지금 칠흑의 어둠에 갇혀있다.
한때 지연공을 주 무공으로 했던 때가 있었지?
그에 따른 강호의 비난이 극도로 심해져
무술연마도 잊고 세상과의 접촉면도 극소화했다.
무림 언론과는 아예 단절했다.
‘죄 아닌 죄’가 그를 칭칭 둘러싸고 있다.
지존에게 대든 불경죄.
‘지연마공과 무마차공을 익힌 걸 요즘 후회한다.
나뿐 아니라 내 아내, 내 가족까지 비난에 시달린다.
내가 무림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이다.
절망과 좌절이 구름처럼 몰려온다.
이럴 때 마음을 다져야 한다.
이 거미줄에서 벗어나는 것만 생각할 때다.
휴일도 잊었다.
올 겨울 동굴 속에서 노납들과 얼마나 무공수련을 열심히 했던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지존에 등극하는 것만이
승리하는 것이다.
현 무림지존이 누군가.
남들은 자상해 보이는 외모에 속지만 나는 안다.
그 집요함과 순진한 미소 뒤에 숨은 뱀 같은 잔인함을.
그는 나의 지연공을 패도지공으로 몰아 부치며 공격했다.
무림지존만 쓸 수 있다는 필살기,..멘탈파괴공으로..
적을 말살하는 데는 극강의 위력을 보이지만,
훗날 꼭 주인을 물어뜯는다는 저주의 마공 아니던가.
전임 은수지존이 지연마공을 쓸 때 그는 얼마나 비난했던가.
자신은 절대 쓰지 않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누구보다 멘탈파괴공을 많이 쓰고 있지 않은가.
멘탈파괴공은 내 무공으론 맞설 수 없다.
최대한 막되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한다.
한신의 굴종으로 견뎌야
한다.
한 때 멘탈파괴공의 중수인 냉면검의 구라를 피해
독두검이 귀를 막고 비무를 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었다.
공정한 비무요, 일대일 싸움이기만 하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
내겐 거제 무림에서부터 갈고 닦은 극강의 성명 절기인 통풍공이 있지 않은가.’
그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통풍공 요결을 떠올렸다.
“스윙 전에 깃대를 향해 샤프트로 최대한 서서히 각도를 잡는다. “
“임팩트 전 최대한 천천히 연습 스윙을 두세차례 한다.”
“퍼팅 전에 그린 시작부터 끝 부분까지 정확한 거리와 각도를 계산한다. “.
흡사 은수지존의 지연대마공을 본 뜬 것 같은 무공이였다.
처음엔 "좌도 방문의 무공 아니냐”며 꺼리던 통풍검이지만 ,
새로운 무공을 추가해 연성하고 있는 중이였다.
무마차공.
“무마차공은 빈자(貧者)를 위한 무공이다”.
모두 친구들의 마차를 나의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다른 어떤 무공보다 효과가 있다.”
“일단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되며 마차운전에 따른 진기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끝나고 피곤하면 친구가 기사가 되어 준다.”
"독하디 독한 무공이지만, 꼭 익혀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고 한다.
“일명 차력대마공이라고도 하지..흐흐흐 “
…………………………………………….
야무검은 과연 촌남지존좌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는 “오늘이 지나지 않았는데, 어찌 내일을 말하랴”고 했다.
시작 전에 벌써 지존좌 얘기를 꺼내는 건 “섣부르다”고도 했다.
기해년 첫 촌남무림대회인지라 어떤 돌발변수가 나올 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필선검과 대순검은 별로 말이 없이 무심했다.
기해년 새로운 마음으로 참신하게 야무검에게 일합을 도전을 청했으나,
필드와 사이버에서 연달아 야무검에게 패하며
이미 무너진 멘탈로 특유의 결기와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림인은 투기(鬪氣)로 말한다.
이미 두사람의 투기는 꺾여 있었다.
낭주검도 작년 말의 기세가 바람처럼 사라져 있었다.
야무검이 만날 때 마다 전가의 보도인 “스카티 카메론 퍼터”에 대해 독약처방을 내리고 있었다.
“그건 너에게 안 맞아…”
“로리 매킬로이가 우승한 스파이더 말렛퍼터인데 이게 너에게 맞는 것 같다.”
진짜인지 자기 안 맞는 중고퍼터 처리용 멘트인지 도무지 가름할 수가 없었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하는 냉면검 조차 애장 스틸채에 대한 비난을 퍼붙고 있었다.
“관우의 청룡도를 니가 어찌 마음대로 조절하며 사용할 수 있겠는가?
“나이 생각해서 가벼운 그라파이트로 바꿔라..”
자존심이 허용하지 않았다.
실력으로 모든 야지를 다 불식시킬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항시 생각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독두검 역시 희망에 차 있었다.
지난달 기해 첫 출격에서 처음으로 골프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
같이 동행했던 낭주검도 독두검의 새로운 초식에 희망섞인 멘트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는 그 동안의 숙적 냉면검만은 눌러 주리라
마음속으로 단단히 마음 먹고 썬힐에 출격하고 있었다.
반포검 역시 자신이 있었다.
그 동안 촌남고 비무대회는 소원했으나 강호의 뭇 고수들과의 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으니 오늘 한번 내 실력을 보여 주리라.
마음 먹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안갯속이다.
지존의 무공이 한번쯤은 무너지지 않겠는가 ?
누구나 희망하지만 결국은 절망하는 것이 강호의 법칙이였다.
누군들 변방인 아니었으랴…꿈꾸는 자, 그가 주인이다
“모두가 한때는 변방이었다. 예수도, 부처도, 아웃사이더였고 비주류였다.”
“나는 변방이 중심이 될 수 있는 무림을 소망한다”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4인 1조, 두개조로 나뉘어 비무가 시작됐다.
치열한 타구음과 경쾌한 푸트웍이 어울리며
운악산 계곡은 뜨거운 숨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전반이 끝났을 떼
1조 : 문필검 46, 반포검 47, 통풍검 40, 낭주검 51
2조 : 대수검 44, 야무검 40, 독두검 53, 냉면검 47 로 스코어가 박혀있었다.
통풍검의 안색이 좋치 않았다.
“뭔 일 있냐 “
야무검이 물었다.
“너무 안 맞네…”
경악할 발언이었다.
기해년 첫번째 라운드에서 전반 40타 …
이게 잘 맞지 않은 거면…
기대스코어는 언더라는 이야기 인데..”
야무검이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감히 지존의 자리를 넘보다니…”
통풍검도 감개무량했다.
"드뎌 지존의 자리가 눈앞에 보이는 구나.
드라이버 제대로 맞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스코어라면 …
후반은 완전 이븐으로 깔자.."
.흐흐흐흐
하지만 후반이 되자 상황이 급전했다.
갑자기 벙커에서 통풍검이 헤메이기 시작했다.
파.보기도 마음에 안드는데 양파에 이은 양파
전반전과의 천양지차의 스코어를 적어내고 말았다.
반면에 야무검은 전반과 동일하게 버디 하나를 겉들인 40타.
“고수는 기복이 없는 편이지…하하하”
“괜히 쫄았네. “
득의의 웃음을 지어내고 있었다.
낭주검은 이대로는 무너질 수 없었다.
혼신의 집중을 기울여 겨우 평년타 .
겨우 100타 전의 스코어를 적어 낼 수 있었다.
“휴--- 큰일 날 뻔 했구나. “
긴 한숨을 몰아 쉬었다.
반포검도 전반은 그럭저럭 버텼으나 후반의 압박은 견뎌내기 힘들었다.
우아한 골프를 즐겨야 하는데 야만적인 스크라치를 치다니…
“괴롭구나…”
문필검과 대수검도 기가 빠졌지만 최후의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해
악을 쓰고 채를 휘두르고 있었다.
겨우 90 전 후를 기록해 한숨과 함께 야무검의 80 타를 응시하고 있었다
“에이..지랄 같이 안 맞네..”
독두검은 이미 냉면검과 같이 친다는 자체가 악몽이였다.
또 다시 108 번뇌타를 치다니…
“아무 ..할 말이 없구나..”
야무검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작년보다 이번에는 공은 잘 뜨네..”
염장질이 따로 없었다.
냉면검이 지긋히 웃고 있었다.
18홀이 끝났을 때 최종 스코어는
1조 : 문필검 91, 반포검 102, 통풍검 89, 낭주검 97
2조 : 대수검 90, 야무검 80, 독두검 108, 냉면검 95 로 스코어가 박혀있었다.
스코어는 인격이였다.
최후의 식사에서 냉면검의 추상과 같은 스코어 공표가 있었고
7위, 8위를 한 반포검과 독두검에게 분발을 위한 부상이 수여되었다.
모두들 담담히 반성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번 대회를 기약하면서…
PS. 추신
인생은 골프스코어로만 판단되지 않는다.
이어진 막수회 당구는 김일.최투.문삼.신포로 결말 되었다.
신포는 전패를 기록했고 김일은 전승을 기록했다.
최당지존의 시대가 저물고 신새벽이 움틀대고 있었다. .
…………………….
인생 봄날의 재현을 고대하며….기해년 초봄에…
첫댓글 종잡을수 없는 스코어구만!
마큐위침
당구 큐대가 바늘이 될 때까지 갈아서 회군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