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디아스포라 영성 가족들께
거룩한 입맞춤으로 문안합니다.
저는 지금 경포 해변의 한 PC방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이번 주간은 디아스포라 영성센터가 세워질 부지를 찾아
강원도 삼척과 경북 봉화의 골골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때로는 길을 잃고 외딴 산간마을의 막다른 길에 다다라 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해안선을 따라 동해 바닷가를 거닐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꿈속에서 보았음직한 마을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러 사방을 찬찬히 둘러보다
그만 탄성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래! 바로 저기야!"
오후 네시가 되었는데도 해가 떨어지지 않는
석양 빛으로 곱게 빛나는 아늑한 밭 한자락.
저는 단숨에 그 밭으로 달려갔습니다.
동서로 길게 드리운 정 남향의 밭자락.
밭 둑이 끝나는 곳에는 골짜기로부터 시작된 옥빛 시내가
속살을 훤히 드러내며 잔잔히 흐르고
그 시내는 더 큰 골짜기로부터 흘러내린 개울과 만나
제법 큰 물을 이루었습니다.
밭가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10여미터 올라가면
제법 큰 폭포가 있고
그 물은 다시 흘러 기암 절벽이 수려하게 펼쳐진 계곡으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꿈꾸던 지형.
산과 시내와 바다가 어울어져
산살림과 들살림과 갯살림이 가능한 은혜의 땅.
바로 그런 곳을 찾아낸 것입니다.
저는 이내 땅 주인을 수소문해 보았습니다.
저는 원덕읍에서 속옷 대리점을 하시는 땅 주인을
어렵지않게 찾아 낼 수 있었고
이내 그 분과 땅 구입 문제를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분은 놀랍게도 제 절친한 친구의 어머님으로부터
큰 은혜를 입은 적이 있는 분이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친 어머님처럼 제 친구의어너님을 따르는 분이셨습니다.
예비된 뜻밖의 인연에 그 땅주인도 놀라시며
제가 하고자 하는 영성센터의 계획 이라면
기꺼이 협조하겠노라고 선뜻 허락하셨습니다.
밭의 크기는 663평.
얼핏 보기에는 1000평이 족히 되어보이는 땅을
800만원에 넘겨 주시기로 약속을 하셨습니다.
동해바닷가로부터 15분 거리.
마을에서 임대한 폐교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개조해서 살 만한 빈집 수십채가
산자락을 따라 드문드문 펼쳐져 있으며
온 종일을 골짜기 안에 있어도 시냇물소리, 바람소리밖에 들리지않는
영성센터를 건립하기에도,
공동체 마을을 일궈가기에도,
대안학교를 설립하기에도 최 적의 조건인 아름답고 은혜로운 땅,
그곳은 바로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사곡리입니다.
이제 남은 일은 그 부지를 매입하고 거룩한 사역의 첫 삽을 뜨는 일!
그래서 저는 이 고마운 소식을 디아스포라 가족들게 전하고자
한달음에 PC방으로 달려온 것입니다.
사랑하는 디아스포라 영성가족들이여!
부지 매입을 위한 800만원 마련에 힘을 모아 주십시오.
단순히 돈을 마련하는 일이라면 어디가서 땡빚이라도 내 오련마는
성령께서 그리하지 말라시기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한국 기독교 역사를 다시쓰고,
공동체의 역사를 새로 세우며,
자녀 교육의 새 장을 열어갈 거룩한 사업에 다 같이 참여합시다.
이 글을 읽고 이 일이 내 일처럼 여겨져 가슴이 설레이시는 분들은
액수를 불문하고 최선을 다해 모금에 동참해 주십시오.
영성센터 설립 기금을 입금하실 계좌는
농협 273-02-205452 김종율 입니다.
대금을 치루기로 약속한 기일은 1주일 후이기에
마음에 감동이 있으신 분들은 뒤로 미루지 마시고 즉시 행동에 옮겨주십시오.
카메라에 담은 부지의 전경은 여주에 도착하는 대로 인화해서
홈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뛰는 가슴을 진정할 수가 없습니다.
다들 그러하시지요?^^
사랑합니다.
^_^ 빛과 사랑의 포옹으로~ NAMASTE!
2001.11.29
오늘, 마침내
영성센터 부지 구입대금을 완불하였습니다.
처음부터 아버지께서 계획하시고 진행하신 일이니
그리 될 수 밖에 없었지요.
크신 분의 위대한 손길이 되어주신 많은 천사님들께
감사와 기쁨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의 생각으로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던 많은 손길들,
정말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심부름꾼이 돼야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친히 아버지의 통로가 되어주셔서
영성센터 건립의 첫 삽을 떠 주신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자기 엑스포에서 잠시 얼굴을 뵌 '님으로' 이창엽 님 3만원
마산에 거주하시는 '맑음' 박미경 님 100만원
청주에 계시는 '산안개' 김선미 님 100만원
이천에 '작은이' 님께서 새로 개척하신 새능력교회 6만원
서울에 계시는 박효정 님 5만원
이은경 님 10만원
피아니스트 임미정 님 40만원
늘 어머님 같은 사랑으로 지켜보아 주시는 박진숙 장로님 50만원
단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언제나 함께 있었음을 느끼게 하시는
전북 익산의 송근규 님 50만원
서울서 무용학원을 하시는 장보영 님 20만원
짧은 인연이지만 언제나 넉넉한 기억으로
제 안에 살아계시는 '호야' 이희범 님 40만원
우리의 큰 누님같이 모든 것을 얼싸안으시는 나성옥 님 20만원
주안교회 남선교회 30만원
그리고 제 나이 스므살때부터 애지중지 키워 온
오디오 세트와 카메라를 내다 판 돈 250만원
이렇게 해서 총 724만원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요?
단 1주일만에 말입니다.
그리고 모자라는 돈 76만원은 카드에서 현금 서비스를 받았지요.
마침내 그렇게 800만원을 만들어
오늘 오후 땅주인에게 입금함으로 부지 구입은 완료되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아름다운 사연을 가지고 이 일에 동참하셨습니다만
특히 아버지의 놀라운 인도하심을 느끼게 해주신
몇몇 분들의 사연은 디아스포라 역사에 소중한 기억이 될 것입니다.
그분들의 사연은 기회가 되는 대로 올리도록 하지요.
다음 주에는 삼척에 내려가
등기 이전 절차를 밟기로 땅주인과 약속을 했습니다.
아, 또 하나 놀랍고 고마운 일은
10년 전 거래가격으로 기꺼이 땅을 내어 놓으시면서도
무상 헌납을 하지 못함에 한없이 미안해 하시던
민병학 님 내외분의 결단입니다.
이렇게 모든 분들이 아버지의 통로가 되시어서
기적을 창조하고야 말았습니다.
아아, 고맙습니다.
이후 진행되는 일들은 그때 그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2002년 1월 신년정진모임에서 만나자구요.
^_^ 빛과 사랑의 포옹으로~ NAMASTE!
2002.12.9
지난 금요일,
드디어 강원도민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구입한 땅을 등기 이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소지가 옮겨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사곡리 535번지 4반
제 몸보다 먼저 이사한 제 이름 석자의 새 거처입니다.
이로서 저는 생각지도 못한 귀농자가 되었고
농협에 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습니다.
장차 진행될 공동체 마을의 경제적 토대를 만드는
된장공장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절차를 마친 셈입니다.
마침 사곡리 골짜기 초입에
민박집으로 지어놓은 40평짜리 빈 집이 있길래
집을 수리하는 기간 동안 사용할 계획으로 우선 빌려쓰기로 했지요.
그래서 여주 생활을 정리하고 이사를 하는 시점은
아마도 내년 4월 즈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지 구입 대금을 마련하는 일에
추가로 참여하신 분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에 계시는 이강순 집사님 50만원
부산의 김성미 님 5만원
서울의 김혜전 님 10만원
총 65만원이 더 입금되어 도합 789만원이 되었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과
마음을 모아 주시고 기도해 주시며
함께 기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일은 우리 모두의 손길을 통하여
아버지께서 이루신 일입니다.
2002 05 11
그간 홈을 드나들며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삼척으로 거처를 옮긴지 벌써 한달이 되었습니다.
그곳은 휴대폰도 안터지고 인터넷도 무용지물이지요.
(위성 인터넷을 설치하면 또 모르지요...)
아버지께서 디아스포라 가족들께 보여주신 비젼을
몸으로 일궈가기 위해
그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영성센터에 관한 비젼도,
공동체 마을에 대한 비젼도,
대안학교에 대한 비젼도,
조금씩 구체화 되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지요.
이사해서 사는 집, 곧 디아스포라의 임시 거처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완벽합니다.
주일이면 인근의 가족들이 함께 모여 명상하고, 차 마시고...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비경의 계곡을 산책하며
깨어있기 연습을 하지요.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는 와 보시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녀가신 분들은 소감문도 좀 올려주시지요.^^
저는 요즘 아주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클클클...)
이름하여 도자기 악세사리 만드는 일!
지난 1월 서울을 다니러 갔다가
전철간에서 불현듯 떠오른 한 형상(디지인)을
도자기 흙으로 깎아 보았었습니다.
그게 시작이 되어 도자기 휴대폰고리, 열쇠고리, 목걸이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 디자인이 월드컵 공식상품(여성용, 어린이용 슬링타이)으로
선정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 덕에 삼척과 이천을 오가며 도자기를 굽고 있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재미있겠지요?
이 모든 일이 디아스포라 영성 공동체를 만드는 한 과정일 뿐이니
그저 신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삼척에다가도 도자기 가마를 준비하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공동체 마을의 경제적인 한 방편이 될 것입니다.
마음이 이끌리시는 분들은 오셔서 동참하시지요.^^
아마 공동체 마을의 경제활동은
도자기 공장과 된장공장(설립예정)을 통해 이루어 질 것같습니다.
도자기 공장 이름은 '도예공방 Re-creation'입니다.
조만간 사업자 등록증을 내게 될 것 같습니다.
디아스포라의 오프라인 활동과 모임은
이번 여름 수련모임을 기점으로 재개될 것 같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알아서들 홈에 드나드시며 재미있게 노시기 바랍니다.
삼척으로 이전한 디아스포라 영성수련원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
몇 컷 사진으로 담아 두었는데
홈에 사진을 올릴 줄 아는 분을 만나면 전해드려
그림 화일로 올리게 하겠습니다.
디아스포라 영성 수련원의 주소는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사곡리 535번지이며
전화는 033)573-9789 입니다.
휴대폰도 아마 수일내로 살아 날 것 같습니다.
LG 텔레콤에서 산악지역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하신다니까요.
휴대폰 번호는 그대로입니다. 019)686-9789
님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보고싶습니다.
^_^ 빛과 사랑의 포옹으로~ NAMASTE!
2002 07 05
6월 한달 동안 한반도를 뒤흔들었던 붉은 물결 속에
평소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축구 경기 구경으로
재미 쏠쏠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가족들 모두 그러하셨으리라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본디 선생의 역할이란게
학생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보석을 보석인줄 알게 해 주고
그것을 갈고 닦아 제 빛을 발하게 해 주는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히동구(히딩크) 감독은 대단한 선생이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는 선수들 개인 개인에게 자신들의 빛나는 부분을 발견하게 하고
그것을 끌어내어 극대화시키는 체계적인 훈련으로
보석 세공사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으니
세인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사실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온 국민이 체험했던 것은
단순히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이 아니라
축구라는 이름의 집단명상으로 인한 종교적 체험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만트라는
'모두가 하나'라는 합일의 경지를 맛보게 했지요.
성별과 지역, 인종을 넘어서는 합일의 경험은
그야말로 신을 경험하는 신성한 체험이었습니다.
물론 그 체험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겠지만
적어도 제가 보는 눈으로는 그러했다는 것입니다.
그 덕에 부정적인 에너지의 기류로 일관되던 한반도의 영적 흐름이
긍정적인 에너지의 흐름으로 바뀐 것도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100년 기독교 역사가 하지 못한 일을
축구공 하나가 해 낸 셈이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어쨌든 이 흐름을 자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한반도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겠지요.
그 선택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으니
기왕이면 이 여세를 몰아 에너지 흐름의 차원을 바꾸어 놓는
영적 진보의 계기로 삼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여름 모임 소식을 전하려고 시작한 글인데
쓰다보니 그만 축구 얘기가 되고 말았군요.
만일 축구 선수가 자기 안에 있는 놀라운 능력들을 발견하고도
그 능력을 계발하는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 능력은 있으니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잠자는 에너지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를 깨우는 선각자, 예수 선생님을 통하여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발견했다 할지라도
거기에서 멈춰버린다면 우리는 한낱 말뿐인 그리스도인이 되고 말 것입니다.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이 없는 존재,
바울 사도는 그러한 존재로 머물지 않기 위하여
자신의 에고를 쳐서 복종시킨다고 고백했던 것이지요.
지금은 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머리로 아는 것이 몸으로 살아지도록 연습해야 할 때입니다.
사실 우리가 영혼의 존재로 살아가는데 부족한 정보가 있습니까?
이미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은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통하여,
책을 통하여,
자신의 깨달음을 통하여 충분히 얻어졌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삶의 목적이
영적 지식을 축적하는 데에 있지 않고
행복한 존재로서 살아가는데에 있다면
행복한 존재로 사는 연습을 하는 것은 너무나 마땅한 일입니다.
이번 여름은 그 훈련을 집중해서 하려고 합니다.
이제 삼척 산골짜기까지 그분의 인도하심을 따라 온 마당에
'완전'에 이르기 위한 용맹정진 말고 또 무엇이 남아 있겠습니까?
이 훈련에 참가하실 분들은 이 글에 Re-를 달거나 메일을 주십시오.
훈련 기간은 7월 22일(월)부터 25일(목)까지이며
훈련을 지도해 주실 분은 이현주 목사님이십니다.
참가 인원은 20명으로 제한하며(선착순 접수)
참가비는 1인 70,000원입니다.(농협 273-02-205452 김종율로 입금할 것)
산과 바다와 계곡이 어우러진
디아스포라 영성센터의 새 부지에서 펼쳐지는
2002 여름 디아스포라 명상 캠프에서 만납시다.
프로그램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며
찾아 오시는 길은 신청하시는 분들에게 별도 공지하겠습니다.
7월 중순경이면 놀랍게도 제가 사는 골짜기에까지 ADSL이 들어 온다니
고맙고 반가운 일입니다.
이제 홈의 활동도 본격화 할 것입니다.
오랫동안 기다려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지독한 몸살로
온몸을 부르르 떨던 하늘과 산과 바다가
이제 비로소 태고의 깊은 안식으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마침내 걸친 옷가지 한 벌의 빈몸이 되고나니
걱정은 간데없고
도리어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온 몸을 휘감고 돕니다.
이른 새벽 가족들과 함께
먹구름 비켜난 하늘로 솟는 태양을 맞이했습니다.
오, 놀라운 일입니다.
그리고 참으로 감동에 찬 아침입니다.
이 아침, 저는
아버지의 완벽한 계획과 인도하심을 느낍니다.
할수만 있다면 그분 앞에서
그나마 걸친 한 벌 옷마져 벗어던지고
어린아이처럼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싶은 마음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지난 토요일
하루동안 하늘로부터 쏟아져 내린 비는 600밀리가 넘었습니다.
삽시간에 불어난 계곡물은
교회앞 마당으로 범람하기 시작했고
교회 주변을 단도리하던 저는 깜짝놀라
아내에게 긴급대피를 지시했습니다.
그시간 읍사무소에서 나온 구조대원들이 도착했고
우리는 구조대원들의 안내에 따라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물살을 가르며 도로위로 빠져나왔습니다.
달랑 입은 옷 한벌,
아내가 급하게 챙긴 시내의 옷가지 몇개,
그리고 ^^ 20,000원이 든 아내의 지갑이
들고 나온 재산의 전부였습니다.
이내 섬처럼 떠 있던 교회건물이
현관부분부터 안방, 예배실, 작은방 순으로
물에 젖은 휴지조각처럼 맥없이 무너져
거대한 자연의 품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곧이어 교회 앞쪽에 있던 다리가 굉음을 내며 부서져 나갔고
물은 삽시간에 도로위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더이상은 지체하면 죽는다는 구조요원들의 독촉에 떼밀려
우리는 차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에게 방을 내주신 하나님은
힐 파크라는 모텔의 주인의 모습을 하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우리는 거처를 마련할 때 까지 그곳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날밤은 너무나 정신이 맑아져서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내내 이 한마디만 반복했습니다.
"멋져! 우리 하나님 너무나 멋져!"
내심 아내가 염려되었습니다만
그녀의 독백 속에서 현재의 상태가 짐작되고도 남았습니다.
비가 조금 멎은 주일 아침,
흘러내린 낙석과 유실된 도로 사이를
아슬아슬 곡예하듯 빠져서(이런 때는 마티즈가 최고임^^)
교회로 들어가는 산양대교를 건넜습니다.
거대한 물줄기는 계곡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너른 논과 고추밭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습니다.
전봇대들이 길위로 길게 누워
더이상 차가 갈 수 없는 곳에서부터는
차에서 내려 맨발로(여관에서 내준 슬리퍼가 살을 파고 들어와) 걸었습니다.
길 모퉁이를 돌아서자 서재로 사용하던 방 귀퉁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아, 그 와중에도 저렇게 나마 버텨주다니...
마침내 제 시야에 교회의 전모가 들어왔습니다.
...........
...........
우리가 본래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하시는 그분의 방법은
참으로 놀랍고 오묘합니다.
그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80평 건물중 40평(안방,시내방,예배실,현관)은 완전 붕괴,
기물들은 모두 소실....
그나마 주방과 화장실, 서재, 창고는 반파된 상태로
비록 한쪽 벽을 잃었으나 그 모습만은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계획을 앞당겨 진행해 가신다고 여겨집니다.
사곡으로 올라가는 도로의 다리 7개가 모두 소실되어
임시 통행이라도 이루어지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우선 길이라도 열리면
영성센터 부지 쪽으로 거처를 옮길 예정입니다.
어차피 현재 건물은 복구가 불가능하니
새로운 건축을 준비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이제부터가
영성센터와 공동체 마을, 대안학교 작업이
본격화 되는 시점이라 여겨집니다.
어쨌든 지금은
사랑하는 영성가족들이 힘을 모아 주셔야 할 때입니다.
그분이 계획하시는 놀라운 일에
함께 참여해 주십시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강원도에서 지원된 컨테이너 하우스가 부서진 집 마당에 놓여졌고
한살림 차려도 될만한 구호품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몇달은 족히 먹을 만큼 쌀도 왔고
라면이며 이불이며 남비, 숫가락, 운동화....
어쨌든 요즘처럼 부요하게 느껴지는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구호품으로 도착한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첫날 밤을 지낸
지난 주일 아침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났는데 갑자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꼼짝도 할 수 없을 민큼 심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고통은 고통대로 즐기자는 평상시의 신조대로
통증을 즐겨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만만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끝내 참지 못하고 119 구급차를 부르고 말았습니다.
주일 아침,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동해 금강병원이었습니다.
병명은 요로 결석증!
당직 의사는 1센티미터 이상 크기의 돌이 요로를 막고 있어서
레이저로 분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입원도 며칠 해야할 것 같다고....
진통제로 고통은 좀 누그러졌지만
약기운에 몸은 하늘을 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뽕'을 맞은 느낌이 이런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선 응급 치료를 해보자고 의사는 10 CC의 약을 혈관에 투입한 후
허리를 벨트로 졸라매어 개미허리처럼 만든 후(몇번이고 토할 뻔 했음)
5분 간격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급차에 실려온지 5시간 만인 오후 두시경
의사는 촬영한 사진을 들여다 보며 말했습니다.
"막혔던 돌이 다행히 밀려 내려가고 있습니다.
약 처방해 드릴테니 약 드시며 며칠 경과를 봅시다"
피씨방에서 글을 올리고 있는 지금도
경과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시냇가에 세워진 컨테이너 별장에서 보냈습니다.
아직은 옆구리가 완전치 않아
제대로 산책을 즐기거나 복구 현장의 일을 거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순간을 즐기는 여유로움은 여전합니다.
수일내로 메가패스가 복구 된다고 하니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가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올려주신 분들의 답변도 그때 가서 하겠습니다.
영성 가족들의 사랑 어린 도움들,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_^ 빛과 사랑의 포옹으로~ NAMASTE!
2002 11 04
오랫동안 소식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간 게시판 기능도 마비되고 겨울 준비도 분주하여
제대로 홈에 드나들지를 못했습니다.
저는 요즘 지어진지 40년 된 농가 한채를 수리하고 있습니다.
수재민에게 지급된 컨테이너에서는 도저히 겨울을 날 것 같지 않아
집짓는 연습도 할 겸 시작한 일입니다.
이곳을 다녀가신 분들은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수리하고 있는 집은 사곡 골짜기 끝에 위치한(샘터 윗쪽에)
감나무로 둘러싸인 야트막한 지붕의 농가입니다.
사실 이 집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지난 10월 초순이었습니다.
이현주 목사님께서 10월 피정을 이곳에서 하시고 싶다시기에
우선 방 하나를 새로 도배하고 장판을 깐 후
군불을 지펴 난방을 하도록 아궁이를 손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20 일가량 머무시면서
어찌나 행복해 하시는지요.
해서 내친 김에 집주인을 만나 5년 임대를 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저희 가족이 겨울을 나기에도 적합할 것 같고
또 장기적으로는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하기에 적합할 것 같아
약간의 돈을 들여 수리를 시작한 것입니다.
방은 세개가 있는데
정 남향으로 지어진 집이라 문간방은 하루종일 빛이 드는
앉아 있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런 방입니다.
그래서 그 방은 모임방으로도 사용하고
게스트 룸으로도 사용하려 합니다.
안방은 종일 빛이 들지 않는데
잠자기에는 이보다 좋은 조건이 없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마당 끝 툇마루를 지나
굴뚝 쪽으로 돌아서면 없는 듯 있는 골방이 하나 웅크리고 있습니다.
거기는 기도실로 안성마춤입니다.
이렇게 세개의 방은 도배하고 장판 까는 정도로 수리를 끝낼 계획이고,
제가 비교적 심혈을 기울여 손보고 있는 곳은
부엌(정줏간)과 소 외양간입니다.
시골에 살아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산악지역의 집들은 부엌과 외양간이 한 공간에 있습니다.
우선 이 공간의 벽들을 다 털어내고 통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새카만 그을음으로 뒤덮인 석가래가 훤히 보이던 천정을
마루의 천정 높이로 맞춰 합판 덴조를 하고
외양간과 부억 바닥은 수평을 맞춰 잔 자갈들을 깔 계획입니다.
마루는 칸막이 공사를 해 주방으로 사용할 계획이고
안방에 군불을 지피는 아궁이는 예쁘게 다시 디자인을 해서
벽난로로 만들 계획입니다.
그렇게 하면 군불을 지펴 안방 난방도 하고
동시에 부억 공간의 난방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양간은 제 인테리어 실력을^^ 십분 발휘해
차마시는 방으로 꾸밀 예정이고
부억 창고방은 욕실로 개조될 것입니다.
고맙게도 인근에 계신 분들(귀농하신 한상현 선생과 이웃교회 목사님 한분)이
일을 도와주고 계셔서 함께 일하는 재미를 한껏 누리고 있습니다.
현재 부억과 외양간의 천정공사까지 끝나가고 있으니까
아마 한 보름쯤 후면 집이 제 모양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집수리를 하다 보니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여럿 계셨습니다.
저희 가족들이 기뻐하는 것은 물론이고
캄캄한 동네에 불빛 하나 늘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마을 노인들,
개울 건널때까지 쫓아와 앙앙대며 꼬리를 치는 강아지 세마리,
아침마다 감나무에 몰려와 온갖 소리로 노래하는 새들과
산책길에 만나는 노루 가족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좋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집 그 자신'일 것입니다.
자기 얼굴을 씻기고 몸을 어루만지며 새 옷을 입히는데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루 일을 시작하기 전 샘터에 내려가 세수를 하고
마실 물을 길어가지고 집으로 올라오다 보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집의 표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맙다고,
참 잘했다고.
요즘 아내는 곳감을 만드는 일에 여념이 없습니다.
온 사방에 지천으로 널린게 감이니,
처음엔 잘 익은 홍시 따먹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더니
어느날 부터인가는 이 달콤함을 혼자만 즐길 수 없다며
곳감을 만들어 디아스포라 가족들과 함께 나누겠다고 감을 깎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처마밑 전체가 실에 꿰인 감을 말리는
건조장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낡은 흙바람 벽,
검게 퇴색한 석가래 지붕 밑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곳감 타레가 눈앞에 그려지시지요?^^
지난 10월에는
아버지께서 이곳 사곡 골짜기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 가시려는 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쉼과 치유가 있는 골짜기,
간섭하는 이가 없고,
프로그램이 없고,
안되는 게 없는 3무(三無)의 골짜기,
이것이 그분께서 하시려는 일이었습니다.
말을 아끼라 하시니 이정도만 밝혀 두겠습니다.
아마 내년 봄이 되면
자그마한 모임터를 하나 세우게 될 것입니다.
이곳을 찾는 그 어떤이도 위압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그마한 건물을 세우라 하시니
아마도 작고 아담한 건물이 세워지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그리고는 순차적으로
4평에서 10평정도의 작은 집들이
10여동 정도 지어지게 될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이번 수해를 계기로 작은 집 한채를 세울만한 비용을
가족들께서 모아 주셨으니
그 비용으로 모임터 건축을 하게 될 것입니다.
혹 주말같은 때에 시간이 되셔서
집수리 하는 일을 함께 하시고픈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주시고 방문해 주십시오.
다들 뵙고싶습니다.
아주 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