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와 시위의 최소 요건은 '2인 이상'
〈사례 1〉
반도체 회사 S사의 협력업체 직원인 A씨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계약 해지, 즉 해고였다. 회사는 환율 하락, 적자 누적 등을 이유로 대규모 인원감축을 단행했고 A씨도 대상자에 들어갔다. 그는 S사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해고된 동료들과 함께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회사 쪽은 출입마저 통제했다. A씨는 정문 앞에서 동료들과 번갈아가며 '명분 없는 출입 통제 철회', '고용 보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공공 기관, 회사나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요구 사항을 내걸고 1인 시위를 벌이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1인 시위도 일반적인 집회나 시위처럼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 법과 판례를 통해 의문을 해결해 보자.
집회나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먼저 집시법에 나오는 시위의 정의이다.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편 집회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항이 없으나 판례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해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한다.
집회가 정적이고 시위는 동적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집시법은 ▲집회·시위는 목적, 일시, 장소, 참가자 등을 경찰서장에게 사전 신고해야 하며 ▲법원, 국회의사당, 대통령 관저와 군사시설 주변 등지에서 시위하는 것을 금지 또는 제한하며 ▲교통 불편과 소음 발생을 막기 위해 조건을 붙이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항을 어기면 징역이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하지만 집회건 시위건 다수인, 즉 2명 이상이 있어야 성립한다. 1인 시위는 시위가 아니다. 적어도 법으로는 그렇다. 일반적인 집회나 시위에 적용하는 집시법을 적용할 근거가 없다.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본다. A씨가 피켓 시위를 하면서 경찰서에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인 시위는 신고 대상으로 하는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A씨가 피켓을 들고 있을 때 동료들이 모여 있던 사실을 들어 시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1, 2심 법원은 "별도로 구호를 외친다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1인 시위로서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고 판단했다. 정리하자면 1인 시위는 집시법에서 정의하는 집회나 시위로 볼 수 없다. 경찰에 사전 신고할 의무도 없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면 처벌받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다음 사례처럼 여럿이 동시에 1인 시위를 벌인 경우는 어떨까.
〈사례 2〉
B씨는 서울 광화문 광장 안에서 1인 시위를 했다. 2009년 발생한 용산 화재 참사와 관련, 정부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낮 12시부터 '정부, 용산문제 책임져라'라는 손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같은 시각, 광화문 광장에는 B씨 말고도 1인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더 있었다. 그들 역시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규탄', '용산 참사 외면하는 민생 정치 기만이다'와 같이 용산 참사와 관련된 내용의 현수막을 펼쳤다. 이들은 5~20m 정도의 간격으로 서서 가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15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이를 지켜보던 경찰은 미신고 시위를 열었다며 이들을 연행했고, 검찰은 B씨를 포함한 6명을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법원은 1인 시위로 보지 않았다. 법원이 판단하기에 B씨 등은 "상호간의 의사 연락 유무, 상호간의 거리, 현수막을 비롯한 시위 내용 등을 볼 때 전혀 분리된 주체로서 행동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B씨 등에 대해 "공동 목적을 가지고 상호 연락을 하면서 기세를 보여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려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된다"며 시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2010년 6명에게 미신고 시위를 벌인 혐의(집시법 위반)를 인정, 유죄판결(벌금형 70~1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과 3심까지 법정 공방을 벌였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섣불리 불법으로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 판결의 취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1인 시위라 할지라도 여럿이 동시에, 서로 일정한 거리에서 의사를 주고받거나 행동을 함께했다면 (다수인의) 시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순수한 1인 시위는 집시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간혹 유죄로 인정되는 사례가 있다. 피켓의 내용이나 1인 시위의 방법 때문에 업무방해죄나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켓 내용에 허위 사실로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할 정도로 피해를 준다면 유죄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삼보일배 시위는 표현의 자유 영역"
약식명령 벌금형 → 1심 유죄(벌금형) → 2심 벌금형 → 대법원 파기환송(법리오해) → 2심 벌금형(일부 무죄) → 대법원 파기환송(무죄 취지) → 항소심 무죄 → 대법원 확정
재판부가 7번이나 바뀌면서 진행된 형사 사건이 있었다. 삼보일배 시위를 놓고 법원은 유죄와 무죄를 오가며 5년간 재판을 벌였다.
〈사례 3〉
2005년 5월 덤프트럭 노동자들로 구성된 C노조는 서울 대학로에서 옥외집회(행진)를 열었다. 주최 측은 3,000명이 마로니에 공원에서 모여 부당한 덤프트럭의 과적 단속 철회, 유류비 보조 등 생존권과 관련된 내용으로 차로를 행진하는 계획을 세우고 열흘 전쯤 경찰에 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이 행사에 D노조의 조합원들이 주도해 삼보일배를 진행하게 됐다. 경찰은 애초에 신고한 내용(참가단체와 시위 방법 등)과 달라 미신고 집회에 해당한다며 행진을 저지했다. 또한 집시법,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덤프연대 간부 등 7명을 기소했다.
1심과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유죄를 선고했으나 2008년 7월 대법원은 "미신고 집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사건을 다시 2심으로 내려 보냈다. 두 번째 재판을 맡은 2심 법원은 "30분간 도로에서 삼보일배 행진을 한 것은 집회신고 범위를 벗어났다"며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2009년 7월 또다시 사건을 파기해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날 행진은 예정된 행사였고 ▲어떠한 폭력성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 ▲삼보일배 자체가 혐오감, 폭력성을 내포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시위 방법으로서 삼보일배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시 사건은 항소심으로 내려갔다. 쟁점은 2가지였다. 첫째, 이날 집회는 주최자가 바뀐 미신고 집회로 볼 수 있는가, 둘째, '삼보일배'라는 방식의 행진이 허용될 수 있는가.
법원은 "D노조가 C노조의 이름만 빌려 주최한 집회라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C노조가 집회 차량과 방송 장비를 준비한 사실, 주최자가 참가를 배제하지 않은 이상 집회에 누구나 참석하는 것이 허용되는 점을 들어 신고 내용과 다른 집회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삼보일배에 대해서는 "다소 진행 속도가 느려져 통행의 불편이 지속되는 점은 있으나 행진 자체가 폭력성을 내포한 행위가 아니고 시위 주최자나 참가자들이 시위 방법의 하나로 삼보일배의 방식으로 행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집회나 시위는 다수인이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하는 것은 부득이한 것이므로 일반 국민도 수인할 의무가 있다"며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다소간의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불과하다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2010년 4월 이 판결을 지지하면서 사건은 무죄로 마침표를 찍었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다. 질서 유지나 사회 혼란을 구실로 법이나 공권력으로 쉽사리 집회나 시위를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 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이중적인 헌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 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집회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 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이다. 뿐만 아니라 집회를 통해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해 불가결한 근본 요소에 속한다."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결정)
*다음백과 생활법률해석사전에서 퍼왔어요 저작권이 있는데요 좋은 일하는거니 뭐라고 안하겠죠? 카스와 트위터 페북만 공유가 되서 본문을 퍼오게 되었습니다
저자님과 클립아트코리아 관계자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인시위 하는 분들 도움 되라고 카페로 글좀 옮길께요 사랑합니다
- 좋은세상원해요-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당한 사람만 알지 당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