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희 제 교수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BMT 센터 혈액내과
I. 급성 백혈병 첫 진단 후 ‘완전관해’를 얻기까지
백혈병으로 진단 받은 환자와 가족들은 처음에 매우 놀라고 당황하여 의료진들의 설명을 들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급성 백혈병은 그 중에서도 심술궂은 녀석들이라서 출혈과 치명적 감염 등에 의한 갑작스런 사망 합병증 등 말기암 중에서도 급속하게 진행하는 성격의 이러한 병의 특징만을 생각하면 끔찍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만 산다’는 옛말처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적극적으로 치료 단계에 따라가는 것이 1차 목표인 ‘완전관해’에 도달하는 지름길임에 틀림없다.
급성 백혈병은 대체로 발병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진단 전 약 1~3개월 여의 전구 증상을 약 절반의 환자에게서 수반하며 특히 출혈, 감염성 발열, 전신쇄약, 피로감 등의 불특정 증상은 진단 전, 후로부터 수 주 동안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 시기에 환자의 임상상태는 어느 정도이며 또한 어떠한 조치를 적절하게 받는 가는 매우 중요하며, 따라서 환자 자신 및 의료진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제반 치료 전, 중, 후에 발생하는 다단계 합병증의 유무와 정도는 본격적인 1차 항암치료의 성적과 직결되는 결정요건이다.
진단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1차 관해유도 항암유도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며 대개 이를 위해서는 중심정맥도관 삽입수술과 치료 전 임상평가 등 대략 1~2주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50세를 넘는 고령 환자이며 당뇨, 고혈압, 혈관질환, 폐쇄성 폐질환, 기타 중등도 이상의 주 장기부전증을 동반하는 환자들의 경우 항암치료 전 신체기능 평가가 요구되기도 한다. 특히, 55~60세 이상의 노령 환자의 경우에서는 이들 수반 기저질환과 더불어 환자 자신의 치료의사, 친가족들의 치료협조자세와 통일된 치료동기 및 목표 등 이차 요건들도 치료를 결정하거나 치료의 강도를 정하는 중요한 인자가 된다. 왜냐하면 급성 백혈병은 이상과 같은 1차 치료성패가 중요하고 또 그 결과가 이후 치료진행을 결정하고 궁극적으로 향후 치료성적을 좋게하는 지 여부를 가늠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한 번의 치료 자체는 환자의 전체 치료 과정에서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급성 백혈병 치료 한번 한번은 살얼음판을 걷는 아슬아슬한 순간들도 종종 이겨내야 하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1~2차례의 항암치료를 경험하고 나면 상당히 익숙해지지만 심리적으로는 매우 위축되고 불안해지기 십상이라 의료진들은 어떻게 하면 친가족들과 함께 이런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정 상태를 극복하고 보다 긍정적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할지, 그리고 부정적 치료 결과에 쉽게 실망하지 않도록 할지에 대해 늘 고민하고 방법들을 모색한다.
일반적으로 급성골수성 혹은 림프구성 혹은 혼합형백혈병의 경우 치료약제가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궁극적인 1차 치료목표는 ‘완전관해’로 동일하다. ‘완전관해’는 암 덩어리로 생각하면 약 1/100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고 병적 증상이 현저히 좋아져서 환자들이 다 나은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시기이며 골수이외 백혈병의 침범이 없어야 하는 등 사실 다음 단계의 결정적 최종치료를 위한 필수적인 준비단계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이 시기에 치료를 게을리 하거나 다 나은 것으로 오해하여 의료진의 치료권고를 무시하는 경우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개월 이내에 재발하고 심지어는 더 이상의 치료도 불가능할 정도로 나빠지거나 갑자기 사망하는 위기 상황이 초래된다. 의료 기관과 의료진의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겠으나 대개 관해 이후 1~2회 정도의 ‘공고화학요법’을 필요로 하며 상당수에서는 최종 치료법으로 ‘조혈모세포이식까지 필요하게 된다.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의료진의 ‘예후분석지표’를 잘 이해하여야 하며 이는 객관적인 의학적 평가지표와 함께 담당전문의의 치료단계에서의 주관적 평가지수를 고려한 최종판정에 따라 결정된다. 조혈모세포이식을 위해서는 ‘자가’ 이식 혹은 ‘동종’ 이식의 여부와 동종 이식의 경우 형제자매, 타인, 제대혈, 가족 내 유전자 부적합 공여자 등의 조건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함께 환자의 임상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담당 의료진의 경험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으므로 세세한 의료내․외적 관심과 치료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II. 조혈모세포이식 전, 후
조혈모세포이식 전에는 공여자의 확보 문제와 함께 본인이 이식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최신 분자유전면역학적 분석결과에 근거하여 이해하여야하며 이식을 위해 필요한 치료접근에 대한 의료진의 설명과 이해가 도움이 된다. 치료 관련 행정문제, 의료기관 내에서의 준비단계 등(2009년 4월호 새빛소식 의학정보 ‘이식전 주의사항과 이식절차’ 참조) 환자 본인과 공여자 신체검사를 통한 의학적 평가가 선행되며 골수 혹은 말초혈 조혈모세포 이용여부, 몇 가지 이식 전처치법의 적용, 면역세포치료제/후성유전자변이 치료제/신약도입 유무 등에 대한 의학적 관심도 필요하다.
최근 21세기형 이식치료 접근을 위해 많은 세계적 노력이 경주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이상과 같은 고식적 조혈모세포이식법에 더하여 새로운 많은 시도들이 소개되고 있고, 국제연구의 일환으로 신약 임상시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환자들과 가족은 이러한 경향에 대한 관심과 열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어떠한 불량한 임상적 상황이 오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가운데 급성 백혈병 역시 최종 치료 종료 후 최소 3년 ~ 5년의 무재발 생존이라는 관해이후 2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치료에 대한 긍정적 자세와 함께 환자 본인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III. 재발 혹은 불응성 급성 백혈병 환자의 경우
급성 백혈병은 최근 치료의 발전으로 인해 치료성적에 많은 급진전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1차, 혹은 그 이상의 단계까지 포함하여 재발하면 상당히 많은 환자들의 재치료 기회가 상실되는 임상상황이 오거나 재치료에 실패하는 등 불량한 성적이 문제이다. 특히 어떠한 관해유도치료에도 ‘완전관해’가 되지 않는 1차 치료불응 환자의 경우는 최신 의학의 한계로 생각되어 대부분의 경우 치료실패로 실망스런 결과를 얻게 된다. 다만 최근 생명의공, 약학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로 다양한 신약이 개발되었거나 되고 있어 세계를 한울타리로 하는 다국적 국제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회를 타진하여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조혈모세포이식을 포함한 기존의 치료법과 연계하여 일부 환자들은 희망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향후 보다 전향적인 연구와 신치료법의 개발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IV. 고식적 치료만을 받는 경우
상기 III에 해당하거나 노령으로 적극적 치료를 포기하거나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서는 흔히 대증적 투약, 수혈, 항생요법, 통증조절 등만을 유지하는 지지요법 혹은 고식적 요법을 시행한다. 이는 적극적 치료기회의 상실로 매우 안타까운 결과이지만 이러한 지지요법+심리적 안정요법만으로도 상당기간 안정된 임상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환자의 의지와 요구에 따라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이 필요할 수 있어 담당 의료진과의 긴밀한 상의와 의사결정이 필요할 수 있다.
V. 노인 급성 백혈병 환자의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OECD의 대부분 국가들은 전 인구대비 노령층의 분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노령층에서 훨씬 발생빈도가 높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상대적으로 열악한 체력과 여러 신체장기 기능부전, 환자의 부족한 치료의지, 가족들의 소극적 치료 자세 등이 치료포기의 원인이다. 하지만 결코 55세 ~ 65세의 젊은 노인(?) 혹은 65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들에 대한 치료를 단순하게 나이만으로 평가하여 치료여부를 결정하는 20세기 같은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 최근 다양한 신약개발과 더불어 신치료법, 특히 이들 연령층을 위한 신 조혈모세포이식법 등이 개발되고 있으며 신약과의 연계치료법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실제 양호한 임상성적으로 인해 70세 이상의 고령에서조차도 이들 적극적 치료법의 성과가 장기무병생존으로 연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의료진과의 긴밀한 협조에 의해 잘 계획된 치료를 시행할 경우 보다 많은 노인 환자들과 가족들의 행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