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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정맥 10구간(차동고개-장학산-서반봉-국사봉-424봉-금자봉-645번 국도 바로 전 사라동 마을 입구)
1.일시: 2012년 7월 7일 토요일
2.날씨: 전날 저녁까지 줄기차게 비가 오더니 당일 거짓말처럼 활짝개서 산행하기 좋았으나 나무 그늘을 벗어나면 따가운 햇살이 살갗을 파고들 정도로 따가왔다.
3.참가인원: 전과동이나 '하늘'님의 결원으로 친구없이 산행한 '구름'님이 특히 힘들고 어려운 산행을 함.
4.소요시간및 거리: 산행 거리는 약 21km이고 소요시간은 식사시간 포함 8시간 30분 걸림. 순수 산행 시간은 7시간이지만 밥먹는 시간은 무려 1시간 30분 걸렸다. 박하지 게장 엄지 발가락까지 싹싹 핡아 먹느라고...
출발
정상적인 산행 날짜는 6월 30일인데 산행 전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그칠 줄을 모르고 오후 10시 넘어서 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우리의 기본적인 무언의 약속은 산행 공지가 뜨면 무조건하고 출발하는 것이다. 산행을 못할 정도로 비가 오면 산밑에서 놀다 오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은 전세계 사람들이 우리 산악회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 주시하기 때문에 신뢰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룰을 깨는일정 변경은 우리 사전에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거기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예외 조항이 존재하는데, 먹고 사는 일이 급박할 때는 '무조건'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딱선생'의 경우처럼 회사에 급박한 일이 발생하여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건 밥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일정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발생한다. 무소불위의 긴급조치인 것이다. 전두환 고스돕에서 '싹쓸이 한 선수가 다른 선수의 패중 원하는 것을 아무거나 가져올 수 있는 권한' 처럼 그 어느 것보다 최우선 순위다.
해서 시원하게 비를 좀 맞아 볼까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급작스럽게 긴급조치가 발동되는 바람에 모든 일정이 한순간에 취소되었다.
그리하여 일주일 지나 학수고대하던 산행을 하려고 늘 하던대로 폰으로 공지 하려니 이제는 또 '하늘'님이 눈에 밟히는 거다.
산행에 분명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인데 폰에 공지를 올리면 염장을 왕창 지르는 것 같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공지를 안올렸다. '구름'님은 다행히 지난주에 카톡으로 연락이 닿아 따로 연락할 필요는 없었고...
우리가 가야 할 유구터미널은 오직 서초 남부터미널외에는 출발하는 버스가 없고 첫차도 이른 시간이 아닌 7시 20분에 있다.
출발부터 시간을 까먹고 있다.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한데 산행을 10시에나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오늘 일정은 정말로 빡빡하다. 잘못하면 청양에서 서초터미널행 마지막 버스를 못탈지도 모른다. 만약 못탄다면 계획의 입안자로서 모든 욕은 다 얻어 먹을 것이고, 또 어떻게든 집에는 가겠지만 감수해야 할 교통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버스가 출발을 했는데도 몸이 인지를 못하고 있다. 옆에 자리한 '딱선생'은 어제 저녁에 뭘했는지 벌써 골아떨어졌다.
버스가 천안을 지나도 잠은 아니오고 우리가 걸어 지나간 각흘고개와 추계2리 버스 정거장을 스쳐 지나갈 때 까지도 눈알이 말똥말똥하다. 이게 노심초사 끝에 온 마음의 병인가?
유구터미널에 9시30분에 도착하여 버스에 내리니 '구름'님이 '바람'의 지갑을 주워 내려온다. 등산하고 싶어 똥꼬가 벌렁했는지 정신줄을 놓고 버스에다 흘린 것이다 얼마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오늘은 '구름'님이 '바람'의 은인중에 은인이다.
잃어버렸으면 우울한 산행이 되었을텐데 말이다.
버스에 내려 제일 중요한 막걸리를 점검하니 얼었다 녹아서인지 막걸리 윗부분이 새서 일부 없어져 버렸다. 지갑 찾아준 '구름'님덕분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이지역 막걸리인 밤막걸리를 사서는 택시에 올랐다.
차동고개까지 한명 초과 승차임에도 불구하고 요금이 지난번보다 천원이 싼 육천원만 받는다. 복받으셔요 기사님!
산행 준비하고 출발한 시간이 정확히 10시 30분이다.
뒤로 보이는 차동고개 휴게소는 텅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오늘 작렬하는 햇볕이 장난이 아니다. 얼른 숲으로 들어가니 훨씬 시원하고 쾌적하다.
우리가 지나가는 능선길 밑으로 가로질러 대전-당진간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나뭇잎이 특이한 나무들을 산지 개간해서 밀어내고 군데군데 심어 놨는데 무슨 나무인지는 잘모르겠다. 반다시 알아보겠슴.
튜울립나무라고 합니다. 산지에다 왜 이나무를 심었는지 문득 이해가 안갑니다! 이궁금증을 해결해 주실 부~ㄴ?
충남 내륙의 산군들.
잠깐 쉬는 동안에 간식중. 맹동수박인데 길죽한 거는 당도가 덜하고 네모 반듯한 것은 당도가 높아 맛있다고 한다. '구름'님은 여자들은 항상 주류에서 빗겨서 있어 맛없는 것, 여분의 것이 여자들 차지라며, 아직도 어머님들의 오래된 관습이 핏속으로 유전되어 행동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수박 가운데는 네모나게 잘 잘라지지만 변두리는 형태상 길다랗게 자를 수 밖에 없다, 맛도 존재하는 위치에 따라 그렇게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그리고 보기 좋은 것이 맛 또한 좋으니깐!
사진에서 보듯이 이렇게 산지 개간을 해서 아까 본 그런 나무들을 심어 놓았다.
장학산 도착 11시 57분.
장학산 오름길은 전구간처럼 잡목 숲으로 장막이 쳐져서 치고 올라오는데 애를 먹었다. 키도 높지않은 나무들이라 머리위로 태양이 작열하여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나와 '딱선생'만이 반팔이라 벌써 팔뚝이 난자당하고 있다. 으~쓰라려!
장학산에서 장학산 표지 방향으로 직진하면 100% 알바다. 우리도 무의식중에 직진하는 바람에 능선밑까지 확인하고 올라와야 했다. 그러니까 장학산 확인하고 되돌아 나와 능선상으로 직진해야 올바른 정맥길이다.
'구름'님이 싸오신 자두. '그윽한 미소'는 자두를 먹으면서 "맛있다"를 연발하는데, 사실 맛의 촉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백만불짜리 혀를 인정! 아닌게 아니라 찰지고 감칠 맛이 있다.
야광고개 도착 1시 9분.
진짜 밤에는 빛이 나는 고개인가?
야광고개 바로 전에 지도상으로 409m 짜리 천종산이 있는데 그냥 지나친 모양이다.
서반봉 도착 1시 23분.
걸려있는 모자는 '딱선생'것인데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배고파 죽겠단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드디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바리 바리 싸온 반찬들로 돗자리가 꽉찼다.
'바람'이 싸온 막걸리 네병과 유구에서 산 밤막걸리 한병 도합 다섯병을, 아까 버스 기사가 준 탱탱하게 얼린 얼음 물로 칵테일해서 다 우그려 넣었다. 거기다가 커피까지...도합 1시간 30분에 걸친 길구 긴 여정이였다.
나의 마음은 시간의 굴레로 인해 타들어 가고 있는데, 이것들은 알고나 있는지 탱자 탱자 들이다. 한술 더 떠서 잠깐 눈좀 붙이고가자고 까지 한다. 허거거걱!
마지막 남은 게다리까지 깨끗이 발라 먹고 있다. 딱딱한 게다리는 옆에 보이는 숟가락으로 쪼사 가지고 끝까지 알뜰하게 발라먹었다. 마치 살점을 남기면 게에 대한 모독이라도 되는 양...
어느 산행기나 나오는 바위군.
국사봉(489m) 도착 4시 18분.
오늘 진행한 능선상의 산군중에 국사봉이 가장 높은 봉우리다. 제일 높은 봉우리임에도 조망은 없다.
나와 '그윽한 미소'는 아직도 얼굴에 막걸리의 잔영이 남아있다.
잡목 숲 사이로 보이는 충남의 산군들.
칠갑지맥 분기점 도착 5시 18분. 이곳이 칠갑산에서 뻗어 나온 지맥인 모양이다.
424.4봉 도착 정각 6시.
국사봉 이후로 얼굴 사진이 없는 것은 시간에 굴레에 갇혀 나 혼자 앞으로 내빼는 바람에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린 시간에 도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대 1시간 20분이다. 남은 거리와 시간상으로 빠듯할 것 같다.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뒤에서는 뒤따라 오는 인기척이 없다.
운곡고개 도착 6시 16분.
이곳에서 부터 금자봉까지는 또 키작은 잡목숲의 터널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치고 진행하려니 또 팔둑이 난자당하고 있다.
분명 산행 공지할 때 긴팔 필수라고 했으면서 정작 본인은 챙겨오지 않은 것이다. 삥~신!
잡목숲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몸을 구겨 앞으로 진행하려니 땀이 비오듯한다. 아! 정말 정맥은 왜 하는겨!
금자봉 도착 6시 37분.
이제는 채 1시간도 남지 않았다. 아직 후미는 인기척이 없다 시간에 도착하는 것을 이즈음에서 포기해야 하는가?
금자봉 도착 후 나도 그로기 상태다. 얼마 있으니 인기척이 들려 소리를 지르니 금자봉 안들르고 안부로 직진하겠단다.
나름 똥줄들이 타긴 타는가 보다. 바로 후미에 붙어 철탑을 거쳐 내려가는데 산딸기가 지천이다. 알이 굵은 것이 목이 쩍쩍갈라지는데는 정말 가뭄에 단비같다.
택시 회사에 전화하기 위해 내가 먼저 또 치고 내려가며 전화를 하니 645번 도로가 어디인지 택시회사는 알지 못한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계속 직진하니 포장도로가 나오면서 보니 사라동 마을 입구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사라동 마을 입구 전경.
이때 시간이 7시15분으로 택시 회사에 전화를 때리니 10분후에 도착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면 왕복으로 20분 걸리니 청양터미널 도착가능 시간은 7시35분이다. 마지막 버스는 7시40분으로 오분 상간인데, 택시기사는 충분히 도착 가능하다고 안심을 시키지만그래도 가슴이 벌렁벌렁한다.
이 와중에서도 우리의 왕족 '딱선생'은 수돗가에서 몸단장에 여념이 없다. '구름'님은 연신 시간에 도착 가능한 지 물으신다.
왜 아니겠는가 이버스를 못타면 우여곡절을 또 겪어야 하니...
이때가 7시 20분이다.
조금 있으니 택시가 도착하여 부랴 부랴 짐을 싣고는 청양 터미널로 내달렸다. 청양 터미널 도착 시간 7시 30분.
이제는 안심할 수가 있다. 정말 오늘 이렇게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모두들 안정이 되었는지 화장실로 직행하여 땀에 절은 얼굴들을 씻고 맥주 반캔씩 마시고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타고서도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는데, 그만큼 오늘 내가 시간 때문에 머리를 많이 쥐어 뜯었다는 반증이다.
부득이 오늘 구간상 탈출할 곳이 없어 강행한 거리 때문에 고생을 바가지로 한 '구름'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속에서 부글 부글 끓어 오르시더라도 참으세요! 그만큼 또 내공이 쌓였음을 위안 삼으시고...
서초 버스터미널에 9시40분경에 도착.
시간 관계상 구름님은 뒷풀이 참석을 못하여 배웅해드리고 우리는 신사동 아구찜 골목으로 이동함.
아구찜집 이름은 잊어버렸다. 간식으로 나온 김가루 묻힌 주먹밥은 아이디어와 맛이 좋았고 동치미 맛도 괜찮았다.
메인 메뉴에서 아구찜은 타 아구찜에 비해서 그렇게 탁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좋은 재료들을 쓴 것은 맞는데, 콩나물의 식감이 조금은 떨어진다. 아삭 아삭한 맛이 없고 질긴 감이 있다.
물론 자연적으로 키운 콩나물이라 그렇겠지만 역시 우리 입맛에는 농약을 조금친 아삭 아삭한 콩나물에 길들여졌나 보다.
양도 조금 적은 것 같고...
우린 맛도 맛이지만 양으로 승부하는 체질이라!
특히 "구름'님 포함하여 아무튼 모두 모두 수고들 하셨읍니다. '앞으로'는 절대 길게 잡지 않겠읍니다. '뒤로' 잡겠읍니다.
나의 집 도착 시간 1시.
첫댓글 유구에서 내려 청양에서 탔으니 도대체 얼마나 걸은겨?
처음엔 참 좋았습니다.
전날 온 비에 적당히 폭신 폭신한 숲길은 걷기에 알맞았고...
무시무시한 땡볕은 충분한 나무 그늘로 가려져 상쾌했고...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산딸기는 수박과 자두보다 맛있었고...
밤 막걸리와 엄청난 먹거리도 허기진 배를 가득 채워주었고....
그러나...
거기까지....
그 이후론 사라져버린 청학님 따라가느라 기진맥진....
아무래도 졸개들의 징징거림을 안들으시려고 내빼시는 작전을 취하신듯!!!
작전명! 바람과 같이 사라지다!!!
제발 살살좀 델꼬 다니시라구요...
앞으로 살살 가겠읍니다. 뒤로는 말구요! 고생 무쟈게 하셨읍니다. 이게 다 나중에 추억입니다.
간만에 20k이상 걸으니 힘들긴 하더라 더욱이 한여름인지라...다른곳보다 마지막 마을이 보인후부터 왜이리 길게 느껴 지는지..역시 일체유심조라 모든것은 마음먹기 나름인것 같다. 다들 고생했고 특히 구름님 정말 고생 하셨습니다..그래도 다음번에 또 오실거죵...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날 내린비에 나무와 하늘색이 예쁘네요.
ㅎㅎ 구름이가 그러는데 대장님이 작전을 바꾸셨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무래도 장시간 산에 들지 못할거 같아 금북을 내려놓으니 맘이 편합니다.
더운날 고생들 하셨습니다.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장시간이라면 어느 정돈지요? 한달 정도 아니던가요? 아무튼 빨리 쾌차하시여 정맥으로 귀환하시기 바랍니다.
산이 부르지 않습니까? 산이 아흐!
금북을 내려놓다니요? 같이 시작했으면 같이 끝내야지요. 하늘님이 빠진 금북정맥은 말두안됩니다. 그래서 하늘님이 빨리 쾌차하시어 돌아올때까지 저희들도 잠시 금북을 내려 놓을까 합니다.
하늘이가 들으면 진짜루 좋아할 제안을 하셨네요.
앙꼬없는 찐빵에
고무줄 없는 @@에
하늘이 없는 정맥이라 뭐라나...
감사~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구간 땜방 딱선생님도 해주실건가요? ㅋㅋㅋ
아직은 치료중입니다. 많이 나아지고 있고 딱선생님 배려에 함께할수있겠지요.
금북길에 딱선생님과 바람님이 나누시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궁금해서라도 말입니다.
힘들겠지만 행복해 보인다. 딱선생 생각처럼 잠시 외도하였다가 같이 끝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언제 그곳을 따로 가겠는가남에 대한 작은 배려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잘 보고 간다.
니 말이 옳소, 질소, 이산화탄소! 같이 시작했으니 같이 끝을 맸어야지! 잘 지내지?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산행길에 함께하세요~
산그림에 마음과 눈이 편안해지고 , 새소리에 귀가 즐겁고,맑은 공기에 머리가 맑아지고
무엇보다 회원님들의 배낭에서 나오는 온갖 먹거리가 입을 행복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