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전, 프로젝트 제안작업을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오랜 기간 일하던 한국인 류oo박사님을 초대하여 같이 일한 적이 있었다. 정말 그분에게서 많이 배웠다. 평균 인건비 x 2.5배의 룰도 그분에게서 배웠다. 류박사님은 대상 업체가 속한 업종의 평균인건비를 사전에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한 업체의 경영 상태 파악은 단지 두가지의 질문만으로 충분” 하다는 것이었다.
질문1: 직원이 얼마나 되세요?
질문2: 작년도에 매출은 얼마나 하셨어요?
업체가 속한 산업의 평균인건비가 3,300만원으로 가정할 때, 3,300만원에 2.5배를 하여 직원수를 곱한 금액에 비하여, 전년도 매출이 비슷하거나 크다면 그업체는 먹고 살만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2.5배를 하는 것은 인건비 외에 약1.5배의 금액이 직원 한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간접경비(오버헤드 코스트)로 간주한 이유이다. 물론, 업종에 따라서나 취급하는 제품에 따라서 이러한 배수와 평균인건비는 달라진다. 현재, H/W업체는 S/W나 서비스 업체에 비해 4~5배의 매출은 해야 한다. 마진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길 훌륭한 경영자는 자신만의 주요한 수치 공식을 이용하여, 경영적 판단을 그때그때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을 두꺼운 경영서적을 가지고 다니며 판단할 수도 없고, 보좌할 스탭을 항시 대동하고 도움을 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인 필자에게는 굉장한 혜안을 주는 가르침이었다.
필자가 자주 활용하는 또다른 경영수치는 외상매출금 평균회수기간(A/R Turnover)이다. 년간 매출액을 365일로 나누면 하루의 평균매출금액이 되고, 년말의 외상매출금을 일평균매출금액으로 나누면 상품을 팔고 현금을 받는 소요기간일이 산출된다. 4,5년전 경쟁업체인 A사의 외상매출금 평균회수 기간을 전년도와 비교하여 살펴보니, 그 기간이 90일에서 120일로 늘어나 있었다. 당시에 필자의 회사는 60일 정도였다. 1, 2개월 어음결제가 일반적인 우리나라에서 120일이라는 기간은 그회사가 자금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당시 필자는 전직원들에게 “A사는 2~3년안에 부도가 나거나 매각될 것”이라고 확언하였고, 그일은 정말로 현실이 되었다. 필자는 업계 평균보다 2배나 긴 A/R 평균회수기간을 가진 A가 년말에 상품 밀어내기 혹은 매출 과대 계상 등의 분식회계를 도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었다. 이렇게 외상매출금 평균회수 기간은 기업의 현금흐름 위험도를 평가하는데, 매우 효율적인 툴이 될 수 있다. 단지, 이 수치는 해당기업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볼 수 있어야 산출할 수 있다.
내일도 필자는 새로이 알게 된 회사의 중역을 처음으로 만날 예정이다. 인사를 하고 차한잔하게 될것이다. 그리고, 또 이렇게 물을 것이다. “직원이 얼마나 되세요…작년 매출은 얼마나 하셨어요!” 상대가 내공이 있는 사람이면, 한동안 생각하고 답변하곤 한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눈빛을 보면 그사람의 내공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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