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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유동== 스크랩 돈나무
파크 추천 0 조회 28 09.02.04 19:0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돈 나무 (錢 樹 ) / 小說
                                                               박유동
육칠월 삼복더위에 콩죽 같은 땀을 흘리며 감자를 캐내고 몇 고랑의 마늘도 뽑아 내였다. 후덥지근한 하늘은 곧 장마가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몇 번이고 밭고랑에 앉아 후유 후유 고통스런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물통에 담겨 있는 물을 몇 사발이나 벌컥벌컥 들이마시군하였다. 그리고는 겨우 일어나서 아들이 마대자루에 메 나르는 감자를 같이 창고로 머리에 이고 날랐다. 아들 덕수가 혼자서 나를 터이니 어머니 보고는 그만 두라하여도 통 말을 듣지 않았다. 감자를 창고에 부리고 다시 돌아 나올 때는 매번 돼지거름을 저다 밭에 뿌리곤 하였다.
한낮이 기울어 점심이라고 찬밥을 물에 말아 대충 먹었으나 어머니는 배가 안 고프다며 입에 대지도 않고 밭고랑을 곡괭이로 쫏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밭고랑을 새로 째고 가을무우 배추씨를 다 뿌리고 뒷설거지를 끝냈을 때는 사방이 어두웠다. 덕수가 저녁밥상을 차려 들어갔으나 어머니는 누운 채 일어나지도 않고 춥다며 이불을 덮어쓰고 끙끙 알고 있었다. 덕수가 손을 넣어보니 어머니 몸은 불덩어리로 달아 있었다. 한밤중에 어머니는 칼로 째는 것 같이 옆구리가 결리여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어 누워 있지 못하고 일어나 앉아 고통을 참느라 이마에 진땀을 빼며 연방 신음을 해대였다.
원만한 몸살과 감기에는 몸져눕는 법 없는 어머니가 저토록 통증에 시달릴 때는 큰 병이 났다고 생각하고 이러다는 안 되겠다 싶어 덕수는 어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나섰다. 어머니도 병원에 안 가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들의 등에 순순히 업히었다.
병원에 가자면 산비탈길을 올라가야하는데 포장 안한 울퉁불퉁한 흙길로는 경운기 차만 다녔지 택시들은 안다니려하였다. 이 밤에 경운기차도 불러 올수도 없어 덕수는 어머니를 업고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5리길이나 되는 산비탈 고개를 넘어야 했는데 산허리 내리막에는 움푹 패이고 가파른 곳이 많았다. 덕수는 땀에 온몸이 흠뻑 젖어서 몇 십번 쉬여가며 이를 앙다물고 한 발작 한 발작 끝내 캄캄 어두운 산비탈 솔숲고개를 넘어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시내바닥 골목에 와 닿았다.
병원에 온 어머니는 응급환자실이 들어갔는데 의사들이 달려와 초보진단으로 복부에 물이 찼다는 것이었다. 진통제와 소염제 항생제로 링겔주사부터 들이 대였다. 이튼 날 화험하고 종합 진단한 결과 급성늑막염이라는 것이었다. 늑골에서 누런 피고름 물을 한사발이나 뽑아 내였다. 감기증세로 몸에 열이 난 상태에서 과부하 노동과 물을 많이 복용하여 늑골에 염증이 생긴 거라 한다.
잠 한잠 못자고 신음하며 고통을 호소하던 어머니는 사흘만에야 좀 진정이 되였다. 이 며칠 동안 덕수도 어머니 병 구안 하느라 잠을 못자고 시달렸었다.
어머니가 제 손으로 밥도 먹고 화장실 출입도 다니고 그날 맞을 링게르주사도 다 맞자 어머니 속옷도 가져와야겠고 입원비도 어디 가서 구해야하므로 덕수는 집에 다니러 갔다.
덕수는 돈 한 푼도 아까워 걸어서 긴 시가지거리를 빠져나와 집으로 올라가는 산비탈길에 오르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이 발걸음이 옮겨 지지 않았다. 마침 고갯길에는 시원한 정자가 하나 세워져 있고 긴 통나무를 쪼갠 장의자도 있었다. 이 정자는 동사무소에서 이년 전 신설중인데 그동안 예산 자금이 없어 여적 건설도중 방치하고 있었으니 주위는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않았다. 덕수는 나무의자에 앉아 잠간 쉬여가려고 했으나 산고개를 타고 넘어오는 솔바람에 어찌 졸리는지 장의자에 들어 누웠다. 덕수가 잠에 골아 떨어져 한 둬 시간 자고 눈을 떠보니 그는 나무의자에서 땅바닥에 뿌리 채 뽑혀 넘어져 있는 큰 고목나무 옆에 굴러와 누워있는 것이었다.
이 고목나무는 한 때 무성한 그늘을 지워 고갯길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쉼터이기도 했고 시내 노소가 올라와 도시 전경을 바라보며 놀기도 했었다. 그러나 구새먹고 죽은 지 오래되어 동사무소에서는 그 자리에 정자를 신설하느라 포크렝장비로 뿌리 채 뽑아 자빠뜨려 놓고는 여적 치우지 않고 그냥 새로 세워진 정자 옆에 놔두었던 것이었다.
덕수가 하도 잠이 깨소금 같아 한잠 더 잘까 말까하고 누워있는데 지독한 노린 냄새에 살펴보니 고목나무 밑에 만 원권 돈 조각이 뾰쪽이 드리워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머리를 땅에 대고 올려다보니 고목나무에는 제법 아이 머리통도 들어 갈만한 구새먹은 구멍이 길쭉하게 파였는데 확실히 돈이 걸려 있는 것이었다. 덕수가 팔을 넣으니 돈이 한주먹 쥐여 나왔다. 마지막 한 장이 없을 때까지 휘저어 꺼내보니 모두 88만원이었다.
와-하! 이런 횡제가 어디 있단 말인가? 어느 도둑놈이 여기다 감췄으리라 생각도 되지만 이거야 하늘이 준 복이 아닐 수 없고 사람이 죽으란 법 없다더니 어머니 병치료에 이제 당장 돈 빌릴 걱정도 안하게 되여 신기하기만 하였다.
덕수는 그길로 집에 가서 어머니 옷가지를 챙기고 어머니 보신시키려 닭을 한 마리 잡아 솥에 안치고 푹 삶고 있었다. 이때 문밖에서 “어머니 계세요”하면서 이웃 새색시가 들어왔다. 며칠째 굴뚝에 연기가 안 나고 인척이 없었기에 혹시 어머니가 어디에 갔다 오셨나하여 와본다는 것이었다. 갓 시집온 새색시는 굽실굽실 파마머리 까지 하고 양어깨에는 꽃술이 달리고 그녀의 하얀 젖가슴이 복숭아처럼 들어낸 허리 짤록한 원피스를 입었는데 굽 높은 뾰족구두를 신었으니 서울아가시도 비겨서라 할만치 인물이 딴판이었다.
그는 대낮에 덕수는 집에 없고 어머니만 계실 줄 알았는데 어머니는 보이지 않기에 “어머니는 어데 계셔요”하고 재차 뭇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시 병원에 입원 했지요, 병은 늑막염이라나요, 지금은 많이 나았지만 그날은 죽는 줄 알었지요” 덕수의 대답이었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요즘 신혼 생활에 재미가 났겠네요, 물론 그렇겠지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해서 물어 봅시다, 날 그렇게 좋아 하더니 왜 갑자기 마음이 변한거요? 말 한마디 없이 이래도 되는 거요?” 덕수가 느닷없이 파고들었다. 낮이 빨게 진 색시는 금시라도 갈려고 주춤 뒷걸음을 떼는데 덕수는 색시의 팔을 꼭 잡고 놓아주려 않았다.
“왜 이레요, 난 몰라요, 남이 봐요, 빨리 놔요, 이제 다 깨진 걸 알아 뭘 해요, 다 내 잘못 한 거요, 어서 이거 노란 말이요” 새색시는 팔을 뿌리치고 밖으로 쫓아나갔다. 덕수는 자기가 남의 색시를 지금이라도 빼았으려는 미련이 있는 것이 절대 아니라 오늘 우연이 둘이 만난 김에 그토록 저만 좋아하던 그가 하루아침에 마음이 변하고 이웃 청년한테 시집 간 이유를 알고 싶었었다. “젠장, 그걸 알아 뭘 하겠다고?” 일이 이렇게 되자 덕수는 공연이 남의 색시 겁탈하려는 오해만 남겨 불안하기만 하였다.
덕수는 닭고기가 다 익자 냄비에 퍼 담아 가지고는 다시 병원으로 떠났다. 그가 고개 숙이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을 유리창으로 내다보고 있는 이웃 색시는 그가 고개 넘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삼척이란 깊은 산골에 살다 홀아버지마저 세상을 뜨자 이곳 외할머니 집에 오개 되었다. 그가 첩첩 산골에서 햇살에 양볼이 빨갛게 익은 딸기처럼 해가지고 이 고장에 처음 나타났을 때는 촌티가 나지만 순박하고 튼실했으니 지나는 사람마다 탐을 내고 총각들의 이목을 확 끌었다. 외할머니는 그가 과년한 처녀라 빨리 시집부터 보내야 했다.
이 산비탈을 끼고 외할머니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덕수 어머니와 절친한 사이였고 덕수가 인물이나 체격이 좋아 덕수에게 소개하려 벌써 오기 전에 말도 있었다. 그런데 덕수 이웃에 아버지 어머니마저 재작년에 사망하고 혼자 있는 칠복이도 있었고 비탈 밑에 수용 영감의 아들도 형제 둘 식이나 장가갈 나이었다.
이 산비탈마을에 낫선 처녀 하나 생기자 장가 못간 총각들이 모여들었다. 쥐죽은 듯 한적하기만 하던 할머니 집은 금시 생기가 나고 사람 사는 것 같았다. 젊은 청년들이 몰려오고 때때로 할머니 집 힘든 일도 거들어 주곤 하였고 번마다 맛좋은 음식과 과일을 사들고 와서 밤늦게까지 떠들고 놀다가군 하였다. 할머니도 무던하고 든직한 덕수가 마음에 있어 하였고 그보다 처녀 당사자가 덕수가 체격이 훤칠하고 코마루가 쪽 곧고 시원하게 넓은 이마에 치뜬 껌은 눈썹이 서글서글 해보여 은근히 마음에 찍어두고 있었다.
덕수는 어느 날 영화표 두 장 구해 와서 처녀를 대리고 시내 영화 구경을 갔다 왔다. 그러자 둘이서 연애 한다는 말이 돌았으니 다른 총각들도 덩달았지만 그중 날래고 꾀많은 칠복이는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는 자기가 매번 누구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자신하고 있었다. 한번은 건설 현장에서 몇 사람이 팀이 되여 일을 하는데 오야지만 눈에 안보이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담배를 피우는 척 어데 살아지고 심지여 어느 구석에서 꾸벅꾸벅 잠자기 까지 하였다. 그러다 일단 오야지만 나타나면 누구보다 적극이고 알은 채하여 위신이 좋아 이 팀에서 저절로 반장이 되였다.
반나절 식이나 몇 번 조퇴하고도 월급 받는 날에는 오야지 밥 한 끼 사 줘야 한다며 매인당 2만 원식 거두어 챙겨 제주머니에 꿀꺽 삼켰으니 하루한시도 안 빠진 다른 사람보다 15만 원은 더 벌었다. 번번이 그의 꾀에 농락당함에 격분한 몇 사람은 그를 때리려 나서지만 덕수가 이웃인 칠복이를 보호하므로 모두 어쩌지 못하였다. 그는 만사를 꾀로 사니 이번 처녀도 제가 꼭 먼저 서둘러 손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느날 칠복이는 할머니가 잠간 마을 간 사이에 처녀한테로 ?아갔다. 칠복이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처녀를 꼭 끌어안고 입부터 맞추었다. 다짜고짜로 당한 처녀는 황당하여 칠복이를 밀쳐내고 더러워진 제 입을 뜯어내려는 듯이 손으로 자꾸 입을 쥐여 짜면서 침을 퉤퉤 뱉아대였다.
“너 내가 어느 모로 보나 덕수 보다 못하단 말이야, 너 나하고 결혼하면 둘이 오붓하게 살고 큰 이층집도 네 집이 되고 얼마나 좋아, 나만한 사람 못 구해, 나와 결혼 하자고, 덕수, 덕수, 고 가난뱅이 뭘 있다고, 체통만 컸지 아무 일도 못 춘단 말이야, 그리고 남자의 고것도 애기 꼬톨 만한 것이 색시 하나도 건사 못하고 빼앗긴 여석! 너 내 것 한번 볼래, 병신 아니야” 하고 거시기를 꺼내어 휘두르는 것이었다. 칠복이는 밤새 연구한 것을 계획대로 연출하고 있었다.
처녀는 그 싱싱한 고것을 보자 식겁을 먹고 눈을 감고 돌아 섰다. 이때 또다시 칠복이는 처녀를 꼭 보듬고 입을 맞추었다. 때마침 마을갔던 할머니가 들어오자 칠복이는 처녀를 붙잡고 “할머니 봤지요, 이제 내 것이지요, 나와 결혼 시켜 주시요”한다. 처녀는 아무런 말 못하고 울기만 하였다. 할머니는 그들 둘이서 문제를 저지른 거로 생각하였다.
그 이튼 날로 소문이 좍 퍼졌다. 칠복이가 처녀한테 확실한 도장 까지 찍었다는 것이었다. 덕수가 처녀를 찾았으나 그전과 같지 않았고 할머니는 뭇지도 않았는데 덕수 보고 다른데 처녀가 많으니 장가 못 가겠나며 딴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덕수는 일을 알아채고 한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덕수는 한번 장가갔다 할까? 건설 현장에서 중국 연변 여성과 눈이 맞아 약혼식이라 술 한 잔 논아 먹고 그 여성을 제집에서 두 달간 같이 살았었다. 처음에는 그가 불법체류자이므로 하루 속히 중국에 돌아가서 국제결혼 수숙을 밟고 정식 결혼을 하려 했으나 그 연변여성이 위장결혼하고 입국 한 터이라 이미 법적으로 한국 사람과 결혼이 되여 있는 상태고 중국에는 가짜 이혼하고 돈 벌어 오도록 기다리는 남편과 두 살 먹은 애 하나까지 있다는 것을 알고 좋게 타일러 귀국하라며 돈까지 주어 내 보내었다. 이런 사실을 동네사람들은 다 알고 누구나 그를 칠복이 같이 색시 빼앗겼다 생각지 않았고 아직 총각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이렇게 덕수가 물러서자 칠복이는 결국 그 처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 잔치도 벌리지도 않고 처녀가 칠복이집에 와서 잠자고 밥해먹는 것으로 결혼 생활은 시작 되었던 것이다. 물론 처녀로서는 변명할 여지가 없이 포로가 되였고 칠복이 한데 시집가면 당장 별장 같은 이층집을 차지하고 칠복이는 여자한테 황소처럼 왕성하고 열렬한 나머지 덕수는 그날 영화를 보면서도 손목 한번 안 잡아주었으니 칠복이 말마따나 남자의 그것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이 갔던 것도 주요한 원인의 하나였다. 그리고 그 큰 별장 같은 이층집으로 하여 체수가 좀 작고 얄망궂긴 했으나 크게 험 될 것도 없었고 외할머니도 혼자 독신인 칠복이가 어쩌면 더 났다고 하였다.
칠복이는 색시를 대려오자 이웃 덕수집과 산에 가서 활엽수 관목을 배여다 울타리를 건너막았다. 덕수가 제 색시와 좋았던 것을 미리 막기 위함이었다.
이럭저럭 시집와서 산지도 둬 달이 지나고 어느 날 색시가 울타리 밑에 쪼그리고 앉아 울타리 줄당콩을 심고 있는데 갑자가 쏴-하는 소리에 돌다보니 공교롭게도 울타리 틈새로 덕수의 팔뚝만한 거시기를 뻗쳐놓고 물총을 쏘듯 오줌을 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덕수는 한낮에 잠에서 깨여나자 오줌이 차 급히 밖에 좇아 나와 울타리에다 연장을 내놓고 오줌총을 갈기고 있었다. 색시는 못 볼 것을 봤다고 하마터면 뒤로 벌렁 자빠질 번했다.
정말 덩치 크고 코 큰 놈이 그것도 크다더니 어데 제 남편 것과 비교가 안 될 만치 굵고 큰 것이 정말 강한 남자대장부라 하겠다. 색시는 그제야 칠복이가 덕수의 고것이 애기 꼬톨만하다고 비루하게 거짓말하고 자기를 속인 것을 알았다.
지금 제집 뒷문유리창에 붙어 서서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가려고 비탈길로 터벅터벅 올라가는 덕수를 내다보고 있으니 새색시는 왜선지 불상하게 여겨졌다,
덕수는 그 정자 밑에 고목나무를 지나면서 혹시나 한 장이라도 빠졌나 싶어 또 손을 넣어 보았다. 그러나 이번엔 돈이 없었다. 그 이튼 날 아침에도 그 신기한 고목나무에 끌려 서인지 큰 별 일없이 집으로 가면서 또 손을 넣어 보았다. 또 돈 5만원이 나 왔다 이렇게 되여 덕수는 매일 집에 가면서 한번 병원에 돌아오면서 한번 하루 두 번식 손을 넣어 더듬어 보곤 하였지만 그런데 오전에 한번만은 언제나 돈이 나왔었다.
돈은 밤에만 생기나 보다. 정말 고로수나무에서 수액이 고이듯 돈이 흘러나오는 돈 나무였다. 덕수는 이 돈 나무를 매일 어루만지고 기도를 올렸다. 이 일을 어머니만은 알고 있었으니 어머니도 병원에서 하늘에서 준 은혜라며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렸다.
한 달 만에 어머니는 퇴원 하였고 그리고도 매일과 같이 덕수는 시내 일하러 가거나 장보러 가거나 이리로 지날 때마다 여기 고목나무에 왔었고 일이 없이 집에 있어도 심지어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에도 한 번 빠지지 않고 여기를 다녀 가군 하였다. 벌써 수개월이 되였는데도 고목나무 속에는 매일 돈이 10만원 좌우로 나와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하루는 덕수가 시가지 용력노가다일하고 집으로 오면서 보니 그 고목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동사무소에서 정자를 새로 확장 건설하고 정리 하느라 고목나무를 치운 것이었다. 포크렝차가 와서 그 고목을 흙길에 줄줄 끌어간 자국이 보였다. 그 나무가 끌려간 자국이 제집 가는 방향이라 따라 와 보니 그 고목은 바로 제 이웃 칠복이집 맞은 켠 길가 풀밭에 버려져 있었다. 이거 칠복이 한데 복이 넘어가나 싶었다. 그러나 길쭉하게 펑 뚫린 구멍에는 돈은 그림자도 없었다.
어느 날 칠복이가 큰 길에 나와서 고함을 지르는 것이었는데 이 귀신같은 물건을 누가 여기다 버렸는가하는 것이었다, 구새먹은 구멍이 누구를 잡아먹으려는 구렁이 아가리 같은 것이 제집에 앉아서도 환이 보이니 재수 없고 요즘 꿈자리까지 사나우니 무슨 액운이 떨어질 것 같다한다. 이렇게 칠복의 고함소리에 나와 본 덕수는 그럴게 아니라 이 고목을 제집 마당에 가져다놓을 터이니 자기 달라는 것이었다. 칠복이는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썩은 고목나무를 마치 제 물건이나 되는 것처럼 빨리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여 그 고목나무를 앞에 뿌리 쪽은 니하카에 싣고 뒤에는 장정 넷이서 목도하여 제집 마당 한복판에 원래 정자 밑에서처럼 고대로 모셔 놓았다. 그리고는 그 앞에 벽돌을 몇 개 쌓아서 향불을 꽂고 제물을 얹어놓는 축대 비슷이 만들고 어머니와 아들이 간혹 기도도 올릴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정성을 다 했지만 돈은 이전처럼 다시 나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는 그 고목나무 구멍에서 너구리 한 마리가 튀여 나오는 것을 보고 몽둥이 들고 때려잡으려 쫓아갔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 너구리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 집을 도와준 고목나무를 집 지킴이로 삼고 매일과 같이 기도를 올리고 큰 명절에는 향을 붙이고 제물도 올려놓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덕수와 어머니는 이 고목나무의 구멍이 얼마나 깊은지 긴 철사로 쑤셔 보고 있었다. 그런데 철사에 돈 만원 한 장이 걸려 나올 줄이야! 그래서 덕수와 어머니는 계속 쑤셨는데 가끔 만원자리 돈이 걸려 나오므로 계속 쑤셔대였다.
이것을 제집 울타리 사이로 건너다 본 새색시는 남편에게 알리자 칠복이가 ?아왔다. 이 바보 같은 것들아 그럴 것 아니라 이 속을 들여다 봐야한다며 손전지와 거울을 제집 색시 보고 가져오라 소리 질렀다. 칠복이는 손전지를 고목나무 속을 비추며 한손으로는 거울을 돌리면서 굴속을 탐색 하였다. 그런데 뿌리쪽 깊은 곳에 방석을 깔아놓은 듯 돈이 흩어져있었고 가방 하나가 덜 썩어 뼈다귀 같은 나무속줄기에 걸려있었다.
“야! 돈 가방이다!! 이것 내 돈 가방이야!!!” 하고 대뜸 환성을 질렀다. 칠복이는 제 아내를 시켜 전기톱을 당장 가져오라 하고 자기는 고목나무를 걸타고 누구도 못 다치게 하는 것이었다. 이래서 덕수가 칠복이를 밀어내고 자기도 방금 칠복이 처럼 들여다보니 고목나무 안에는 정말 돈이 있고 가방이 거울에 비쳐보였다. 칠복이는 전기톱을 가져오자 덕수 보고 전기 코드를 집안에 가서 얼른 꽂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덕수가 말 듣을 일 아니었다. 내 집 물건을 네가 참관 말라며 비켜 서라하였다. “야! 임마, 이 가방 내거란 말이야! 이 가방에 칸막이 천이 무슨 색이고 무슨 무늰지 넌 모르지, 난 알아, 그러니 내거란 말이야” 칠복이는 확실히 자기 것임을 펄펄 뛰면서 우겼다. “너네 가방이 왜 이 속에 들어가 있단말이야? 임아 한번 말해봐?”하고 덕수는 고목나무를 걸타고 있는 칠복이를 꺼당겨 내렸다.
칠복이는 덕수를 왈칵 밀어뜨리면서 “그래 이 고목나무도 너가 우리 집 앞에 것을 끌고 올적에 알아봤고, 네가 훔쳐다가 이 속에 감추고 매일 들어다 보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날도둑놈 같으니라고, 그래 너가 훔쳐다 여기 감췄다, 안 그런가 말해봐?” 칠복이 소리에 구경나온 사람들이 일리가 있다고 머리를 끄덕이고 덕수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여 덕수와 칠복이 두 이웃은 서로 싸움이 붙었는데 어느 쪽에서도 팽팽 맞서며 물러설 것 같이 않았다. 힘에 부친 칠복이는 곁에 있는 삽자루를 울러멨다. 덕수가 그의 삽을 빠았아 던지자 이번엔 세발 쇄시랑을 들고 곧 내리 찍을 것같이 처들고 누구도 이 고목나무를 다치지도 못하게 하였다. 큰 인명 사고가 곧 터질 것 같았다. 덕수 어머니는 그 돈 가방은 둘째 치고 도둑이란 누명을 따 안고 자칫 큰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아 부랴부랴 방에 들어가서 곧바로 파출소에다 전화로 신고를 하여 빨리 와 처리해 달라고 하였다.
인차 오토바이 탄 경찰이 들이 닥쳤다. 이 알 수없는 가방을 칠복이는 자기 것이라 사사건건 증명을 하고 덕수는 제집에 있는 나무지만 어떻게 된 영문을 몰라 어리벙벙 해석도 못하였다. 경찰은 사진을 찍고 모든 사실을 기록 하고는 이 가방 속에 구조를 어떻게 생겼는지 말하라하니 덕수는 말 못하고 칠복이는 상세히 어떤 바탕에 무슨 꽃무늬라는 것도 밝혔다. 그리고 이 돈은 자기 아버지가 집 짓고 남은 돈으로 수 천 만원이 되는데 수시로 꺼내 섰으니 딱한 숫자는 자기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십상팔구는 칠복의 것임이 증명된 것이다.
그러나 파출소 경관들은 누구도 손 하나 못 다치게 하고 전기톱으로 나무를 잘라내고 돈 뭉치가 그득 든 돈 가방을 비닐포대에 그대로 담았는데 구경꾼들은 와! 하고 놀랬었다. 그리고는 고목나무를 비닐로 밀봉하고는 딱지를 붙이고 칠복이와 덕수 보고 집에서 결과를 기다리라 하고 떠나가 버렸다.
이제 잘못하면 도둑으로 몰릴 판에 덕수 모자는 불안하여 잠이 오지 않았고 칠복이도 이 돈의 내원이 그때 자기가 은행강도로 흠친 그 돈이라는 것을 분명 알아채고 머리가 주뼛 생 땀이 돋으면서 한부로 공개 된 것을 뒤늦게 후회 하였다. 그러나 그 돈 가방에 내 물건이니 내 지문이 있을 건 문제없고 그때 장갑을 끼고 행동했기 때문에 다른 데는 어떤 단서도 지문도 안 남겼으니 별문제 없다고 스스로 마음을 가라 안치였다.
다만 돈을 잃고 왜 여태 신고 안했나 할 것인데 거기에 대한 대답으로는 가방에서 돈 천 만원을 따로 꺼 내놓고 쓰다 보니 아직 돈을 덜 썼기 때문에 그 가방은 여적 잃은 줄 몰랐다고 잡아떼려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나니 긴장이 좀 풀리었고 이제 이 돈이 자기 것으로 판정되어 찾아오는 날엔 생각지 않은 횡재를 한다며 은근이 기쁜 여유를 갖게 되였다. 칠복이는 그 돈을 찾으면 보석반지와 목걸이를 사 주고 웨딩홀에 가서 정식 혼례식도 크게 올리고 제주도에 신혼여행도 간다며 색시를 자못 꼬드기고 핸들 대였다.
사흘 되던 정오에 칠복의 집에는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강도혐의로 체포영장을 내밀고 칠복이를 꽁꽁 묵어 압송해갔다. 일 년 반전 어느날 한 늙은이가 집 보일러 장판을 놓는다고 자갈돌이 필요하여 산비탈 정자부근 돌무더기에서 자갈을 채취하다 권총이 나와 그 즉시 경찰서에 갔다 바친 일이 있었는데 그 총의 지문과 이 돈 가방의 지문이 일치 하였으니 그 가방 속 구조를 꿰뚫고 있는 칠복이를 혐의자로 체포한 것이었다.
경찰서에 온 칠복이는 먼저 손바닥 손가락 지문 검사를 받았는데 총기와 돈 가방과 칠복의 지문이 모두 일치 하였으니 물증이 확보된 앞에서 칠복은 순순히 자백 안을 수 없었다.
일 년반 전 어느 날 오후 5시경 한 자가용을 훔쳐 탄 칠복이는 곧바로 사전 정탐해둔 새마을 금고 은행에 복면하고 뛰어 들었었다. 퇴근을 앞두고 고객은 없고 한참 내부 실사중이였는데 강도는 네댓 명 직원을 한구석으로 몰아붙이고 현금 출납으로부터 금고를 열게 하고는 미리 준비한 가방에 돈을 채워 넣고 달아 나왔다.
그는 자가용을 타고 시가지 동쪽 끝에 내려 인차 반대방향 버스를 갈아타고 서쪽 끝에 내려 주위 동정을 한번 살피려고 일부러 치킨 집에서 갓 구은 통닭 한 마리 사서 돈 가방에 넣고 집으로 올라가는 고갯길에 올라가다가 사방 동정을 다시 관찰하기 위하여 건설 중이던 정자에 와 앉아서 한숨 돌리며 별 동정이 없어 보이는 거리를 한눈에 내려다보는데 갑자기 경찰차의 사이렌소리가가 들려왔다.
황급해진 칠복이는 소지하고 있는 권총을 얼른 버려야겠다는 생각에 방금 통닭을 담았던 비닐봉지를 벗겨 권총을 싸서 자갈돌무지에 파묻고 돌아 나오는 순간 정자 나무걸상에 얹어 놓았던 그의 돈 가방이 없어진 것이었다. 아직 어둡지 않아 사방이 다 보이고 누구하나 얼씬도 않았는데 돈 가방은 감쪽같이 흔적도 없었다. 정말 귀신이 곡할 일이었다. 이렇게 그는 목숨을 걸고 얻은 돈을 귀신 도깨비한테 홀린 것처럼 한순간 잃고 분통을 터드리며 빈손으로 집에 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 이튼 날로 은행 복면강도사건이 보도 되었지만 시종 권총 문제는 당시 발견 못 했으므로 보도 되지 않았었다. 그후 한달여만에 떠들썩했던 은행 강도사건이 잠잠히 숙지자 칠복이는 권총을 다른 곳에 치워야겠다고 가보니 그 돌무지는 움푹 패여 있었다. 어느 놈이 제 권총을 주워 그놈도 강도질 잘해 먹겠구나 생각 했다. 그러나 그 권총으로 하여 경찰이 현장 조사하고 사진 찍고 구경하는 시민들로 이 정자 밑에 북새통을 이루었던 것을 칠복이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실은 그 정자 곁에 넘어져 있는 고목나무 밑으로 뚫어진 구멍은 땅에 엎드려 올려다봐야 보였으니 누구도 쉽게 볼수 없었는데 그 귀신같은 도깨비는 구새먹은 구멍에 숨어 살고 있는 암컷 너구리 한 마리였다. 그날 칠복이가 권총을 묻으려 돌아선 사이 너구리는 통닭기름 냄새에 얼른 ?아 나와 그 닭이든 돈 가방을 물고 고목나무 속으로 들어갔으니 칠복이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도시 주변에 고목나무 속에서 너구리가 살았지만 누구도 발견 못했고 혹시 길에서 봤다 해도 요즘 하도 이상한 애완견이 많아 중시 안했을 것이었다.
너구리는 통닭을 뼈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치웠지만 돈을 헤쳐 보금자리로 사용 했고 더러는 돈에 오줌을 싸 묻혀서 굴 어구에 내다 널어 자기 영역을 지키고 다른 너구리가 암내를 맞고 찾아오라 매일과 같이 돈을 굴 어구에 내다 널곤 하였다. 그래서 덕수가 매일과 같이 돈을 꺼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후 고목나무가 덕수네 마당에 옮겨 간 후에도 너구리는 냄새 맡고 제집이라 한번 찾아 들어 갔으나 하마터면 주인한테 맞아 죽을 번했으니 다시 가지 않았었다.
칠복이가 사용한 권총은 아버지가 사용한 것이었고 아버지와 같이 은행 강도에도 한번 가담한 적 있었다한다. 그때 그의 아버지는 자식을 은행 밖에서 망을 보게 하고 크게 성공하였는데 다행히 여적 탄로되지 않고 별장 같은 이층을 짓고 살았으며 이태 전 자가용 까지 사서 타고 다니다 이 길이 험한 산비탈 길에서 굴러 떨어져 두 부부나 동시에 사망한 것이었다.
칠복이는 언제나 제 아버지를 영웅으로 생각하고 사람은 모험을 해야 잘 산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도 강하고 머리가 좋은 사람으로 자신하고 어디에 가서도 꾀를 부리고 남달리 앞장섰던 것이다. 아버지가 지은 이층 별장 집이 있지만 먹고 살고 장가도 가려면 돈이 있어야 했으니 아버지의 유산 권총을 한번 크게 써 먹으려 벼르고 기다리다 나섰던 것이었다.
그의 상세한 자술로 그의 가정을 수색 했는데 그가 총을 보관한 장소는 지붕 청게왓장 밑에였고 아버지가 쓰던 권총 한 자루와 흉기를 또 발견하였다. 이렇게 되어 새마을 금고 은행 강도 사건과 수년 미궁에 빠져있던 어느 농협은행 강도사건도 모두 칠복부자의 범행임을 확정하고 일단 결속 지였는데 법원에서는 칠복이 15년 실형을 내렸고 그의 집은 부당한 장물로 지였기에 몰수 하였다.
그리고 덕수에 대하여는 그 돈이 하늘에서 준 복으로 잘못 생각한 것은 있지만 부모에 대한 효심과 또 은행에서 범인을 잡기위하여 범인 신고자에게는 포상금 천만 원 식 내 걸었었고 결국 덕수네가 신고 한 것으로 여태 고목나무에서 뽑아 쓴 돈 천여만 원을 받지 않기로 하였다.
이렇게 칠복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자 칠복 색시는 이혼 소송을 하여 이혼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색시는 이층집은 압수 되어 도로 외할머니 집에 갔지만 밭에 심어놓은 체소는 당분간 가꾸어야 했으므로 늘 밭에 나와 있었는데 전에 막은 울타리도 뜯어 놓고 덕수집에 제 집처럼 드나들며 덕수 어머니 일도 도와주고 정심도 얻어먹고 때로는 저녁 늦도록 놀다가군 하였다. 그의 외할머니도 그동안 칠복이 이층집 외손주딸 한테 왔다가도 이웃 덕수집에는 통 발걸음을 안 하더니 다시 옛친구가 제일이라며 놀러오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정작 덕수 색시라고들 소문이 자자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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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소설을 고국으로 떠나오기 전 여러 문우님께 인사차로 료동문학 홈페지에 올리려 했으나 당시 컴퓨터 페지가 열수 없다하고 한국에 나와서도 벌써 두 주일이 되 가지만 서울에 이사를 오다보니 바로 오늘에야 컴퓨터를 설치하고 글을 띄우게 됨니다. 서틀고 모자라는 소설이지만 어그제 보낸 추석명절의 보름달 같은 인사로 받아 주기 바람니다.
그동안 문우님들의 신 작품들이 많이 올라와 반가웠습니다. 세상에 창작하는 것보다 더 기쁜일이 어데 있습니까? 우리 계속 노력 합시다. 필자로부터 2007.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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