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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국차를 사랑하는 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북경도사
이 자사호는 얼마 전에 金絲雲雀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준걸 작가가 발행한 증서에 금사철선이라고 썼기 때문에 정정했습니다. 며칠 상간에 변화가 생겨서 재소개합니다. 더불어 여준걸 작가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겸하고 또 제가 직접 여 작가를 만난 얘기도 해드리겠습니다.
금사운작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사호 표면에 황금색 실선이 있습니다. 이것이 金絲입니다.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는 문양이 구름 속에서 노니는 참새같은 형상입니다. 이것이 雲雀입니다.
금사철선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 역시 간단합니다. 노란색 선은 금사이고 파란색 실선은 철선입니다. 이런 선과 문양을 만들 때에는 일일이 색깔이 다른 니료를 상감기법으로 넣어야 한다고 합니다. 파란색 실선 역시 그런 기법으로 넣은 것입니다.
俊傑作壺于宜興醉陶居. 堯臣監造. 壬申冬月.
준걸이 의흥 취도거에서 호를 만들었다. 요신이 감제하였다. 임신년 겨울.
1992년 겨울에 여준걸이 이 호를 취도거에서 만들었고, 당시에 아버지인 여요신 대사가 제작을 지도 감독하였다는 말입니다. 堯臣이라는 이름은 다분이 유교적입니다. 직역하면 요임금의 신하라는 뜻이지요.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의 이름 舜臣과 비슷한 발상입니다. 순임금의 신하라는 뜻이지요. 당대의 국가지도자 혹은 임금이 요순같은 성군이라는 아부의 뜻도 있다고 할까요.
저관은 俊傑壺 세 글자입니다. 傑은 杰로도 씁니다. 그래서 어떤 곳은 傑로 어떤 곳에서는 杰로 씁니다.
북경 아시아호텔에서 여 작가를 만났습니다. 여 작가가 북경에서 열린 자사호 경매와 관련해서 며칠 올라와 있었습니다. 금사철선의 작품증서를 받아오려는 게 가장 큰 목적인데, 가능하다면 여 작가를 만나서 사진도 한 방 찍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
23일 16:30 중국당대고단공예품전장(함황화리, 자단, 자사호전제)라고 쓰여진 것을 보세요. 중국 현대 최고급 공예미술품 전문 경매장이라는 뜻이고요. 괄호 안에는 황화리와 자단목, 자사호 전문 주제를 포함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황화리와 자단목은 최고급 목재로서 옛날 황제가 쓰던 가구를 만들 때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23일에 열린 자사호 경매에는 여준걸 작가의 작품도 나왔는데요. 금사철선보다 훨씬 못한 작품이 인민폐 15만元(한화 약 2550만원)으로 시작하여 18만元(한화 약 3060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최고가로 낙찰된 자사호는 고경주 대사의 작품으로서 200만元이 넘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소식을 입수하는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내년 봄에는 여준걸 대사의 작품만을 모아서 경매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여 작가의 명성은 더욱 치솟게 되겠지요. 가격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요.
제가 가져간 금사철선호를 두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북경도사(이하 북) : 안녕하십니까.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물을 보니 대사의 풍도가 완연합니다. 반갑습니다.
여준걸(이하 여) : 안녕하십니까. 한국 친구라고 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저도 한국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북 : 여선생의 작품집에 나온 한국 제주도와 고궁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떻든가요?
여 : 한국에 여행 갔을 때 매우 즐거웠습니다. 언제고 또 가보고 싶은 나라입니다.
북 : 제가 이 자사호를 처음 봤을 때 뭔가 확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 : 이 호는 제가 90년대에 제작한 것으로 스스로도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작품입니다. 당시에 이미 양호를 어느 정도 했었습니다.
북 : 제가 어제밤에 이 호를 사용해서 보이차를 우렸는데 정말 차맛이 확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 : 맞습니다. 좋은 자사호로 차를 우리면 찻물 맛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좋아집니다.
북 : 작품집을 보면 이 호의 이름이 금사운작이라고 쓰여 있는데 오늘 여선생이 제게 준 증서를 보니 금사철선으로 쓰여 있더군요.
여 : 금사운작이라고 해도 됩니다. 그러나 이 호를 만든 원래의 생각대로 명명한다면 금사철선이라고 하는 게 더 좋습니다. 그래서 금사철선이라고 증서에 쓴 것입니다. 이 호는 내가 30세 때 만든 것으로 당시 만들고 나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여 작가의 기억이 조금 잘못된 것이, 저관 밑에 임신년에 만들었다고 각자되어 있는 것을 보면 27세 때 만든 것임)
북 : 이렇게 만드는 기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 : 표면에 보이는 노란색 선은 금사이고 파란색 선은 철선입니다. 금사를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인데, 철선은 조금 어렵습니다. 철성분이 들어간 특수한 재료를 일일이 상감기법으로 넣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니료로는 이런 색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하나하나 고도로 신경써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지요.
북 : 그렇군요. 지도에 감사드립니다. 여선생의 명성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간단하게 말씀해주시지요. 더불어 자사호 시장의 동향에 대한 관점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 : 내년 3월에 북경에서 여준걸작품만을 경매하게 될 것입니다. 개인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고급 자사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자기에 비하면 자사작품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저평가되어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는 자사작품도 점점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겠지요.
북 : 맞습니다. 확실히 고급 자사예술품의 가격은 그 동안 저평가된 면이 있습니다. 제가 소장하고 있는 청년작가들의 작품 가격도 근래 많이 올랐습니다. 내년에 여선생의 작품만을 주제로 해서 경매한다면 제가 한국쪽 기자가 되어 이 소식을 한국에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작품집 프로필을 보니 여선생이 66년생이더군요. 말띠 맞지요? 저랑 동갑이군요. 하하..
여 : 몇월입니까?
북 : 3월입니다.
여 : 그럼 김선생이 형입니다. 저는 9월입니다. 하하...
북 : 제가 1년에 한 번은 의흥에 가서 며칠 묵고 옵니다. 오늘은 여선생이 총망한 시간 내줘서 매우 고맙습니다. 언제고 의흥에서 한 번 만나 편안하게 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 : 환영합니다. 언제고 의흥 오면 연락 주십시오.
대략 10분 동안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기념사진 모드의 포즈를 취했습니다.
제가 입고 있는 티셔츠는 딴지일보에서 구매한 것입니다. 인증샷을 드디어 찍었군요. ^^
2009년 11월 8일에 발행한 증서입니다.
금사철선호를 제작한 이후 증서를 발행하지 않고 사진 한 장만 찍어놓았다가 소장가가 구매하게 되면 이렇게 작가 본인이 증서를 써주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자사호는 제작이 끝나면 증서를 제작하여 첨부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여준걸 작가가 제작한 시디입니다. 직접 노래도 하고 자사 작품 소개도 해놓았습니다. 전부를 볼 수는 없고 몇 페이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오른쪽 龍窯는 북경도사도 가본 적이 있습니다. 전통 장작가마인데 지금까지 보존이 잘 되어 있습니다.
여준걸 작가는 노래도 정말 잘 합니다.
우정출연 : 여요신.
이것은 여준걸 작품집입니다. 부친인 여요신 대사가 휘호했습니다. 이름도 준걸이지만 자사계의 준걸이 되라는 뜻에서 紫砂俊傑이라고 쓴 것 같습니다.
일일이 다 볼 수는 없으니 몇 페이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오른쪽 페이지의 음양태극호가 바로 여준걸 대사의 대표작입니다. 경매에서 150만元(한화 약 2억 5500만원)에 낙찰되었던 아주 유명한 호입니다.
여요신 대사는 현존하는 대사 중에 최고의 명성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명성으로 따지면 자사호를 만드는 대사 중에 단연 수위라고 하겠습니다. 여요신, 포지강, 왕인선, 하도홍 이 네명의 대사가 최고의 실력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페이지의 步步高는 한 발 한 발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준걸석표입니다. 시중에 이와 비슷하게 생긴 석표가 많이 있지요. 여준걸 이후에 모방한 것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사호 작가라면 누구나 석표를 만듭니다. 개중에 특출한 작가는 자기만의 독특한 디자인의 석표를 만들어냅니다. 자야석표, 경주석표 등이 대표적이지요. 여준걸 작가도 자기만의 석표를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이름이 재밌습니다. 해시신루. 무협지를 즐겨 보신 분이라면 강호 구대문파 중 하나인 해남검파의 대표절초 해시신루를 기억할 겁니다. 신루는 신기루라는 뜻입니다. 해시신루라는 말을 굳이 해석해본다면 바다 위에 보이는 저자와 누각처럼 희미하고 실체가 있는 듯 없는 듯 몽롱하게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야자수가 있는 것을 보면 제주도겠지요?
자옥금사紫玉金砂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여준걸 작가가 그 드라마에 자사대가 경공법사라는 역을 맡아서 출연했습니다. 지금 여준걸 작가의 명성이 있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본인의 실력이지만 이런 외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부친의 후광도 있고요. 최연소 대사가 쉬운 것이겠습니까.
여 작가는 무술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복궁을 배경으로 찍었군요.
작품집에는 금사철선이 금사운작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작품집 사진에는 파란색 철선이 잘 안 보입니다. 어쩌면 금사철선은 금사운작과는 다른 작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찍어서 올린 사진과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작품집 사진 속의 금사운작은 제가 소개한 금사철선과는 동일한 작품이 아닙니다. 문양을 자세히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고산유수호입니다. 고산유수는 공부차 포다할 때의 순서 이름이기도 합니다.
작품집에서의 사진만 보면 아주 건장하고 키도 180 정도는 되어 보입니다만, 실제로 만나보면 175가 좀 안 될 겁니다. ^^
2000년에 생산된 맹해차창 등중등 7502를 우려보겠습니다. 이 차는 차품이 매우 좋고 가격 대비 효과가 매우 좋으니 나중에 소개하면 1편 정도는 꼭 구매하시길 권합니다.
금사철선으로 차를 우리면 개완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다른가를 실험해보기 위해 현재 판매하고 있는 살구꽃개완으로 동일한 차를 동시에 우려보았습니다.
지금 사진은 살구꽃개완으로 7502를 우려내는 모습니다.
이번에는 금사철선으로 우리고 있습니다.
용량이 꽤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리숙우로는 넘칩니다. 이럴 때에는 500cc 대형 유리숙우가 필요합니다.
찻물 맛을 비교해보면 너무나 명확하게 차이가 납니다. 금사철선으로 우린 찻물은 매우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 납니다. 살구꽃개완으로 우려낸 찻물은 상대적으로 고삽미가 많습니다. 특히 삽미(떫은 맛)가 강합니다.
그래서 차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고급 자사호를 사용해서 우려야 하고, 차를 품평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개완으로 차를 우려야 합니다. 자기 개완은 차의 좋고 나쁜 면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이렇게 김이 확 올라오면서 순식간에 말라버립니다.
첫댓글 204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