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 받은 '다마고치' 이야기
유캐스트 ・ 2018. 6. 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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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고치'를 기억하시나요?..이그노벨 '경제상' 받은 다마고치 (by 김유성(경제유캐스트) )
1996년 출시돼 1997년 이그노벨상 '경제부문'을 수상한 다마고치. 전세계 수천만 어린이들의 시간을 'hook' 한 덕분에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 관련 포스트 : http://naver.me/GtLsy7vx
[김기자-50] 다마고치가 '이그노벨상' 받았던 거 아시나요?
팟캐스트 '경제 유캐스트 (경제 UCAST)' 중에서
◇다마고치가 상을 받은 이유
다마고치가 상을 받은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수백만, 수천만 어린이들의 지루한 시간을 대신 때워준 공로입니다. 제가 이그노벨상 홈페이지에 들어가서도 봤는데, 전세계적으로 불었던 다마고치 열풍에 대한 관심이 반영됐고, 그리고 이런 말도 안되는 조그만 기계에 수천만 어린이들이 시간 낭비한 것에 대한 어른들의 경악과 충격이 담겨 있다고 하고 싶습니다. 좋게 말하면 심심한 어린이들의 타임킬링을 해준 공로고 나쁘게 보면 별 희안한 장난감 같지도 않은 게 나와 어린이들을 홀린 공로를 인정 받은 것입니다. 원문을 보니까 hook이란 단어를 쓰더라고요. 어린이들의 시간을 훅 했다고 합니다.
다마고치는 1996년에 처음 출시됐습니다. 1997년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2017년에는 다마고치 리마인드 같은 제품도 나왔습니다. 하얀색 스크린에는 3개의 버튼이 있어요. 먹이고, 똥 치워주고 놀아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리셋 버튼이 있습니다. 진짜 반다이 제품은 원래 리셋버튼을 바늘로 누를 수 있게 됐는데, 몇몇 짝퉁 다마고치는 그냥 옆에 붙어 있곤 하네요.
이게 1990년대 후반 어느 정도의 신드롬을 일으켰냐 하면 그당시 전세계적으로 팔린 다마고치 양이 7900만개 정도 됩니다. 가격도 우리나라 돈으로 2만원 가량 될 정도였죠.
이게 어느정도인지 잘 감이 안 올 수도 있는데, 2016년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끈 포켓몬고 다운로드 수가 1억건 정도 됐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다마고치 판매량이 포켓몬고에 거의 근접했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다마고치는 돈을 내고 사야하는데, 이 정도면 엄청난거죠. 그에 맞춰 나온 짝퉁까지 감안하면 거의 신드롬이었죠.
요 다마고치는 여고생, 여중생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얻게 됩니다. 열쇠고리처럼 귀엽게 생겼고, 뭔가 키울 수 있다는 게 모성애를 자극할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마고치는 알 형태에서 부화해서 새끼가 나오면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합니다. 첫 제품은 흑백 스크린에 약간 도트 느낌의 다마고치가 돌아다니거나 밥 달라고 징징거리는 수준이었는데, 최근에 나온 것을 보니까 그래픽이 수려하더라고요. 앱도 나와 있고 스마트 워치라고 하죠 전자시계에도 앱 형태로 들어갑니다.
◇다마고치가 일으킨 문제
거의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다보니 여러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이그노벨상 평가단이 생각했듯이 학생들이 종일 조그마한 스크린만 보고 앉아 있는 것에 우려를 했었죠. 흔한 잔소리 있잖아요. 공부는 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 어떻게 보면 다마고치는 지금 있는 스마트폰 중독의 조상과 같은 정도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다마고치 안의 동물이 배가 고프거나 졸리거나, 애정이 필요하면 알람음을 내거든요. 요 알람음이 교실 안을 메아리 치느라 선생님들의 불만이 또 폭주했다고 하네요. 저는 다마고치가 한국에 들어왔던 1997년 남자고등학교를 다녀서 다마고치 때문에 선생님들이 짜증내는 것을 못봤는데 그렇다고 하네요. 일부 학교에서는 다마고치를 아예 반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하고요.
수업 방해는 애교였고, 이게 생명 윤리 문제로까지 비화가 됩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리셋 버튼 있잖아요. 이걸 누르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거든요. 이른바 이걸 누르면 다마고치 안에 있는 동물을 살해하는 격이 되는 것이죠.
실제 전문가들은 리셋 기능이 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고, 어린이들이 화면속 캐릭터를 가볍게 여길 수 있고, 더욱이 어떤 생명체도 죽이고나면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오인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죠. 지금 스마트폰 중독, 혹은 과도한 게임 몰입에 따른 중독 문제와 비교하면 애교 수준의 문제였던 것이죠.
◇다마고치 유행의 배경
다마고치가 유행한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긴 합니다. 가장 맞는 해석은 재미있으니까라고 귀결지을 수 있는데 혹자는 다마고치 유행이 당시 일본과 한국의 경제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도 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1990년대 초반 거품 경제 붕괴 이후 내수 경기 침체를 확연히 느끼던 때였죠. 1980년대 거품경제 시기 호황을 누렸던 부모세대와 달리 1990년대 일본 청소년기들은 암울하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냅니다. 부모의 주거도 불안정하고 소득도 일정치 않고. 애완동물을 직접 사서 키우기 힘든 10대들이 다마고치를 통해 대신 대리만족을 했다는 얘기가 통설처럼 내려오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1997년이면 IMF 구제금융 직전 막 호황기의 끝물을 타고 있을 때긴 했는데, 1980년대나 1990년대 고도성장기와 비교해보면 경기가 그렇게 좋을 때는 아니었고요. 다마고치 개발사 반다이는 그렇게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 하나는 반다이가 다마고치 덕분에 죽다 살아났다는 점이죠. 반다이는 건담 로봇, 피규어로 유명한 회사였는데, 한정품 판매를 남발하고, 특정 시리즈에 대해 사골 우려먹듯이 해먹어서 일부 마니아들한테는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거품경제가 끝나면서 피규어나 로봇류의 판매량이 줄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플과 손을 잡죠. 그리고 콘솔게임기를 선보입니다. 애플피핀이라는 콘솔게임을 개발해서 판매에 들어가는데 이게 쫄딱 망하죠.
듣기로는 가장 적게 팔린 콘솔 게임기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합니다. 판매량이 4만2000대 정도라고 하는데, 아무리 거품경제가 꺼졌다고 해도 게임 덕후의 천국이 일본인데, 너무 처참한 패배였던 것이죠. 그 시점이 1996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다마고치가 열풍을 보이자 또 부지런히 만들죠. 품귀현상까지 보이자 엄청나게 만들었는데, 그런데 다마고치 열풍도 오래가지 못했죠. 바로 재고 자산입니다. 허니버터칩이 한때 귀한 과자 대접을 받다가 지금은 그냥 보통 과자중 하나로 남은 것처럼 다마고치도 열풍이 지나간 후 그저그런 장난감이 된 것이죠. 분명 돈도 번 것 같고, 성공도 했는데, 희안하게 손해를 본 것 같은, 그런 상황이 반다이에 연출이 됩니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인지라, 반다이는 수시로 다마고치를 부활시킵니다. 2001년, 2004년, 2008년. 3기를 우려먹고. 2015년에는 애플워치 버전의 다마고치도 선보입니다. 휴대용 게임기와 콘솔 게임으로도 만듭니다. 2007년에는 다마고치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옵니다. 포켓몬고처럼 다마고치가 주인공인것이죠. 그런데 이게 한 편도 아니고 작년까지 3편이 나옵니다. 하나 성공하면 사골 우리듯 우려먹는 반다이의 방식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죠.
위키피디아를 보니까 최근 다마고치는 지들끼리 결혼도 시키고 자식도 낳게 한다고 하네요. 결혼은 일종의 개 주인들이 만나 짝짓기 시키는 것처럼, 두 플레이어가 만나서 암컷 다마고치와 수컷 다마고치를 만나게 하는 거죠. 점점 가까워지다가 눈이 맞으면 짝짓기 시키고 새끼도 낳게 한다고 합니다.
한번 짝짓기해서 새끼를 낳을 때 알을 2개 정도 낳는다고 합니다. 하나는 암컷이 갖고 다른 하나는 수컷이 가져갈 수 있고요. 부화한 새끼를 또 키운다고 해요. 그런데 이 새끼에 대한 케어는 이미 키워놓은 다마고치가 하고, 사람은 아플 때 약 정도 준다고 하네요. 그리고 어미가 죽거나 떠나면 새끼를 또 키워서 올리죠. 세대를 이어가면서 영원히 게임을 할 수 있는 거죠. 이쯤 되면 진짜 동물인지 가상의 동물인지 헷갈리겠죠.
우리나라에서도 다마고치는 여전히 살 수 있어요. 보통 가격은 2만원 정도 하는데, 반다이 제품 어떤 것은 5만원 짜리도 있더라고요. 30대 아재들이 예전 향수를 못 잊어 사는 것 같긴 합니다.
[출처] '이그노벨상' 받은 '다마고치' 이야기|작성자 유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