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따라 삼천리
“가끔은 물고기 입장이 되어...”
“아 아~ 알려 드림립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집에서 아이들 밖으로 못나가게 철저히 감시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꼭두새벽부터 동사무소에서 울려퍼지는 확성기 소리에 아이들 가진 부모들은 긴장을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다대포 앞바다에서는 한바탕 전쟁이 치러진다.
“갯바위 근처 50m 이내에 접근하는 자는 5년 이상의 형에 처한다.”
언젠가부터 갯바위 부근에서 워낙 많은 실종자가 발생하고 예기치 않은 안전사고로 부상을 입는 고기들이 속출해서 어쩔 수 없이 내려진 ‘긴급조치문’ 내용이다. 병원마다 입이 찢어지고 목구멍에 날카로운 바늘이 걸려 긴급 수술을 하는 환자들이 속출 하고, 급기야 방부제가 섞인 음식(불량 집어제)을 먹고 허리가 휘어진 기형어까지 속출하다보니 내려진 특명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의 불안정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원고갈 때문에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몰래몰래 출입금지 구역 안으로 숨어 들어가는 고기들이 속출하고, 심지어 그들을 감시하던 부시리들 마저 낚시인들이 뿌려주는 달콤한 크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곳곳에서 실종 신고가 들어오는 실정이라 물속 세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주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는 낚시선들의 소음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고기들미저 늘어나 물속 세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렷다.
일요일...
엄청난 양의 밑밥이 물 속으로 떨어진다. 많이도 뿌리고 있다. 냄새도 제각각이다.
그중에 어제 사용하다 남은 썩은 밑밥에 싸구려 불량 집어제를 섞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 밑밥을 누군가 자꾸만 뿌리고 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저 짜식은 도대체 뭐하는 놈이여?”
“썩은 밑밥을 왜 뿌리는 거냐고요~”
갯바위에 선 ‘킬러’는 몇일 전 낚시 갔다 남은 밑밥이 아까워 낚시점에 보관을 해두었다가, 오늘은 거기에 집어제만 한 봉지 더 섞은 채 가져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애타게 감성돔을 불러보는 중이다.
하지만 열길 물속을 알 수가 있나.? 물속에서는 이렇게 난리가 난 것을...
심술쟁이 부시리 영감이 이 모습을 보고는 심술이 발동하여 작업에 들어간다.
“요넘~ 맛좀 봐라~”
백전노장답게 먼저 ‘킬러’의 채비를 점검해 본다.
1호 낚싯대에 원줄 2.5호 목줄 1.5호다. 전형적인 감성돔 채비. 요정도 같으면 “머리 털기” 한방이면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슬그머니 ‘킬러’의 미끼를 입에 문다 .
살짝 당기자 갯바위에서 휘두르는 칼바람 소리가 물 속까지 울려 펴진다.
‘휙!’
지금까지 입질 한번 받지 못하고 있던 ‘킬러’는 갑자기 찌가 스물스물 잠겨들자 있는 힘을 다하여 챔질을 한다. 바위에 걸린 듯 묵직한 힘에 놀랄 겨를도 없이, 휘어지는 낚싯대를 보고 순간적으로 대물이라는 걸 알아차린 뒤에는 앉았다 섰다 오도방정을 떨며 옆에 있는 일행에게 뜰채를 부탁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힘에 낑낑대면서도 지금까지 낚시를 하면서 이토록 강력한 입질을 받아보기는 처음인지라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가쁜 숨을 내쉰다.
능구렁이 같은 부시리 영감은 자신이 마치 감성돔인 것처럼 꾹~꾹 처박는 형태로 힘을 쓰면서, 낚싯줄로 타고 전해오는 작은 떨림으로 ‘킬러’가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는다. 옆에서 지켜보는 수많은 물고기들도 부시리 영감의 신출귀몰한 ‘꾹꾹이 전법’에 박수를 치며 한바탕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낚싯대를 붙잡고 낑낑대면서도 우와~ 우와~ 하는 소리를 연발하며 오도방정을 떨고 있는 모습이 우스운지 곁에 있던 친구가 한마디 끼어든다.
“니, 고거 부시리 아이가? 힘 쓰는 걸 보니 못 묵겠다(못 낚겠다).”
“머라카노? 꾺 꾹 차는 거 봐라. 틀림없는 감성돔이라카이~”
마음속으로 ‘하느님! 조상님! 부처님! 아이고 아부지~ 아니, 천지신명이시여~ 제발 요놈 얼굴 좀 보게 해주십시오’를 외치며 애타는 마음으로 낚싯대를 어루고 달래면서도, 잘만하면 자신의 고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그만큼 부시리 영감의 기술이 뛰어나다는걸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시리 영감은 적당히 힘 조절을 해가면서 ‘킬러’에게 자신이 대물감성돔일꺼라는 확신을 심어 주다가, 썩은 밑밥을 뿌린 괘씸죄를 응징하기 위해 낚싯대까지 뺏어 버리기로 마음을 먹고는 온힘을 가해 순간적으로 당겨버린다.
‘빡!’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낚싯대가 세 동강이 나면서 사정없이 엉덩방아를 찧은 ‘킬러’... 정신이 나간듯 멍하니 앉아 있다가 넋두리처럼 친구에게 말한다.
“니 봣제~ 내 낚싯대 꼬꾸라지는 거 봣제?”
그래도 친구라고 속마음은 접어두고 “그래, 나도 봤다. 엄청 큰거 같더라. 장비가 부실해서 못올린 거 같구마...”
이렇게 위로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큰일 났구나 싶어 걱정이 앞선다. 틀림없이 내일부터 그 친구가 온갖 핑계를 대고 직장에서 조퇴해 이 포인트에서 진을 치고 앉아 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누가 들을까 귓속말로 “친구야, 절대로 여기서 대물감성돔 걸어 터자무따는 이야기는 하지 말그래이...” 이렇게 신신당부하는 그의 떨린 목소리를 듣고는 더 확신이 선다.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는 다음 날 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물 감성돔을 낚기 위해 갯바위에서 진을 치다, 결국 직장에서 쫒겨나고 패가망신까지 했다는데...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듣는 이에 따라 전설 따라 삼천리에나 나올 것 같은 소리라고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우리 주위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원래 놓친 고기가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남자들이 군 시절에 고생했던 이야기는 밤을 새워가며 해도 모자란다는 말이 있다. 낚시꾼들에겐 낚아올린 고기 보다는 낚싯대 부러뜨려먹고 낚싯줄 터져 놓친 고기 이야기가 더 많다.
“저번에 이~따만한 고기를 다 올려놓고 그냥....”
입에 거품을 물고 무용담을 하고 또 해도 더 하고 싶은 것이 낚시꾼들이고, 그이야기를 지겹도록 들었어도 또 들어줄 줄 아는 멋이 있는 사람들도 낚시꾼들이다.
가끔은 한번씩 나 자신이 물고기가 되어 낚시꾼들의 입장을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서 낭창거리는 낚싯대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낚싯줄에 조그마한 바늘을 묶어, 갯지렁이나 크릴 한 마리 끼워서 감성돔을 낚겠다는 간 큰 낚시꾼들이 물고기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왜 자신이 원하지 않은 고기가 낚여 올라오면 갯바위에 패대기치고, 낚시꾼들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는 왜 냄새가 날까?
살랑거리며 내려오는 미끼를 고기들은 어떨 때 물어줄까?
따지고 보면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다.
아마도 생을 다하는 날까지 이 궁금증이 풀리지 않으면, 다음 세상에서는 감성돔으로 다시 태어나 그 궁금증을 풀어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웃음을 지어본다.
오늘의TIP
초보자들이 낚시를 접하면서 가장 어렵고 망설여지는 것이 장비 구입이다.
어떤 장비를 구입해야 좋을지 모르는 초보 낚시인들을 위해 장비 구입의 원칙을 간단하게 정리해 봤다.
장비를 구입할 때는 자신이 어디에서 어떤 대상어를 상대로 낚시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섬에 나가 감성돔이나 벵에돔을 낚을 것인지, 아니면 참돔이나 돌돔 같은 대물급을 노릴 것인지, 그저 가까운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 겸 낚시를 할 것인지를 결정한 다음 그에 맞는 장비를 선택해야 두 번 구입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된다.
감성돔이나 벵에돔을 낚고 싶다면 낚싯대는 1호 릴찌낚싯대가 적합하고 릴은 2500번 정도 되는 크기가 적당하다. 2500번 릴이란 2.5호원줄을 150m 감을 수 있는 크기라는 의미다.
릴에 감는 원줄은 종류가 매우 많고 가격도 몇천원 부터 몇만원까지 격차가 심하므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낚시에 맞는 종류를 구입하는 것이 최상이다. 참고로 설명하자면, 물에 뜨는 원줄을 플로팅 타입이라 하고, 살짝 가라앉는 원줄을 세미플로트(또는 서스펜드) 타입이라 한다. 물에 가라앉는 원줄은 싱킹 타입이라 한다.
목줄은 나일론사와 카본사,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 나일론사는 늘어나는 성질이 있고 마찰열에 약하지만 가격이 싸다. 카본사는 비중이 무거워 물에 잘 가라앉고 탄성이 좋아 질기지만 가격이 비싸다.
이 밖에도 찌, 바늘, 도래 등 각종 소품이 필요하다. 낚시용 소품은 자신이 원하는 대상어에 맞게 구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낚시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먼저 구입해야 할 것이 있다.
구명복과 갯바위신발이다.
낚시는 물과 접하면서 즐기는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구명복은 바다에 빠졌을 때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명줄이다. 따라서 바다낚시를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갯바위 신발은 밑창에 강철 핀이나 펠트가 장착돼 갯바위에서 미끄러지는 안전사고를 방지해주고, 방한 방수 같은 기능을 갖춰 좀더 편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발이기에 이것 또한 필수품이다.
낚시복 또한 필수품 중 하나다.
낚시복은 갑자기 비가 오거나 파도가 칠 때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방수기능과, 인체에서 발생하는 땀을 외부로 방출해 주는 투습기능을 동시에 갖춘 제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과거에는 이런 방수투습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매우 비쌌지만, 요즘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같은 기능을 갖춘 낚시복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낚시장비와 소품들은 국내산과 일본산, 그리고 중국산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일본산 제품은 대부분 가격이 비싸다. 그리고 중국산은 가격은 싼 편이나 저질 제품들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처음 낚시 장비를 구입 하시는 분들은 질 좋고 가격이 적절한 국내산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사실을 귀뜸하며 글을 마친다.
첫댓글 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