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중에서 제일 스릴 있는 건 면세점 아이쇼핑이야.
면세점에 진짜 싼 게 얼마나 많은데, 나는 뭐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백화점이 아니라 면세점으로 가.
면세점 세일기간에 가서 싸고 괜찮은 게 있으면 한꺼번에 이것저것 산 다음에
갈 수 있는 날짜랑 항공편 대충 얘기하고 일본이나 홍콩 가는 밤도깨비 여행 신청해.
어쩔 때는 면세점에서 거저나 다름없는 80% 할인된 가격에 건지는 것도 있는 데
그렇게 사면 여행경비는 빠지고도 남거든”
한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귀티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머릿속으로 떠오른 말은 ‘으이구, 나보다 더하네 더해’였지만,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말은 “정말? 정말? 뭐가 그렇게 싼데?
아니 그럼, 비행기 진짜루 예약 안해두 대충 둘러대고 살 수 있나?
여권을 맨날 가지구 다녀? 정말 면세점이 그렇게 싸?”였다. 숨도 안 쉬고 속사포처럼 물어보곤 조금 창피했다.
명품! 명품을 명품이라 부르지 못해서 때로 슬그머니 짝퉁이라도 살 궁리를 하고 다니는 내가 말이다.
지루한 공무원생활에 명품쇼핑이 활력소가 된다는 그녀는 진짜 싸고 좋은 물건은 면세점에 있다는 면세점 신봉론자였다.
롯데나 신라 면세점도 자주 가지만 진짜 떡고물이 떨어지는 곳은 사람들이 그리 많이 찾지 않는 동화나 워커힐이라는 것. 특히 동화면세점의 베르사체매장에서 35만원짜리 이탈리아 수제 가죽구두를 6만원에 산 이후로는
(동대문에서도 이 가격에 못 산다) 심심할 때마다 면세점 매장 구석구석을 잘 살피면서 다닌다고 한다.
신발은 명품이 왜 좋은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라나.
소유한 자에게 주어지는 그 뿌듯함은 부인할 수 없는 명품의 매력이다.
돈도 없으면서 너무 명품에 목매는 건 꼴불견이긴 하지만 원한다면 한두 개쯤 못 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높게만 보이는 명품가격도 싸게 사는 루트가 다 있으니까 말이다.
기본루트 면세점 얼마나 쌀까?
명품의 면세율은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8~12%선이다.
따라서 면세점에서 구입할 경우 이론적으로 8~12%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말.
하지만 면세점의 개별할인과 VIP카드 5~10% 할인 등의 추가할인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20~30% 선이 되기도 한다. 또 지갑이나 구두, 액세서리 등의 소품은 70%까지 염가할인이 있을 정도이므로 싸기는 싸다.
단, 노세일 브랜드도 있다는 것을 명심할 것.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3~4개의 브랜드들은 정기세일도 없고 면세점에서도 할인을 하지 않는다. 프라다의 경우는 시즌오프행사만 한다.
이 도도한 브랜드들은 관광가이드나 직원할인혜택도 거의 없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뭘 사야 남는 걸까?
물론 답은 가장 갖고 싶은 것, 명품 티가 나는 것부터라고 말하고 싶다.
1위는 뭐니 뭐니 해도 가격대가 높아서 할인액수도 큰 가방!
때로 시계나 선글라스, 구두 등을 꼽는 이도 있지만 그건 가방도 갖고 있는(브랜드별로) 사람들 얘기다.
단, 명품가방을 구입할 때 루이비통, 구찌, 샤넬 퀼팅백 등의 기본아이템을 먼저 구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요즘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며 컬러와 색감과 프린트가 화려한 가방이 나오는데
비싸기도 하지만 면세점에서는 구하기도 어렵고,
두고두고 오래 쓸 생각으로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그 브랜드의 가장 베이직한 스테디셀러 가방을 고르는 게 실패하지 않는 노하우.
면세점 세일기간이 겹쳐서 구찌나 셀린느 가방을 구입하면 30만원대(국내브랜드 가방 가격보다 많이 비싸지 않다)에 구입할 수도 있다.
특히 면세점에서는 남자 선물로 넥타이가 최고!
항시 매대에서 5~7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균일가 세일을 하고 있으므로 제돈 주고 사는 것은 바보나 다름없다.
단, 남자친구나 남편이 세일하는 품목에 만족하지 않고
세일이 거의 없는 에르메스 넥타이 쪽을 얼씬거린다면 빨리 단념시킬 것.
처음엔 20만원대(!)의 넥타이로 시작하지만
패션소품에 대한 쇼핑욕구가 여자들보다 순수한 그들이 좋은 것에 중독되면 평생 뒷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긴다.
스와로브스키나 에뜨로, 크리스찬 디올 액세서리도 면세점쇼핑을 즐겁게 해주는 일등공신.
평소 일반브랜드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별로 비싸지 않은 10만원 내외의 가격에 흔하지 않은 명품디자인을 구입할 수 있다.
일부 신상품을 제외하고 할인폭이 거의 30~50% 정도 되므로 하나 구입하면 평생 잘 쓴다.
선글라스 역시 좋은 것 쓸수록 있어 보인다.
그 고급스런 광택(쓰읍~)과 얼굴을 착 감싸고 도는 쉐이프는 정말 만족스럽다.
특히 파격세일이나 균일가 판매를 자주 하는 아이템이므로 면세점 세일기간 중에 선글라스 특설매대가 있는지,
일별 초특가상품이 있는지 눈여겨보자.
비행기 뜨기 직전까지~ 쇼핑에 빠져 봅시다!
시내면세점과 공항 면세점
학교 다닐 때 그 흔한 배낭여행 한번 해보지 못한 내가 처음 해외여행을 간 건 회사에 입사한 이후였다.
면세점이란 외국인을 위한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시내면세점이라는 유용한 존재에 대해서 깨닫게 된 것은 첫 해외여행 이후로도 한참 후,
다른 매체의 기자들과 함께 여행사에서 보내주는 팸투어를 떠날 때였다.
비행기 출발시간 한참 전에 모이긴 했지만 단체행동이라 공항면세점에서 쇼핑할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데 다른 여기자들이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5분 만에 큼지막한 면세점 봉투를 들고 짜잔~ 나타나는 것이었다.
평소 우리나라 면세점이 명품을 사기에는 세계에서 제일 좋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15분 내외의 짧은 시간동안 가족들 선물을 어떻게 사야 하나, 나를 위한 싸고도 좋은 가방 같은 게 뭐 없으려나 하는 고민으로 머리가 터지고 있던 터였다.
공항면세점에서 쇼핑을 할 때, 미리 브랜드와 물건을 정하지 않은 상태라면 그 시간 동안 화장품 하나 사기도 빠듯하다.
최소한 출국 3~4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쇼핑할 만한 시간을 얻을 수 있다.
공항에는 롯데인천공항면세점, 한국관광공사면세점, DFS서울, AK면세점 등 4곳이 운영중인데
이곳 말고도 시즌아웃된 상품들을 편집매장처럼 모아놓고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는 곳이 군데군데 많으므로 넥타이, 스카프 같은 소품을 구입할 때는 이곳을 들르면 좋다.
그에 반해 시내면세점은 가격비교를 하면서 넉넉한 시간을 쇼핑에 투자할 수 있다.
원래는 여권을 가지고 들어가야 하지만 대부분 여권이 없어도 출입이 가능하다.
만약 한번에 어떤 물건을 살지 마음을 못 정했거나, 미처 못 산 물건이 있다면 출발 전에 다시 몇번이고 가면 된다.
● 면세점 VIP카드는 필수
면세점마다 입점해 있는 브랜드도 다르고, 또 같은 브랜드의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다.
면세점별로 할인정책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면세점의 경우 판매를 위해 세일폭을 늘이기도 한다.
각 면세점별 정기세일 기간을 이용하면 이미 면세된 제품이 최고 50%까지 할인되는 경우도 있고,
각 면세점의 VIP카드를 이용해 추가 5~15% 할인받을 수 있으며
자체 면세점에서 받아둔 구매금액별 상품권이나 쿠폰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품목이 정해지면 인터넷부터 노려라
인터넷 면세점의 강점은 무엇보다 저렴하다는 데 있다.
면세점의 필수코스인 화장품 강추. 시내면세점에서 할인받은 가격보다 10% 정도 저렴한데다
교통비도 안 들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인터넷상에 없는 것이라도 주문하면 찾아주기도 하므로 일단 전화로 문의해볼 것.
한 자리에 앉아서 실시간 가격비교 검색이 가능하므로 구입하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각
사이트의 가격이나 무이자할부 서비스, 사은품 등을 확인한 다음 가장 저렴한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공항에서 물건을 받을 때 반드시 그 자리에서 확인해서 주문한 물건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
그 자리에서 확인하지 않으면 물건을 다시 바꾸거나 환불받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 해외여행, 쇼핑으로 횡재하라
쇼핑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프랑스 파리의 황홀한 세일행사에 대해서 아련한 눈빛을 하고 얘기한다.
여름에 크게 하는 파리의 세일은 구찌가방이 5~10만원쯤 하며
발리구두가 바닥에 쌓여 있어서 7만원이면 살 수 있는 지경이란다.
백화점에 사람이 미어터져서 줄서서 기다려야 하고,
한 사람당 살 수 있는 개수도 정해지는데 가장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관광객은 역시 우리나라와 일본.
우리나라는 30% 세일이라고 하면 그 가격이 세일 끝날 때까지 지속되다가
세일 후에는 제가격으로 다시 판매되는(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데
외국에서는 세일시간이 지날수록 할인폭이 점점 커진다.
처음에 150불이었던 게 100불이 되고 맨 마지막에는 30불의 가격표가 붙어 있게 되는 식이다.
● 명품아울렛매장을 공략하라
유럽이나 미국, 심지어 가까운 일본에서는 세일기간에 가지 못했을지라도
시내외곽에 대규모로 위치한 명품아울렛매장에 가면 상시 30~50% 정도는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여기서도 역시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구입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다.
아울렛쇼핑의 치명적인 단점은 현지에 말 통하고 차가 있는 사람이 있을 때만 가능한 쇼핑이라는 것.
하지만 이박삼일의 짧은 일정이라도 그 나라의 아울렛에 하루를 꼬박 투자하는 것은 쇼핑마니아의 기본자세!
원래 가격이 저렴하기도 한데다 그곳도 우리나라 아울렛매장처럼 매대에 쌓아놓고 판매하는
떨이물건은 잘만 건지면 정말 물건이다.
특히 이탈리아 명품브랜드들은 옷의 소재가 좋기로 유명한데
2~3년 된 이월상품이라도 기본디자인이라면 사는 게 남는 거라는 말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캐시미어 롱니트 가디건을 1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건질 수 있는 횡재가 존재하는 게 바로
명품아울렛매장의 매대.
특히 베이직하고 간지나는 디자인을 찾으려면 여자옷뿐 아니라 남자옷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나 독일 브랜드는 우리나라 남자옷보다 사이즈가 좀더 크지만
유럽은 작은 남자들이 많은 편이라 아울렛매장까지 흘러온 남자옷 중에 여자들에게도 맞는 사이즈가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