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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승 판정패
조 윤옥
인혁이 수원 전철역에서 내려 인파에 밀려 따라가다 에스컬레이터의 두 줄서기 중 왼쪽 선에 들어가 올라가는데 바로 위 두 계단을 앞 선 남자가 서 있었다.
뒷모습은 정갈하고 자기의 취향이 들어나는 배래 모를 쓴 키가 훤칠한 키에 체크무늬 양복을 입고 서 있는 폼이 멋스러워 보였다 그림을 그리는 인혁은 겉을 보고 다 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인혁은 제대로 옷을 입을 줄아는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승강기의 왼쪽은 바쁜 사람이 멈추지 않고 서서히 걸어가는 선인데 대부분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오늘도 그렇다. 그런 상황에 앞의 진행속도를 살펴보아야 하는 줄이라 두 계단 밑이면서도 인혁은 나이가 들어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있었다. 앞의 승객은 그것을 의식하는지 안 하는지 발걸음을 성큼성큼 옮기고 있었다. 그 앞 사람을 따라 인혁도 걸음을 빠르게 놓고 있는데 그 남자가 실수로 헛발을 디뎌 갑자기 뒤로 벌러덩 인혁의 가슴으로 안긴다. 인혁은 남세스러워도 사나이를 안고 위험한 상황이라 받치고 부끄러움을 애써 참는 중이었다.
악 하는 남자의 소리의 다급한 소리에 사람들은 사고가 아닐까 눈빛이 집중된 순간 인혁의 주위로 시선이 몰렸다. 안고 보니 젊은이다. 꿈이라면 이런 횡재가 할 텐데, 오 하나님 ! 이게 무슨 망신입니까.
환갑의 노인이 젊은이의 아는 꼴이 되어 민망하기는 하다. 그러나 다행이다.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으니......, 부끄러움도 순간, 사고를 면해 놀란 가슴을 쓰러 내리고 있는데 사나이 한 소리 덧붙인다.
“ 왜 잡아당겨 ” 하며 사내는 더러워진 것을 훌훌 터는 시늉까지 하면서 몸을 곧추세운다.
인혁은 그 말에 황당하여 그의 멀쩡한 행색을 쳐다보았다. 정확한 얼굴을 볼 수는 없으나 뻔뻔스럽게 자기의 실수를 남에게 떠맡기고 거기에 덧씌우는 수작이 어이가 없었다.
낯선 부인의 품에 의지해 곤두박질에 굴러 대형 사고를 면했는데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야 하는데 웬 헛말! 팔천 평이 아니었으면 감당 못할 위기를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한 계단 올라 추격하였다. 등과 인혁의 가슴이 붙을 정도가 되었다.
황당하여 바짝 붙어 부아기 치밀어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니 아니 이럴 수가 ? 젊디젊고 앳지 있는 모습이다.
잘 생겨서 봐줘야 할 위험선이 넘어 인혁은 의협심과 분을 이기지 못하여 올라가서 공격상황전계를 상상하는데 끝까지 다 올라간 젊은이
모자를 오른 손으로 벗어들고 인혁을 향해 작열한 윙크를 보내고 웃는다.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 젊은이 조심하십시오. ” 청년이 노인한테 하는 말이다.
“어라” 하는 찰라 다시 한 번 왕눈이의 익살스런 윙크를 날린다.
“ 죄송합니다. 해야지 ” 인혁이 아니라 넉살좋은 젊은이가 하는 말이다. 죄송하다는 절대적 표현으로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어ㅡ어 이런 젊은이 ?......, “
“ 아하 좋은 하루되십시오. ”
“ 어어....... 나 참 ”
“ 안녕! 씨 유 젊은이 할머니 ”
내가 한 말 자기가 다하고 가는 기도 안 찬 사나이. 위기 모면을 잘 하고 떠나는 젊은이, 가면서 손을 흔든다. 그래 오늘 완전히 인혁은 판정패를 당했지만 젊은이라는 위트 있는 한 마디로 용서가 된다고 슬며시 웃는다. 인혁은 나이는 들었어도 붓 터치를 크게 하는 추상화를 좋아하며 젊은이의 사고를 이해하는 쿨 한 성격에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 젊은이 가능하면 끝까지 젊은이라고 해줄 것이지 잘 나가다 할머니는 왜 붙이는 거야. 완전한 판정패이었다.
인혁은 지하철에서 판정패를 당하고 덩치 큰 몸을 움직여 수원 지하철에서 나와 쇼핑센터를 통과하여 밖으로 나가는데 김 인혁은 몸무게가 팔십 킬로를 넘어 지상으로 걸어 나오는 것도 힘이 들어 보인다. 그녀는 요즘 들어 바짝 건강에 위험을 느끼는데다 체중도 늘고 비만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을 격고 있었다. 혈압도 높아 걸으면 숨도 가쁘고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다. 이제 환갑이 넘었으니 어쩔 수밖에......,
에스컬레이터에서 실없는 젊은이에게 판정패는 당했지만 다른 칸 지하철 안에서 눈을 붙여 몸이 가벼운 편이었다. 늙어도 외출을 좋아하는 편이라 먼 길을 오다보니 여행 하는 기분도 들었다. 마석에서 수원까지 두 시간 이상 걸려 수원역에 도착, 인혁은 카토릭 의대가 있는 봉담을 가려고 한다. 그리고 복잡한 수원에서 빨리 빠져 나가고 싶은 생각으로 쇼핑센터를 거쳐 지상으로 나왔다. 수원도 도시화가 되어 행인도 많고 복잡하였다. 백화점의 안내가 서 있는 행단보도를 건너 중앙도로에 마침 화성방향 버스 35번이 보이기에 얼른 탔다.
그녀가 탄 버스는 신형으로 새 차 냄새가 그대로 있었다. 차 안은 중앙 통로가 넓고 내부는 원색에 가까운 녹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화사한 느낌을 받는다. 새 차에서 느끼는 이국의 향취로 인혁은 왠지 들뜨고 설래 도시를 벗어난 낯선 해외여행 길에 좋은 버스를 탄 기분이다. 올라가 요금을 체크 하고는 움직이는 차에서 위험하지 않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출 퇴근 시간이 아니라 승객도 많지 않고, 서 있는 사람도 적고 한산했다. 운전기사 뒤 교복을 입은 고등학교 학생 옆에 섰는데 정확히 기사 후면 둘째 좌석 옆이다. 인혁은 수원전철역에서처럼 처음 봐도 무의식에 가깝게 옷이며 키며 외모까지 사람을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버스 안에는 그녀 옆에 고등학생이 서 있었다. 그리고 남학생의 또래가 앞좌석에 앉아 있었다. 서 있는 학생은 키가 작고 소녀처럼 곱고, 앉은 학생은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허우대도 좋고, 눈이 크고 , 코가 조각같이 올라붙어 균형이 잡혀 훤하니 빛이 났다. 노인은 어느 집 아들인지 잘 도 생겼다는 생각과 함께 멋진 미소년가 일어나 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 본다. 동화 나라의 왕자 같은 준수함 때문일까? 하는 생각에 피식해 본다.
그러나 꿈은 이내 산산이 흩어진다. 그들의 대화가 범상치 않다.
똑같이 교복을 입은 서 있던 학생이 앉아 있는 친구에게 말을 조용하고 은밀하게 한다.
" 막아야지 " 인혁을 막아 주겠다는 모양이다.
" 잘했어 " 둘은 주먹을 불끈 쥔다.
노인이 고얀 놈들에게 속내를 들켜 버린 느낌이다. 떡 줄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 국부터 삼켰으니.......,
손잡이를 우선 잡으며 노인은 기대하던 싹을 잘라 버렸다. 오히려 앉을 자리를 찾는 불편한 생각이나 바람이 없어져 편안해졌다. 아직까지 육중한 몸을 지탱할 수 있는 다리에 힘을 갖고 있음을 감사한다. 그리고 건강이 양호한데 앉을 자리를 찾으며 노인행세를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 안보이게"
갑자기 악동들이 어느 작가가 만든 얄개 전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의 오른 손을 둘째 좌석 등받이를 잡아 인혁이 왼손이 잡는 것을 방해하였다. 미련한 노인도 알아차린 학생들의 선수공격인 셈이다.
" 오 마음에 들어" 키득거린다. 모험심 많고, 가랑잎이 굴러가도 웃는다는 나이에 노인을 놀려 먹을 참이다. 컴퓨터 개임을 하듯 재미로 하고 있었다.
노인이 자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부담을 덜었다는 생각과 본인도 노인을 보지 않는 것이 편안하겠지만 그녀도 얼굴은 감추고 엉덩이가 빨강 그들의 속마음이 보았다. 그리고 인혁은 이내 잠재되어 있는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운동신경도 있고 어릴 적 오라비에게 태권도를 배워 사내 녀석들을 후려치고 놀던 정의감이 솟구치었다. 강수는 아니라도 이들의 선제에 맞선 후발공격을 해보고 싶었다. 아까 패한 설욕을 여기서 승부를 내어 승리하고 싶은 욕심도 들었다.
인혁은 거구를 한 쪽으로 기우뚱 일부러 휘청거리며 하품을 하였다. 큰 몸집을 부풀려 엉덩이를 빼고 손으로 노란 봉에 달린 위 손잡이를 잡는다. 악동들의 속내를 보기 위해 지친 척 하는 제스처다.
그녀의 생각은 이내 빗나간다.
" 완벽해 좋았어! " 앉은 친구가 즉각적 반응의 소리다.
강심장의 공격수를 만난 기분이다. 이들이 노인의 공격을 눈치 채지 못했을 터인데 상상은 한 수 위임에 틀림없다. 38 세대 정도의 속내는 안 통한다. 노인은 간혹 객기나 정의감이 탈 때 육 땡을 지났으면서도 정신 건강만은 38세대라고 자칭하며 살고 있었다.
" 케이오야 케이오 "
오히려 그들은 경량급 초스피드인 속전속결로 벌써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헹가래까지 하는 학생들이다. 슬그머니 뒤틀려 속이 불편해졌다. 이번에도 패 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 강수를 놓을 순서가 된 것 같다.
그들의 하이라이트 룰 루 랄 라를 깨워 줘야 할 궁리를 생각한다. 인혁은 주책을 떨고 호통을 쳐서 일으켜 세워야 하나 아니면 젊잖게 아프니 미안하지만 일어나 달라고 할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다 강수가 아니다. 공격을 할 바에는 제대로 하자 마음을 먹자 나이 들어 뇌의 회전이 늦기 짝이 없던 평상시와는 다르게 뇌는 급속도로 빨라진다.
그러자 성광처럼 스쳐가는 반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탄탄하게 장전된 연발의 작전 개시. 그녀는 등치로 밀어붙이는 샌드위치작전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서 있는 친구의 후미로 가서 손을 넓게 벌려 손잡이를 양손에 거머쥐었다. 인혁 앞으로 몰아 곱상한 작은 녀석을 조였다. 더욱이 힘을 가할 수 있는 쇠막대가 그녀 앞바닥까지 있어 뚱뚱한 몸을 안으로 밀어 넣고 등을 쇠붙이에 기대 힘을 배가 하였다. 손잡이에 기댄 한 놈은 옴짝 달 싹을 못한다.
" 아아! 할머니. 할머니!...... 아 아" 이 녀석 일말의 양심이 발동하는지 큰 소리도 못하고 울상이다. 게다가 이 판국에 할머니란 소리도 못마땅하다. 앉을 생각이 사라진 펄떡이는 공격성을 가지고 있는데......,
할머니라니 말에 발끈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은 패기의 공격성을 지니고 있었다.
" 왜 ? 그래 " 앉아 있는 얄개가 불안해 묻는다.
앉아 있는 녀석이 얼굴을 번쩍 들자 인혁과 눈이 마주쳤다. 곧바로 머리를 고추 세웠다. 그 와중에도 인혁은 누구네 집 녀석인지 인물하나는 잘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할머니가 몸으로 밀어......," 학생은 완전히 휩싸여 포위를 당했다. 이것은 인혁이 집에서도 몸집이 작은 남편을 마음이 안 들 때 굴복시키는 그녀만의 장끼다. 그들에게도 이 양수 겹장은 몸무게가 늘어난 최근에 개발한 신무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작전을 들키고 싶지 않아 공격만 하고 또한 보복성 후발공격도 염두 해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의 이 신무기를 말하자면 남편이 " 비만이다. 아유, 비만 줄여줄 수 없우? " 하고 놀려 댈 때 쓰는 핵무기 급으로 남자 기들이기 특수를 노리는 그녀만의 특기다.
이불이란 매트가 깔려 있으면 공격 폼이 제대로 나와 시원한 한판승 일 텐데 서 있는 자세에서 후미 공격은 멋은 덜 하지만 주위의 눈치를 덜 받고 공격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녀석들은 그녀의 무지한 공격 타임에 완전히 걸려 든 셈이다. 좌석은 노란색, 노란 카드를 이미 받아 노인 쪽에 유리하다. 관객은 약자인 노인을 응원하고 있었다. 합석의 공간을 벗어 난 노인의 블랙 죤 이었다. 당돌한 학생들 앨로우에서 퇴장의 불호령도 떨어질 절대적 위기에 놓여 있었다.
" 할머니 앉으실래요? " 그제야 꼬리를 내리고 일어나려 하였다. 시작하면 무는 물론 쇠도 자르는 성미라 어림도 없다. 풀어주는 것을 늦추고 완전 백기를 들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공격의 끈을 놓지 않는다. 포획의 습성을 갖고 있다고나 할 근성이 나온다.
' 여기는 공동경비구역이 아니야 업 사이드 지역이야 ' 아주 조용히 말했다.
" 공동경비구역? 업사이드요? 왜요 ?" 학생은 인물은 잘 생겼는데 머리 회전은 잘 안 되는 모양이다.
' 왜 요는 독도를 삼키고자 하는 일본 놈들의 요야 ' 독도를 자기 땅이라 하는 일본을 꼬집어 줄 생각으로 던진 말이다.
둘이 흘깃 쳐다보더니 고개를 가로 흔들고 육중한 해비 급 공격에 와르르 무너지며 자신들의 죄질을 겨우 깨닫는다.
"야아 우리가 당 했어 죽겠어 "
그 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피할 길을 찾는 독안에 든 쥐처럼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앉은 녀석에게도 고통이 전이되게 하체까지 힘을 실어 녀석을 밀었다. 무릎 밑까지 조였다. 꼬맹이라서 제압이 쉽고 키가 비슷하지 않아 밀착이 잘 되었다. 쇠붙이가 버팀목이 되어 풀지 않으면 나올 재간이 없게 물려 있었다.
" 할머니?.....,"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 법을 아는 노인, 양파껍질을 벗기고 나니 학생들은 크게 소리도 못 지르고 함부로 말도 못하였다.
이 차의 특징을 조용한 차 안의 손님들은 공동 경비구역이 아니란 말소리를 듣지는 못했을지라도 이 상황을 아는 눈치다. 새 차의 구조가 한 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엄살도 못 부리고 파득거리는 이유를 손님들은 아는지, 승객 중에는 슬그머니 웃음을 날리는 분도 있었다.
노인은 살짝 말을 한다.
' 백기 들었지? ' 그냥 불안한 그들에게 씩 웃어 보였다. 아까 역에서 당한 것처럼 윙크도 날렸다. 다시 한 번 왕눈이 윙크도 날렸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몸으로 밀던 압박을 풀고 그들의 할머니 같이 서 있는 녀석을 포근하게 안았다.
" 앉으세요. 할머니......, " 멋 적어 보이는 녀석들에게 측은지심이 생겼다. 등을 토닥거려 준다.
'젊은이 고마워요 . 이 중늙은이 환자거든요. 양보해 줄래요 '
다시 평정을 찾고 본 나이로 돌아온다.
학생들은 백기를 들고 후다닥 버스에서 내렸다.( 인혁은 손을 흔들어 준다)
완전 노출된 얄개들의 빨강 엉덩이가 보였다가 시야에서 살아졌다.
학생이 일어난 좌석은 노란 색으로 된 노인 임산부 장애자라는 글자가 정확히 박혀 있었다. 공동경비구역이 아니란 뜻이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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