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고환율에 나라 경제는 어렵다지만 휴가시즌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내일 지구가 망해도 여름 해외여행은 떠나야 한다거나, 조만간 허니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을 주목하라. 말레이시아 동해안, 티오만이다.
티오만
어느 나라든 여행자들이 만들어낸 공통의 이미지는 짧은 수식어를 나라 이름 앞에 붙여준다. 코리아 앞에 '다이내믹', 태국 앞에 '여행자의 천국', 스위스 앞에 ' 동화의 나라' 정도가 예가 될 것이다. 말레이시아 앞에 어울리는 수식어는 생뚱맞게도 '착한' 이다. 즉, 착한 말레이시아라고 했을 때 말레이시아의 성격이 좀 더 쉽게 파악된다.
착한 말레이시아(한 아이는 좀 안착해 보인다)
싱가포르 바로 위에 있으면서도 싱가포르와 또 다른 대국의 기운이, 태국 바로 밑에 있으면서도 태국의 에너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분함이 말레이시아의 색깔이다. 회교국가 특유의 단정한 규율성과 자연을 원형으로 보존하려는 관광정책의 의지가 전반적으로 정돈되고 착한 말레이시아를 만든다.
티오만은 착한 말레이시아에서도 유배와 은둔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동해안의 섬이다. '랑카위', '페낭' 등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관광의 섬들이 서해안에 있을 때 '르당'과 '티오만'으로 대표하는 동해안의 섬은 비교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바다의 빛, 맑기, 색깔 등에 있어서 동해안 바다가 단연 최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몬순이라는 이 지역의 기후 때문이다.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몬순이 시작되면 지상 최고의 바다는 물갈이를 시작한다. 파도는 거칠어지고 바다는 흙빛으로 변한다. 즉 티오만 여행은 3월부터 11월 중순까지로 한정된다. 덕분에 티오만은 말레이시아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관광객의 손길을 타지 않았다. 몬순의 기후는 어찌 보면 티오만에게는 축복이 되었던 셈이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티오만
또 다른 상공 사진
팔라우, 몰디브, 티오만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3대 바다라고 칭송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쉽게 티오만을 또 하나의 몰디브라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크리스털 터키색의 원형을 뽐내는 바다에 있어서, 몰디브와의 비교는 유효하지만 이미 관광객에 의해 인공화를 마무리한 몰디브에 비해 티오만은 훨씬 원시적이고 자연적이다.
48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간다. 쿠알라룸푸르에서 55분, 싱가포르에서 40분
소박한 티오만 떼껙 공항
티오만은 섬 자체가 험한 정글이어서 육로 여행은 불가능하다. 떼껙 공항에서 버자야 리조트까지 3km가 유일한 포장도로다. 이곳의 주요 교통수단은 수상버스.
수상버스
티오만에 도착하는 순간, 사람들은 섬에 갇히고 섬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온전한 티오만의 휴가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어느 공주가 여행 중 티오만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돼 이 섬의 수호신이 됐다는 동화 같은 신화는 티오만에 머물면서 현실인양 느껴질 만큼 티오만 섬은 아름답다.
역시티오만의 핵심은 바다다. 바다에 내장이 있다면 그 내장까지 거울같이 비치는 투명한 바다. 일체의 쓰레기 투척이나 바다에서 조개 한 마리의 채취조차도 엄격히 금지되는 정부의 노력이 티오만 바다를 태생의 바다로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다.
그러나 티오만의 바다는 단지 관상용의 바다만은 아니다. 시계(視界)거리가 거의 30미터에 육박한다는 티오만의 바다는 말레이시아 최고의 산호보존지구답게 형형색색의 산호와 열대어, 거북이와 상어까지 스노클링만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단지 물안경 하나로 용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티오만의 가장 특별한 매력이다.
스노쿨링을 즐기는 사람들
티오만의 용궁
티오만 주변의 크고 작은 섬을 둘러보는 것도 티오만 여행자가 꼭 해야 할 일이다. 어느 섬과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면 하루의 피크닉을 온통 그 섬에서 즐겨도 좋고, 낮에 맘에 둔 섬을 밤에 다시 찾아가 와인 한 잔의 낭만을 즐길 수도 있다.
무인도
낮의 쥬알라 섬
밤의 쥬알라 섬
이런 폭포도 본다
섬으로 깊이 들어가 섬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기웃거려보는 재미도 특별하다. 배가 도착하면 부둣가에서 호기심의 눈을 반짝이는 소년들은 멋진 다이빙 실력을 뽐내기도 하고, 공격성을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주민들은 미소로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있다.
출항을 준비하는 고기잡이 배
아이들의 환영
환영 인사
담소를 나누는 가족
티오만에는 어디서든 이구아나와 야생 원숭이를 볼 수 있다. 그들은 그저 섬의 주인공으로서 사람들의 친구로 공생한다. 개보다 고양이가 훨씬 더 많은 것도 티오만의 사소한 특징이다.
하루종일 바다의 미풍에 애무받으며 깊은 휴식을 취하거나 밤이면 근처의 펍에 가서 맥주 한 잔을 마셔도 좋다. 티오만의 청년들은 모두 마술의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 매직이나 기타 애교 있는 속임수로 맥주 안주의 눈요깃거리를 톡톡히 제공한다.
레기니스 아일랜드 앞에서의 휴식
티오만 흐린 날의 선셋
바다 옆 노천 바에서는 쏟아지는 별을 보며 낭만을 마실 수있다
익살스런 표정으로 마술을 보여주는 티오만의 청년
티오만에는 이 섬에서 가장 큰 호텔인 버자야 리조트가 있다. 골프장, 스파, 각종 해양 스포츠 등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발리나 푸켓과 같은 초호화 풀빌라 수준은 아니더라도 편안한 티오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숙소로서 나무람이 없다. 특히 어린이 풀장이나 나귀타기체험, 어린이 놀이터 등을 잘 갖추고 있어서 허니문여행뿐 아니라 가족여행에도 잘 어울리는 리조트다.
버자야 스위트
버자야 18홀 골프장
티오만이 몬순의 휴식을 취하기 전, 그 매혹의 품에서 며칠 안겨보는 여행은 어떠할까. 당신의 휴가여행 일순위 후보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곳이 바로 티오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