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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에 펼쳐진 싱싱한 생선들을 보면, 저마다 ‘간택’을 기다리는 듯하다. 무더기로 쌓여있는 과일과는 달리, 한 줄로 차례차례 누워있는 그 질서정연함에 입맛은 더 돋는다.
그러나 가격을 따지고, 신선도를 고려하다보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대부분 “고등어 주세요!”로 선택을 마무리한다. 다른 생선에 비해 저렴하고, 싱싱하고, 게다가 몸에도 좋은 생선이라는 장점은 서민들의 식탁을 지켜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산울림이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이를 먹을 수 있겠다, 엄마만 봐도 좋다”며 어머니와 고등어에 대한 정겨움과 사랑을 노래로까지 표현한 걸 보면, 고등어는 서민들의 소박한 밥상을 빛낸 매개체였다. 특히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이 계절에는 그 밥상, 그 고등어가 더욱 맛있어진다.
등푸른 생선의 대표 브랜드로 이름난 고등어. 그래서 고등어는 정어리, 전갱이, 꽁치와 함께 4대 등푸른 생선으로 불린다. 연근해에 떼를 지어 내유하며 한국, 일본, 중국 연해에 널리 분포하는 고등어는 ‘바다의 보리’라고 불릴 정도로 영양가를 인정받고 있다.
단백질·지방·칼슘, 인·칼륨·나트륨, 비타민A·비타민B·비타민D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또 뇌의 발달과 활동을 촉진하는 DHA와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현저히 감소시키는 EPA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리하여 청소년들에게는 기억력 및 학습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성인과 노인층에는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성인병이나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는 데 일조한다.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든 핵산에는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기능이 있어 노화를 방지하고 각종 성인병과 암까지 예방할 수 있다. 특히 고등어는 다른 등푸른 생선에 비해 비타민과 무기질까지 풍부하다. 또 편두통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신시내티 의과대학의 발표까지 있었다.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우리 민족은 450년 전부터 고등어를 영양식품으로 먹었다고 한다. 이미 그때 고등어잡이가 성행했다는 기록도 있다.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그의 등이 푸른 것도, ‘자반고등어’라는 사촌을 탄생시킨 것도 남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고등어가 바다 위쪽에 살기 때문이다. 바다 위쪽은 아래, 위의 공격을 모두 받을 수 있다. 바다 위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바다새도, 바다 밑에서 작은 먹이감을 노리는 큰 물고기도 고등어에게는 피해야 할 위험 요소다.
고등어의 등이 바다와 같은 짙은 푸른색을 띄는 것은 바다새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배쪽이 은백색을 띠고 있는 것도 바다 밑에서 올려다 본 해면이 은백색이기에 큰 물고기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아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질이 연한 것도 고등어가 바다 위쪽에 살아 강한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등어는 내장의 소화 효소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일단 죽으면 자가 소화가 시작되고, 균에 오염되었을 경우 살이 부드러워 부패균 번식이 빠르다. 선도가 떨어져 부패하기 시작하면, 고등어의 단백질에 포함된 히스타딘이라는 성분은 유해성분으로 변한다. 즉, ‘살아있으면서 부패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등어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아가미 속이 붉지 않고, 살에 탄력이 없으며, 배를 눌렀을 때 항문에서 즙액이나 내장이 나오면 신선도는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같은 고등어가 빨리 썩지 않도록 소금을 뿌린 자반고등어가 나왔다. 바다와는 떨어진 내륙 중의 내륙, 안동이 자반간고등어의 명성을 얻은 것도, 뱃길이 닿지 않아 냉동 시설이 없던 옛날에 생선을 구할 길이 없었던 그들이 고등어에 굵은 왕소금을 잔뜩 뿌려와 상하지 않은 생선을 먹고자 노력했던 것부터 시작된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서 주로 잡히는 참고등어는 맛이 좋으며 특히 산란 후 가을 고등어를 최고로 친다. 일본에는 ‘가을 고등어를 며느리에게 먹이지 말라’는 속담도 있단다. 노르웨이 등지에서 수입하는 대서양 고등어와 비교하자면, 대서양 고등어는 등쪽 빛깔이 짙은 청록색이고 물결 무늬가 굵으며 복부는 백색인 반면, 국산 고등어는 복부가 은백색이고 등쪽 빛깔이 연한 청녹색이며 물결 무늬가 가늘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애용된 국산 고등어도 최근 위기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다. 냉동 유통되는 노르웨이 고등어의 판매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7월 타결된 한국과 EFTA(유럽자유무역연합)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국산 고등어의 위기를 설명한다.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은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4개국으로 구성된 EFTA와의 협상에서 가장 민감한 품목은 고등어였다. 물론 협상 결과, 5년간 관세 할당제 도입에 합의했지만, 향후 고등어의 관세가 철폐될 경우 국내 고등어 생산, 판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은 예견할 수 있다. 국산 고등어의 소박한 기운, 생생한 맛을 어떻게 지켜낼 지도 우리나라 밥상의 또다른 숙제로 남아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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