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語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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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자이자 음악평론가인 예총
강문칠 제주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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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다. 문화는 우리들의 정체성의 근원이고, 다양한 특성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가장 관심을 두어야 할 재산이다. 정체성의 문제는 인생에 있어서 적극적인 사명과 책임을 최선을 다하게 하는 첫걸음이며 이로 인해서 자신의 인생에서 성공과 실용적인 두 가지 목표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에 살면서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제주도민 모두가 인정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사용해 왔으며 사용해야 할 언어가 아닐까? 제주도민 모두가 인정하는 언어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사명과 책임으로 자랑스러운 제주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제주 어는 그동안 표준어에 밀려 오랜 시간 동안 지방 어인 사투리를 사용하는 데에 다소의 문제가 있어왔다. 그것은 도민들이 제주 어에 대한 자긍심과 도민으로서의 긍지를 소유하지 못한 것에도 연유하고 있었을 터이지만, 워낙 제주 어가 육지부 사람들과의 소통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언어이기에 제주 사람들은 표준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으며 그러한 현상은 반대로 제주 어를 멀리하는 결과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행정 당국이나 언론, 교육 당국에서 조차 제주 어를 사용하지 않는 결과에 대한 조사가 없다. 그저 서로의 마음의 의사를 전달하는 표준어를 통한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생각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 어는 제주의 전통과 문화, 민속적 등을 모두 갖추어진 제주 지역에서는 가장 값진 언어 임에도 그 사실을 간과함으로서 20-30년 동안 제주 문화의 방관의 시간은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 어를 버림으로서 우리가 잃어버린 제주적인 문화는 과연 없었을까?
제주 사람들끼리의 대화를 살펴보자. “아, 이 몸국 잘도 베지근 허다이”라는 대화이다. 몸국도 제주의 특성화 된 음식이며, 베지근 허다라는 표현은 제주 사람들만이 이해하는 맛이기도 하다. 만약에 베지근 허다를 단순히 ‘맛이 참 좋다’라고 한다면 그 맛의 다양한 분위기를 모두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뚜럼’이라는 단어. ‘뚜럼’은 우리가 쓰기에는 ‘약지 못한’, ‘바보스러운’, ‘멍청한’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더 자세히 풀어 해석하면,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타인을 위해서 있는 사람을 일컬어 ‘뚜럼’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 언어 속에 ‘뚜럼’이라는 단어는 제주 사람들이 너무나 순수하여 이웃이나, 타인들의 어려움을 방관하지 못하는, 자신의 것을 타인에게 내어주다 보니 그래서 실재로자신은 항시 어려운 살림살이를 하는 사람에게 칭하는 언어이다.
본인은 제주 어에 대한 시각을 달리 한다. 물론 위에 제시한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와 지역적인 특수성을 담은 언어라는 사실에는 동감하면서도 새로운 제주 어에 대한 접근을 하고자 한다. 제주 어는 우리가 사용하면서도 별도의 사용법이나 억양에 관한 지도나 가르침이 없이 사용이 되었다. 그만큼 제주 언어는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가면서 어른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그저 따라한 것이다.
거칠고 척박한 땅, 바람이 많아 살아가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던 제주의 자연과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서 몸부림 쳤던 제주의 조상들, 그러한 생활 속에서 면면히 이어 온 의사소통인 제주 어,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조상들이 살아왔던 시대적 상황과 현재와는 너무나 판이하게 변화와 성장을 해 온 것이다. 그러기에 제주 언어가 괜히 다투거나 싸움을 할 때처럼 거칠고 큰 소리의 울림들은 과거 조상들이 사용하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살림살이가 각박한 시절과 생활이 윤택한 사람의 마음은 벌써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날 것이다.
오늘 날 생활이 다소 과거에 비하여 좋아진 현실 사회의 제주도민들에게는 제주 어를 사용하거나 표현할 때에는 전혀 다른 여유 있는 표현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표현의 모습은 성격에도 기인하겠으나 대체로 생활에의 상황에 따른 변화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리라. 그래서 제주 언어를 보다 부드러운 언어로 사용을 한다면 제주 어는 한층 고급스러운 언어, 밝은 언어, 듣기 좋고 사용하기 좋은, 전달이 잘 되는 언어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을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인 제주 어를 진정으로 사랑할 뿐만 아니라 긍지와 자부심, 가꾸고 기름칠하고 다듬어보자는 것이다.
제주언어가 또 다른 측면에 장점은 밝은 모음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이디 살래?’, ‘메께라’, ‘어떵허연’, ‘왕’, ‘어떵 살젠’, ‘헴수꽈’ 등 왠만한 언어들이 모음으로 되어있는 특성에 관심을 가져 본다면, 음악을 하는 전공자 입장에서의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세계적인 성악의 나라를 이탈리아라고 하는데 이탈리아 어는 모든 명사가 모음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음이 많은 언어답게 말을 할 때에는 자연스럽게 입(구강)을 열게 되고,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공명된 언어를 사용하고 그러한 현상은 노래를 잘 부르게 되어 있다라는 사실이다.
제주 어를 음악 언어로 볼 수 있는 것은 공명과 딕션(발음)의 문제와 함께 전달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이 있는 제주 어를 노래로 만드는 작업을 다양하게 하고 이 작품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노력을 한다면 제주도와 제주 어, 그리고 제주문화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긍지와 함께 대단한 자부심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음악적인 작품은 민요, 가곡, 대중음악(가요), 합창곡, 뮤지컬, 창극, 오페라 등 가사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음악 장르에 해당 될 것인데, 제주 어를 살리고, 널리 알리고, 오래 보존하기 위한 작업은 단순히 언어를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든다.
제주 어를 이용한 상품적 활용은 단순히 상품이라는 가치보다는 제주도민의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긍지와 사명과도 함께한다. 제주의 청년들이 내가 살고 있는 이 땅과 바다, 산과 들, 계곡이 있는 이곳 아름다운 제주를, 과거에는 척박하고 힘든 인생을 살아간 조상들에게 부끄러운 후손이 되지 않기 위하여, 후손들에게도 제주의 독특한 문화가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릴 뿐만 아니라 자랑스러운 이 땅을 물려주고, 영원만대에 빛나는 바탕을 만들어 가는 데에 적극 동참하고, 제주인으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
작곡자이자 음악평론가인 예총 강문칠 제주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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