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03년)로 102세인 이성수 할아버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건강한 100세인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국내 이름난 장수촌을 두루 다니며 많은 노인들을 만나보았지만 이성수 할아버지처럼 시력과 기억력이 좋은 분은 만난 적이 없었다. 걸을 때에도 허리가 굽어지지 않고 꼿꼿하여 마치 젊은 사람 걷는 모습같다. 할아버지는 남해 바다에서 가까운 벌교에서 지금도 작은 부동산 소개업소를 경영하신다. 우리나라에서 복덕방을 운영하는 최고령자이다. 할아버지는 1902년에 태어나셨으며 사시는 동안 일제시대의 전쟁과 6.25사변을 거쳐 자칫하면 전쟁터로 끌려가 죽을 위기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모나지 않은 성격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3남6녀의 자식을 낳았는데 아들 한 명이 간질환으로 사망했고 남은 자식은 모두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서울에서 떠나기 며칠 전에 벌교로 전화을 했다. 그동안 만난 100세인들은 거의 대부분 귀가 어두워 전화통화가 불가능했는데 할아버지 역시 예외는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또렸또렷했으며 내 목소리도 너무 잘 알아들으셨다. 토요일 아침 9시에 제일부동산으로 찾아간다고 약속하고 떠났지만 노인이라 약속을 잊어버렸으면 어떻게하나(?) 걱정했다. 노인들은 기억력이 크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잘 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만나본 결과 할아버지의 기억력은 솔직히 말해 나보다도 우수했다. 지난 번 KBS 방송국에서 취재한 날자나 방영된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다. 앞으로 방송국 취재일정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국내에서 으뜸가는 건강한 100세인이라 메스콤에서 취재일정이 마치 유명한 연예인같았다. 한마디로 나는 이성수 할아버지에 충격을 받았다. 할아버지를 이토록 건강하게 하는 장수비결이 무엇인지 긍금하여 여러 질문을 던졌고 나름대로 몇가지를 요약했다. 첫째는 꾸준히 걷는 생활태도이다. 할아버지는 현재 사는 아파트에서 1.5km 떨어진 제일부동산까지 매일 걸어서 출근한다. 왕복 3km에다가 하는 일이 부동산 소개라 손님과 집을 보러 다닐 때에도 걷기 때문에 하루 평균 4km는 족히 걷는다. 사람에게 걷는 운동은 건강유지에 필수적인 활동이다. 보통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2천-3천보를 걷고 주부나 사무직 회사원의 경우에는 1천보를 걷는다고 한다. 걷는 운동은 창조적인 靈感을 얻는 데에도 일조한다. 유명한 철학자인 칸트나 문인인 괴테는 일생 동안 걷기를 통해 역사에 빛나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걸으면서 심신의 건강과 창조적 영감이 샘솟는 기쁨을 누구나 누릴 수 있다. 이성수 할아버지는 정정하여 걸을 때 지팡이가 전혀 필요없는 것 같은데 늘 들고 다니므로 그 이유를 물어보니 대통령께서 100세 이상된 노인에게 주신 하사품이라 자랑스럽게 여겨 으레 가지고 다닌다고 말씀하신다. 할아버지의 두 번째 장수비결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매일 저녁 11시 무렵 주무시고 새벽 4시 30분이면 기상하신다. 하루 평균 취침시간이 4시간 30분 정도인데 낮에도 전혀 졸립지 않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성경책을 읽고 기도를 한다. 20분 정도 기도가 끝나면 오전 8시께 아침식사를 하고 제일부동산으로 8시30분이면 출근한다. 세 번째 장수비결은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드시며 小食하는 식사습관이었다. 하루 3끼 꼬박꼬박 챙겨드시는데 아침,저녁은 집에서 점심은 인근 식당에서 사먹는다. 식사량은 언제나 작은 밥 한공기인데 현미를 한주먹씩 넣고 보리와 콩을 섞은 잡곡밥을 즐겨 드신다.반찬으로는 무엇을 즐겨드시는지 물어보니 골고루 드시고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없다고 하신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가까운 지역이라 신선한 어패류와 인근에서 재배되는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많이 먹는 것도 분명한 장수비결이었다. 녹황색 야채와 과일은 가히 '현대판 불로초'라고 할 만하다. 노화 방지 항산화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몸에 안 좋은 활성산소의 산화 속도를 느리게 해 노화 진행을 늦춰주기 때문이다. 건강에 좋은 불노초를 멀리서 그것도 빘나 가격으로 사서 먹었는데 효능이 확실한 야채와 광ㄹ은 누구나 쉽게 구하여 먹을 수 있는 불노초인 것이다. 생선 역시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일으키지 않는 불포화지방산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고 바다에서 갓 잡은 야생동물이므로 건강에 좋은 것이다. 좁은 공간에 가두어 키우는 가축들의 고기는 장수하는 데에는 크게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할아버지는 술은 아예 못하지만 담배는 식사를 한 후 하루 2개피 정도 피신다. 담배를 계속 피울 것이냐고 물어보니 어제 날자로 끊었다고 하신다. 옆에 계신 분 말로는 담배 끊었다는 말을 그동안 수없이 들었다고 말한다. 할아버지도 담배을 완전히 끊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네 번째 장수비결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생활자세이다. '욕심을 부리는 것은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 호들갑 떨고 살아봐야 병만 생긴다'고 할아버지는 말씀하신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않고 소박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제일부동산은 요즘 거래가 뜸해 생업에는 도움이 안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꾸준히 나와서 일을 보시는데 이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장수요인이다. 사람이 늙어서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은 건강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퇴직을 한 노인들이 이렇다할 일을 못찾고 소일하다가 빨리 죽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 쉽게 보아왔다. 성경책을 항상 가까운 곳에 두시고 읽는 모습도 평화스럽게 보였다. 시력이 좋아 신문이나 책을 돋보기 안경없이 읽는다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하게 느껴졌다. 50세 가까운 나이만 되어도 보통 사람들은 가까운 글자가 잘 안보이는 원시 증세가 나타나는데 어떻게 100세를 훌쩍 넘은 노인이 이토록 시력이 좋을까? 할아버지와 백년해로를 하신 할머니는 16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집안일을 봐주는 김옥희(67세) 할머니가 옆에 계셔서 심심하지 않다고 하신다. 나라에서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인간문화재로 선정하여 보호하고 경제적인 지원등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건강한 최고령자인 이성수 할아버지는 현재 나이가 102세이지만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세계의 최장수자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프랑스의 잔 칼맹 할머니가 122세까지 생존한 것이 기록이다. 이성수 할아버지는 세계기록에 도전하는 자랑스런 한국의 장수노인이므로 나라에서는 인간문화재로 선정하여 보호를 해야될 것으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