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월 15 오전 11시 세종대왕 묘소인 영릉(경기도 여주군)에서 문화관광부 차관과 여주 군 기관장, 한글관련 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대왕 탄신 606돌 숭모제전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정치 지도자이시며 우리 겨레의 스승을 기리는 행사가 그 어느 해보다 정성이 모자라 보여 세종대왕님께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세종대왕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온 겨레가 숭배하는 정치 지도자요 겨레의 스승이시다. 세종대왕 때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을 만들어서 자주 문화국가 밑바탕을 닦아주셨고, 과학과 문명이 꽃피워 후손들이 숭배하고 있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은 세종대왕을 정치 스승으로 삼고 세종대왕 묘소를 새로 단장하고 국민들이 참배하도록 했으며 대통령이 직접 탄신 행사에 참석해서 대왕의 높은 나라사랑, 겨레사랑 정신을 기리고 그 큰 업적을 거울삼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는 숭모제전을 엄숙하게 거행했다.
그런데 노태우 대통령 때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면서부터 세종대왕을 숭배하는 분위기가 식기 시작하더니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한번 숭모제전에 참석하고 그 뒤 김대중 대통령은 아예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행사 주관도 문화관광부에서 문화재청이 관장하고 장관이 대신 숭모제전을 거행하게 했는데 올해엔 대통령과 장관은 해외 출장을 가고 차관이 대통령 대신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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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오늘은 영릉 정문에 경기도지사가 보냈다는 화환 수술의 글씨가 한문으로 써있어 행사 참석자와 참배자의 눈시울을 찌푸리게 하더니 대통령이 바치는 꽃의 수술글씨까지 한문으로 되어있고 차관이 행사 시작 예정시간에 10분이나 늦게 참석했고 예전과 달리 대부분 참석자들이 묘소를 참배하지 않고 바로 퇴장해서 행사 분위기가 너무 싱겁고 진지하지 못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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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대통령이 보낸 화환 |
▲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보낸 화환 |
마침 부산에서 소풍을 온 초등학교 학생들이 정문에 놓인 경기도지사가 보낸 축하 화환에 쓴 한문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다가 영릉 중간쯤에 있는 '훈민문'이란 한글 현판을 보고 '그러면 그렇체! 한글로 쓰니 시원하잖아!"라면서 기념식장에 가서 기념식을 참여하려다가 행사 알림방송에서 "문화관광부 차관께서 교통 관계로 도착이 예정시간보다 10분 늦게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니 "에이 가자! 볼 것 없다!"면서 되돌아 갔다.
그 광경을 본 한글 관련단체 착석자들은 "행사를 마지못해 하다보니 이런 꼴이 되었군. 차라리 하지 말지!"라며 안타까워하고 수십 년 동안 여주 군청에서 영릉을 관리하다 총무국장으로 퇴직한 한만년님은 "대통령께서 세종대왕 영전에 바치는 꽃의 수술에 쓴 글씨를 한문으로 쓰다니... 행사 관계자가 제 정신이 아니야! 어쩌다 나라가 이 꼴이 되었나! "라면서 말을 잊지 못하며 한탄했다.
행사 알림 방송에서 "대통령을 대신해서 문화관광부 차관께서 헌화 분향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을 보니 그 행사는 아직도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는 행사임이 틀림없는데 한미 정상 단독회담시간을 30분 밖에 주지 않아 시간을 늘리기 위해 우리 측 대표가 진땀을 빼고 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 미국 대통령이로부터 '이 사람'이란 소리를 들었다고 했는데 노대통령도 '말하기 쉬운 사람'이라며, 만만하게 보는 말투를 쓰는 등 푸대접 받고 있는 것을 보면서 진짜 나라가 걱정되었다. 스스로를 업신여기는 지도자나 국민이 외국에 가서 제 대접을 못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오늘은 스승의 날이기도 한데 1965년에 이 날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도 겨레의 스승이신 세종대왕 탄신일을 기념해서다. 대통령과 정치인은 세종대왕을 스승으로 모시고 본받아 좋은 정치를 하고 선생님들 마찬가지 세종대왕이 백성을 사랑하고 가르치듯 좋은 스승이 되자고 다짐하고 반성하자는 뜻이 담겼는데 그저 뇌물이나 선물을 챙기고 노는 날로만 알고 있으니 너무 안타까웠다. 그곳에 참배하러 온 초등학생들에게 실망과 한탄만 보여주는 관리들과 어른들이 부끄러웠고 세종대왕께 죄스러웠다. 행사 참석자들도 몇 분만 세종대왕릉에 참배하고 모두 그대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슬펐다.
다행히 축문은 우리말로 풀어서 읽어 마음이 좀 위안이 되었다. 내년부터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하고 대통령이 꼭 숭모제전에 참석해서 조상을 숭배하고 우리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풍토를 되찾아주길 간절하게 바란다. 엄숙하고 가슴 뿌듯해야 할 겨레의 스승을 모시는 행사를 보고 온 가슴이 너무 허전해 더 할 말이 없다. / 본지 고문
* 필자는 '우리말글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본부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