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담을 다룬 듯한 제목의 <바람의 전설>은 그 심상치 않은 제목처럼 그야말로 "춤바람"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일본영화 <셸 위 댄스>나 헐리웃의 여러 춤 소재 영화들은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춤을 소재로 한 영화도 흔치 않거니와 그다지 눈에 띄는 작품들도 없었다.그래서 이성재,박솔미 주연의 <바람의 전설>은 더욱 시선을 끄는 작품이기도 할 것이다.흔히들 어둡고 칙칙한 캬바레에서 아줌마와 제비같은 남자들이 추는 춤쯤으로 인식해 온 사교댄스를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은 더욱 더 궁금증을 크게 해준다.더군다나 역시 사교댄스를 소재로 해서 일본에서도 큰 주목을 끌었던 <셸 위 댄스>를 본 사람들이라면 영화에 대한 기대감 혹은 호기심이 더더욱 컸을 것이다.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오랜 시간동안 연습을 했다는 두 주연배우의 춤 실력과 [라이터를 켜라],[신라의 달밤]등 흥행작들의 각본을 맡아 큰 성공을 했던 박정우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 역시 <바람의 전설>이란 거창한 제목만큼이나 관객들의 기대치를 높여 주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춤바람난 경찰서장 부인으로 인해 여자경찰 송연화는 증거확보를 위해 제비 박풍식이 입원해 있다는 병원으로 위장 입원하게 된다.뜻하지않게도 박풍식은 자칭 예술가라 하며 너무도 쉽게 송연화에게 말을 건네고 자신의 과거를 조용히 털어 놓는다.영화는 제목 그대로 춤의 전설이 된 박풍식의 피눈물 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무능력한 남편으로 모두에게 무시 당하는 남자가 우연히 날라리 제비 친구 만수를 만나 춤에 빠지게 되고, 진정한 춤을 배우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아 다니며 춤을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영화는 박풍식이란 주인공이 춤을 알게 되고, 전국의 여러 스승들을 통해 다양한 춤들을 섭렵하는 과정을 통해 꽤나 흥미롭고 유쾌한 웃으을 던져 준다.이 영화가 감독 데뷔작인 박정우 감독은 각본을 썼던 전작들처럼 여러 캐릭터와 황당하지만 코믹한 상황들로써 솔솔한 재미와 폭소를 터지게 해준다.예술가인척 하지만 알고보면 제비족인 친구 만수나 시골 한 구석에서 만난 엽기적인 춤 선생님까지 코믹한 캐릭터들의 등장과 에피소드들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해 준다.하지만 영화는 박풍식이 춤의 전설이 되고부터 초반의 분위기를 벗어나게 되고 그때부터 다소 당황스러운 전개를 보여준다.여러 스승을 통해 춤의 고수가 된 박풍식은 결국 생계를 위해 자신도 친구 만수와 별반 다를바없는 캬바레 제비가 된다.그야말로 박풍식은 영화의 제목처럼 춤바람의 전설이 된 것이다.느끼한 모습으로 변한 주인공 박풍식이나 캬바레에서 만난 여자와의 에피소드는 상당히 진부하고 지루하게 다가온다.영화 초반에 지켜 온 신선하고 유쾌한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저그런 코믹 불륜드라마로 변모한 중반부터는 영화의 초점마저도 흐린채로 밋밋하고 늘어지는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에 기대를 하는 것이라면 흥행 성공과 함께 관객들의 폭소탄을 터지게 했던 박정우 감독이 각본을 맡은 작품들의 이름때문일 것이다.그래서일까 영화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아쉬움과 실망감이 더해 가게 된다.갑작스레 제비가 된 박풍식의 모습이며 캬바레에서 만난 아줌마들과의 진부하고 당황스러운 에피소드는 지루하기까지 하다.뿐만아니라 지나치게 반복되는 진부한 설정들부터 길게 끌어가는 후반부 역시 영화를 더욱 지루하게 만들 뿐이다.<바람이 전설>은 사교댄스라는 소재처럼 그야말로 춤으로써 많은 볼거리를 보여주고, 도 그것을 바라게 되는 영화이다.하지만 영화 <바람의 전설>은 춤 이라는 소재를 초반에만 조금 내비쳐 주었을 뿐 어느 순간부터 스토리의 중심을 잡지 못한채 질질 끌려가는 느낌마저 들도록 만드는 것이다.특히 너무도 식상하고 길게 전개되는 제비가 된 박풍식의 에피소드나 영화 속 역할을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로 별다른 설명이나 에피소드를 보여주지 않는 여경 송연화의 등장,억지스럽게 짜맞춰진 후반와 결말까지 영화가 처음에 보여준 신선하고 아기자기한 맛을 잃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또 한가지 아쉬운점은 영화의 중심이 되는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라면 누구나 영화 속에 등장하게 된 배우들의 춤 실력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물론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이성재나 몇몇 조연들의 멋진 춤을 확인할 수 있지만 역시나 이러한 볼거리마저 중반의 밋밋하고 늘어지는 전개에 묻혀 그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그저 캬바레 제비와 아줌마들의 무미건조한 춤 정도로만 비쳐질 뿐이다.마치 재기발랄하고 코믹하면서도 박정우식 뜨끔한 비판메세지까지 담긴 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영화 <바람의 전설>은 보는내내 실망감만 더해질 것이다.
영화 <바람의 전설>을 통해 눈여겨 보게 될 장면들은 단연 배우들의 많은 노력이 엿보이는 댄스실력일 것이다.오랜 기간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다져졌다는 이성재와 박솔미,김수로의 사교댄스 실력은 영화에서도 특히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반듯하게 차려 입은 정장과 느끼한 헤어스타일로 유연하게 허리를 돌리는 이성재의 춤 실력은 영화를 보는내내 특히 시선을 뗄 수 없도록 해준다.실제로는 몸치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이성재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춤 실력은 놀라움과 동시에 감탄까지 나오게 될 것이다.그리고 기존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캬바레 제비를 연기한 모습 역시 이성재의 색다른 모습을 확인하게 해준다.영화를 통해 또다시 입을 벌어지게 해주는 배우는 바로 김수로 일것이다.여러 영화를 통해 감칠맛나는 조연으로 빛을 발한 김수로는 이번 영화 역시 영화의 재미를 톡톡히 더해준다.반짝거리고 야들거리는 의상부터 능청스럽고 느끼한 말투로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폭소를 토지게 만드는 김수로의 연기는 영화에서도 단연 최고의 볼거리이다.코믹하지만 유연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김수로의 춤실력을 볼 수 있는것도 이 영화의 새로운 재미일 것이다.반면에 다소 아쉬운 점은 바로 박솔미와 그 캐릭터이다.주인공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비중없이 등장하는 박솔미의 캐릭터는 영화를 보는내내 아쉽게 만든다.그저 박풍식의 과거지사를 들어 주고, 지루할데로 지루해지고 황당한 후반부에 등장하는 등 그야말로 잠깐잠깐 모습만 내비치기에 제대로 된 박솔미의 연기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오히려 영화 속에서 개성있는 캐릭터로써 웃음보를 터지게 한 이칸희,문정희 등 조연들보다 비중이 없었다는 점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그래도 한가지 눈여겨 볼만 한 점은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박솔미와 이성재의 댄스일 것이다.유일하게 두 배우의 진정한 춤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마지막 몇분이 더욱 기억에 남기도 하다.
이렇다하게 춤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특히나 이색적인 사교댄스를 소재로 한 <바람의 전설>은 많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임에 분명하다.그렇지만 아쉽게도 감독은 이러한 흥미로운 소재를 사용해서 유쾌한 스토리를 이끌어 내는데는 실패를 하고, 춤영화가 보여주는 솔솔한 볼거리와 재미마저도 떨어뜨리고 말았다.보는내내 놀랄 정도로 자연스러운 춤 연기를 선보인 이성재와 박솔미의 모습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늘어지는 전개와 억지스럽고 진부한 설정들로 그러한 볼거리 마저 반감시킨 스토리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시종일관 유쾌하고 밝은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겐 우리가 알고 있는 사교댄스의 이미지, 즉 어두컴컴한 캬바레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춤 처럼 볼품없고 느끼한 영화로만 비쳐질 것이다.<바람의 전설>이란 거창한 제목이 조금은 무색한, 그래서 더 아쉬움이 큰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