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이 넘보지 못할 압도적 1등… 세계시장 석권한다
. 요즘 삼성전자 직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1등을 하자'가 아니라 '2등과의 격차를 최대한 벌리자'이다. 이제 1등을 했다고 칭찬만 기대하기는 힘들다.삼성전자는 1992년 처음 세계 1위의 기쁨을 맛봤다. D램(컴퓨터에 주로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최초로 점유율 1위 고지에 오른 것이다. 이후 1등 제품 숫자는 꾸준히 늘어 현재 글로벌 1등 상품 숫자는 12개이다. 〈아래 그래픽 참조〉
삼성전자 최지성 완제품 부문장은 올 7월 전 직원에게 "현재 1위인 제품은 2위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욱 확대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지난달에는 "기존 사업을 압도적 1위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삼성전자는 2등 업체가 경쟁을 거의 포기할 정도로 압도적인 1등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1992년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1위를 막 차지했을 때 시장 점유율은 13.6%였다. 2위인 도시바(12.8%)와의 차이는 0.8%. 그러나 올해 시장점유율은 35.9%(2분기 말 기준)로 2위 하이닉스(21.3%)와 15%까지 벌어졌다.
내용도 튼실해졌다. 삼성전자는 올 7월 업계 최초로 40나노급 DDR3 D램 양산에 돌입했다. 전력소모가 적은 최고급 제품인 40나노급 DDR3램을 만드는 업체는 삼성전자뿐이다. 경쟁사인 하이닉스반도체는 올 연말 40나노 DDR3램을 양산할 예정이다. 3위권 이하 업체들은 아예 양산 계획도 못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2위와 6개월의 기술격차를 벌렸으며 3위권 이하 업체들보다는 1년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 ▲ 삼성전자가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적 영상가전박람회인 IFA 행사장 내부에 LED TV로 꽃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어 전시한 모습.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또 올 2분기 북미시장 디지털 TV 평균 판매 가격(1051달러)에서 처음으로 일본 소니(1006달러)를 앞질렀다. 값이 싸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최고가(最高價) 프리미엄 브랜드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그 '일등공신'은 올 3월 출시한 LED TV였다. LED TV란 빛이 나는 반도체인 LED를 사용해 영상을 표현하는 고가 TV로 일반 LCD TV보다 가격이 평균 40% 높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윤부근 사장은 "출시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출시할 때와 같은 가격에 제품을 판다"고 LED TV의 위상을 말했다.
TV가격은 보통 출시 후 6개월이 지나면 30% 정도 떨어진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도 경쟁업체가 같은 제품을 만들어 싼값에 밀어내면 곧 떨어진다. 그러나 LED TV는 달랐다. 경쟁업체들은 아직 LED TV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LED TV 시장점유율은 92%다.
- ▲ 번호가 붙은 사진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일등 제품’들. ① 낸드플래시 메모리 ② LED TV ③ 카드에 들어가는 전자칩 ④ 모니터 ⑤ DDR3 D램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엔 '숨어 있는 1등 상품'도 많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만드는 디지털TV용 영상처리칩이 좋은 예. 시스템LSI 사업부는 이 칩을 삼성전자 TV를 만드는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만 공급한다. 외부에서 아무리 달라고 해도 팔지 않으면서도 삼성전자는 TV용 영상처리칩 시장에서 세계 3위다. 남에게 팔지 않고도 3위라면 1위에 버금가는 성과다.
1위 직전까지 올라간 제품도 상당수다. 레이저 복합기(복사, 스캔, 팩스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프린터)가 그렇다. 이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 기준 16.7%로 1위와의 차이가 0.8%다. '1등 고지'에 이제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바짝 다가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