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기 운영위 / 지역순환사회를 위한 지역 이야기 나눔 마당
섬진강 물줄기를 품어안은 곡성에서 18일 어제, 좋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오랫만에 뵙는 분들도 있었고, 처음 뵌 분들도 계시더군요. 낯설기도 했지만, 마치 오랫동안 알고지냈던 사람들처럼 훈훈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역의 순환과 자립을 위해 땀흘리는 숨은 고수들을 만나서 그런지 먼 길을 달려간 피로가 싹 씻긴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모임은 전국 지순사 3/4분기 운영위원회를 하기 위해 처음 기획됐습니다. 분기마다 열리는 운영위원회를 어디서 언제 할지 고민하던 차에, 황민영 상임대표님께서 자신이 사시는 전남 곡성으로 운영위원들을 초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왕 곡성에 간 거, 회의만 하고 올 순 없는 노릇. 그래서 각자의 지역에서 지역순환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상주의 조원희 운영위원과 서천의 김억수 운영위원의 지역활동 이야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곡성에서 지역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함께 모셔서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지순사 운영위원분들이 한두분씩 모습을 나타내셨습니다. 대부분 5월 총회 이후에 뵙는 얼굴들이라 반가웠습니다. 일단 모였으니 간단하게 운영위원회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3/4분기 동안 했던 일을 나누고, 4/4분기에 할 계획들을 세웠습니다.
회의가 끝날 때 쯤, 곡성에 사시는 분들이 자리를 찾으셨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이야기 마당이 시작됐습니다.
먼저 서천과 상주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지역순환사회 활동들을 발표했습니다. 서천에서는 현재 '지역순환경제연구소'를 준비하면서 지역의 사회, 경제, 문화, 농, 교육, 생태교육에 관한 종합적인 활동을 진행할 준비에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청년포럼을 진행하고, 사회적 경제를 위해 서천군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적정기술, 서천생선구이가게를 진행하거나 열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상주에서는 상주귀농귀촌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공장식 축산의 대안으로 집에서 소규모로 키우는 흑돼지 사업이라든가, '나는 목수다'라는 제목의 집짓기 프로그램, 여성 농민 목요장터와 꾸러미 사업,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 등이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두 곳의 현장을 찾아가서 좋은 사례들을 정리해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주와 서천의 이야기를 듣고, 황 대표님이 대접해주신 저녁식사를 한 상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찾아가서 먹는다던 오리고기! 거기다가 갈색으로 뽀얗게 익은 조니XX까지! 좋은 술이 몇 순배 돌자 불판에 올라온 오리기름처럼 서먹한 기운이 사르르 녹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이야기는 곡성으로 넘어갔습니다. 곡성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변현단 씨드림 대표, 김종원 목사, 박웅두 농민회 회장, 고태현 선생, 이재관 항꾸네협동조합 이사장 등 곡성 지역에서 내노라고 할만한 분들이 함께 하셨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변현단 선생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주제는 지역과 교육이었습니다. 곡성에서 사신지는 3년이 넘으셨다고 하더군요. 변 선생님은 주로 토종종자를 통해 농이 자립되는 일에 열정을 쏟고 계셨습니다. 논밭을 합쳐 2천평이나 농사일을 하시면서도 토종종자 지키기와 자연농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젊은 사람들을 받아들여 교육을 하시고, 전국에 강의도 다니시면서, 글도 꾸준히 쓰고 계셨습니다.
두 번째 이재관 선생님 차례였습니다. 이야기 내용은 지역 에너지였습니다. 이 선생님은 9년 전에 곡성에 내려오셨다고 합니다. 변 선생님과 비슷하게 2천평 농사일을 하시면서 작년부터는 마을 이장일도 맡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곡성에 사시면서 어느 날 적정기술에 꽂히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항꾸네협동조합이라는 적정기술을 교육하고 보급하는 단체를 만드셨지요. 특히 땔감을 아주 적게 쓰면서도 효율이 높은 난로나 화덕을 만드는 일에 열심이셨습니다. 이러한 적정기술을 지역에 알리기 위한 지역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셨지요.
마지막은 박웅두 선생님이셨습니다. 곡성의 지방 정치와 네트워크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지역에 곡성사랑회가 만들어지면서 지역 정치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찾아서 하신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번 지방 선거를 맞아 진행됐던 '모이자 100인'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곡성 주민 100명을 모아 각 의제별로 사람들을 나눠 토론을 해 곡성의 앞날에 꼭 필요한 의제를 주민들이 직접 뽑았습니다. 여기서 뽑힌 의제를 바탕으로 군수 후보자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지방정치가 몇몇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고 정말 주민들이 필요한 일들이 펼쳐질 수 있도록 아름다운 정치 광장이 스스로 펼친 것입니다.
이야기를 모두 마치니 어느 새 밤이 깊어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뒷풀이가 이어졌습니다. 곡성을 찾은 사람들은 곡성의 이야기를 듣고 힘을 받았고, 곡성 분들은 이 기회에 지역이 순환되는 일에 서로 협력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돼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모임, 앞으로도 자주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