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축은 에페스 유적을 보러 간다고 한다. 그만큼 고대 유적의 도시이며 크기 또한 엄청나다. 유적이 발굴된 것은 대략 15~20%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 다 둘러보아도 다리가 아플 정도이다. 천천히 하루 종일 여유 있게 돌아볼 정도로 큰 유적지가 에페스다.
출발 전 에페스에 대한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 후 출발했다. 에페스 유적까지 보통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지만 달팽이답게 천천히 걸어가기로 하였다.
에페스 유적까지는 걸어서 대략 3~40분정도,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더 운치를 더해줘서 심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길이 여행에 있어서 재미를 더해준다.
셀축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아르테미스 신전이 나온다.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졌는데 막상 깊은 역사에 비해 딸랑 기둥하나만 남아있다. 이 기둥마저 흩어져 있던 돌덩이들을 조합해서 올렸다. 아르테미스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가 아내인 헤라 몰래 레토와 낳은 딸로 아폴론과 쌍둥이 남편이다. 평생 처녀로 지내 순결의 상징이라고 한다. 이 여신을 숭배하여 지었던 신전은 기원전 550년 세워졌지만 356년 방화로 무너졌다. 알렉산더 대왕이 신전을 지어준다고 했지만 이방인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던 에페스인들이 "대왕은 신인데 어찌 다른 신의 건물을 짓느냐" 며 거절했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의 신전은 그 이유로 해서 불가사의로 남아있다고 한다. 에페스인들의 자존심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고 나서 기대하며 갔던 곳인데 기둥 하나만 있으니 아이들 표정이 재미있어진다. "엥~~세계 7대 불가사의가 기둥하나야? 이게 신전이었어? "
드디어 에페스 유적지 북문출입구에 도착하였다. 화장실 앞에는 많은 고양이들이 있었다. 유적보다는 오히려 아이들은 고양이가 더 좋은가보다. 유적 관람을 가자는 이야기 없이 고양이와 계속 놀고 있다. 바쁠 것 없으니 천천히 고양이와 마음껏 놀고 가자.
원형극장에 도착했다. 파묵칼레 히에라폴리스보다 더 큰 규모다. 2만 4천명을 수용했다고 하는데 큰 규모다보니 허물어진 곳이 많다. 원형극장 안에서 공연한번 해보라하지만 다들 머뭇거린다. 간혹 한번씩 아~아 하며 외치는 소리가 저 멀리 관객석까지 소리가 크게 들리며 울린다.
앞에서 이야기 하였는데 한국인 성지순례를 온 단체관광객이 극장 안에서 찬송가를 다 같이 부른다. 오~~제발..
셀축에는 성모마리아의 집, 성 요한 교회 등등 성지순례를 할 곳이 많다. 하지만 모두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관람하는 대규모 유적지에서 이런 행동이 기독교를 욕되게 하는 행동이다.
예전 유럽을 한참 돌아다녔던 선배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계속 유적을 돌아다니다보니 이제는 유적이 아니라 그냥 돌덩이로 보여. 겨우 파묵칼레에서 히에라폴리스를 보고 왔는데 에페스도 그냥 돌덩이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흥미 있게 보는 건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괜히 옆에서 이것 봐라. 감동적이고 멋지지 않냐고 닦달할 필요 없다. 어떤 부모님이 가족과 함께 유럽여행을 갔다 왔는데 비싼 패키지 여행 후 아이는 그렇게 신나하지도 즐거워하지도 않아서 돈만 낭비했던 것 같고 하소연을 하였다. 여행하며 아이에게 잔소리도 하고 명령도 많이 했지요? 하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유적마다 설명도 해주고 사진도 찍자며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것은 아이에게는 잔소리다. 계속 명령받으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따라 다니는데 재미있을 턱이 있겠는가. 남는 것도 사실 별로 없다. 오히려 아이와 여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더불어 선택권을 주어야한다.
에페스 유적을 관람하는 것도 별다른 규칙 없다. 그저 나는 입장권을 구입하고 내 사진기를 빌려달라면 주고 관람하기 전에 간단한 유적에 대한 설명만 하면 끝이다. 나와 따라다니고 싶은 친구는 따라다니고 다른 친구와 같이 가고 싶으면 가면 된다. 그러다보면 오히려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어 있다.
발그림이 있다. 왜 아이들은 발을 올려보는 걸까? ㅎㅎ 로마시대 창녀촌을 출입할 수 있는 나이를 발크기로 확인하였다고 한다. 신분증이 없기에 발크기로 하였다고 하는데 나 또한 발을 올려보니 이런~길이가 안 된다. 아직 나는 어린가보다. ㅎㅎ 작게 보이지만 직접 발을 올려보면 꽤 크다. 270미리는 족히 넘어 보이는 듯하다. 파여진 구멍은 돈을 양을 뜻한다. 그만큼의 돈을 가져오라고 한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올려보냐? 누구 발일까?
셀수스 도서관이다. 대리석과 네 명의 여신상들이 보인다. 여신상은 모조며 진품은 오스트리아 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아마도 에페스 유적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느껴졌다.
셀수스 도서관 앞에서~~
전성기에는 25만명이 살았다고 한다. 때문에 온갖 시설들이 다 있다. 공중화장실이다. 과연 함께 이렇게 앉아서 볼일을 볼 수 있었을까? 밑으로 물이 흐르며 상류쪽은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아서 더 비쌌다고 한다.
도서관 내부를 돌아보고 있다~~
아이고 힘들어~~유적이고 뭐고 좀 쉬었다가자. 워낙 넓은 곳을 돌아다니려니 힘든가보다. 잠깐 쉬면서 한국 관강객들이 몰려오면 선주가 옆에서 살며시 귀동냥을 한다. 설명을 듣고 가면 자유롭지 못하고 그냥 다니자니 설명이 아쉽다고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네가 공부하는거야.
쿠레테스 거리, 셀수스 도서관에서 헤라클레스 문까지 거리로 많은 상점이 있고 고급 주택터도 가까이 있다. 비수기라 사람들이 많이 없지만 평소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셀수스 도서관 옆이 상인 광장이다.
에페스 유적을 돌아본 후 다시 숙소로 와서 쉬었다. 다음날은 그야말로 최대 이동거리 야간버스로 10시간을 가야했다. 여행을 하면서 야간버스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주간에 이동하며 잠은 숙소에서 편하게 자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사람은 밤에 잠을 잘 자야한다. 터키는 워낙 넓다보니 시간이 바쁜 한국인들에게는 숙소비도 절약하기 위해 야간버스 이용을 많이 한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체력이 중요하다. 돈을 아끼려다 몸을 혹사하여 신체리듬이 깨지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나타난다. 이스탄불에서 마지막으로 3박 4일의 일정이 남아있기에 한번 정도 경험삼아 야간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가로 3인석의 우등버스를 예약하였다. 물론 터키에서 우등버스 suit이라 적혀있어도 버스를 타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간혹 우등이라 예약했는데 그냥 일반버스가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격이 동일하기에 막상 타고 갈 때 이미 항의해도 소용없다고한다. 저번 여행 때도 몇몇 사람들이 우등을 예약했는데 일반버스라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았다. 좌석 예약할 때 우등 좌석을 확인하였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너무 큰 기대를 하다 막상 일반버스면 그 실망감은 더 큰 법, 오히려 일반버스라 생각하며 우등이 오면 즐거움은 더 크다. 늘 사람의 욕심을 버려야한다고 하는데 욕심의 기준은 사실 끝이 없다. 늘 낮추고 낮추면 오히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더 행복하다.
마지막 날 체크아웃을 한 후 숙소에 짐을 맡기고 저녁 8시까지 셀축에서 보내야한다. 오전은 쉬린제 마을에 가기로 하였다.
돌무쉬를 타고 산을 넘어 도착한 작은 마을 사프란볼루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또 다른 느낌의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에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아마도 와인이 유명해 많이 찾는다. 각종 과일로 만든 와인을 파는데 몇몇 친구들이 아버지 선물로 와인을 구입하였다. 제법 비싼 20리라(만 원 정도) 밴드에 터키산 올리브오일도 사오라고 해서 산다. 이제 여행막바지 선물사기에 나선다. 선물을 구입할 때 여자들의 위한 것은 참 많다. 수제 비누, 화장품, 목걸이, 팔찌, 스카프 등등, 하지만 남자들의 선물은 마땅히 구입하기가 힘들다. 마찬가지로 여자들은 쇼핑에 관심이 많지만 남자 친구들은 그냥 대충 몇 개만 산다. 이런 게 성의 차이인가보다.
나 또한 여행을 많이 다녀서 처음 몇 번은 선물을 많이 구입하였다. 물론 아주 싼 걸로. 요즘은 거의 안 산다. 정말 필요한 몇 개를 제외하곤 특별히 구입하지 않는다. 친구들 대부분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할 곳도 많을 것이다. 일기장 한가득 선물 구입목록을 작성하는 친구들 또한 여자들이다. 대부분 남자들은 그냥 돌아다니다 즉흥적으로 몇 개 구입한다. ㅎㅎ
그래~~인간관계가 좋아야 사회생활을 잘 하는 법, 너희가 원하는 만큼 구입해봐.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돈 아끼기 시작.
쉬린제 마을에서 선물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점심은 내가 쏠께~~오 예. 다들 좋아하는 친구들. 난로도 있고 제법 분위기 나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토요시장이 열렸다. 어느 도시나 시장은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해서 좋다. 한참을 구경하다 선주가 묻는다. "동생 줄 머리띠 예쁘지 않나요?" "어디에서 생산된 물건일까?" 메이딘 차이나, 값싼 중국제품이 터키까지 왔다. 터키에도 중국산이 있네요. 굳이 선물인데 터키 와서 중국산을 산다는 게 웃긴가보다. 그냥 아이쇼핑만 하자.
이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로 돌아가자. 10시간 야간버스 타고~~
(마지막 이스탄불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첫댓글 함께 여행을 하다보면 내가 느끼는것을 같이 공유하고자하는 욕심때문에 아이에게 이런저런 요구나 강요(일테면 사진?) 할때가 많은데...반대로 하면 되겠네요
재민이가 보는것 느끼는걸 들어주고 같이 해주면 될걸 왜 제 위주로 생각했던건지..
정말로 모든게 돌덩어리로 보일때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