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음악
인류가 탄생한 이후로 음악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음악이 아득히 먼 옛날부터 존재했다는 흔적들은 세계 곳곳에 남아있다.
문명의 발상지인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등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의 음악이 있었다는 것은
당시의 그림이나 조각에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에는 오늘날의 하프나 리코더, 클라리넷에 해당하는 악기들이 그려져 있다.
또 그리스의 항아리나 접시 등에서도 기타와 하프, 또는 목관악기의 초기 형태라 볼 수 있는 악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악보(소리)가 알려져 있지 않은 음악의 존재는 이같은 흔적들을 통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옛날 사람들은, 음악이란 신비한 마술의 언어와 같은 것이어서
음악을 통해서 영혼이나 심지어 악마와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혼들이 내는 소리라고 여겨진 바로 그 소리를 직접 흉내 내기 시작했다.
지구 상에서 최초의 음악은 인간의 목소리와 몸에서 나온 것이었다.
고대인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슬프게 울부짖는 소리뿐 아니라,
콧노래를 부르거나 박수를 치고 발을 굴러 보면서 다양한 소리들을 경험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은 다른 물건을 가지고도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막대기로 돌을 두들기고 활시위를 뚱기고
빈 조개 껍데기나 동물의 뼈를 입으로 불어 보면서 신기한 소리들을 경험했다.
고대인들은 이러한 다양한 소리가 사람들이 소리치고 박수치고 노래하는 소리와 서로 어울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물론 하늘의 신까지 감동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 고대인들은 석기 시대에 이어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치면서 돌이나 나무 대신
쇠를 가지고 더욱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의 악기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양 음악의 진정한 근원은 무엇보다 고대 그리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서양의 예술과 문화가 고대 그리스 인들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발전한 것처럼
음악 역시 그리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어 오늘날 관현악단을 뜻하는 '오케스트라'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 극장의 원형 무대를 가리킨 말이었고,
합창을 뜻하는 '코러스'도 그리스 연극에 참가한 가무단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리스의 많은 시인들은 음악을 '신들의 발명품'으로 이야기한다.
이 음악을 발명한 신들 가운데는 아폴론과 오르페우스가 있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노래로 만들 줄아는 신이 없음을 아쉬워하던 차에
기억의 여신과의 사이에서 아홉명의 딸을 낳게 된다.
그들이 학문과 예술을 보호하는 여신들로 영어로 '뮤즈(Muse)'라고 한다.
오늘날 음악이라는 용어의 '뮤직(Music)'은 바로 이들 뮤즈의 행위나 예술, 혹은
기술을 의미하는 말에서 유래되었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뜻하는 '뮤지엄(Musium)' 또한 이 말과 연관이 있다.
그런데 이들 아홉 자매가 섬기던 태양의 신 아폴론은 막내인 칼리오페를 사랑했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이 음악의 신 오르페우스이다.
오르페우스는 당대 최고의 명가수였으며 '리르(고대 그리스의 현악기)' 연주자였다.
그가 악기를 연주하기만 하면 새들이 그의 연주에 맞추어 노래했고 사나운 짐승들도 그에게 찾아와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그런데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가 죽자 지옥으로 찾아가 그곳의 신들에게 아내를 돌려 달라고 간청하게 된다.
처음에는 꿈쩍도 않던 신들도 결국 그의 리르 연주에 감동해 그의 청을 들어준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지상에 도착하기 전까지 절대로 아내를 돌아 보지 말라는 신들의 명령을 어기고
그만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아내를 다시 잃고 만다.
아내를 영영 잃은 오르페우스는 연주를 하며 슬피 떠돌다가 질투심 많은 여신들에 의해 죽고
그가 타던 리르는 하늘에 올라가 거문고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신화는 맹수를 다스리고 지옥의 신들까지도 잠재우는 음악의 무한한 능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윗이 미친 사울 왕을 하프 연주로 진정시키고,
나팔 소리에 예리코 성벽이 무너지는 성서 이야기 등에서 우리는 음악이 가지는 기적적인 힘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다.
이한 믿음은 오늘날 태교나 정신 치료에 사용되는 음악 등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다음으로 세계를 지배한 로마는 그리스의 음악 유산을 계승하면서
이를 중세 기독교 문화에 이어 주는 다리 역할을 하였다.
풍족했던 로마의 음악은 점차 화려한 축제를 위한 것으로 변해갔다.
또한 거대한 로마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트럼펫이나 호른 같은 금관악기도 발전했다.
이러한 로마의 음악은 비록 그리스에 비해 특별히 새롭게 발전한 것은 없었지만
중세 교회 음악과 그 음악의 가사인 라틴어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