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문화마실 _ 길, 남도역사를 따라 걷다 /
11. 군산 이야기
군산.
무리 군에 뫼 산입니다. 산들이 모여 있는 곳.
그런데 군산에 가면 산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기 보다는 항구거든요.
군산이란 이름의 유래부터 보겠습니다.
군산 앞바다의 섬을 다 합쳐 부를 때 고군산군도라는 표현을 씁니다.
고군산이라는 말은 옛군산이란 말이거든요. 지금 군산이 있기전에 옛군산은 바다에 있었습니다.
그 사연이
우리나라가 외침이 많았다고 하잖아요.
북방은 중국 대륙 쪽에서 일어난 민족들이 침입 - 중국민족 한족을 비롯해 여진 거란 몽골들이 침입했고, 바닷가로는 일본, 왜구 라는 표현으로 불리는 해적들의 침입이 많았습니다.
바다에 있는 섬에 왜구를 방어하는 진을 설치했고, 섬들이 떨어져 있다보니 왜구들이 집단으로 올 경우 대항이 힘들다고 하여 내륙지역으로 군사 시설을 옮겨옵니다.
여러 섬에 산이 있다하여 군산인데, 이 지명이 내륙으로 그대로 들어와 지역이름이 된 겁니다.
그리고 예전에 있던 자리는 고군산이라 부르구요.
군산으로 역사여행을 갑니다.
군산에서 역사여행으로 내세우는 테마는 근대역사여행이거든요.
근대중에서도 일제 강점기 수탈의 현장 역사요.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산교육현장이 됩니다.
그 건물들이 바닷가에 있는데
그래서 보통 군산 가면 찾아가는 곳이 ‘군산내항’이라고 합니다.
안쪽에 있는 항구라 내항인데, 여기 항구는 일제강점기 전라도 곡창의 쌀을 더욱 효과적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전주와 군산 사이 국도를 개통해 ‘전군가도’로 불리는 길이 있지요.
그 길에 가로수로 심어 놓은 벚나무길이 유명합니다. 철길로도 닿는데요. 철길들이 바닷가까지 이어져있고, 철길 끝이 배가 닿는 항구입니다.
그런데
그 항구에 다다랐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거대한 군함과 항공기, 그리고 화포 들이 바다를 향해 했어요. 커다랗게 진포테마해양공원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진포 테마해양공원.
진포는 군산의 옛이름인데, 군사 무기를 전시해 테마를 붙일 수 있는 것은 여기에서 외적과 싸운 유명한 큰 대첩이 하나 나오거든요.
최무선의 진포대첩.
유명안한가요?
워낙에 이순신만 알고 있다보니 진포대첩은 좀 약하지요.
고려 때부터 세금으로 거둔 쌀이나 특산품은 바닷길로 이동합니다. 전라도 서해안에서 역시 황해도 개경인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겠지요. 이것을 노리고 왜구들이 수시로 약탈합니다.
그러니 군산에 아까 말한대로 군사시설을 설치하고 그랬겠지요.
고려말로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
최무선.
최무선 하면?
화약 생각나잖아요.
화약 제조법은 중국에서 발명되었는데, 철저히 비밀로 했기 때문에 알기가 쉽지 않았는데, 최무선이 원나라 사람으로부터 화약 만드는 방법을 익혀 1377년 고루 우왕때 화통도감이라는 관청이 만들어지고, 이걸 군사무기화해 무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 무기가 실전에 배치되어 1380년 우리나라 해전사상 최초로 화약을 써서 외적을 무찌릅니다.
고려말에 군산 앞바다로 들어오는 왜구의 배 500척을 무찔렀다고 합니다.
역사기록은 진포대첩이라고 합니다.
바로 여기 - 진포는 군산항의 고려때 이름입니다.
배를 타고 온 왜구는 접근전을 시도하거든요. 화약과 화포는 그 접근전 자체를 막아버리죠.
더군다나 활은 한명 한명 목표물을 조준해 공격하는 것이지만, 화약은 집단공격이거든요.
왜구의 대선단을 깨트렸고, 그때 배를 타고 왔던 왜구들은 육지로 살아나와 남원까지 이릅니다.
군산에서 최무선에게 패한 왜구가 남원 운봉 황산까지 들어왔고 황산에서 고려말 무장인 이성계에게 완전 소멸되지요. 이게 황산 대첩으로 이름한 싸움입니다.
이때 이성계의 이름이 이쪽 지방에 알려집니다.
스타로 부각되고, 이성계는 남원 황산대첩이후 전주 오목대에서 전주 이씨 종친들과 연회를 갖고, 그때 불렀던 노래가 중국 한나라를 건국한 한고조가 노래했다던 대퐁가.
어쩜 은근슬쩍 대권이 나에게도 올 수 있지 않겠는가 라면 내비칩니다.
이때 정몽주도 함께 전주까지 왔었습니다. 종사관으로요. 어 재 다른 꿍꿍이 있는거 아냐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닌까 이런 사연이 있기에 진포해양테마공원이라고 명명하며, 군함이며 전투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입니다.
일부 수송기는 직접 안에 들어가게 되어 있고, 위봉함이라고 불리는 군함은 2006년까지도 바다에서 직접 사용했던 전차 상륙용 군함입니다. 퇴역후 군산 그러닌까 진포해양공원에 전시관으로 쓰고 있습니다.
위봉함 안에 들어서면 전시관으로 꾸며 놓았는데, 해전과 해군의 역사, 그리고 지금 해군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서해안의 군산에 왜구들이 자주 침입했던건 조선의 쌀을 약탈하기 위함인데
돌이켜보면 호남평야 쌀을 넘본 것은 이후 일제 강점기에도 나타납니다.
조선말.
산업혁명으로 원료공급과 상품 판매망을 찾던 서구세력들이 동양으로 찾아 옵니다.
말은 무역이지만 강압이었지요.
강화도에 프랑스군이 쳐들어오고, 미국군도 쳐들어왔으나 피해를 보긴 했지만 어쨌든 무찔렀습니다. 병인양요, 신미양요. 많이 들어봤지요.
이 때부터 무슨 조약시작해서 순서배열하기가 문제로 많이 나오잖아요.
프랑스의 침입을 무찌르고, 미국의 침입에 졌지만, 미국이 작전상 물러났거든요.
그러다가.
최초의 개항이 일본에 의한 강화도 조약입니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부산을 시작으로 동해안을 따라 원산 그리고 서해안의 인천을 시작으로 목포, 군산 등이 개항하게 됩니다. 군산이 1899년이니 일제강점 10년전이네요.
부산은 일본과 가까우니 경제적인 목적으로, 원산은 청나라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외교적으로, 인천은 서울과 가까우니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한 것이겠지요.
반면 목포와 군산은 바로 호남의 곡창지대를 노리는 개항이었습니다.
일제 강점 전에 개항은 되었고, 이후 식민지 시절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실려나간 물자 가운데 95퍼센트가 쌀이었다고 합니다.
일본은 왜 그렇게도 우리 쌀을 수탈해 갔을까요?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개항하거든요. 미국에 의해서요.
그리고 서구 산업혁명처럼 공업화 정책을 합니다. 물건을 만들어 팔 시장을 찾고 식민지를 찾는 겁니다.
물건을 만들어 다른 나라와 경쟁하려면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물건 가격이라는게 원재료+가공+인건비 등의 요소가 합산되어 있습니다.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이 노동자들에게 주는 쌀값을 싸게 하는 거거든요.
우리땅에서 싸게 수탈해간 쌀을 일본에서 싼값에 풀 수 있었고, 이는 일본의 산업발전으로 연계됩니다.
반면 우리는 쌀이라는게 공산품처럼 목표를 정했다고 해서 생산되는게 아니라, 일년을 기다려야 하고, 또 먹고사는 것의 기본이 되는 거잖아요.
쌀 수탈과 함께 우리 삶은 팍팍해 지는 것이지요.
항구에 들어서면 쌀을 실어나간 부잔교라는 명칭의 다리식 항구가 있습니다. 일면 뜬다리라고 그러는데요.
부가 뜰 부자이고. 콘크리트로 만들었는데 밀물과 썰물 때 높낮이가 달라져요. 전북 김제의 만경평야의 쌀이 이 부잔교를 통해 옮겨가는 것이지요.
더불어 군산시 장미동, 그리고 장미갤러리가 있습니다.
장미 - 꽃 연상하게 되는데
장미라는 말은 저장하다 할 때 장, 쌀 미입니다. 쌀을 저장했던 창고거든요.
지금은 개조해 갤러리로 사용됩니다.
근대역사관이라는 이름의 군산 역사문화, 자연환경을 알려주는 박물관식 건물과 더불어 근대 건물이 몇 남아 있습니다.
군산세관. 많은 부속건물이 있었으나 현재는 모두 헐리고 본관건물만이 남아 있어요.
대한제국 당시 1908년에 독일 사람이 설계하고 벨기에에서 붉은 벽돌과 건축자재를 수입하여 건축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호남관세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 갔더니 내부 수리중이더라구요.
국내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이 서울역사, 한국은행 본점 그리고 여기 군산세관 본관건물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근대미술관으로 활용되는 일본식 은행 건물이 있습니다.
일본 나가사키에 본사를 두고 있던 일본 지방은행으로 조선에서는 1890년 인천에 처음 문을 열었고, 군산은 1907년에 조선에서는 일곱번째로 지점을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근대건축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조선은행 건물, 일본식 가옥, 일본식 사찰 등 일본관련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일본은행 금고에 있는 문구가 인상적이예요.
“이 금고가 채워지기까지 조선백성은 헐벗고 굶주려야 했다” 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무력으로 정복하는 전쟁에서 무역으로 가장된 전쟁들.
국가가 힘이 없으면 불상한건 민초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