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제 5 권
제 십육. 여래수량품
제 2 장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보살들이 세 번이나 청하고도 그치지 아니함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래의 비밀하고 신통한 힘을 자세히 들으라.
일체 세간의 천신과 사람 그리고 아수라는 모두 지금의 석가모니 부처님이 석씨의 궁전에서 나와서 가야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서 도량에 앉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줄로 여기느니라.
그러나 선남자들이여, 내가가 진실로 성불한 것은 이미 한량없고 끝이 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겁이 지났느니라.
비유컨대,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삼천대천세계를 가령 어떤 사람이 갈아서 가는 티끌로 만들어서 동쪽으로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세계를 지나서 한 티끌을 떨어뜨려놓고, 이와 같이 동쪽으로 가면서 그 가는 티끌이 다하도록 하였다면 모든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모든 세계를 가히 깊이 생각하고 계산하여 그 수효를 알 수 있겠느냐? 없겠느냐?"
미륵보살 등이 함께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세계는 한량없고 끝도 없어서 수로 계산하여도 알 수가 없으며, 또한 마음의 힘으로도 미칠 수가 없으며, 일체 성문이나 벽지불이 무루지혜로 깊이 생각해도 그 수효를 능히 알 수 없으며, 저희들이 물러남이 없는 지위에 머무른다 해도 이 일에 대해서는 통달하지 못할 바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모든 세계는 한량없고 끝도 없사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대보살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들이여, 이제 마땅히 분명하게 너희들에게 말하노니, 이 모든 세계에 만약 가는 티끌로 떨어뜨렸거나 떨어뜨리지 않은 것을 모두 티끌로 만들어서 한 티끌을 한 겁이라고 하여도, 내가 성불한 지는 다시 이보다도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겁이 지났느니라.
이로부터 나는 항상 이 사바세계에 있으면서 법을 설하여 교화하였으며, 또한 나머지 곳인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국토에서 중생을 인도하여 이롭게 하였느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이런 가운데에 나는 연등부처님 등을 말하였고 또 다시 열반에 들었다고 말하였는데, 이와 같은 것은 모두 방편으로써 분별한 것이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만약 어떤 중생이 내가 있는 곳에 오면 나는 부처의 눈으로 그의 신근 등 모든 근기가 예리하고 둔하가를 관찰하여 응당 제도할 바를 따라서, 곳곳에서 스스로 설하는 이름자도 같지 아니하며, 수명도 길거나 짧게 다르게 말하며, 또 장차 열반에 든다고 말하기도 하며, 또 갖가지 방편으로 미묘한 법을 설하여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스스로 환히심을 내게 하였느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여래는 모든 중생들이 작은 법을 좋아하여 덕이 엷고 업장이 무거운 자를 보면 이런 사람을 위해 말하기를, '나는 젊어서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실제로 성불한 것은 이처럼 오래 되었거늘, 다만 방편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여 불도에 들게 하기 위해 이와 같이 말한 것이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여래가 연설한 경전들은 모두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혹은 자신의 몸을 말하거나 남의 몸을 말하기도 하고, 혹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거나 남의 몸을 보여주기도 하고, 혹은 자신의 일을 보여주거나 남의 일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로 말한 바가 모두 진실하여 헛되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삼계의 모양을 진실되게 알고 보는 것이니, 나고 죽음이 있을 수 없고 물러난다거나 나간다거나 하는 일도 없으며 또한 세상에 존재하거나 멸도하는 것도 없으며, 진실하지도 않고 허망하지도 않으며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아, 삼계의 범부와 같게 삼계를 보지 않느니라. 이러한 일을 여래는 분명히 보아 착오가 전혀 없느니라.
모든 중생에게는 갖가지 성품과 갖가지 욕망과 갖가지 행동과 갖가지 생각과 분별이 있기 때문에 그들로 하여금 온갖 선근을 내게 하기 위하여 적당한 인연과 비유와 언사로써 갖가지 법을 설하여 불사를 일찍이 잠시도 쉰 적이 없었느니라.
이와 같이 내가 성불한 지가 매우 오랜 옛날이고, 수명은 한량없는 아승기 겁이라, 멸도 하지 않은 채 항상 머물러 있느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내가 본래 보살의 도를 행하여 이룬 수명은 지금도 아직 다 하지 않았고, 다시 앞서 말한 수보다 갑절이 되느니라. 그러나 지금 실제로 멸도하는 것이 아니지만, 곧 멸도하리라 말하는 것은 여래가 이 같은 방편으로써 중생을 교화하기 위함이니라.
왜냐하면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랫동안 머문다고 하면 박덕한 사람들이 선근을 심지 아니하여 빈궁하고 하천하게 되며, 오욕락에 탐착하여 기억과 생각이 망령된 사견의 그물에 걸리기 때문이니라.
만약 여래가 항상 머물러서 멸도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되면, 곧 교만하고 방자한 마음을 일으켜 싫증을 내고 게으른 생각을 품어 부처님을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과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방편으로써 말하느니라.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라. 모든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나오실지라도 만나기 어려우니라.'
왜냐하면 박덕한 사람들은 한량없는 백천만억 겁이 지나서야 혹 부처님을 뵙거나, 혹 뵙지 못하는 자가 있기 때문이니라.
이런 까닭에 내가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는 만나 뵙기가 어려우니라.' 고 하는 것이니라.
이 중생들이 이같은 말을 듣게 되면 반드시 만나 뵙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나니, 마음으로 연모하며 부처님을 갈앙하게 되어 곧 선근을 심게 되느니라. 이런 까닭에 여래는 비록 실제로 멸도하지 않건만 멸도한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들이여, 모든 부처님 여래의 법이 모두 이와 같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는 것이므로 모두 진실하여 헛되지 않느니라.
비유컨대, 양의가 있어 지혜롭고 총명하여 다방면의 의약에 밝아 모든 병을 잘 다스렸느니라. 그에게는 많은 자식이 있어 열, 스물 내지 백 명이나 되었느니라.
어떤 사연이 있어 다른 나라에 멀리 갔거늘, 뒤에 자식들이 독약을 마시고 약기운이 일어나 어지러워서 땅에 뒹굴고 있었느니라.
이때 마침 그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보니, 자식들이 독약을 마시고 혹은 본심을 잃었고 혹인 잃지 않았느니라.
멀리서 그 아버지를 보고 모두 크게 기뻐하며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문안하되, '안녕히 잘 다녀오셨습니까? 저희들이 어리석어 잘못하여 독약을 먹었사오니 원컨대 치료해주시어 다시 목숨을 살려주소서.'
아버지는 자식들이 이와 같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온갖 약방문에 의거하여 빛깔과 향기와 뛰어난 맛을 모두 갖춘 좋은 약초를 구하여 찧고 체로 치고 섞어서 자식들에게 주어 먹게 하고,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이 훌륭한 약은 빛깔과 향기와 뛰어난 맛을 고루 갖추었으니 너희들이 먹으면 빨리 고통을 없애고 다시는 다른 병들도 없을 것이니라.'
그 자식들 가운데 본심을 잃지 않은 자는 이 양약을 보니 빛깔과 향기가 좋음을 알고 곧바로 먹어서 병이 다 나았으나, 본심을 잃은 다른 자는 그 아버지가 오신 것을 보고 비록 기뻐하며 문안하고 병을 다스려 구해달라고는 하나 주는 약을 먹으려하지 않았느니라.
왜냐하면 독의 기운이 깊이 들어가 본심을 잃어버렸으므로 그 좋은 빛깔과 향기로운 약을 좋지 않은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니라.
그 아버지는 이렇게 생각하였으니,
'이 자식들이 참으로 가엾구나. 독에 중독되어 마음이 온통 전도되어서 비록 나를 보고 기뻐하며 치료하여 구해달라고는 하면서도 이 좋은 약을 먹지 않으니 내가 이제 방편을 세워 이 약을 먹게 하리라.'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은 분명히 알라. 나는 이제 늙고 쇠하여 죽을 때가 되었도다.
이 좋은 양약을 지금 이곳에 놓아 두니, 너희들은 가져다 먹되 차도가 없을까봐 근심하지 말라.'
이렇게 일러주고는 다시 다른 나라에 가서 사람을 보내서 이르기를 '너희 아버지는 이미 죽었다.' 고 하였느니라.
그때 자식들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이와 같이 생각하되,
'만약 아버지가 계시면 우리들을 가엾이 여겨 능히 구해주시겠지만 이제 우리를 버리고 멀리 타국에서 돌아가셨으니, 혼자가 되어 외롭고 다시는 믿고 의지할 데가 없게 되었구나.'
늘 슬픔에 잠겨있다가 드디어 정신이 들어 이내 이 약의 빛깔과 맛과 향기가 좋음을 알고 즉시 가져다 먹으니 독으로 생긴 병이 모두 낫게 되었느니라.
그 아버지는 자식들이 다 나았다는 말을 듣고 곧 다시 돌아와서 다 그를 보게 하였느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과연 어떤 사람이 능히 이 양의의 말이 허망하다고 탓할 수 있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성불한지가 이미 한량없고 끝도 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겁이 되었지만 중생들을 위한 까닭에 방편력으로 '장차 멸도하리라.' 고 말하나니, 또한 능히 법대로 나를 허망한 허물이 있다고 말할 자는 없으리라."
그때 세존께서 이러한 뜻을 거듭 밝히시고자 게송으로 설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