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하를 위한 '기술 번영' 거래: APEC 2025를 통해 본 신(新) 양자 협상 시대의 무역 장벽 협상 전략>
- 홍채희, 김환희
2025년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 지도자 회의(AELM)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 구축을 중요한 의제로 삼았다. 올해 회의는 세계 무역 질서의 구조적 불확실성 속에서 기존 자유무역 논의의 우선순위가 다소 뒤로 밀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주요국들의 보호무역 강화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에 따라 APEC의 전통적 목표인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 동력도 눈에 띄게 약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의의 결과 문서인 ‘경주 선언’에서도 폭넓은 자유무역 의제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 ‘양자 외교’의 무대로 변모한 APEC
APEC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의체답게,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이행하고 공개적으로 대화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특성은 강대국 간의 외교적 긴장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자연스럽게 공식 회의장 밖에서 고강도의 양자 협상이 활발히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번 경주 회의에서도 APEC은 주요국들의 대표가 직접 만나 대화를 진행하며, 관세와 통상 등 주요 현안이 개별 정상 간 양자 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가장 시선을 끈 장면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부산에서 진행한 양자 회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처음 성사된 이번 만남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통제 강화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확대 등에 대하여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두 정상은 일부 관세 철회와 특정 조치 유예에 합의하며 단기적으로 긴장이 완화되는 모습이 보였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취약한 데탕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것은 즉, 구조적인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단기 합의와는 별개로, 중국의 기술 탈취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계속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미국의 대중국 전략적 견제 기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기술 번영 협정’ 추진…관세 위험 완화를 위한 전략적 거래
APEC 개최국인 한국 역시 양자 협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국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정상회담에서 오랜 기간 논의해 온 관세 조정 협의를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올려놓았다. 특히 이번 협상은 ‘미-한 기술 번영 협정’이 핵심으로, 한국이 조선업 등 미국이 중요시하는 전략 산업에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방안을 제안하는 대신, 미국 측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높은 관세 부담에 직면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협상은 관세 위험을 크게 줄이기 위한 대규모 상호 거래 방식의 새로운 양자 통상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관세 인하 조치는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경쟁력 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단순히 관세율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경제 안보와 공급망 협력까지 아우르는 신(新)기술 패권 시대의 양자 거래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APEC의 새로운 축
‘녹색 무역’과 지속 가능한 성장 의제
비록 관세율 조정처럼 핵심적인 쟁점에서 폭넓은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APEC은 지정학적 갈등을 피해 갈 수 있는 새로운 의제에 초점을 맞추며 협력의 흐름을 이어갔다.
이번 경주 회의에서는 친환경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을 늘리는 방안이 주요 논의로 부상했다. 이는 탄소국경조정제도처럼 환경 규제가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회원국들은 순환 경제와 에너지 전환 기술 분야의 투자와 협력을 더욱 폭넓게 강화하는 데 뜻을 모았고, 특히 APEC 내 중소기업들이 녹색 경제로 원활히 전환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과 기술 이전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녹색 무역 의제가 지정학적 갈등을 우회해 다자간 협력을 복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접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APEC 실무진의 지속 과제…무역 절차 디지털화·투명성 강화
APEC 산하 실무 기구들도 무역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무역·투자위원회는 무역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종이를 쓰지 않는 무역 확대, 국경 간 전자상거래 촉진 등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특히 회원국 정상들은 인공지능 기반의 절차 도입이 무역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관련 정책을 운용한 경험을 회원국끼리 자발적으로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더해 세관 자동화와 친환경 세관 구축과 같은 정책도 함께 논의됐다.
국경 간 프라이버시 규칙(CBPR) 시스템 확대 방안도 깊이 있게 다뤄졌다. CBPR은 회원국들 사이에서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국경을 넘어 이동시키려는 제도이다. 참여국들은 디지털 경제 성장에 필요한 데이터 현지화 요구를 최소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이동 기준을 APEC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런 논의들은 궁극적으로 데이터를 원활히 주고받으면서도 보호할 수 있도록 균형을 이룸으로써 디지털 무역의 불필요한 장벽을 줄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디지털 포용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흐름이 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을 위한 토대를 다져간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늘날 세계 무역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순히 상품의 교역을 넘어, 기술과 국가의 경제력을 좌우하는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술 번영' 빅딜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기술 번영' 빅딜은 디지털 기술, 데이터 이동,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궁극적인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는 국가 간의 새로운 무역 전략을 지칭한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이러한 글로벌 변화 속에서 '신(新) 양자 협상 시대의 무역 장벽 협상 전략을 모색하는 중요한 외교의 장이였다.
기술 번영 빅딜'의 등장 배경과 특성
'기술 번영' 빅딜은 과거의 관세 협상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상품의 관세를 낮추는 것을 넘어, 기술 표준의 통일, 데이터 주권 문제, 지식재산권 보호, 그리고 새로운 기술 기반 서비스 시장 개방에 이르기까지 훨씬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 이처럼 의제의 폭이 넓어진 배경에는 인더스트리 5.0 시대와 인공지능(AI) 혁명의 도래,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같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 환경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은 '기술 번영' 빅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 간 새로운 형태의 갈등이 야기되기도 하는 만큼, 훨씬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분야로 평가된다
APEC 2025, 새로운 협상 시대의 이정표
앞서 살펴본 '기술 번영' 빅딜의 필요성과 복합성은 국제 무대에서 어떻게 나타날까? 다자주의 협의체인 APEC의 틀 안에서 한-미간의 양자협상이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기술 번영' 빅딜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협상을 통해 양국은 첨단 기술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와 기술 협력 및 산업 동맹 강화에 합의하여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시대의 새로운 무역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전통적인 다자 무역 협상의 교착 상태 속에서, 특정 국가 간의 심층적인 양자 협상이 국제 무역 관계의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 양자 협상 시대의 한국 무역 장벽 협상 전략 제언
APEC 2025를 통해 확인된 '기술 번영' 빅딜과 신 양자 협상 시대의 도래는 기술 강국이자 무역 강국인 한국에게 중요한 함의를 던져준다. 성공적인 협상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한국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반도체, AI, 바이오 등 핵심 첨단 기술 분야에 지속적인 연구 개발 투자를 통해 한국의 입지를 강화한다거나 내부적으로 기술 혁신을 지원하고,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기술 번영이 이끌 미래 무역의 청사진
'기술 번영' 빅딜과 신 양자 협상 시대는 세계 무역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기술과 지식이 국가 간 협력과 경쟁의 핵심이 되는 이 새로운 시대에, APEC 2025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이 보여준 협력 모델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역할을 강화해야만 이러한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무역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기술 혁신과 사회적 번영을 함께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과정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지속 가능한 '기술 번영'의 청사진을 그려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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