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마르세유 동남쪽 바다에 넙치 잡이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작가의 이름이 새겨진 팔찌 하나가 걸려 올라 왔다. 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생텍쥐페리의 비행기 ‘p38라이트닝’이 바다에 추락한 것이 분명해졌다. 팔찌 안쪽에는 ‘콘수엘로’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으니, 생텍쥐페리가 마지막까지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짐작도 가능해졌다. 이후 몇 년 뒤에는, 그가 마지막 탔던 비행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잔해가 같은 해역에서 수거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08년 3월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 조종사였던 호르스트 리페르트(89세)가 프랑스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던 비행기를 격추했다고 고백했다.
1944년 그날 리페르트는 프랑스 남부 해상을 비행 중에 미국산 ‘p38라이트닝’을 발견하고 수차례 근접 공격하여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제 안 찾아다녀도 된다. 내가 바로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격추시킨 사람이다. 나중에야 바다에 떨어진 그 비행기에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었음을 알았다. 나는 제발 그가 아니길 바랐다. 우리 시대의 모든 젊은이들이 그러했듯이 나도 그의 책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이지 커다란 수수께끼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에게나 나에게나, 이 세상 어딘가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양 한 마리가 한 송이 장미꽃을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에 따라서 이 세상천지의 모든 게 온통 다 달라져버리니 말이다. 하늘을 쳐다보라. 그리고 이렇게 자문해보라. “양이 그 꽃을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그러면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무도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지 못할 것이다. (<어린 왕자>, 김화영 옮김, 문학동네. p.137. 끝 부분) |
첫댓글 미스터빈을 좀 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