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선배 교육자께서 하신 말씀이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천국에 가면 천정에 사람의 혀가 빽빽이 달려 있다고 한다. 그 혀의 주인은 선생님들과 그릇된 종교 지도자들이라 한다. 선생님이나 종교 지도자나 자신이 할 일을 다한 사람은 천국에 가서 영광을 누리겠지만, 이름만 선생님이거나 이름만 종교계 지도자였던 사람들은 혀로는 남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하여 혀는 천국에 가지만, 자신의 말을 실천하지 못한 죄를 지어 몸은 지옥에 떨어진다는 말씀이었다.
공자께서도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라고 하셨다. 이 또한 실천의 중요성을, 실천의 어려움을 설파하신 말씀이다. 우리 선인들도 실천궁행(實踐躬行)의 중요성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다.
● 제각기 다른 아이들의 모습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교실을 둘러보면 아이들은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있다.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여럿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도 있고, 혼자서 무슨 일인가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도 있다. 같은 시간, 같은 환경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행동 양상이 이렇게 다르다.
학생들 몇 명이 저희들끼리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다. 교장인 나를 보고서 인사를 하는 모습 또한 제각각이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목도 구부리지 않고 고개만 까닥하면서 인사라고 하는 아이, 아예 외면하고 못 본 체 지나치는 아이도 있다.
고등학교 학생이면 학교에 다닌 지가 십 년이 넘는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다.>고 했는데, 강산보다 더 변하지 않는 것이 인성인가 보다. 선생님들이 십 년 넘게 교육을 했음에도 변화시키지 못했으니 강산보다 더 단단한 인성이다. 이러한 인성은 가정 환경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것이다.
● 교육은 부모의 공동 작업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기억나는 학생이 있다. 예전에 문제를 일으켜 전학을 간 학생의 어머니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 학생이 심각하게 교칙을 위반하여 징계위원회에서는 다른 학교로의 전학을 권고하기로 결정을 했다. 이 사실을 통보받고 나서 학생이 학교측에 심한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그 때 그 어머니의 말씀이 “이 놈아, 그런 말 말아라. 그 선생님들도 다 자식을 키우는 분들이다.”였다. 선생님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겠는가라는 말씀이다.
이 이야기를 그 어머니로부터 듣고 나는 여러 가지로 생각하였다. 첫째 나는 정말 그렇게 내 자녀를 다루듯이 애정을 가지고 학생의 문제를 다루었는가였고, 둘째는 ‘그런 어머니가 기른 아이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가’하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그 의문은 곧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학생의 아버지가 문제였다. 그 아버지는 교무실에 들어올 때의 발자국 소리가 쩡쩡 울렸고, 담임선생님과 학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너무나 당당하고 고압적이었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그 학생은 어머니에 의해서 유순하게 교육되다가도 아버지에 의해서 다 망가져 버리는 것이다. 아이를 기르려면 부모 중 한 사람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교훈을 주는 일이었다.
● 부모는 자녀의 교과서 교육은 실천에서 출발한다. 교장이 실천하지 않으면 교사가 그 뒤를 따를 리 없고, 교사가 실천하지 않으면 학생 또한 바른 길을 갈 수가 없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는 자녀의 교과서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교과서를 가지고 학습을 하게 하느냐에 따라서 자녀가 이루어 내는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물론 어느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바르지 못한 길로 가기를 원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 해라>는 옛말이 있다. ‘바담 풍> 하는 부모 밑에서 <바람 풍> 하는 자녀가 나오기는 실로 어려운 일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는 친구가 한 말이 기억난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여 하는 행동을 보면 그 아이의 가정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의 행동을 보고 유추한 가정의 모습은 나중에 사실로 확인된다고 한다.
물론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여러운 일, 내가 잘못 하면서 자녀가 옳은 길로 가기를 바라는 일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효순(孝順)한 사람이 다시 효순한 자식을 낳으며 오역(?逆)한 사람은 다시 오역한 자식을 낳느니, 믿지 못하겠거든 다만 저 처마 끝의 낙수를 보라. 방울방울 떨어져 내림이 어긋남이 없느니라.>고 하였다.
참으로 두렵고 두려운, 세상에 부모 된 자들이 명심하고 경계하여야 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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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랜동안 교육계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올렸네요. 마지막의 <효순(孝順)한 사람이 다시 효순한 자식을 낳으며 오역한 사람은 다시 오역한 자식을 낳느니, 믿지 못하겠거든 다만 저 처마 끝의 낙수를 보라. 방울방울 떨어져 내림이 어긋남이 없느니라.>하는 말이 조금은 소름끼치기도 하네요 몸가짐을 가다듬게하는 좋은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오랫만에 울 아들 주레선생 권선옥의 좋은 글을 보네요.. 47로 옮겨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