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틀리는 띄어쓰기
이 글은 제가 공부하기 위해 정리한 것으로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계속 공부하면서 많은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틀린 내용이 있지나 않은지 매우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각각 소재별/주제별로 나누어 다룬 후속글을 준비여 30~40여 개의 글이 쓰여졌으나 쉽게 공개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국어 맞춤법에서 띄어쓰기의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단어 사이는 띄어쓴다는 것이다. 다만 조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붙여쓰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말은 뭉쳐있는 것이 한 단어인지, 떨어진 것이 한 단어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틀리는 맞춤법에 대해서 살짝 정리해보자.[각주:1]
1. 부정부사 ‘안’, ‘못’
부정부사는 기본적으로 한 단어이므로 띄어쓴다. 따라서 무조건 ‘안’이 용언 앞에 오면 띄어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예외가 존재한다. 형태는 같더라도 단순히 부정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때는 부정을 뜻하는 부정부사가 아니므로 붙여써야 한다.
“그 애는 이제 고아라며? 그 애 참 안됐다. 그런데 그 애는 성품이 참 못됐데, 그래서 아무도 안 돌봐준다지 뭐야!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 큰 인물은 못 되겠지?”
이 문장에서는 ‘안’과 ‘못’ 형태는 부정부사와 같지만 띄어쓰면 안 되는 경우와 부정부사여서 띄어써야 하는 경우가 섞여있다. ‘안됐다’는 불쌍하다는 의미가, ‘못됐다’는 성품이 좋지 않다는 의미여서 ‘안’과 ‘못’이 부정부사가 아니기 때문에 붙여써야 한다. 그러나 '안 돌봐준다지'와 '못 되겠지'는 부정부사이기 때문에 띄어써야 한다. 위에서와 같이 두 가지 경우가 섞여 쓰이면 띄어쓰기에 성공할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신문을 아무 거나 펴보면 부정부사를 붙여쓴 것을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다.
2. 양사와 단위
양사란 무엇인가를 셀 때 수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일반적으로 중국어에서 양사가 발달했으며, 우리말도 중국어만큼이나 양사가 발달했다.[각주:2] 양사는 많이 헤깔리는 것 중에 한 가지다.
한 개, 두 개, 세 개, .....
한마디, 두마디, 세마디, .....
한강, 두강, 세강, .....
예를 들어보자.
“내가 네게 한마디 해야겠다.”
이 예에서 ‘한마디’가 맞을까 ‘한 마디’가 맞을까? 사전적 의미로 ‘한 마디’란 것은 딱 한 단어를 뜻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동일한 주제나 소재를 가리키는 한 덩어리 말타래나 꼭지의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즉 한 문단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마디’가 옳은지 ‘한 마디’가 옳은지는 단 한 문장만을 봐서는 알 수 없다. 위의 예에서 ‘첫번째’, ‘한개’, ‘한마디’ 등은 모두 동일하게 한 문장만 보고서는 붙여써야 하는지 띄어써야 하는지 알기 힘든 단어 또는 구문이다.
단위의 경우는 좀 미묘하다. 단위는 기본적으로 의존명사라고 보고 사용하면 된다. 맞춤법 표준안에는 분명히 숫자와는 붙여쓰고, 체언인 수사에는 띄어쓰라고 되어있지만, 실제로 구분해서 띄어쓰기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띄어쓰는 것이 더 좋은 이유는 가독성 때문이다.[각주:3] 아무튼 단위도 무조건 띄어쓰는 것이 가독성 측면에서 훨씬 좋더라...
3. 보조용언
보조요언이란 뜻을 갖고 있는 본용언과 함께 쓰여 뜻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새는 힘들여 난다’를 ‘새는 힘들여 나나보다’로 바꾸면 미묘한 의미의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나나보다’로 써야 할까 아니면 ‘나나 보다’로 써야 할까?
이에 대한 혼란이 굉장히 많았고, 결과적으로 이 둘을 모두 허용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붙여쓰든 띄어쓰든 별로 상관은 없다. 다만 제한을 둔 것은 하나의 꼭지에서는 모두 통일해야 한다는 조건을 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식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은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언론사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살펴보자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4. ‘하다’, ‘되다’ 등의 용언
‘하다’, ‘되다’ 등의 용언은 그 자체만 써도 훌륭하고, 체언이나 수식언 등의 온갖 단어 뒤에 붙어서 동사를 뜻하는 파생어를 만들기도 한다. 이 때 용언과 하다나 되다를 띄어쓰면 용언은 목적어가 되므로 문법적으로나 의미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인다. ‘공부하다’는 ‘공부를 하다’처럼 생각해서 '공부 하다'로 띄어쓸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붙여써야 할지 띄어써야 할지 정답이 없어진다. (우리나라 말은 조사가 워낙 잘 생략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은 이 단어의 특성으로 붙여쓴다고 보면 된다.
5. 사자성어 한자어
사자성어 한자어는 처음에는 하나로 붙여쓰는 형식을 취하다가 1997년 이후 띄어쓰는 것으로 맞춤법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 ‘정문일침(頂門一針으)’로 쓰던 사자성어는 ‘정문 일침’으로 쓰게 됐다는 말이다. 그 이후 모든 국민이 혼란 속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가 다시 붙여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_-
아무튼 이랬다 저랬다 하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맞춤법 규정이다.
6. ‘몇’ 등의 의문사
의문사는 사람들의 관습에 의해서 붙여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주로 양사와 같이 쓰이게 되므로 붙여쓰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문사는 하나의 단어이므로 띄어써야 한다. 의미파악이나 가독성 등에서도 더 낫다. 예를 들어 “벽에 그림을 고정시키려면 못이 최소 몇 개가 필요한가?” 같은 용례가 있다.
이 경우 예외가 한 가지 있는데 ‘며칠’이 그 예이다. ‘몇 일’은 발음이 [며칠]로 발음되는데, 우리나라의 어문규칙상 한 단어가 아닌 경우엔 연음 등이 되지 않는다는 발음규칙이 있고, 된다고 하더라도 [면닐]처럼 발음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둘을 묶어 한 단어로 만들어 “며칠”로 만들었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몇 일’로 잘못 적는다.
개인적으로 ‘며칠’로 적는 예외로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은지, ‘몇 일’로 적고 발음상의 예외로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은지 잘 모르겠다. 우리 말에서 오직 하나만 나타나는 예외를 규칙으로 만든 경우로는 '우 불규칙'이란 것이 있다. 동사 ‘푸다’의 활용형이 ‘퍼’로 변형되기 때문에 만든 문법이다. 우리 말에 이 불규칙에 속하는 것은 오직 이 단어 하나뿐이다. 이처럼 '몇 일'로 적고 [며칠]로 발음하도록 하는 (단어를 벗어나면 발음의 상호작용이 없다는 기본규칙에 대한) 예외를 두는 것이 더 낫지않나 생각이 든다. 아무튼 표준 맞춤법에선 '며칠'이 맞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겠다. (이 글을 쓴 이후, 다른 단어들 사이에서도 음이 변하는 예를 발견하였다.)
7. ‘띄어 쓴다’
아래한글에서 ‘띄어쓴다’를 입력하면 자동 맞춤법 검사기에 의해서 무조건 빨간 줄이 그어진다. 띄어써야 한다는 의미로...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띄어쓰기’의 경우는 붙여쓰는데 왜 ‘띄어쓰다’는 띄어써야 하는 것일까? ‘붙여쓰다’도 마찬가지다. 물론 여기서 ‘쓰다’는 보조용언이 아니고, ‘띄다’와 ‘쓰다’가 같은 비중을 갖는 본용언임은 분명하다. 이런 경우 참 애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식은 띄어쓰는 것이 맞겠지만, 개인적으로 붙여쓰기로 했다. 우리말은 이런 것들이 참 어려운 것 같다. 비슷한 예로 ‘멈춰서다’가 있다. 아래한글에서는 ‘멈춰서다’에는 빨간 줄을 긋지 않는다.
8. 의존명사 - ‘것’, ‘건’, '듯'
우리나라 말 띄어쓰기 중에서 가장 난해한 것 중에 하나로 의존명사가 있다. 국어사전에는 의존명사에는 ‘것’·‘데’·‘바’·‘체’·‘원’·‘마리’ 등이 있다고 나와 있다.
‘거’는 ‘것’의 변형이고, ‘것은’을 줄여 ‘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걸’은 ‘것을’을 줄인 것이다. 예전에는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워낙 널리 사용되는 말이다보니 최근에 표준어로 인정받게 됐다. 이처럼 ‘것’은 ‘ㅅ'이 탈락한 뒤에 다양한 조사나 어미와도 축약되어 폭넓고, 간단하게 쓰인다. 그런데 이것들이 띄어쓰기를 힘들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보자.
- “넌 이게 틀리다고 생각하냐? / 그런 건 맞습니다.”
- “이게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거구나!”
- “그런 걸 하냐? / 그런걸꺼야!”
1 번의 경우 ‘그런 건’은 띄어써야 한다. 이 때 ‘건’은 ‘것은’으로 원래대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2 번의 ‘그런거구나’는 ‘거’를 중심으로 띄어쓰는 것인지 붙여써야 하는 것인지가 애매해진다. 아래한글의 경우엔 이런 것의 처리가 애매하여 둘 모두 빨간줄을 끗는다.[각주:4] 형태상으로 보자면 ‘그런 거구나’로 써야 한다.
또 ‘건’, ‘걸’ 등으로 축약되는 경우는 용언의 어미와 동일한 표현이 존재하여 띄어쓰기가 어려운 경우가 늘어난다. 이런 경우 어떻게 띄어써야 할지는 어렵다.
9. ‘때’, ‘떼’
‘때’는 시간을 나타내는 의존명사나 이유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의 일부일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그런 때에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
무리를 나타내는 명사인 ‘떼’ 경우도 헤깔리긴 마찬가지다. 같은 의미로서 다른 명사에 붙어 무리를 나타내는 접두사나 접미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떼돈’, ‘비둘기떼’가 좋은 예이다. 그런데 형식와 의미가 동일하다보니 이게 접미사인지 명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10. 의존명사 ‘님’ 등
앞에서 의존명사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와 헤깔리는 단어 ‘님’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국어사전에 ‘님’의 의미는 접미사 뿐 아니라 명사나 의존명사로도 설정되어있다. 그렇다보니 경우에 따라서 붙여써야 하는지 띄어써야 하는지 애매하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가독성 문제로 띄어써야 한다.
(대)명사에는 붙여쓰고, 고유명사에는 띄어쓰면 된다.
11. 관용적인 형태로 고착되는 ‘다시한번’
‘다시한번’은 형태를 보자면 3개의 단어로 이뤄져 있다. 일반적인 표현은 ‘다시 한 번’이다. 그런데 이게 쓰임새가 많다보니 하나로 묶여서 사용되고 표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시 한번'이나 '다시 한 번'으로 써야 한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2번 항목으로 구분해야 하는데, 역시 어렵다.
며칠 전에 글을 고치다가 끌어모아 본 많이 틀리는 띄어쓰기 10 가지에 이 글을 작성하면서 관용적인 형태 한 가지를 더해 모두 11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았다.
내가 국어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문법을 배워본 적도 없는 이과출신이라서 명료하고 깔끔한 표현을 하지 못한 경우나 완전히 오류가 되어버린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처럼 국어를 많이 공부하지 못한 사람도 편하게 국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글이 영어에 비해 갖는 강점은 소리나는대로 적어서 예외가 없어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쓰기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국어 맞춤법이 변하면서 이러한 장점이 점차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자기 생각을 정리하여 발표하고, 이를 다시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쓰기 쉬운 우리말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나의 바램을 밝히면서 이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