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호
즉흥곡 듣는듯... 요리를 연주하는 예술가, 바람이 키운 요리사!
‘이미지 요리 전문가’, ‘자연요리연구가’, ‘오감으로 즐기는 음식 퍼포먼스’의 요리 행위예술가란 캐릭터!
임지호(51)선생이 우리 전통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해온 공로로 4일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외교부는 “임씨는 작년에 베네수엘라에서 각국 외교관과 일반인을 초청해 한국 음식전을 개최, 호평과 찬사를 받는 등 우리 문화를 소개한 공로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임씨가 그 밖에도 작년 1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음식 시연회, 2003년 UN(국제연합)에서의 한국음식축제, 2004년 캘리포니아에서의 사찰 음식 퍼포먼스 등에서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렸다고 밝혔다. 경북 안동 출신인 임씨는 여덟 살에 집을 나와 라면집·중국집·요정 등 음식과 관련된 일은 닥치는 대로 하며 평생 요리를 연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 2000여명의 밥을 지은 주방장 경력도 있다. 외국에서 우리 음식을 소개하면서도 “우리 음식은 자연이 준 열매에 약간의 에너지를 보탠 뒤 다시 자연에 맡겨서 얻어낸 것이라 순하고 담백하며 자극적이지 않은 게 특징”이라며 “그런 깊이와 맛을 온전히 느끼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늘 전국을 직접 다녀 가격에 구애없이 구입한 재료를 소재로 정해진 메뉴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하는 레시피없는 즉흥요리로 손님을 감동시키는 자유인 요리사이다. 거기엔 그가 오랜 세월 산야를 떠돌며 체득한 지식이 깔려있다. 흰 국화 메밀국수만 해도 여느 국화 잎은 쓴 맛이되 흰 것만 달다는 깨달음이 있다. 그에겐 하늘 아래 모든 게 음식 재료다. 오랜 세월 떠돌며 들풀과 야생화, 열매와 이파리들을 활용했다. 풀, 꽃, 나무 열매, 뿌리, 수초(水草), 씨앗, 새, 벌집, 장어 머리, 솔잎, 찔레 순, 야생 박하, 명이, 대황, 닭통, 잉어비늘, 벽오동열매, 썩은두부, 석창포, 별풀, 생선비늘, 매미껍질, 벌레, 소나무이끼, 따개비 등 구더기까지 요리재료로 쓰지 않는 게 없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음식의 재료”라며 “염소가 먹을 수 있으면 모두 식재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음식은 ‘자연’을 추구한다. 그는 “음식은 소통이고 가장 좋은 음식은 자연”이라고 믿는다. 요리하는 사람의 정신과 기운이 먹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지니, 마음이 상했을 땐 요리를 삼간다 했다.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듯 설렌다”고 한다. 요리 재료에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풀, 꽃, 나무 열매, 뿌리, 수초(水草), 씨앗, 새, 벌집, 장어 머리 등 자연의 모든 것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 ‘요리’로 변신한다.
그가 요리의 달인이 된 과정도 이채롭다. 여섯 살 때 천자문을 떼 동리에서 ‘천재’로 소문이 난 그는 일찍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집에 마음을 붙일 수가 없었다. 어릴 때 집을 나와 바람처럼 떠돌았다. 그래서 정규 교육이라고는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스무 살을 넘길 때까지 어느 한 곳에 제대로 정착해 본 적이 없는데, “대지가 스승이었고, 수목이 전해 주는 언어를 들으며 행복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배가 고프면 아무 집이나 문을 두드려 밥을 청했고, 돈이 필요하면 식당에 들어가 일했다. 그는 식당에서 청소와 설거지 같은 허드렛일을 하면서 곁눈질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일을 모두 끝낸 한밤중, 혼자서 연습을 거듭해 요리사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여러 식당을 다니며 한식과 일식 요리를 두루 섭렵, 동서양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신만의 요리세계를 갖게 된 것이다. 스물일곱에 중견 요리사가 되어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에 갈 수 있었던 것도, 그곳에 파견된 지 100일 만에 45명의 주방장을 총괄하는 총지배인 자리에 올랐던 것도, 모두 그런 노력 덕분이었다.
중동에서 돌아온 그는 또다시 전국을 떠돌며 방랑을 거듭했다. 섬에 들어가 지낼 때는 그곳에서 나는 해초와 생선들로 새로운 음식들을 만들어 섬사람들에게 대접했고, 절에 가면 산나물과 열매로 한 상을 차려 스님께 공양했다. 각지를 다니면서 그곳 특유의 요리법을 섭렵할 수 있었다. 그가 한국의 자연요리전문가로 거듭난 것도 이때였다. 끊임없이 떠돌던 그가 정착하게 된 것은 산에서 만난 동갑내기 여성 강정혜 씨 덕분이었다. 출가(出家)하려고 찾아온 강 씨를 설득해 함께 산을 내려온 후 부부의 연을 맺고 양평에 자리 잡았다. 그때 문화예술인, 법조인, 건축가 등 그의 지인들이 돈을 모아 음식점을 열어 주었다. “당신 음식이 생각나도 도대체 어디 있는지 알아야지”라면서 식당을 운영하며 정착하라고 권했다. ‘산당’은 요리에 대한 그의 열정에 바치는 지인들의 ‘헌정’인 셈이다.
산당 (山堂)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씨가 운영하는 자연음식 전문점이다.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을 재료로 하여 자연과 가장 가까운, 우리 몸과 마음에 기를 북돋워 주는 약식(藥食)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입구 현판에 "음식은 종합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입니다" 라는 문구가 담긴 현판이 있을 정도로, 약과 음식은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산당의 음식에는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이 재료로 쓰이고 있다. 특히 임지호 사장은 산과 들을 누비며 약초, 풀, 채소 등 몸에 좋은 재료를 찾아 그만의 자연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음식마다 예술작품을 만들듯 정성을 다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불어넣는다. 산당이 추구하는 최고의 음식은“넘치지 않고, 사랑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과 들의 풀과 야생화는 물론 약초, 매미껍질, 찔레 순, 야생 박하, 생선 비늘, 닭 배설물까지 세상의 온갖 음식 재료에 연녹색 솔잎가루, 쥐색 흑임자(검은 깨)가루, 주황색 홍화가루 등 색색의 분말로 채색한 요리를 기왓장이나 소 여물통 등에 담아 평소 먹던 음식에서는 느껴 볼수 없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향취와 맛을 만들어 내곤 한다.
전화 : 031-772-3959
가격대 : 자연 77,000원, 하늘 55,000원, 강 33,000원
영업기간 : 11:00~22:00 (연중 무휴)
길안내 : [1] 서울--중부고속도로--경안IC--퇴촌--(양평 방향)--바탕골미술관--(500m 우측)--산당 [2] 서울--양평--양평대교--(우회전, 퇴촌 방향)--(좌측)--산당
주소 :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 104-1
자연의 모든 것이 요리의 재료가 된다고 믿는 요리사가 있다. 레시피도 없고 즉흥적으로 요리하며 음식을 담기위해 독을 깨는 남자. 그의 행위 자체만 놓고 본다면 요리사보단 예술가에 가깝다. 발길 닿는 대로 재료를 찾고, 손길 닿는 대로 요리를 만드는 남자!
평생을 떠돌아다니며 살아온 자연요리 연구가 임지호씨.
그의 스승은 자연이었고, 그의 손님은 길에서 만나는 어머니들이었다.
그는 재료가 없으면 뒷산에 올라가 이름 모를 풀을 뜯고
그릇이 없으면 서슴없이 독을 깨 접시를 만든다.
어쩌면 그가 깨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 관념,
해 묵은 관습, 자유를 옥좨는 억압은 아닐지...
평생 길에서 요리를 배운 그가, 쉰의 나이에 다시 길 위에 섰다!
산당의 의미
-산당 [山堂, high place]
-산당(山堂)[명사] <산신당>의 준말.
-신을 예배하는 장소.
-처음에는 구릉이나 산의 정상에 세워졌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었다. 그리스도교의 구약성서 《민수기》나 《열왕기상》 등에 이러한 유래가 나타난다. 《민수기》 22장 41절에 발락이 발람과 함께 바알의 산당에 올랐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후 나무 밑, 골짜기 등에도 세워졌다.
-임지호선생의 아호(雅號)이기도 한 ‘산당’은 “산에서 수행하면서 풀잎 뜯어 대중을 공양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산당의 메뉴
자연(7만7천원), 하늘(5만5천원), 강(3만3천원)의 3가지 코스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코스는 도당수, 즉 죽으로 시작된다.
도당수는 좁쌀로 쑨 죽으로 속을 편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먼 길을 찾아와 배고픈 손님들이 본 음식부터 급하게 먹다 보면 속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도당수로 속을 다스린 후 음식을 먹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계절에 따라 좁쌀을 기본으로 현미 등의 다른 재료를 섞어 죽을 만든다. 전채요리 개념의 구절판 역시 석이버섯, 우엉뿌리, 당근, 오이, 무 등 가늘게 채썬 9가지 야채를 젓가락으로 집다 보면 자연스레 소화액이 나와 다음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다.
생야채 샐러드는 향나무, 신선초, 양상추, 씀바귀, 겨자잎 등 10여 가지의 생야채에 각종 야채를 갈아 만든 드레싱을 뿌려 내며 냉이고수와 함께 내는 3가지의 생선회는 측백나무소스를 살짝 묻인 후 생와사비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전은 계절에 따라 다른데 요즘같은 겨울철에는 무전을 낸다. 안동지방 음식인 무전은 맛이 든 겨울무를 잘라 소금물에 살짝 삶아 한 숨 죽인 후 옷을 입혀 노릇하게 지지는데 아삭아삭 씹히는 무 맛이 달면서도 고소하다. 장작불에 구운 돼지목살을 녹차가루로 버무려 양념한 바비큐는
얇게 썬 파채, 살이 통통하게 오른 짭짤한 새우젓과 함께 송광사 기와에 유약을 발라 다시 구운 기와 위에 얹어 내며 연근와인졸임은 레드와인과 함께 졸인 연근 위에 뽕잎을 올려 낸다. 감자채와 연근을 튀겨 레드와인소스로 맛을 내고 냉이 위에 통들깨를 얹어 튀겨낸 3가지의 튀김류는 맛과 재료뿐 아니라 그 모양도 예술에 가깝다. 입으로 느껴지는 맛 뿐 아니라 눈으로 보는 맛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밖에 단호박 위에 차수수를 얹어 찐 후 화이트와인 소스를 뿌려내는가 하면 감자, 단호박, 더덕 완자에 각종 견과류와 치즈를 녹여 만든 소스로 맛을 내는 삼색완자 등 산당만의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들어낸 색다른 자연요리들이 가득하다. 식사는 배추·알타리·백·갓김치 등 4가지의 김치류와 어리굴젓·가자미식해 등 2가지의 젓갈, 굴비구이, 간장게장 그리고 산과 들에서 나는 9가지의 나물류로 차려진다. 파인애플을 갈아만든 백김치, 바나나로 맛을 낸 알타리김치, 사과와 배를 갈아 양념한 배추김치 등 김치 역시 과일로 맛을 냈는데 적당히 새콤한 맛이 깔끔하다. 밥은 조와 쌀, 동충하초를 섞어 지었으며 국은 매생이 국,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든 찌개는 이곳에서 특수 제작한 옹기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2006년 6월 24일